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몬 LP 8000
마리아 LP 8000
눈 앞의 소녀를 매개체삼아 나타난 아트몬을 보며 마리아는 7년 전의 기억이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억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고, 죽어서도 잊지 못 할 기억이었다. 그런 지독한 기억을 안겨준 어둠의 신을 한 때는 그 무엇보다도 진심을 담아 숭배하고 섬겼으니 그런 자신이 바보같아도 이리 바보같을 수 없었다.
타락한 자의 모습은 정말이지 안타깝기 그지없군. 한때는 찬란하게 빛나던 마카리아라는 듀얼리스트가, 지금은 이런꼴 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다니.
장수는 자신과 맞붙은 호적수를 쉽게 잊지 않는다. 그런데 저 여자에게선 장수의 기백이 보이지않는군.
가엾은 자로군. 장수는 한 번의 전투에서 패배하였다 해도, 그 패배를 교훈 삼아 다시 싸울 의지를 다져야하거늘. 그대는 어째서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 하고 그런 암흑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
스트에게 처절하게 무너져버렸던 그 날의 자신이 정말로 빛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트몬과의 복수전을 치르려는 마리아의 머릿속에서 그 날의 기억들이 재차 플래시백되고 있었고, 자신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지었던 그 날의 일격을 재차 떠올리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말해두겠어! 그 증오와 분노를 아무리 모은들 그 끝엔 아무 것도 없어! 그리고, 네 과거가 얼마나 비참했던지 간에, 그게 네 악행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았다. 비참한 과거와 면죄부는 아무 상관이 없었고, 분노와 증오를 아무리 끌어모은들 그 끝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끝까지 스트에게 몇 수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 앞의 일부터 신경써야했다.
"패에서 [원 포 원]을 발동. 이걸로 패의 [암흑의 소환신]을 버리고, [혼돈의 소환신]을 덱에서 특수 소환하겠다."
"[환마]인가... 참 너다운 덱이군."
혼돈의 소환신 / 악마족 / 어둠 / ★1 / ATK 0 / DEF 0 / 효과
아트몬의 첫 수는 [혼돈의 소환신]이었다. 그말인즉 초장부터 공격력 4000이라는 무시 못 할 벽이 눈 앞에 쳐진다는 소리였다.
"이어서 [칠정의 해문]을 발동. 이걸로 [번개황제 하몬]을 덱에서 패에 넣겠다. 그리고..."
"[혼돈의 소환신]의 효과 발동인가."
"정답이다. [혼돈의 소환신]을 릴리스하여 그 효과를 발동! 나오거라, 벼락을 휘감은 하늘의 환마! [번개황제 하몬]!"
번개황제 하몬 / 번개족 / 빛 / ★10 / ATK 4000 / DEF 4000 / 특수 소환 / 효과
아트몬의 [혼돈의 소환신]이 한 줄기 거대한 벼락과 함께 갈가리 찢어지고, 그 자리에는 금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마물이 번개를 휘감은 채 아트몬의 수족이 되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어서 패 1장을 버리고 [칠정의 해문]의 효과 발동. 이걸로 묘지의 [암흑의 소환신]을 특수 소환한다."
암흑의 소환신 / 악마족 / 어둠 / ★5 / ATK 0 / DEF 0 / 효과
겹쳐잡힌 2장째의 [칠정의 해문]을 코스트로 아트몬은 새로운 어둠의 수족을 불러냈고, 더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이 방금 소환했던 [암흑의 소환신]의 효과를 발동했다.
"그리고 [암흑의 소환신]의 효과! 자기 자신을 코스트로, 덱에서 새로운 환마를 불러내겠다!"
"뭘 부를지야 뻔하지..."
"나오거라! 환마의 정점! [환마황제 라비엘]!"
환마황제 라비엘 / 악마족 / 어둠 / ★10 / ATK 4000 / DEF 4000 / 특수 소환 / 효과
이번에는 [암흑의 소환신]이 어둠에 휘감겨 녹아버리듯 사라지더니, 곧 푸른 빛을 띤 거구의 마신이 아트몬 눈 앞에 우뚝 서있었다. 비록 [암흑의 소환신]의 제약으로 소환된 턴에는 공격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선공 첫 번째 턴이었으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상황이었다.
"시작부터 공격력 4000의 몬스터가 2장... 우우, 무서워라."
"그 비꼼을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혼돈의 소환신]의 효과. 묘지의 이 카드를 제외해 덱의 [실락원]을..."
"안 되지. [하루 우라라]의 효과 발동. 미안하지만 네 마음대로 되는 꼴은 절대 못 봐."
그러나 마리아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실락원]의 서치까지 허용해 줄 마음은 일절 없었던 마리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패의 [하루 우라라]를 버려 그 효과를 차단했고, 아트몬은 패에 남은 [환마황제 라비엘-천계유린권] 1장을 두고서 별 수 없이 턴을 넘겨야했다.
