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알법한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 그 도시에 있는 어느 한 체육관.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텅 빈 듯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체육관에서 어느 한 여성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나약한 자신을 벗어 던지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손과 발을 사용해서 눈 앞에 있는 샌드백을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난타하고 있었다. 그녀의 범상치 않는 위빙과 훅, 그리고 혼을 실은 듯한 발차기를 보면 어느 프로 종합격투기 선수 못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왔네. 안티아, 아니 델루나 였던가? 오늘도 열심히 샌드백 치네? 야 잠깐만, 조심해! 그러다가 맞으면 어쩌려고."
"괜찮아... 회피 연습도 되고 좋은걸.... 응. 오늘 시간 많아서 일찍 왔어."
"좋아. 그럼 오늘 배울 기술은.... 이거면 충분하겠지? 루나 넌 배우는게 빠른 아이니까. 근데 너 근육 멋지다. 나도 근력 운동 매일 하는데 잘 안되는데..."
"헤헤, 난 재미들렸으니까... 어디보자, 이거 이렇게 하면.... 후우, 이게 잘 먹힐까?"
"상대를 확실하게 제압하는데엔 이거 만한게 없지. 자, 한번 더 시범을 보여주면..."
이 체육관에 같이 다니는 여인, 35살의 MMA 선수, 큰 에스트렐라가 안티아에게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격투기 기술들을 하나 둘 씩 빠르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안티아는 이번 기술도 곧잘 해내서 문제없이 배워나가고 있었다. 에스트렐라 입장에선 안티아가 귀여운지 자주 만나면서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하면서 그녀를 아껴주고 있었고, 그런 에스트렐라를 본 안티아도 자신을 잘 챙겨주는 좋은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예전에도 얘기했겠지만, 황혼 중학교의 학생인 안티아는 다른 또래들에 비해서도 선천적으로 강한 근력을 가지고 있어서 성인 남성보다 더욱 강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그 몸에 맞게 취미도 근력 단련과 종합 격투기라는 조금 살벌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지금 큰 에스트렐라의 경우엔 프로레슬링으로 넘어가서 서브미션과 관절기 등 잡기 위주의 스타일이 된 지 오래라서 지금 안티아의 격투기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종합격투기 시절의 기억을 살려서 안티아에게 이것저것 기술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타격계 기술을 사용하는 걸 좋아하는 안티아는 무슨 문제가 있을때마다 혼자 조용히 셀렌 펀치나 아가 펀치(?), 고르고네 킥(사실 그냥 전부 한대 때리기) 등 자신만의 기술로 돌파해 나가고 있었다. 사악한 세력들이 자신을 노릴 때 마다 한방 먹이면서 의외의 반격을 보여주는 것이 그 예시.
안티아의 강력함과 관련된 한두가지 에피소드를 예시로 들자면....
'자, 이제 문을 닫.... 야! 당장 떨어져! 뭔가 온다!'
'으아아아악! 문짝 날아가겠네! 안티아! 위험하잖아! 이거 강철 문이라 얼마나 비싼건데!'
'헤헤... 아직 몇십초 남았으니까 문 빨리 닫지 말란 말이야... 교실 1층에서 여기 3층까지 한... 15초? 20초면 금방 온다구....'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 너 위험하게 자꾸 계단 난간 뛰어넘는다고 선생님들이 다들 걱정하잖아! 평범하게 오라고!'
아크로바틱하게 자꾸 교실에 입성해서 모두가 걱정하는가 하면
'아 진짜 점심시간인데 왜 자꾸 늦게 끝내는데... 맛있는거 다 떨어진단 말이야!'
'이제 2층인데.... 애들이 벌써 뛰어가네.... 그럼....'
'응? 안티아? 너 무슨.... 아니 야! 너 제정신이야? 그걸 뛰어내려?'
'냅둬, 저정도 높이라면 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봐봐,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가잖아.'
'쟤 사람 맞아? 뭐 무슨 숨겨진 초능력이라도 있는거야?'
