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에 위치한 하림 가족의 집.
오늘도 어김없이 집 안 곳곳을 활발하게 누비고 다니는 무법자, 걸음마를 마스터하고 뜀박질을 시작하는 아기 태양을 제어하기 위해, 하림과 하준 형제, 그리고 태양의 아빠인 현월이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 중이었다.
아빠랑 삼촌들이 자신을 제어하기 위해 달려들던지, 말던지 상관 없이, 걸음마를 마스터한 태양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주 기관차와 같은 활발함을 보였다.
덕분에 하림 가족의 집은 집안 곳곳을 무법자처럼 누비고 다니는 태양과 놀아주느라 하루하루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이는 태양의 엄마이자 하림의 동생, 그리고 하준의 누나인 하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태양아, 그 쪽은 위험해서 안 돼! 거기 서!"
"헤헤헷!!! 엄마! 따따따 따~따!(해석 : 나 잡아 봐라~)"
"쟤가 누굴 닮아서 저렇게 장난꾸러기일까..."
"그거 딱 너랑 판박이 아냐? 너도 아기 때 걸음마 떼자마자, 집안을 거의 날아다니는 정도였다며?"
"오빠만큼은 아니었지. 오빠는 날아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하늘 위를 걷는 수준이었다던데?"
"누,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아빠랑 엄마가."
"하아... 하긴,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준이는 아기였을 때 엄청 얌전하게 놀아서, 우리 가족들 모두가 신기해 하지 않았어?"
"그랬었지. 준이가 아기였을 때 그 얌전한 성격은, 아마 돌아가신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것 같아."
"그래도, 준이도 활발하게 놀 땐 엄청 활발하게 놀았지. 기어다니는 거 마스터하자마자, 집 안을 거의 모험하듯이 누비고 다녔으니까."
현재 집 안을 무법자처럼 누비고 다니는 아기 태양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들과 동생 하준이 태양과 같은 아기였을 때를 회상하는 하림과 하윤 남매.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를 띠고 있던 남매는 지금의 상황을 다시 자각하며 회상을 잠시 접어두고, 지금 온 집 안을 정신없이 누비고 다니는 무법자를 잡기 위해, 뜻을 하나로 모아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림과 하윤 남매, 그리고 현월과 하준이 태양이라는 아기 무법자를 잡기 위해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던 청월은, 자신도 언젠간 저렇게 활발한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가득 한 생각을 머릿속에 새겨 넣으며, 자신의 뱃속에서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남편 하림과 자신의 사랑의 결실, 자라기 시작한 지 3개월 차에 접어드는 태아를,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림 가족의 하루가 이렇게 정신 없고 떠들썩하게 흐르고 있는 그 시각.
트와일라잇 시티에 위치한 어느 듀얼 필드에서는, 오늘도 자신의 듀얼 택틱스를 단련하기 위해, 자신의 배 다른 누나인 오리피아, 로제와 함께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키벨은, 어느덧 자신이 주력으로 다루는 두 개의 덱, [지박] 덱과 [TG] 덱에 꽤나 익숙해진 모습을 보여, 두 누나가 가지고 있는 네 개의 눈동자를, 마치 금방이라도 이 듀얼 필드에 데구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뜨릴 것처럼 튀어나오게 하였다.
처음에는 오리피아가 다루는 [루닉] 덱과 로제가 다루는 [R-ACE] 덱이 가진 강력한 파워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두 사람이 다루는 덱의 약점을 간파한 키벨은, 오리피아가 다루는 [루닉] 덱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필드 마법 카드, [루닉의 샘]을 [코즈믹 싸이크론]으로 제외시켜 버리고, [R-ACE] 덱을 다루는 로젤리아에겐 혹시 몰라 [지박] 덱에 투입한 [덱 파괴 바이러스] 함정 카드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로제가 다루는 [R-ACE] 덱에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먹여 주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자신의 동생이 이제 어엿한 한 사람의 듀얼리스트로 한 뼘 더 성장한 것을, 마치 정신적으로 한 뼘 더 자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흐뭇해 하는 미소를 짓는 오리피아와 로제.
하지만 키벨에게 있어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바로 위장이 작아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덕분에 체력이 약한 키벨은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이 역시 버거웠는지, 훈련이 끝나기가 무섭게 필드 위에 쓰러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듀얼 훈련이 끝나자마자 체력을 다 소모하고 필드 위에 쓰러진 동생 키벨을 보자마자, 놀란 토끼 눈을 하며 황급히 동생 키벨을 부축하는 오리피아와 로제.
듀얼 훈련의 여파로 잠시 의식을 잃었는지, 키벨은 약 10분이라는 꽤 긴 시간이 지날 동안, 두 눈을 뜨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있었다.
10분 정도가 지난 후, 눈을 뜬 키벨은 자신이 있는 곳이 듀얼 필드가 아닌 침대 위라는 것을 확인하자, 혹시 자신이 병원에 입원한 것 아닌가 싶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키벨이 눈을 뜬 장소는, 바로 키벨 자신의 방에 놓여있는 침대 위.