"하지만 그런 카드를 쥐고 있었으면서도 왜 [암흑의 소환신]의 효과에 체인하지 않았던게지?"
"그야... 살을 내주고 뼈를 칠 뿐이지.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실락원]이 없는 환마는 그저 덩치만 큰 허우대나 다름없고."
그렇게 말했지만 정확히는 반 정도만 맞는 말이었다. [실락원]의 강력한 내성 부여 효과와 무제한의 2장 드로우 효과를 차단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상대 필드에 공격력 4000의 몬스터가 2장이나 건재한 와중에 다음 턴에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뽑는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이번 드로우에서 아무 것도 건지지 못 한다면 사실상 아트몬에게 자기 목을 내주는 꼴이 되었다.
"이 드로우는... 두 번없을 드로우...!"
그렇기에 마리아는 자신의 모든 혼과 정신을 담아 이 첫 번째 드로우에 모든 것을 내걸고 있었다. 아트몬에게 절망을 안겨줄 한 수가 지금 여기서 나오길 바라면서.
"후우... 아무래도 네 바람은 여기까지인가봐."
"뭐라?"
자신이 드로우한 카드를 확인한 마리아는 복수의 기회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음에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마법 카드, [트레이드 인]. 패의 [두아무테프]를 버려 2장 드로우. 이어서... [왕의 관]을 발동!"
"뭣이...?"
마리아가 새로이 맞춘 [호루스] 덱의 중핵 중의 중핵이자 [트레이드 인]의 효과로 한 번에 뽑아내는데 성공한 [왕의 관]이 그녀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서 그녀는 자신이 막 발동한 [왕의 관]의 효과를 발동했다.
"이어서 [왕의 관]의 효과 발동. [케벤세누스]를 패에서 버리고, 덱에서 [하피]를 묘지로 보낸다. 그리고 대다수의 [호루스] 몬스터들은 [왕의 관]이 내 필드에 존재하면 자신의 효과로 묘지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어."
"으음...!"
"자, 그 중후하고도 웅장한 관 속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두아무테프], [케벤세누스]의 2장을 특수 소환!"
호루스의 축복-두아무테프 / 야수족 / 물 / ★8 / ATK 0 / DEF 0 / 효과
호루스의 가호-케벤세누스 / 비행야수족 / 땅 / ★8 / ATK 2500 / DEF 2000 / 효과
호루스의 축복-두아무테프 ATK / DEF 0 → 2400
마리아의 [왕의 관]이 일순 열리고, 그와 함께 단숨에 마리아의 필드에 레벨 8의 몬스터가 2장이나 모습을 드러내고, 아트몬은 이게 무슨 수작인가싶어 자신도 모르게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몬스터를 내놓고 당당해질 수는 없을 터인데..."
"이봐, 어둠이. 네 딱딱한 머리에 새로운 지식을 우겨넣을 때가 되었는데, 준비는 되었어?"
"뭐라?"
승리를 확신한 마리아의 표정에서 아트몬은 이를데없이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고, 그 불쾌함은 이윽고 불길함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곧 이해하게 될 거야. [두아무테프]와 [케벤세누스]의 2장으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엑시즈 소환! 나오거라, [염왕신 가루도닉스 이터니티]!"
염왕신 가루도닉스 이터니티 / 화염족 / 화염 / ★8 / ATK 3000 / DEF 2000 / 엑시즈 / 효과
아트몬의 어둠을 불사르며 나타나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불새. 마리아의 어둠을 불사르는 것은 하나의 작은 불씨. 그리고 마리아에게 빛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내일.
"[가루도닉스 이터니티]의 효과로 이 카드의 엑시즈 소환에 성공하면 즉시 자신 이외의 모든 몬스터를 전부 파괴하지!"
"전부...! 전부라고...!"
"그래! 전부! 자, 가라! 이 곳의 어둠을 모조리 불살라버려라, [가루도닉스 이터니티]!"
그리고 [염왕신 가루도닉스 이터니티]의 전신이 태양처럼 타오르기 시작하고, 이윽고 아트몬의 철천지 원수인 아케루스가 일순이나마 그 몸에 깃든 것처럼 그 몸에서 거대한 빛과 화염이 휘몰아치며 아트몬의 수족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 화염은 이윽고 아트몬과 그가 몸을 빌리고 있는 로벨리아에게도 몰아쳤고, 그 화염 속에서 로벨리아는 자신은 단 한 번도 본 적없는 누군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아비가 멋대로 네게 짊어지게 한 업보를 가져가마. 너를 기다리는 가족의 곁으로 가거라.
자신에게도 가족이라는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로벨리아는 일순이나마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트몬은 그 가증스러운 아케루스를 연상케하는 화염에게서 떨어지느라 로벨리아의 몸에서 분리되고 말았고, 그 화염이 자신의 숙주가 되어줘야할 로벨리아를 감싸자 분노로 자신의 몸을 떨고 있었다.
