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저무는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에 위치한 듀얼 필드.
꿀맛 같은 주말을 맞아 듀얼 필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10살 소년, 하준과 키벨은, 오늘도 듀얼리스트의 기본 소양인 듀얼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듀얼 훈련에 집중하느라 이마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두 소년의 미모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매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듀얼 필드에서 조금 떨어진 커다란 등나무 뒤에 숨어, 햇살과 같이 화사하게 빛나는 소년들의 미모를 카메라로 찍으며, 입가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등나무 뒤에서 소년들을 촬영하며 하악대고 있는 이 여성의 정체는, 바로 정령계에서 소문 난 트레저 헌터, "흑마녀 디아벨스타". 통칭 "벨"이라고 불리는 여성이다.
벨이라 불리는 이 여성은 온 몸을 검은 후드가 달린 로브로 감싸고, 오른쪽 눈을 붉은 가면으로 가리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벨의 아리따운 미모를 가리기엔 부족했다.
정령계에서도 도도함을 풍기는 아리따운 벨의 외모에 반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그녀를 따라 다니는 이들이 많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디아벨스타 본인도 모르는 개인 팬 클럽이 존재한다고 전해지며, 얼핏 보면 차갑게 굴 것만 같은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는 디아벨스타.
그러나 그녀 역시 인간형 정령이었기에, 그녀에게도 성격에 허점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존재했다.
벨의 성격에서 허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귀여운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사족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벨은 자신의 눈에 귀엽게 보이는 모든 것을 과하게 좋아하며, 그것은 자신이 모으고 다니는 "죄보"라 불리는 보물처럼, 어느 물건에만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벨은 자신의 눈에 귀엽게 보이는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사족을 쓰지 못하며, 특히 인간 중에선 어린아이를 좋아한다는,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로리콘", "쇼타콘"이라고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벨에게 있어 가장 친한 친구를 꼽자면, 아마 자신과 똑같이 귀엽게 생긴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지금 듀얼 필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키벨의 큰 누나, 로제를 빼 놓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도 듀얼 필드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귀요미 소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이 보면 곧장 경찰서에 신고할 것만 같은, 딱 봐도 굉장히 수상하고 위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벨.
누가 봐도 위험하면서도 수상한 아우라를 팍팍 풍기며, 등나무 뒤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귀여운 소년들의 외모를 촬영하는 벨의 눈동자에는, 이 세상에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을 막지 못 할 것이라 말할 것처럼, 강한 의지가 담긴 붉은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충분한 사진 양을 확보한 뒤, 벨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듀얼 필드 근처에 있는 소년들의 눈을 피해, 적당한 곳으로 몸을 옮기려 하였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옛말은, 괜히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자신들을 향해 풀풀 풍기는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진지함 가득 묻어 나오는 표정으로 벨이 숨어있는 등나무 앞에 서 있는 소년들.
자신 주변에 풍기기 시작하는 살벌한 분위기를 감지한 벨은, 이 곳에서 소년들 눈을 피해 재빠르게 도망치려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내 그 생각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고이 접어, 머나먼 하늘 위로 멀리 날려 보냈다.
등나무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소년들을 순식간에 헤치고 나아간다면, 소년들이 당장 경찰에 신고해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여기서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는 것보다, 차라리 소년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리라.
벨은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내쉬며, 등나무 앞에 서 있는 소년들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벨 누나였네요." (키벨)
"하아...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니?"
"그거야, 그렇게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면, 눈치 못 채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요?" (준)
"눈치 하나는 빠르네."
"그래서, 왜 거기서 저희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계셨어요?"
"육하원칙에 입각해서, 정확하게 말씀해 주셔야 할 거에요."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했던가. 등나무 뒤에 숨었다 해도, 눈에 확 띄는 컴컴한 복장을 하고, 수상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벨을 진작에 눈치 챈 하준과 키벨은, 벨에게 자신들을 촬영하고 있었던 이유를, 육하원칙에 입각해 정확하게 설명할 것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어쩌면 "권유"라고 표현하기보다, "협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
두 소년의 살벌한 협박에 벨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등나무 뒤에서 카메라 촬영을 하고 있던 이유를 차근차근, 정확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벨이 소년들을 촬영하고 있었던 이유를 육하원칙을 통해 매우 상세하고,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정확하게 들은 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키벨은 한숨을 내쉬며 넋두리를 읊기 시작했다.