냅다 2층에서 뛰어내린 다음 누구보다 빠르게 전력질주를 해서 같은 학급 또래들을 경악시키곤 했었다고. 그리고 이런 안티아의 이야기 외에도, 황혼 중학교와 관련된 잊혀진 자들의 이야기는 이 다음 이야기에서 더욱 많이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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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돌아오는 길을 알고 있다면
다시 한 번 더 두 사람의 손 마주 잡을 수 있을까
바라노니 부디 행복하세요
잊혀짐도 모두 없는 그곳에
-시드사운드, 여래아
다른 학교들도 비슷하겠지만 이 황혼 중학교에서는 매년마다 한번씩 졸업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동창회를 하고 있었다. 뭔갈 할때마다 아주 화려하게 하는 황혼 중학교 특성상, 이 동창회도 축제마냥 재학생들이 이것 저것 세팅하고 주중에 일정을 잡는 등 일종의 행사마냥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황혼 중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시간을 내면서 이 동창회에 찾아와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기들끼리 이것 저것 근황을 이야기 나누는 등 왁자지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어라? 걔 오늘따라 안보이네? 무슨 사정이라도 있나?"
"유민이? 집 엄청 멀리 살잖아. 못 올 수도 있지."
"모르겠어. 그 멀리 있던 곳에서 황혼 고등학교까지 지각 없이 잘만 오던 애가 이번엔 안온게 좀 걸려서. 걔 동창회 맨날 올 정도로 많이 좋아하잖아. 그래서, 현진수. 너 현인제와 무슨 관계 있냐?"
"있을리가! 그리고 야 배지현, 어쩌다가 한번쯤은 못 올 수도 있지. 하긴, 연락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안보이면 뭔가 신경쓰이긴 하겠다. 걔 집이 전화가 잘 안터지는거 같아서 지금 연락할 수도 없고... 아무튼, 여기 동창회에 단 한번도 안온 초광속 부부보단 낫지 않겠냐?"
"뭐야, 걔네 벌써 애 생겼어? 바쁘다 바쁘다 하더니만 이젠 영원히 바쁘게 생겼네. 이야 무서울 지경이다, 우리 모두 지금 당장 결혼 계획 없지 않아?"
자신들의 친구, '유민이'라 불리우는 누군가를 걱정하는 이 현진수, 배지현이라는 졸업생들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성인이 되었지만 학교 방침상 음주는 안되는지 탄산음료와 고기를 먹으면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그리고 누군가가 나중에 따로 물어보기를, 이 사람들은 술을 안좋아한다고.)
그리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이 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뭐, 이쪽 분위기는 뭔가 어이없어하는 분위기였다지만.
"아니, 그래서 무슨 이상한 일이 있길래 멀쩡한 애들 둘이 한꺼번에 학교를 못 다니겠다 한거야? 나 참내 어이가 없어가지고선."
"글쎄,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는거 아니겠어? 보통 고등학교를 나온다는건..."
"진현월네가 부잣집이라 경제적인 이유는 아닐꺼 아냐. 진짜 말이 안되가지고서, 윤이하고 그 누구더라 진현월인가 걔네 맨날 붙어다녀서 몇몇은 질색할 정도였다는데. 저렇게 대놓고 자기 커플이라고 자랑질이냐고."
"뭐, 그 쪽 사정이야 저희가 알아야할 내용이 아니지. 그리고 굳이 알 필요도 없고."
"하아 그러게... 걔네가 학교 나간 이후로 갑자기 정규 수업시간에 웬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더라. 참내 모태솔로인 우리들한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아하하하... 사고쳤다는 형의 말이 사실이긴 한가보구나.' "하민이 형, 어짜피 우리가 뭐 여친 사귈일은 없고 하니까 그냥 흘려듣는게 좋은게 아닐까? 유철이 형도 자기도 모태솔로라고 한탄하더라. 난 아무런 생각이 없지만, 저기 저 무시무시한 앤이나 안티아한테 뭐 작업 걸 수는 없잖아? 목숨 달아날..."
"됐어. 그만 얘기해. 고기 타겠다, 도철아. 라이트가 지금 초등학교 다니면서 뭐 잘 지낸다 하지 않았던가? 잘 모르겠네. 오랜만에 여기 오니까 걔 보고싶다. 나 졸졸따라다니는거 그거 인상깊었는데..."
"형, 대체 왜 내가 친하지도 않는 걔 소식까지 알아야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라이트는 자기 누나한테서 일이 생긴거 같다고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있어. 꽤나 퍼졌더라고."
"그래 뭐 고맙다 야. 역시 이 학교 정보통이라니까, 강도철이."
