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문명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대도시, 리나 시티.
현대적인 문명과 고풍스러운 자연이 공존하고 있는 이 거대한 도시에는, 오늘도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 찾아왔다.
모두가 하루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 밤.
리나 시티에 세워진 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약간 날카로운 인상을 띤 백발의 미인, 마리아는, 오늘도 고된 하루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깊은 잠을 청하며 자신의 꿈 속 세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마리아.
하지만 꿈은 어떤 내용이 나올 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마리아의 주변에 펼쳐져 있던 화사한 풍경들은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추고, 대신 그 곳에는 마리아라는 사람 이외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칠흑 같이 어두컴컴한 배경이 그녀를 반겨 주었다.
갑자기 나타난 칠흑 같은 어둠에 당황을 금치 못한 마리아는, 끝이 어디인지 모를 어둠 속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 공간을 얼마나 걸었을까.
어둠 속 공간을 걷던 마리아는,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이들의 모습을 보자, 너무 놀란 나머지 한 자리에 세워진 석고상처럼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마리아의 눈 앞에 나타난 이들의 정체는, 바로 한 때 자신이 몸 담았던 사악한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의 "신의 일곱 눈"과 "신의 세 심장"이라 불리던 간부들.
아직 마리아가 다가온 것을 눈치채지 못 했는지, 이들은 뒤돌아선 모습만을 보이며, 마치 마리아가 자신들에게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한 마디 말도 꺼내지 않고, 오로지 자리에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비록 뒷모습만 보이긴 하나,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신의 일곱 눈"과 "신의 세 심장"을 본 마리아는, 이 곳이 꿈 속 세계라는 것을 자각하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뒷모습만을 보이고 있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마리아가 점점 그들에게 가까워지자, 마리아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뒤로 돌아 마리아를 향해 자신의 얼굴을 보이는 "신의 일곱 눈"과 "신의 세 심장".
그들이 자신의 얼굴을 마리아에게 보이자, 마리아는 순간적으로 놀란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고는, 애써 덤덤한 척 하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내 꿈 속에서 당신들을 만나다니, 이거 별 일이 다 있는 걸?"
"꿈 속 세계라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지금은 지옥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썩고 있는 우리가, 이승에서 살아가고 있는 널 만난 것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카리아?"
"그런가? 하긴, 꿈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 빌어먹을 어둠의 신은 이 곳에 오지 못 하는 것을 빼면."
"감히 위대하신 그 분을 그런 식으로 비하하다니. 이승에서 잘 먹고 잘 살더니, 아주 속이 편하구나, 마카리아?"
"너한테 그런 소리 들을 이유는 없어, 세라피스. 나에게 어둠의 성모라는 허울 좋은 칭호를 씌우고, 그 허울 뿐인 칭호 아래 원치 않은 임신을 수 없이 겪게 했던 아스트라이모나드라는 작자는, 지금의 나에겐 이제 아무 것도 아니야. 비상 식량, 아니면 불량식품 취급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뭐야?!"
마리아가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비상 식량, 불량식품이라는 단어로 비하하자, 마리아의 입에서 나온 두 개의 단어를 듣고 경악한 세라피스.
세라피스는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여자가 정말로 한 때 "애프터라이프"의 신도 중 어둠의 신에게 필사적인 충성과 헌신을 마친 마카리아라는 여인과 같은 사람인지, 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마리아에게 다가가려 하였으나, 그녀를 속박하고 있는 명계의 사슬은, 세라피스라고 하는 자를 그리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한 때는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에게 충성을 바치며 패악질을 일삼고, 7년 전, 자신이 "신의 일곱 눈" 중 한 사람, "마카리아"라는 사람이었던 시절, 자신에게 있어선 철천지 원수와도 같았던 여인, 스트의 분노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고, 감옥에서 자신이 저지른 짓을 후회하며 자결하는 것으로 한 번 생을 마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는 그녀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저지른 짓들을 후회하며 자결로 생을 마감하고, 영혼만이 이승을 떠돌던 마카리아를 어느 순간 아스트라이모나드가 회수하여, "어둠의 성모"라는 허울만 좋은 칭호를 내려, 자신의 괴인 군대를 만드는 실험용 모체로 만들고, 하루하루를 죽지 못 해 살아야 하는 고통 속에서 살게 하였다.
마리아에게 있어 이 기억은, 마리아라는 여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괴롭고 끔찍한 기억.
하루가 머다 하고 어둠의 신에게 범해져야 했고, 그의 괴인 군대를 낳는 기계가 되어야 했던 그 때의 기억은, 마리아에게 있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어쩌면 살아가는 동안 평생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기억일 지도 모른다.
"난 지금도 그 때 있었던 일을 잊지 않아. 괴롭고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내가 마카리아라고 불렸을 때의 기억을."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 하네. 그래서 지금 위대하신 분을 그런 저급한 단어로 비하하는 건가?"
"위대하신 분? 너한테나 그런 호칭으로 불리겠지. 여기 있는 다른 간부들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랑 카론, 그리고 자그레우스는, 아트몬을 위대하신 분이라고 부를 마음 같은 건 일체 남아 있지 않아. 식량 취급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저 건방진 X이...!!!!"
마리아가 한 때는 자신이 충성과 헌신을 다 한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 약칭 "아트몬"을 식량 취급하며 비하하자, 한 때 가장 헌신적인 광신도였던 마카리아가 완전히 변해버린 것에 충격을 받고, 분노로 주먹을 떠는 세라피스.
