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느 공간.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캄캄한 어둠 뿐인 공간.
사방이 온통 어두운 배경으로 둘러싸인 것을 제외한다면, 존재라고 하는 것이 과연 있을까 싶은 공간이 있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눈을 반겨주는 공간에서, 10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이 소년의 정체는, 바로 트와일라잇 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소년 듀얼리스트, 하준이다.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에 자신의 몸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 하준은,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지금 이 공간이 어디인지, 자신이 왜 이 곳에 있는지, 또 자신이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이 곳에 있는 것인지, 자신이 가진 조그만 두뇌를 굴려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하준은 밤 11시 경, 모든 일과를 끝낸 뒤 잠을 청하기 위해 방에 비치되어 있는 침대에 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찾아오는 잠 기운을 느끼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잠이 들고 나서 얼마 후, 눈을 뜨고 보니 이런 어두컴컴한 공간 안에 자신이 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이 바로 지금 상황이다.
무슨 이유로 인해 자신이 이 곳에 와 있는진,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상황.
하준은 자신이 이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에 있게 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 아주 천천히...
행여 발을 잘못 디뎌 끝 없는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작은 소년의 작은 발은 매우 느리고 섬세하게 움직인다.
그렇게 계속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하준의 발은, 약 200 걸음 정도 걸음을 걷고 나서, 자리에 멈추어 섰다.
자리에 멈춰 선 10살 소년 하준의 눈 앞에는, 그야말로 놀랍다는 말로밖엔 표현할 길이 없는, 실로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준의 눈 앞에 나타난 존재의 정체는, 바로 먼 옛날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판이었다.
석판에는 뜻을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고대 사람들이 모신 신으로 추정되는 것들의 형체가 새겨져 있다.
입이 두 개인 짐승의 모습을 띤 신수(神獸)의 모습, 머리가 매의 모양을 띠고, 몸통은 사자의 것을 취하고 있으며, 꼬리는 뱀의 모양을 띤 신수(神獸)의 모습.
마지막으로, 거대한 거인의 모습을 띠고 있는, 평범한 인간과 격을 달리 하는 거병(巨兵)의 모습을 띤 신수(神獸).
이들의 모습이 새겨진 부분 아래에는, 먼 옛날 서로가 가진 힘을 격렬하게 부딪힌 두 사내의 모습과, 그들이 다루는 몬스터처럼 보이는, 신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사나운 용과, 그에 대적하는 마법사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옛날에 일어났던 격렬한 전투가 기록되어 있는 석판을 본 하준은, 듀얼 몬스터즈의 역사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 석판이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자, 놀라움이라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듀얼 몬스터즈의 역사 교과서에서 보았던, 고대의 결투의 역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석판.
듀얼 몬스터즈에 몸 담고 있는 듀얼리스트라면, 아마 이 석판의 존재를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먼 옛날에 벌어진 고대의 결투가 새겨진 석판, 그리고 이 석판을 본 전설의 듀얼리스트 중 한 사람이자 인더스트리얼 일루전 사의 명예 회장, 페가수스 J. 크로포드 회장이 모티브를 따 온 뒤 세상 위에 공개한 뒤, 세대와 세대를 이어 전해져 내려온 신성한 결투, 듀얼 몬스터즈의 근원이 되는 것이 바로 이 고대의 결투가 새겨진 석판이라 할 수 있다.
듀얼 몬스터즈가 탄생하게 된 근원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게 된 하준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눈 앞에 듀얼 몬스터즈가 탄생하게 된 근원을 마주했으니, 아마 쉽게 마음을 가라앉힐 순 없을 것이다.
듀얼 몬스터즈의 근원 그 자체인, 고대의 결투가 새겨진 석판 앞에서, 소년의 심장은 격하게 요동친다.
어쩌면 하준이 가진 듀얼리스트로써의 본능이, 듀얼 몬스터즈의 근원이 된 고대의 결투가 새겨진 석판을 보자마자, 자신의 뿌리를 마주한 것을 기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격하게 두근대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하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의 유물을 보는 것처럼, 소년 하준의 갈색 눈동자는 신비하게 반짝인다.
하준의 순수한 눈빛에 석판이 반응하기라도 한 것일까.
석판은 갑자기 강렬한 섬광을 일으키며, 자신의 존재를 마주한 소년에게 놀라움이라는 감정을 한 움큼 더 얹어 주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섬광에 놀라 팔을 들어 올려 눈을 보호한 하준은, 천천히 눈을 뜨고 팔을 내리기가 무섭게, 눈 앞에 나타난 존재를 보자 또 다시 놀람과 당황스러움이라는 감정을 마주해야 했다.
"어서 오너라. 소년이여."