'빌어먹을'
강도철과 정하민, 지나가다가 잠깐씩 언급되는게 다였던 이 남학생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이트라는 남자아이와 아는 사이인듯한 느낌을 내는 이 두 사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황혼 중학교로 주제를 바꿔서 서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고.
"나도 황혼 중학교를 졸업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역시 이 학교 생활은 죽을맛이야. 옛날로 돌아간다면 나 여기 안다닐래. 진심이야."
"아하하하.... 하긴, 이 학교 자체가 원체 독특한 애들이 많이 온다 하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나도 내 학급 또래들 감당 안되는데 형도...."
"그래도 황혼 고등학교에 있는 애들은 감당 가능해서 다행이다. 보통 여기 졸업한 애들은 대부분 다른 학교로 빠지잖아. 황혼 고등학교로 안가고."
"난 황혼 고등학교 안갈꺼야. 앤이나 안티아보고 거기 가라고 하고 난 오비탈리 항공 학교나 생각 해보려고..."
"거기도 쉽지않을껄? 정령들이 많이 간다고 하니까. 뭐 아무튼, 이 황혼 중학교는 여자애들이 엄청 무섭잖아. 여학생 선발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따로 정해져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로 말이야."
"기본적으로 여학생들이 싸움을 잘하고 기가 엄청 센거 같더라. 난 무서워서 다른 여자애들에게 말을 못걸겠어. 그나마 앤이 몸은 약해서 부담없으니까. 안티아만 봐봐, 벌써 이 학교 싸움짱 먹었다니까? 나 예전에 뒷골목에서 안티아가 싸우는거 본 적 있는데 움직임 자체가 다르더라..."
"모르겠어. 황혼 중학교 여학생 셋이면 전차 하나 때려부순다니까, 소문은 들었어. 그 학생들 중에서도 유독 독보적으로 최강이라는 안티아에 대해서 말... 어? 쟤 아니야?
"도철이 찾았다... 혹시, 무슨 얘기라도..."
'흐이이이이익! 호랑이가 제 말 하니까 오네!!!' "아... 아하하... 그게...."
"말 더듬지마.... 도철 펀치 맞기 싫으면..."
뭔가 이상한 소문이 나도는 황혼 중학교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던 정하민과 강도철의 옆에서 갑자기 이 학교의 최강자(?)가 되버린 안티아가 눈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그 포스에 맞게(?) 강도철에게 주먹을 꽉 쥐면서 거의 칼들고 협박 급의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냥 우리 학교 생활에 대해서.... 살 려 줘...."
"괜찮아.. 그냥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어짜피 난 너네 잘 못 때리면 가중처벌이잖아..."
'살았다... 그래도 얘가 애는 착해서 다행이야...' "너 누구와 얘기 나눴어? 앤하고 로드리는?"
"앤은... 교무실로 가버렸어... 뭘 할려고... 로드리는 저어기서 축구 하고 있고...."
"하이고 세상에... 하민이형, 방금 얘가 말한 앤도 사실은 이 학교 역사상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이... 괴짜래... 헤헤...."
"평소의 황혼 중학교 여학생이구만. (작가 왈 : 사실 아니다.), 후우... 그래도 혼자 이렇게 왔는데 대화할 상대가 있어서 다행이구만."
황혼 중학교의 여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싸우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도) 싸움 실력 자체가 어느정도 있을 정도인듯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 이 학교의 유명 졸업생인 진청월, 진홍월도 매우 기가 쎄고 싸움 실력도 일품이였으니까. (그래서, 평범한 또래 여자아이의 완력과 힘 보다는 지능쪽에 가까운 앤 파블로프가 특이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안티아가 갑자기 나타나서 잠깐 벌벌떨었던 정하민, 강도철을 뒤로 한 채 아까 처음에 나왔던 현진수, 배지현쪽 테이블도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 신들이 만들었다는 보물, 뭐 자세하게 밝혀진 건 있어?"
"음... 일단.... 그걸 찾아다니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는거 정도? 근데, 솔직히 난 그 이야기 믿지 않아. 왜, 어느 보물은 여기 이 세상에 있거나 아님 특정한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든가 하는 소문이 있잖아."
"유민이... 정유민이... 최근에 걔한테서 좀 심상치않은 이야기를 들었어. 뭔가 자기 집 근처에서 무슨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거 같다고. 뭐라나... 어느 누군가들이 더이상 어떤 뜻을 따르지 않는다 뭐 이런 이야기? 자세한건 나도 잘 몰라. 걔도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는듯해 보였고."