"이 놈...!! 이제는 네 놈마저 나를 저버리려는 것이냐!!"
자신의 충실한 수족이었던 샤키르가 끝내 자신에게 등을 돌렸음을 느낀 아트몬은 생각치도 못 한 외통수에 당해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 분노는 공허했고 의미없었다.
"이어서 [가루도닉스 이터니티]의 효과 발동! 이 카드의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제거하고, 네 [칠정의 해문]을 파괴해 그 공격력을 500 올린다!"
염왕신 가루도닉스 이터니티 ORU 2 → 1 ATK 3000 → 3500
이제 아트몬에게 남은 것은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었다. 필드에 있어야할 자신의 수족은 아무 것도 없었고, 패에 남은 것은 자신의 부질없는 욕심, 덱에 있는 것은 영겁의 불운, 묘지에 있는 것은 한 때의 위세. 이제 아트몬도 결국 한 시대의 위협이었을 뿐, 이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이어서 [왕의 관]의 효과 발동! 패의 [호루스의 흑염신]을 버려, 덱에서 [임세티]를 묘지로 보낸다!"
"이,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자신이 등졌고, 자신이 다시 주워다 썼던 마카리아는, 이제는 마리아라는 이름과 함께 자신을 향한 분노를 그 거대한 관 속에서 꺼내고 있었다. 자신이 뿌렸던 씨앗은 이제 자신에게 되돌아왔고, 그 수확물의 이름은 '인과응보'였다.
*
그렇게 아트몬의 두 번째 재림 시도는 자신이 뿌린 씨앗에 의해 저지되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의미로 위험천만한 일이 있었다고는 하나 적어도 여기 있는 로제 일가에게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안녕, 로제 언니."
로제 일가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로벨리아는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도 특유의 냉랭한 성격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일명 '황혼의 얼음 마녀'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다가가기 까탈스럽다는 소문이 붙었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 로벨리아도 그 냉랭한 성격과는 별개로 오고 싶다는 사람을 쫓아내버릴 정도로 냉혹한 사람은 아니었다. 단지 대다수는 그 냉랭함을 못 이기고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여전하네. 마치 얼음 덩어리가 사람 모습을 한 것 같다니까."
"사람이 하루 이틀만에 바뀌면 그걸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넌 너무 냉랭해서 그래..."
로제도 반가움과는 별개로 로벨리아의 그 냉랭한 모습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지길 바라고 있기에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내심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큰 언니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는지, 로벨리아는 그런 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냉랭한 것과 사람을 피하는 건 별개고, 나도 딱히 사람을 피하지는 않아. 그저 저쪽에서 먼저 나가떨어질 뿐이지."
"그러니까 걱정이지."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 모습을 알고서도 친하게 지내는 애들도 소수지만 분명 있으니까."
뭔가 사시사철 돌아가는 냉동고를 보는 기분이었지만 로제도 이 이상 따져물을 수도 없었다. 로벨리아의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을 누가 뭐라할 수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뭔가 다른 이야깃거리로 화제를 돌려보고 싶었던 로제는 이윽고 그녀가 새로이 맞췄다는 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맞다. 그러고보니 너, 새로 덱을 맞췄잖아."
"[호루스] 덱이구나. 맞아. 구하기 어려운 카드도 있어서 새로 맞추느라 애를 먹었지만, 어쨌든 완성시켰어."
"어때? 쓸만한 것같아?"
"응. 내 생각 이상으로."
어둠의 신의 수족으로 부려지던 자신을 구한 그 강렬한 화염. 그 화염의 근간이 되었던 [호루스] 덱. 로벨리아는 그 강렬하게 남은 기억을 토대로 자신만의 [호루스] 덱을 맞추고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고보니 키벨은?"
"알잖아."
"하준이라던가. 걔는 나만보면 좀 표정이 어두워지던 것 같던데. 기분 탓은 절대 아니야."
"그거야 네 표정이 어두우니까 같이 어두워진 거겠지?"
"그런가..."
그렇게 자매는 하준과 함께 어울리고 있을 키벨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
이제 엑스트라 스토리도 슬슬 끝을 볼 때가 오는 느낌입니다
극도의 귀차니즘과 컨디션 난조가 겹쳐 아마 두어편 정도만 더 올리고서 끝을 볼 예정입니다
(IP보기클릭)1.238.***.***
(IP보기클릭)211.198.***.***
남은 에피소드도 어떻게든 끝내보겠읍니다 그 뒷일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말이죠 | 23.09.24 21:35 | |
(IP보기클릭)220.83.***.***
(IP보기클릭)110.70.***.***
길게 끌고가기가 넘모 힘들어서요 그리고 세뇌약 에피소드를 때려치웠으니 그만큼 빨리 진도가 나갈 수밖에요 | 23.09.25 08: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