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햇빛 가득한 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어떤 날은 흐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돌풍을 동반한 강한 비가 오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날은 악천후라는 말로도 부족한 재해에 가까운 날씨를 마주하기도 한다.
"드디어 집이다..."
아름다운 황혼으로 유명한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의 아홉 남매에게도 그건 다를 바가 없었다. 각자 태어난 시간과 사정은 달랐을지언정 비바람불고 눈보라치는 시간을 홀로, 혹은 함께 버텨왔지만 그 강도는 다소 덜할지언정 종종 찾아오는 흐리고 어둡고 춥고 축축한 시간을 보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보물'이라고 하는 영문 모를 것 때문에 조용히 살아가려던 남매는 또 한 번 홍역을 치러야만 했었다.
"아오, 진짜... 왜 우리까지 그 보물인지 구정물인지에 휘말려야 하는 건데..."
스카일러의 투덜거림은 의도치 않게 홍역을 치렀던 아홉 남매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나마 남매는 어디까지나 보물 사태의 조연 수준에 지나지 않았기에 사태의 중심에 서있었던 인물들에 비하면야 사지 멀쩡한 편이었지만 그렇다해도 피곤한 일에 휘말린 건 다를 바 없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좀 쉬자."
바르바스의 말대로 아홉 남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휴식이었다. 폭풍의 눈 속의 고요함이 아닌 폭풍이 지나간 후에 찾아온 햇빛은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법이었다.
*
그런 일들도 있기 마련이었고, 사소하게 피곤한 일들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홉 남매는 늘 그랬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주말의 어느 화창한 날, 키벨의 방에 살며시 놀러온 로제는 동생이 헤드폰을 통해 어떤 노래를 듣고 있다는 것을 보고선 그가 노래를 다 들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며 귀여운 남동생의 모습을 구경하고자 했었다.
"응? 로제 누나야?"
"어라라. 네가 노래를 다 들을 때까지 기다려볼까 했는데."
하지만 이미 키벨은 노래를 청취하던 와중에도 자기 누나인 로제가 자기 방에 왔다는 것을 눈치챈 다음이었고, 덕분에 즐겁게 남동생의 모습을 구경하려던 로제의 작은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누나도 참. 이런 게 뭐 한 두 번도 아니고.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응? 별 일은 없고, 그냥 네 얼굴 또 보고 싶어서."
"정말이지... 아니, 그건 됐고. 기왕 온 거, 누나도 같이 노래 한 곡 들어볼래? 연식은 좀 있지만, 그래도 들어줄 만할 거야."
"그럼 한 번 들어볼까?"
그럼에도 키벨은 기꺼이 자신의 헤드폰을 빼고 누나와 함께 자신이 듣던 곡을 컴퓨터를 통해 재생했다. 상당히 연식이 느껴지는 곡인데다 우울한 분위기를 내는데 주로 이용되는 단조로 이루어진 곡이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그 내용은 밝기 그지없었다.
Sunny, yesterday my life was filled with rain
써니, 어제의 내 삶은 비로 가득했는데
Sunny, you smiled at me and really eased the pain
써니, 너는 내게 웃어주었고 정말 내 아픔을 잘 달래주었지
The dark days are gone, and the bright days are here
어두운 날은 가고, 밝은 날이 왔어
My Sunny one shines so sincere
나의 써니는 너무도 진심으로 빛이 나네
Sunny one so true, I love you
써니도 진심이라네, 나는 너를 사랑해
Sunny, thank you for the sunshine bouquet
써니, 햇빛이 담긴 꽃다발을 줘서 고마워
Sunny, thank you for the love you brought my way
써니, 나의 길에 가져다준 사랑에 대해 감사해
You gave to me your all and all
넌 내게 모든 것을 주었지
Now I feel ten feet tall
마치 내 키가 10피트만큼 커진 느낌이야
Sunny one so true, I love you
써니도 진심이라네, 나는 너를 사랑해
Sunny, thank you for the truth you let me see
써니, 내게 보여준 진실들에 대해 감사해
Sunny, thank you for the facts from A to Z
써니, A부터 Z까지 모든 사실들에 감사해
My life was torn like a windblown sand
내 인생은 바람에 날려간 모래처럼 부서졌지만
And the rock was formed when you held my hand
그대가 내 손을 잡아주었을 땐 마치 바위가 생겨난 듯해
Sunny one so true, I love you
써니도 진심이라네, 나는 너를 사랑해
Sunny
써니
Sunny, thank you for the smile upon your face
써니,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어줘서 고마워
Sunny, thank you for the gleam that shows its grace
써니, 우아한 반짝임을 보여줘서 고마워
You're my spark of nature's fire
너는 자연의 불에서 나는 불꽃같아
You're my sweet complete desire
너는 나의 달콤하고도 완벽한 욕망 같아
Sunny one so true, I love you
써니도 진심이라네, 나는 너를 사랑해
I love you
나는 너를 사랑해
노래가 틀어지는 내내, 로제는 키벨의 손을 잡으며 힘들게 살아오던 예전의 그 기억을 재차 떠올리고 있었다. 미래는 고사하고 내일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그 시절, 다만 서로에게 의지해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괴로운 나날을 버텨왔고, 이제와서 좋은 추억으로 남길 이유따윈 추호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흘러나오니 기억이 흘러나오고, 기억이 흘러나오니 서로의 온기가 느껴졌다.
저나 제 동생... 어쩌면 다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제 형제자매들도 그 샤키르 나셸의 피를 이어받았단 이유만으로 차별당하고 기피당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꼭 증명하고 싶었어요. 샤키르 나셸의 피가 반드시 제 2의 암흑 날개가 되는 건 아니라고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로제는 중학생 시절 인터뷰이로서 했던 말을 재차 곱씹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결국 사실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던 로제는 이내 침대에 앉아 함께 노래를 듣던 키벨을 끌어안아주고 있었다.
"키벨, 앞으로도 우리, 잘해보자?"
"왜 그래, 새삼스럽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다시 한 번 서로를 끌어안은 키벨과 로제였다.
바깥의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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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끝
이제 앞으로는 제 작품에 좀 더 신경써야겠읍니다
리바이브 버전은 언제 나올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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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끝이군요 좋아 저도 한번 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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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탭이 어느새 잡답으로? | 23.11.05 00: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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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했읍니다 | 23.11.05 13: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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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에나 다시 가동될지 장담은 못 합니다 :( | 23.11.05 13: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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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입니다 :( | 23.11.06 18: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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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ㅠㅠ 리부트는 꼭꼭꼭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 23.11.06 22: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