"나나는 어디갔대? 저기 저쪽에 명석이와 일영이만 둘이 있는거 보면 나나도 이 동창회 안온거 같은데?"
"그러게. 도대체 운명이란게 뭐길래 이러는건지... 나나, 평범한 인간이 아닌거 너도 이젠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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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옥에 가는 길을 잘 아는 것이다.
-니콜라 마키아벨리
하샤신과의 결전 이후, 아무래도 신경쓰이는게 한두가지가 아닌듯 해 보이는 어느 벚꽃의 망령으로 보이는 이 소녀, 사신을 생각하게 하는 이 소녀는 아무래도 자신의 존재, 그리고 남아있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긴 고민 끝에 뭔가 이유라도 찾기 위해 홀로 자신의 반려동물 릴리와 함께 정령계로 자신의 몸을 맡겼다.
"여기가.... 정령계.... 분위기 한번 압도되네...."
"릴리? 내 곁에 있어. 일단 어디든 가보자. 하아... 정령계는 처음인데...."
이 소녀의 이름은 나나. 정령의 피가 섞인 그녀는 정령계에 맨몸으로 와도 아무렇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정해진 길도, 목적지도 없는 무작정 앞으로 가는 정도였지만.
"언니, 언니는 자신의 과거를 벗어던지기 위해 항상 발버둥치고 있다고 하는데... 난 그게...."
"황혼 고등학교에 다닐때에도 여러 일들이 터지곤 했는데, 지금에는 그게 더 심해진거 같아. 마치 모두가 날 노리고 있는것 마냥. 왜 다들 나에 대해서 관심이 그렇게 많지..."
누구 하나 듣지않을 혼잣말을 하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가는 나나는 여러 정령계들을 지나가고 있었다. 때로는 평화로운 세계를 지나면서, 때로는 즐거운 것이 가득한 세계를 지나면서, 또 한번은 황폐화된 세계를 지나면서.
"우와... 이거 최신형인가? 기념품으로 챙겨가야하나... 아 애초에 엄청 크구나. 못가져가겠네. 근데, 저 인페르노이드도 신형 모델이 나오긴 하네?"
"데카트론 로봇청소기 하나 필요한거 아니냐고 언니가 얘기하곤 하는데, 차라리 이거 경량화 나오면 그거로 하자고 할까?"
그래도 여행은 즐거운지 나나는 클리포트 신성수에서 나온 최신형 인페르노이드 로봇들의 전시회를 보면서 혼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그녀의 주 목적은 이게 아니니까 또 다시 앞으로 전진할 뿐이였지만.
"비스테드... 아무나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랬지. 정령들도 다루기 꺼려한다는거..."
"그러면 난... 무슨 정령이라 봐야하지...."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서 계속 고뇌하던 나나양의 움직임은 어느샌가 얼어붙은 세계를 향해가고 있었고 그렇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낀 그녀는 일단 이 세계에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얼어붙은 지형들, 부서진 조각상들, 그리고 나나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얼려진 드래곤. 뭔가 잘못 찾아온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 곳에서 호기심이 발동된 나나양은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조사하고 있었다. 그 세계의 주인이 자신을 찾아온 것도 모른채로.
"원래는 이런 느낌이 아닌거 같.... 으악! 당신 누구야!"
"낯선 분위기가 느껴서 와봤는데, 이거 불청객이 찾아온건가?"
"너 설마.... 그 소문으로 듣던 정령 맞지? 쳇, 이거 큰일인걸?"
"뭐, 나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나보네. 이렇게 한눈에 알아보고 말이야. 그래서, 너도 쟤처럼 똑같이 얼려지고 싶어?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주는 듯해 보여. 적개심이 없어 보이니까 일단 대화를 해봐야겠어.' "후우... 그냥 무작정 앞만보고 걷다가 이 곳에 오게 되었어. 우연이라고."
"그렇다고 주변 물건 함부로 만지지마. 부서지면 어쩌려고. 너도 설마 외로운거니? 나처럼 말이야."