"역시 로제 누나 의뢰였군요. 하여튼 못 말리는 누나라니까."
"이런 의뢰는 거의 로제 누나 아니면 앤 누나가 하는 편이지. 벨 누나가 친구를 잘 사귀어도 너무 잘 사귄 것 같아."
"잘 사귄 정도가 아니지. 그 세 사람이 모이면 서로 아주 짝짝쿵이 잘 맞아서, 아마 하루가 다 가는지도 모를 정도야."
"엣헴!"
"칭찬하는 거 아니거든요."
"그래? 그럼 그렇다 치자."
"하여간 능청스럽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사람이야..."
"샬롯 형보다 더 능청스러운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샬롯 형은 그냥 천생이 느끼한 사람인 거고, 벨 누나는 로리콘에 쇼타콘이라 위험한 사람인 거지."
"야, 너희들! 지금 누구 보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거야?!"
"누나요."
"난 위험한 사람 아니거든?! 물론 위험한 일을 많이 하기는 하는데... 아니, 이게 아니지! 그런 의미로 위험한 의미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아무튼! 난 절.대! 저~~~~~~얼대로!!!! 그런 의미로 위험한 사람이 아니야! 알겠어?!"
"네, 네."
키벨의 넋두리에 속에서 무언가를 찔리기라도 했는지, 머리에 빠직 마크를 띄우며 자신은 절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벨.
벨의 말을 하준과 키벨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며, 그다지 진지하게 듣고 있지 않는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자신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두 소년의 모습을 목격한 벨은, 자신이 정말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듀얼을 해 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며, 정령계에서 도도하고 아름다운 흑마녀로 유명한 자신을 수상한 취향을 가진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두 소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벨의 도전장에 두 소년은 당황하였지만, 이내 듀얼리스트의 도리를 자각하고, 벨에게 도전할 사람을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듀얼리스트의 도리. 그것은 다른 듀얼리스트가 자신에게 도전을 걸어오면, 특별한 사정이 아닌 한 무조건 도전에 응해 듀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당연한 도리에 응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마친 하준과 키벨.
가위바위보 결과, 벨에게 도전할 듀얼리스트는 바로 키벨이었다.
똘망똘망 빛나는 눈동자 안에서 듀얼리스트의 투지를 발현하는 키벨을 바라보는 벨의 눈동자에는,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위험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핑크빛으로 빛나는 하트 두 개가 띄워져 있었다.
듀얼 필드에 비치된 자리에 마주선 두 사람의 듀얼리스트, 키벨레우스와 흑마녀 디아벨스타.
하준은 친구 키벨을 향해 힘찬 목소리로 응원을 건넸고, 친구의 응원에 키벨은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자신은 이 듀얼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였다.
서로 왼팔에 이번 듀얼에서 사용할 덱이 세팅되어 있는 듀얼 디스크를 장착한 두 사람의 눈동자에선, 이 듀얼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붉은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트와일라잇 시티의 귀여운 10살 소년 듀얼리스트 키벨레우스와, 정령계의 도도한 흑마녀, 디아벨스타의 듀얼.
이 듀얼에서 승리를 거둘 듀얼리스트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그 듀얼의 결과를 보이기 위해, 듀얼이 지금 시작된다.
""듀얼!!!!""
키벨's LP : 8000
디아벨스타's LP : 8000
듀얼 필드 주변에 힘차게 울려 퍼지는 두 사람의 듀얼 선언.
두 사람의 듀얼 선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듀얼 디스크의 솔리드 비전은 선후공을 결정하기 위해 듀얼 코인을 비추었다.
