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대도시, 트와일라잇 시티에 위치한 하준 가족의 집.
하준 가족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두 명의 아이를 돌보며,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는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보낼 수 있는 개인 시간을 갖는다.
살짝 적갈색 빛이 도는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릿결을 자랑하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을 것만 같은, 검은색과 갈색을 띤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이 이야기의 주인공, 10살 소년 듀얼리스트 하준.
이 소년의 눈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가 가진 귀여운 외모와, 하준이라는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매력에 빠져, 하준의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문 용어(?)로 "쇼타콘"이라 불리는 세 명의 여인이 이 트와일라잇 시티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들, 그리고 일부 형들에게 인기 만 점 미소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하준.
오늘은 하준이 다니는 학교, 황혼 초등학교가 개교 기념일을 맞아, 황혼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들, 그리고 황혼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기에, 하준 역시 집에서 꿀맛 같이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준 가족의 작은 무법자라 불리며 집 안을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조카 태양은 누나 하윤, 매형 현월과 같이 병원에 예방 접종을 받으러 갔고, 또 다른 조카인 도원 역시 형 하림과 형수 청월 부부와 함께 예방 접종 겸 산책을 하러 나갔기에, 집에는 하준만이 혼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휴식 도중에도 학교에서 내 준 숙제들을 해치우는 건 물론이요, 듀얼리스트라면 절대 잊어선 안 될 듀얼 디스크와 덱 점검도 잊지 않고 실행하는 하준.
그렇게 학교 숙제와 점검까지 모두 마친 하준은, 여유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을 확인하자, 순수한 어린아이가 지을 수 있는 천진난만하고 환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자신의 노트북 전원을 켠 뒤 인터넷 세상 속에서 조용히 일렁이는 파도 위에 올라탔다.
인터넷 세상이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서핑을 즐기던 하준은, D튜브를 탐방하던 도중 자신의 두 눈을 사로잡는 영상 하나를 발견하자, 맑은 빛을 일렁이는 눈동자를 크게 띄우며,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마우스 커서를 조작해, 자신의 두 눈을 사로잡은 영상을 감상하였다.
맑고 순수한 눈동자를 가진 소년, 하준의 시선을 사로잡은 영상은, 바로 어느 특수 촬영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
영상에는 어느 청년이 녹색의 쌍검을 움켜쥔 채, 한 괴인과 숙명의 대결을 펼치려는 모습이 비춰져 있었다.
마치 거칠게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검을 휘두르는 청년과, 청년이 휘두르는 쌍검을 자신의 검술로 맞받아치는 괴인.
검은 몸체에는 뼈 장식이 군데군데 새겨져 있고, 양 쪽 어깨에는 당장이라도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물어 뜯어버릴 것만 같은 난폭한 야성을 가진 늑대 모양의 장식을 단 괴인.
이 괴인은 외형으로만 보았을 땐 자신에게 삶을 살아가는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 자신과 맞붙고 있는 쌍검을 휘두르는 청년과 검을 주고 받음으로써,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깨달은 것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과 검을 맞대는 청년을 향해 조금 더 자신을 즐겁게 해 보라며, 보는 이에 따라선 악에 받힌 듯한, 그렇지만 괴인 자신에게 있어서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은 이가 느낄 수 있는 희열이라는 감정을 듬뿍 담아 큰 소리로 외쳤다.
괴인이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뼈 모양을 한 검을 붙잡고 기쁨에 북받쳐 포효하자, 녹색의 쌍검을 휘두르는 청년은 마음 속에 결의라는 감정을 품고, 자신이 쥐고 있는 검에 맹세하는 듯한 의연한 표정을 지으며, 괴인이 휘두르는 검을 다시 한 번 자신의 쌍검으로 맞받아쳤다.
검과 검이 부딪히고, 두 명의 검사가 주고 받는 검격에 주변에는 붉은 빛의 핏방울과 투명한 빛을 띠는 땀방울이 튀며, 먼지가 일어나는 것 따위는 검을 겨루는 두 명의 검사, 그리고 이 영상을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고 있는 하준에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을 부딪히며, 서로가 가진 모든 힘과 기술을 주고 받는 두 명의 검사.
이 두 명의 검사는 검을 부딪히는 중간에, 서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과는 반대되는 말을 서로에게 내뱉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 참... 너 같은 녀석한테, 말을 거는 게 아니었는데..."
"그래... 너 같은 녀석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더 이상, 만날 일 없다...!!!"
서로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을 주고 받으며, 자신이 다루는 검을 격하게 부딪히는 두 명의 검사.
불꽃이 튀는 치열한 대결 끝에 승리를 거머쥔 쪽은, 바로 녹색 쌍검을 다루는 청년 검사였다.