싸울 의지가 없는 두 사람은 서로 적개심을 거둔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나는 이어서 주변의 흔적들을 조사하고 있었고, 에지르는 공허한 왕좌에 앉아서 홀로 외로움에 떨고 있었고. 나나가 남들과는 다르게 범상치않는 기운을 내뿜는거, 그리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은 눈치챈 듯한 에지르는 나나에게 다가가서 의외로 회유를 하고 있었다. 순순히 자신의 목적을 얘기하면서.
"신들이 만들었다는 보물, 그 보물을 같이 찾아다닐래? 돌아갈 곳이 없다면..."
"거절하겠어. 대충 눈치챈거 같은데, 아직 내겐 돌아갈 곳이 남아있어서. 솔직히 난 아직 그 사람에 대한 악몽을 떨쳐낼 수 없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그 보물이란거 실존하긴 해? 기록 자체가 별로 없을텐데?"
"확실해. 있어. 그것도 여러개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예전에는 보물에 대한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매우 철저하게 비밀로 했을 정도였으니까."
"음 뭐 어디 마녀씨도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있긴 한데... 그게 만약에 실존한다 하면, 대체 무슨 힘이 있길래 이렇게 쫓아다니는거야? 뭐 좋은거라도 줘?"
"글쎄, 언제나 그렇지만, 그것까지 이야기할 정도로 내가 착한 정령은 아니라서 못 알려주겠네." '그 보물, 특별한 보물.... 모든 걸 바꿔준다는....'
"휴, 더 이상 물어보진 않을께. 그나저나, 여기 나가는길 어디야? 릴리도 추위에 떨고 있고, 입구 막혀서 다른 출구 찾아야할거 같은데 말이지." '응? 저거 뭐야? 살생부? 저 사진...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출구는 저기야, 그리고 거기 함부로 보는거 그만해줄래?"
'이런! 자칫하면 얼어붙겠군! 조용히 빠져나가자.'
"숙녀의 개인 공간은 건드는거 아니라고 너도 잘 알고 있을텐데, 그럼 뭐. 나갈꺼면 지금 나가, 언젠가 우린 또 만나게 될 테니까."
얼려질 뻔한 나나는 걸리는게 있는 듯 해 보이지만 그래도 자기 한 몸 가누는게 우선인지라 에지르가 안내한 출구로 냅다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정처없이 걸어간 나나는 끝내 이상한 곳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여긴 또 어디..... 응? 사후 세계라고? 여기 이렇게 첨단도시였어? 일단 들어가보자...."
"우와 누가 보면 리나 시티라고 착각하겠어? 저기 사람들이 보이고 저쪽에 웬 회사가.... 저기가 그 죽은 사람들 지옥에 쳐박아두는 곳이겠지? 일단 시내부터 둘러보자."
사후 세계, 정확하게는 발달된 도시가 된 이 사후 세계에서 많은 상점가들이 모여있는 시내에 도착한 나나양은 주변의 정령들에게 섞여서 하나의 인파로 녹아들고 있었다. 뭔가 낯선 느낌을 받은 나나양은 이어서 물건들을 사기도 하고 또 카페에 들어가서 쉬기도 하는 등 뭔가 원래의 목적은 잊어먹은듯 해 보였다고.
그리고 거기 들어간 카페에서, 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다.
"어? 저 사람은.... 설마 황혼 고등학교에 있던 사람은 아니지? 이봐요! 일로 와봐요! 저거 분명 어디선가 본 사람같은데..."
"응? 날 알아보는 거 같은데? 일단... 어라라? 진짜로 익숙한 얼굴인거 같은데... 혹시 누구신지?"
"그래, 맞았어. 나 알아보겠어? 황혼 고등학교! 너 명석이와 같이 다니던 애 아니야? 나나 맞네! 오랜만이야! 난 정유미라고 해..."
"에.. 정유.... 진짜야??? 진짜네!!! 널 대체 왜 여기서 만나는건데!!!"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사람, 황혼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여자아이인 정유미를 만난 나나는 깜짝 놀란 반응이였다. 그럴만도 한게, 아무리 도심지라지만 나나가 온 곳은 엄연한 사후 세계, 그것도 정령계였기 때문.
"그야 우리 집이 여기 근처에 있으니까 카페에 놀러왔지. 너처럼, 나도 엄마쪽이 정령이잖아. 봐봐..."
"그래그래 잘 알겠어, 그나저나. 그렇게 쑥쓰러워했던 애가 어느새 역변해서 나타났다? 학교 다니면서 성격 뜯어고쳤나봐? 나야 뭐 빠른 생일이라서 너보다 학교 먼저 졸업했지만, 넌 아직 학교 다니잖아."