"다... 당신은 설마?!"
눈 앞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하준의 눈이 향한 곳은, 어딘지 모를 정도로 높게 위치한 공간의 어딘가.
하준의 눈 앞에서 하준을 부른 자는, 바로 전설의 듀얼리스트, "유희"와 "아템"이 사용했다고 알려진 전설의 몬스터, 삼환신(三幻神) 중 한 사람, [오벨리스크의 거신병]이었다.
전설로 전해지는 파괴신이자, 대지의 신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거인, [오벨리스크의 거신병].
그 옆에는 [오벨리스크의 거신병]과 마찬가지로, 삼환신(三幻神)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두 마리의 신수(神獸)가, 하준의 눈 앞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위용을 과시했다.
하늘의 신이라 불리며, 저승과 번개의 신이라는 칭호도 가지고 있는, 전설의 듀얼리스트 "유희"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삼환신 중 하나, [오시리스의 천공룡].
태양의 신이라 불리며, 세 명의 신 중 가장 높은 지위에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신수(神獸)이자, 전설의 듀얼리스트 "유희"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라의 익신룡].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지위에 걸맞게, 평범한 사람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 할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졌고, 자신들의 발 아래에서 자신들을 올려다 보고 있는 작은 인간 소년, 하준을 내려다 보며, 자신들의 발 밑에서 자신들을 경이로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작은 인간 소년에게, 신의 위엄이 가득 넘쳐 흐르는 옛스러운 말투로 대화를 시작했다.
"소년이여. 이 공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오벨리스크)
"앗, 네!"
"이 곳은 우리 삼환신이 만들어낸 공간. 이 공간으로 너를 불러낸 것은, 인간 세계에 새로운 위험이 다가왔다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오시리스)
"새로운... 위험이라고요...??"
"너도 알고 있겠지. 부모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악한 어둠에 발을 들여 파멸을 맞이한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에 대한 것을 말이다."
"네. 제가 3살일 때, 아스트라이모나드가 괴인 군대를 이끌고 침공했죠. 전 그 때, 대피소에서 몸을 피하고 있었고요."
"그래. 그리고, 그 자는 추악한 야망을 버리지 못하고, 몇 번이고 부활을 꾀하다, 끝내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떨어졌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구나." (라)
"네. 그 아스트라이모나드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죠. 그 일은, 이 우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절대 잊혀지지 않을 기억일 거예요."
삼환신의 입에서 한 때 우주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지배하려 했었던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의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이 알고 있는 "아스트라이모나드"에 대한 기억을 알려주는 하준.
당시 3살 된 아기일 때라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으나, 하준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아스트라이모나드"에 관한 정보들을,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삼환신에게 빠짐 없이 전달해 주었다.
하준의 입에서 나온 "아스트라이모나드"에 대한 정보들을 모두 경청하고, 한 때 "아스트라이모나드"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지배하려 했던 사악한 신, "조크 네크로파데스"의 존재를 떠올리는 삼환신.
조크 역시 아스트라이모나드, 약칭 아트몬과 마찬가지로, 추악한 야망과 끈질긴 집념으로 이 세상을 위협한 적이 있다.
그가 죽은 뒤에도 그의 사념이 천년 링이라 불리는 천년 아이템에 남아, 인간 세계를 넘어 한 차원을 통째로 집어 삼키려 했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삼환신은 물론, 듀얼리스트들에게 있어 절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아트몬과 조크, 그들은 비록 자신들이 품었던 계획의 형태는 조금 다르다 할 지라도, 결국 본질적으론 똑같이 이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지배하려 했던 사악한 악신(惡神)들이기에, 지금도 두 악신은 지옥 가장 깊은 곳에서 영원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다.
사악한 악신들이 우주라는 공간에서 저질렀던 천인공노할 짓들을 떠올리며, 하준과 대화를 이어 나가는 삼환신.
잠시 후,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빛줄기가 삼환신의 머리 위에 내려오자, 삼환신은 하준에게 당부의 말을 건네며, 자신들을 데리러 온 빛줄기 너머로 사라져 갔다.
"하준이라 하는 소년이여. 넌 이제부터 아트몬을 부활시키려는 자의 악행에 맞서 싸울 것이다." (오벨리스크)
"뭐라구요...?! 그런 야망을 품은 자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런 야망을 품은 자가... 아직 이 세상에 남아있단 말이에요?!"
"그렇다. 그리고 그 자는, 어리석고도 불경스러운 짓을 마다하지 않는 자이니." (라)
"소년이여. 넌 이제부터 다가올 어둠을 맞이하기 위해, 앞으로 수행을 게을리 해선 안될 것이다." (오시리스)
"그 자는 자신이 모시는 악신을 다시 이 세상에 불러 들이려 할 것이니. 너의 힘으로 그 자의 추악한 야망을 저지해라!" (오벨리스크)
"제... 제가요?! 전 그 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또 그 자의 얼굴도 모르는데요...?!"