쨍 하고 울려 퍼지는 맑은 소리와 함께, 듀얼 필드 위로 날아 오르는 듀얼 코인.
땅으로 내려온 듀얼 코인은 앞면을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고, 선공을 가져가게 된 듀얼리스트는, 바로 디아벨스타였다.
"아깝게 됐네, 키벨."
"쳇..."
"그럼 선공은 가져갈게. 난 패에서 필드 마법, [사안신전 스네이크아이]를 발동!"
선공을 잡은 벨은 듀얼이 시작되기 무섭게, 손에 쥐고 있던 다섯 장의 카드 중 한 장, [사안신전 스네이크아이]를 듀얼 디스크에 설치된 필드 존에 꽂았다.
[사안신전 스네이크아이]가 필드 존에 꽂히자, 듀얼 필드에는 주변에 있는 이들이 오한을 느낄 정도로 불길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녀 벨의 등 뒤에는 붉게 번뜩이는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그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마치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 안광을 붉게 번뜩이는 거대한 눈동자.
날카로운 뱀의 눈을 형상화한 붉은 눈동자 주변에는, 이 듀얼 필드에 들어온 침입자를 단죄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내세우는 기운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듀얼 필드를 둘러싼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벨의 등 뒤에 나타난 붉은 눈동자를 보자마자, 벨이 사용하는 덱의 정체를 단번에 눈치챈 키벨.
[스네이크아이] 덱을 사용하는 벨에게 맞서는 키벨의 이마에는, 어슴푸레한 새벽 시간에 풀잎 위에 맺히는 이슬과도 같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고, 얼굴 표정은 긴장감이라고 하는 감정이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스네이크아이]...!!!"
"후훗. 어떠니, 키벨 쨩?"
"이거 힘든 상대를 만난 것 같네요."
"벌써 겁을 먹으면, 나중에 가선 아주 기절하겠는 걸? 그럼 [사안신전 스네이크아이]의 효과 처리로, 난 덱에 있는 [스네이크아이 엑셀]을 지속 마법 카드로 취급하고, 내 마법/함정 존에 놓을게."
벨이 능청스러운 말을 건네며 [사안신전 스네이크아이]의 효과를 처리하자, 벨의 필드 위에는 지금 등 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눈동자보다 작긴 하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불타는 눈동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벨의 필드 위에서 안광을 번뜩이는 눈동자를 본 키벨은, [스네이크아이] 덱의 초동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냐며, 자신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긴장감이라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감정이라는 것은, 자신이 숨긴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만 가지고는 쉽게 숨겨지지 않는 것이다.
키벨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있지만, 그 속에서 숨지 못한 긴장감이라고 하는 감정을 재빠르게 캐치한 벨은, 벌써부터 긴장하면 곤란하다고 능청스럽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카드 2장을 필드 위에 세트한 뒤, 자신의 턴을 마치겠다고 선언하였다.
벨이 필드 위에 4장의 카드를 전개하고 턴 엔드를 선언하자,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하며 턴을 이어받는 키벨.
자신의 패에 쥐어진 여섯 장의 카드를 천천히 훑어보는 키벨의 눈동자는, 긴장감이라고 하는 감정이 계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트와일라잇 시티의 귀여운 10살 소년 듀얼리스트 키벨레우스와, 정령계의 명성 높은 트레저 헌터, 흑마녀 디아벨스타의 듀얼.
이 듀얼에서 승리를 거두게 될 듀얼리스트는, 과연 어떤 이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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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6화 연재 완료!
이번 편은 상당히 오랜만에 듀얼 에피소드 초입을 써 보았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긴 했어도, 그냥 벨의 선턴만 진행하고 때워 버렸지만 말이죠...ㅠㅠ
오랜만에 쓰는 듀얼 에피소드... 과연 무사히 마칠 수 있을 지 걱정됩니다... ㅠㅠ
이 듀얼 에피소드가 무사히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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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키벨은 쇼타콘 마녀와의 듀얼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 23.11.24 00:3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