"장래 준비해야지. 그리고, 예전에 연애편지 보냈다가 까인 이후로 좀 고민하다가 너와 만나고 성격 바꾸려고 노력 많이 했어. 나도 너처럼 당당하게 정령의 힘 대놓고 쓰고 다니면 얼마나 좋으려나..."
"야, 접어둬. 그거때문에 나 죽을뻔한게 몇번인데. 그냥 학교 공부하다가 직장 들어가는게 최고다 최고.... 유미 니가 천동 쓸때 주변 분위기 이상해지는거 보고 설마 했었는데 너도 인간과 정령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줄은 몰랐단 말이지. 그땐 말이야."
"하긴, 쿠리카라천동도 위험한 카드라서 사용 허가 따로 받아야 쓸 수 있대잖아. 그것도 제약걸어서, 나도 겨우 우주 본부에서 허가 받았는걸."
"도대체 몬스터들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그 원리를 이해를 못하겠다 말이지? 뭐 이 듀얼 디스크에 이상한 비밀이라도 담겨져있나..."
"시대가 바뀌였잖아. 이제는 아무런 특징 없는 사람도 정령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시대니까. 뭐,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훨씬 그 사례가 다양해진..."
반가운 얼굴을 본 정유민과 나나는 여느 여자아이들 처럼 이야기꽃을 만개해서 릴리도 내팽겨둔 채(?) 서로 반가워하고 있었다. 시대와 세상이 바뀌여가고 있다는거, 그리고 정유민이 살던 세계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는 일 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가끔씩 저기 회사에 일손 도우러 가면 아저씨들이 이야기 나누곤 하던데, 그거 듣는게 재미있단 말이지."
"그래? 무슨 이야기들이 나오길래?"
"뭔가 말하면 안될거 같은 거 있잖아. 정령계에서는 얘기 꺼내는 것도 위험하다고 말릴정도로 말이야."
"그치, 신들이 이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는거. 그리고 얘기하면 안된다는건... 이 세상을 싸움터로 만들겠다는 얘기 말이야."
"아 그거 와전되었어. 사실은 좀 달라, 일단 중요한건 저기 지옥에서 죄수들 벌주는 아저씨들이 이거 괜찮냐고 회의감이 든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 그 사람들 말로는 맨날 저승의 신들과 이야기 하면서 이런 시간들만 계속되는게 맞냐고 하더라. 언제까지 이러기엔 한계가 있다나 뭐라나."
"음.... 글쎄, 나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게 최고인거 같아서 그냥 신경끄고 있었는데... 잠만, 그냥 지금 내 상황도 사실은 아무 생각도 안하는게 정답이 아닐까?"
"푸하핫! 정말 너 다운 답이다. 그리고 그러고 난 다음에 최근에 좀 이상한 소문이 돌던데, 원래 아트몬이 인간계에 위협을 가할때마다 항상 하던게 있거든."
"역사 시간에 나왔어, 다고트 바다 어디에 뭐 분리시켜서 봉인시킨다지?"
"최근에는 그냥 지옥에 쳐박아 둬서 고통 풀코스로 맛보여준다잖아. 그거에 대해서 누가 얘기하던데, 사실은 아트몬을 다시 한번 봉인시키는게 가능한데 그걸 못해서 걍 지옥에 박아뒀다 하더라. 두번 다시 인간계에 간섭을 할 수 없다는 곳에 가뒀다곤 하는데, 사실.... 모르겠어. 그냥 이 이후엔 나도 생각하는거 그만둘래."
세월이 지나면 모든것이 바뀌던가, 악한 자들을 벌 주는 이 지옥이 있는 어느 회사에서 심상치않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 분위기는, 아트몬이 다시 한번 이 우주를 지배하려고 이승에 악행을 저지르려고 하는 그런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 때문에 전혀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이였다고.
이후엔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걸 그만둔 나나와 정유민 앞에 나타난 마녀 벨을 보고 경악하는 나나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유민이를 뒤로 한 채 나나는 다시 지상의 리나 시티라는 평화로운 도시로 무사히 돌아왔다고 한다. 자신을 걱정하는 마리아에게 껴안아지면서도, 지금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푹 자는게 우선이겠구나 하고 결론을 내린 나나양이였을지도 모른다.