그 모습을 말 없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플루토스는, 당시 다크 타워에 자신이 유일한 "애프터라이프"의 간부로써 있었고, 그로 인해 마리아가 겪어야 했던 끔찍한 고통을 동반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세라피스가 분노로 주먹을 날리려 하는 것을 제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플루토스 님?!"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세라피스. 하지만, 마카리아가 허울 좋은 명분 아래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일들은, 마카리아에게 있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기억일 테지."
"이해해 줘서 고맙네요, 플루토스."
"저 X이...!!!!"
"세라피스, 그쯤 해 둬. 어차피 우리가 저 여자에게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오르쿠스?!"
"마카리아가 위대하신 그 분을 등진 건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옥에서 악행의 대가를 치르며 고통받고 있는 우리와, 이승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마카리아는, 이제 가는 길이 완전히 달라졌다."
"페르세포네 님?!"
"저 계집이 저러는 건 절대 용서해선 안 될 이단 행위이자 반역 행위지. 하지만 우리는 명계에 갇힌 몸이고, 이승에 간섭할 수 없으니... 그냥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멜리노에!!!"
"멜리노에 말이 맞다. 지옥에서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우리가, 죄를 뉘우치고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를 괴롭히려 한다면, 명계의 신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구속된 이 몸으론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지만."
"스틱스 님!"
"원래대로라면 당장 이 자리에서 처형해 버려야 하지만, 지금 지옥에 구속되어 있는 우리가, 산 자를 해하는 행위를 할 순 없다."
"디스 님까지!"
지옥이라는 공간에 속박되어, 이승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는 저승의 규율을 말하며, 세라피스에게 마리아를 해하려는 짓은 그만두라고 제지하는 "애프터라이프"의 간부들.
마리아는 머리 끝까지 차 오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세라피스를 향해, 친절하고 상큼한(?) 표정으로 양 손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앞으로 자신에게 까불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착한 아이는 말을 잘 들어야지, 안 그래? 그러니까 두 번 다시 나한테 까불지 마. 이승에도, 그리고 내 꿈에도 나타날 생각 하지 말고. 그렇게 자기 처지를 비관하면서, 영원히 지옥에서 썩으라고. 알았어?"
"저 빌어먹을 X을 그냥...!!!"
자신의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두 개의 가운뎃손가락을 보자, 자신을 욕 보이는 행위를 하는 마리아를 보며 분노하는 세라피스.
이후 이들은 규율에 따라 저승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으며, 마리아는 저승으로 떠나는 이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양 손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두 번 다시 자신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마지막 인사를 날렸다.
옛 동료였던 자들이 떠나자마자 마리아의 눈 앞에서 번쩍이는 새하얗고 화사한 빛과 함께, 꿈 속 세계에 있던 마리아는 자신이 누워 있던 침대에서 눈을 떴다.
마리아는 자신이 꾸었던 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마리아라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준 두 에스트렐라와, SEM 컴퍼니의 CEO, 오벨 대표에게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남기고, 침대 위에 뉘고 있던 몸을 움직여,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산뜻한 발걸음을 움직였다.
방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꾀꼬리처럼 맑고 산뜻한 목소리로 마리아를 맞이해 주는 마리아의 연인, 알리시.
마리아는 알리시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보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알리시와 마리아 커플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일주일 전.
같은 리나 시티에 거주하고 있으나, 서로의 집까지의 거리가 멀고, 또 스케줄도 맞지 않을 때가 많아 고민하던 두 사람은, 리나 시티에 있는 한 주택을 매입하여, 서로가 생활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짐을 옮기고, 현재까지 이 주택에서 알콩달콩한 동거 라이프를 즐기는 중이다.
"일어났어, 마리아?"
"너도 일찍 일어났네, 알리시?"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아침 식사 준비를 못 하니까."
"오늘은 내가 준비하는 날 아니었어?"
"아, 그랬나?"
"풋. 하여튼 귀여운 구석이 많다니까."
"그렇게 말하는 너도, 오늘따라 더 아름다워 보이는데?"
"어머? 어느새 그런 닭살 돋는 멘트를 배웠대?"
"림이랑 청월이, 호철이랑 수진이, 브레이크 형이랑 스트 누나 부부를 보다 보니까, 나도 어느새 이런 닭살 멘트를 하게 됐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닭살 멘트도 부끄러워서 못 했을 텐데."
"푸훗. 아무튼, 얼른 아침 식사 하자."
"그래. 오늘 아침 메뉴는, 알리시 특제 오믈렛이랑 포크 커틀릿입니다!"
알리시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포크 커틀릿과 오믈렛, 그리고 거기에 곁들여 먹을 여러 반찬들을 소개하자, 테이블에 정갈하게 놓여 있는 음식들을 보며 눈을 반짝이는 마리아.
마리아와 알리시, 이 닭살 커플은 서로 닭살 돋는 연인의 모습을 보이며, 보는 사람들이 모두 닭이 될 것만 같은 광경을 연출하였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들판에 피어 있는 꽃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 커플을 보며, 아마 머릿속에서 새하얀 백합꽃을 피우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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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67화 연재 완료!
이번 편은 마리아의 꿈 이야기를 한 번 써 보았습니다.
작성하는 동안 12시 후라게가 안 떠서 서운한 마음도 있네요....ㅠㅠ
팬텀 나이츠 지원... 과연 올 수 있을까요...??
아무튼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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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몬은 설정상 신이다 보니 마스터 로고스처럼 오랫동안 살았고, 덕분에 자기가 본 세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어서 악행을 저지른 거라는 설정입니다. 일곱 눈과 세 심장 일원들은 그냥 아트몬의 강력한 힘과 어둠에 이끌린 광신도들, 제 입장에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23.09.20 23: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