"걱정하지 마라. 어둠은 반드시 네 앞에 나타날 것이다." (오벨리스크)
"불경한 짓을 마다하지 않는 어리석고 가증스러운 자에게, 네가 가진 힘을 보여 주거라!" (오시리스)
"가거라, 인간 소년이여! 사악한 자를 재림시키려는, 어리석은 자의 불경한 야망을 막아라!!!" (라)
삼환신의 당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삼환신을 데리러 온 한 줄기의 섬광은, 하준 역시 원래 있어야 할 곳, 트와일라잇 시티에 위치한 하준의 집으로 보내 주었다.
하준이 꿈 속에서 삼환신의 당부를 듣고 있던, 새벽 2시 정도의 시각.
자신들에게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기 루나 시티를 순찰하고 있던 철수와 후우리 커플은, 어둠 속에서 나타난 어느 듀얼리스트에게, 문자 그대로 손도 발도 쓰지 못하고, 속된 말로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탈탈 털려버린 상황이었다.
우주 연방국 특수 경찰 팀, "시큐리티 포스"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철수와 후우리 커플을 말 그대로 어린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 이 남성 듀얼리스트는, 1 대 2라는 페널티가 있음에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 남성 듀얼리스트가 철수와 후우리 커플을 탈탈 털어버렸을 때 사용한 몬스터의 정체는, 바로 듀얼 몬스터즈의 신이라 불리는 삼환신, [오벨리스크의 거신병], [오시리스의 천공룡], 그리고 [라의 익신룡]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남자가 사용한 삼환신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진짜 삼환신이 아닌, 그저 삼환신의 모습과 능력만 베낀 복제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복제품이라 해도 삼환신이라 불리는 몬스터들의 위용은 무시할 것이 못 되는 것.
두 사람과의 듀얼에서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며 삼환신을 모두 필드 위에 불러낸 이 남성은, 후우리의 에이스 몬스터인 [BF-풀아머드 윙]과 [블랙 페더 어썰트 드래곤], 철수의 [VS 카이저 바리우스]를 포함한 주력 카드들을 모조리 무력화시키는, 평범한 듀얼리스트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비록 모습과 능력만 복제된 복제품이긴 하지만,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신들의 압도적인 힘 앞에, 단 1 포인트의 대미지도 주지 못 한 철수와 후우리.
이들은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는 신이라는 존재가 휘두르는 힘 앞에서, 자신들이 무력하게 당해야 하는 현실을 저주하였다.
"젠장!!!" (후우리)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기라고!!!" (철수)
"이제 준비한 수는 다 떨어졌나보지?"
"크윽...!!!!"
"그럼 잘 가라, 어리석은 자들이여. 자, 가라! 삼환신이여! 우매한 자들에게, 너희의 힘을 보여줘라!!!"
의문의 사내가 명령을 내리기가 무섭게, 철수와 후우리에게 신이라는 존재의 힘을 뼛속까지 새기는 복제품 삼환신들.
오벨리스크의 주먹이 먼저 후우리 앞에 내리 꽂히고, 그 뒤로 오시리스의 번개와 라의 불꽃이 작렬한다.
복제 삼환신이 휘두르는 강력한 힘에 의해, 루나 시티에는 강렬한 섬광 기둥이 솟아 올랐다.
강렬한 섬광이 존재를 서서히 감추자, 방금 전까지 자리에 있다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복제품 삼환신을 다루는 사내와, 삼환신의 압도적인 힘 앞에 쓰러진 철수와 후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과연 이 사내의 정체는 무엇이고, 또 무슨 이유로 사악한 신을 다시 이 세상에 불러내려는 것일까?
그것에 대한 정보는, 아직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단지, 사악한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다시 이 세상에 불러내기 위해,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삼환신을 복제하고, 복제한 삼환신을 사용해 듀얼리스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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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14화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선 이번 시즌의 서막을 알리는 에피소드를 써 보았습니다.
서막이 14화만에 나왔다는 건 양해해 주시길...ㅠㅠ
참고로 이 팬픽에 등장한 삼환신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삼환신의 설정을 따라갈 예정입니다.
그렇기에 효과도 아마 OCG 버전이 아니라 애니 버전으로 묘사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빌런은 어떻게 요리를 해야 좋으려나...
아무튼 이제 빌런 등장으로 연재 시작한 트와일라잇 스토리,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어째 제 팬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끝까지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ㅠㅠ)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