'에이 몰라, 나중에 고민할래. 어짜피 분석하거나 모아야할 자료가 태산이니까, 지금은 그냥 집에 갈래.... 아, 그나저나 여기 사람들에게 에지르 만났다는 사실은 숨겨야겠다. 굳이 뭐 소란 일으키긴 싫기도 하고, 그 정령도 지금은 사고 칠 생각이 없어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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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 모두가 우리를 악마라고 불렀지. 어떤가... 나는...지금 인간으로 죽는가
-사이카, 로스트아크 중
여기는 사후 세계, 그 곳에서도 저승이라는 구역의 죄수들의 형벌을 담당하는 영겁의 지옥. 나나가 정령계에 가기 전, 이 저승에서는 아케루스를 포함한 여러 신과 그에 버금가는 존재들에 대한 대화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아케루스님.... 정말로 괜찮을까요... 아케루스님을 따르는 신들이 아트몬의 인수분해를 거부하고 어디론가로 사라지다니...."
"걱정말게. 그들도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거겠지. 나도 그렇지만 그들도 저기 인간계의 사람들을 걱정하는 선한 신들이니까. 그리고, 아트몬은 두번 다시 이 우주를 지배할 수 없네. 이건 확실히 보장하지."
한편 신에 버금가는 존재라고 불리우던 어느 용왕은 자신이 느낀 몇몇 의문점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도 직접 인간계에 숨어들어갈 목적으로 인간계로 향하는 이동장치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신들이 만들었다는 보물.... 분명 좋은 목적이였겠지만... 사실 그냥 다 없어지면 좋을텐데.... 나 같은 건 어림도 없겠지.... 만약 그 보물들이 위험한 의도로 쓰이면...'
'물의 보물은 이미 이 세계에 흘러들어갔다는데.... 먼저 그것부터 찾아볼까....'
'저기 아트몬이 짱박혀 있는 것만이 지옥은 아니라던데, 왜 그런 기록이 남아있을까.... 나도 확 그 보물사냥꾼한테 찾아가?'
지옥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영겁의 지옥에 쳐박힌 아트몬은 두번 다시 이승에 관여할 수 없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행을 베푼 사람은 그에 걸맞는 복을 받고,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그에 걸맞는 벌을 받는다.
이 세상에는 이 두 가지 불변의 진리가, 이 두가지 사실이 존재하며 또 이 이야기는 반드시 저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두 가지 사실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두 가지 진리만이 존재 하지 않는다. 분명히, 신들도 전혀 모르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용왕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인간계로 몸을 맡겼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남긴또 다른 이야기를 찾기 위해, 정 아니면 사람들이 스스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가도 괜찮고.
운명의 수레바퀴도 모르는 이 세상의 어두컴컴한 눈 앞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어둠을 비추는 빛은 존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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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저도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야기 방향성이 언차티드가 되어버린 외전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생각해둔 이야기 흐름은 있는데,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일단 닐 드럭만은 되지 말아야지(?)
그래서 상당히 흥미로운 떡밥들을 투척해봤습니다. 이것은 제육볶음임은 틀림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가지무침인가? 아니면 말라죽은 가지(?)
![img/23/09/16/18a9a72e30f503532.webp](https://i3.ruliweb.com/img/23/09/16/18a9a72e30f503532.webp)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흘러갈 이야기를 생각해두며 전 자러 가보겠습니다. 진짜 다음화를 어떻게 전개해야할지 감이 전혀 안잡히는군요. 대학교 현생도 있는데에에에. 뭐, 다른 이야기들이 올라가면 모를지도?
여담 1. 본문에도 언급했지만 우리의 페이몬몬님 아니 아트몬몬님은 이 이야기에선 잊혀진 엑스트라가 될 겁니다. 못을 박죠(?), 넌 두번 다시 강림할 수 없을것이다.(??? : 너는 그 무엇도 해낼 수 없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
여담 2. 다른 팬픽의 듀얼 팬픽와 삽화 보면서 우와 나도 넣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그냥 듀얼리스트의 몬스터들이 티격태격하는걸로 만족해야하나..... 그것 때문에 정령들이 유독 많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여담 3. 이 이야기를 읽은 등장인물 누군가의 반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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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언차티드(?) | 23.09.16 14: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