자신의 상대인 괴인 검사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베어 가르는 검사의 두 눈동자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묻어 나왔다.
두 검사의 대결 내내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안티아의 솔로 발라드 곡, "Will Save Us"가, 녹색 쌍검을 다루는 검사의 슬픔,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희열에 몸부림 치는 괴인의 심정,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진 감정과 결의를, 매우 애절하고 슬프게 표현하고 있었다.
D튜브 탐방 도중 우연히 시선을 빼앗겨, 끝내 영상의 마지막 부분까지 모두 지켜 본 하준은, 이 영상을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0살 소년 하준의 순수한 감성을 절절하게 적신 이 영상은, 과연 하준에게 있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D튜브를 통해 우연히 접한 영상 덕에, 하준은 사람이 누구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감성이라는 것에 물을 주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이후 아케르나와 알파드 남매 등 여러 듀얼 스트리머들이 D튜브에 업로드한 듀얼 영상들을 찾아 보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듀얼 택틱스 성장에 촉진제를 가하는 하준.
하준은 잠시 후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하준의 연락을 받은 이는 바로 키벨이었다.
"여보세요?"
"나야, 키벨."
"아, 준이구나. 무슨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혹시 지금 뭐 하고 있나 싶어서."
"나야 뭐 숙제랑 점검 끝내고 D튜브 탐방 중이지."
"너도? 나도 지금 그러고 있는데."
"우리 무슨 텔레파시 같은 거 주고 받나 보다. 숙제랑 디스크, 덱 점검 끝내고 D튜브 서핑하는 게 완전 똑같잖아?"
"그런가 봐. 혹시 너도 그 영상 봤어?"
"무슨 영상?"
"특수 촬영 드라마에 나온 한 장면을 업로드한 영상인데, 두 검사가 서로 슬픔과 결의 속에서 검을 부딪히는 장면이야."
"아, 그거? 나도 봤지. 그거 진짜 명장면 중에 명장면이야. 서로 슬픔과 결의 속에서 검을 부딪히며,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쏟아내는... 크으...!!!"
"그렇지? 거기서 흘러 나오는 안티아 누나의 will save us도, 애절한 분위기를 한 층 더 살려주는 곡이라고 생각해."
"나도 그래. 안티아 누나가 에우로페 활동하면서 낸 앨범에 수록된 그 솔로곡이, 결투 분위기를 더욱 애절하게 만들었지."
"진짜 우리 뭐 통하는 게 많은 것 같아. 아니면, 자주 어울려 다니다 보니까 통하는 게 많이 생긴 건가?"
"그럴 지도 모르지."
스마트폰 너머로 자신들이 어느새 스스럼없이 다른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 일명 "찐친"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자, 입가에 미소를 활짝 띄우는 하준과 키벨.
잠시 후, 키벨은 어느새 자신 옆에 나타나 스마트폰을 낚아채고, 자신의 통화 상대인 친구 하준을 향해, 격앙된 톤으로 언제든 집에 놀러 오라고 말하는 큰누나 로젤리아를 바라보며, 큰누나 로제가 가진 저 "쇼타콘"이라고 하는 취향은 대체 언제 사그라지는 것일까 싶은 썩은 표정을 지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텐션을 자랑하며 하준을 향해 언제든 집에 놀러 오라고 말하는 로제를 바라보는 다른 형제들은, 로제가 저러는 것은 이미 일상에서 질리도록 많이 봐왔기에,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며 해탈한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로제의 높은 텐션에, 하준 역시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건 마찬가지.
로제의 하늘 높이 치솟는 저 세상 텐션으로 인해, 하준은 그저 어쩔 줄 몰라하는 멋쩍은 웃음소리만 내며, 로제가 통화를 끝낼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렇게 로제와의 통화를 끝내고, 키벨과 함께 아케루스 파크에서 만난 하준.
두 소년은 서로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 받은 뒤, 아케루스 파크 중앙에 세워져 있는 위령비 앞에 멈추어 서서,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희생된 이들이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라 주었다.
소년들과 함께 위령비 앞에서 희생된 이들을 위해 고개 숙여 묵념하는 알리시와 마리아 커플.
위령비 앞에서 두 소년과 만나 위령비에 새겨진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한 쌍의 선남선녀 커플은, 부디 희생자들의 영혼이 좋은 곳에 무사히 당도하였기를 바라 주었다.
그렇게 하루는 또 붉은 빛을 띠는 노을과 함께, 매우 아름답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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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2화 연재 완료!
이번 편은 개교 기념일을 맞아 휴일을 보내는 준이의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이번 편에 나온 그 영상이 무슨 작품인지는, 아마 아실 분들은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막판에 로제의 텐션을 견디지 못하는 준이에겐 그저 묵념을...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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