푹신푹신한 느낌으로 그 누가 누워도 잠이 솔솔 잘 올 것 같은 키벨의 침대는, 키벨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렁각시가 다녀가기라도 하는지, 언제나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것은 비단 키벨의 침대 뿐만이 아니라, 키벨의 방 전체에 적용되는 사항이다.
정말로 우렁각시가 있는 것마냥 언제나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방을 볼 때마다, 키벨은 여기가 정말 자신이 머무르는 방인지, 아니면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를 포함해, 각 도시마다 하나씩 세워져 있는 5~6성급 호텔 게스트 룸인지 모를 정도로 놀라는 것이 일상이었다.
자신의 방을 매일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우렁각시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집 안에 있는 형제들에게 혹시 자신의 방에서 매일 정리정돈을 하는 사람이 있냐고 말하며, 어느 동네에 사는 나대길 좋아하는 고등학생 탐정이 이상한 약을 먹고 작아진 안경 쓴 꼬마 탐정에 빙의해, 자신의 방을 매일 깔끔하게 정리하는 사람을 추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키벨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키벨의 형제들은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말하며, 정말로 그 우렁각시가 아니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쇠로 일관하면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우렁각시의 정체를 진지하게 추리하는 키벨에게 오늘 뭐 잘못 먹었냐는 소리를 하는 것이,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내는 일상 중 하나였다.
결국 오늘도 자신의 방을 매일 깔끔하게 정리하는 우렁각시의 정체를 찾아내지 못하고, 조그마한 단서 하나도 건지지 못 한 키벨은, 형제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방을 매일 정리하는 우렁각시임에 틀림 없다고 확신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자신의 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키벨이 자신과 형제들이 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집에서, 자신의 방을 매일 정리하는 우렁각시의 정체를 추리하던 그 시각.
집 안 곳곳을 활보하고 다니던 아기 무법자, 태양이 제 풀에 지쳐 깊은 잠에 빠져들자,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하는 태양을 바라보는 하림 가족의 표정은, 마치 잠을 청하고 있는 천사라는 존재를 보는 것처럼 선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태양이가 자는 모습은 정말 천사 같다니까." (현월)
"그러게. 자는 모습이 우리랑 완전 데칼코마니 아니야?" (윤)
"데칼코마니에 판박이, 붕어빵까지 나와야지. 진짜 날 닮아서 얼굴이 엄청 잘 생겼다니까."
"갈색 머리카락은 날 닮은 것 같고."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매형이랑 준이는?"
"오빠는 청월이 언니 케어해 주러 갔고, 준이는 지금 자기 방에서 곯아 떨어졌어."
"그래? 그럼 여보, 우리 오늘 밤, 오랜만에 마티니나 한 번 만들어 볼ㄲ... 흡!!!"
"그런 속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말은 안 통한다, 현월아? 태양이 동생 만드는 날은 아직 3년이나 남았으니까, 그 때까지만 눈 딱 감고 참아."
"피이... 치사하다. 우린 합법적인 부부 사이인데, 그게 뭐가 어때서?"
"우리 아직 미성년자거든? 여기서 한 번 더 사고 쳤다간, 두 집안 모두 그 때보다 훨씬 더 난리를 부릴 거야.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땐, 진짜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
"네, 누님..."
현월이 자신의 엉큼한 속내를 밝히는 마티니 드립을 치자, 남편 현월의 입을 손으로 재빠르게 틀어막으며, 자신들은 아직 미성년자고, 그렇기에 태양이의 동생을 만드는 날은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며, 마치 방어력이 2단계 상승할 것처럼 느껴지는 철벽으로 현월의 야한 드립을 받아치는 하윤.
아내 하윤이 내뿜고 있는 살기가 가득한 아우라를 느낀 현월은, 오늘도 마티니 만드는 건 원천 봉쇄를 당했다면서, 아쉬워 하는 느낌이 팍팍 풍겨져 오는 표정을 지으며, 아내 하윤에게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현월의 엉큼한 속내가 품고 있는 의도는, 오늘도 이렇게 아내의 단단한 철벽에 의해 무력화되고 말았다.
3년이라는 시간은 꽤나 긴 시간이기에, 10대의 청춘이 들끓는 현월에게 있어 이 3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는 것은, 마치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일정 시간 동안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았다.
하지만 이 들끓는 청춘을 제어하지 못하고 또 사고를 친다면, 그 땐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일.
현월은 자신이 20살의 성인이 되는 날이 빨리 와 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올리는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그날 밤, 트와일라잇 시티에 존재하는 호철과 수진 부부의 집과, 리나 시티에 존재하는 브레이크와 스트 부부의 집.
이 두 쌍의 부부는 오늘도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자신의 집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하고 얌전하게(?) 거사를 치르고 있었다.
과연 호철과 수진 부부, 브레이크와 스트 부부에게도, 사랑의 결실을 맺은 하림과 청월 부부처럼, 자신들의 아이라는 사랑의 결실이 찾아오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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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57화 연재 완료!!!
발치 치료 후에 쓰는 트와일라잇 스토리... 이거 잘 쓰여졌을 지 모르겠습니다.
아으... 다다음 주에 또 썩은 이를 뽑으러 가야 해서 두렵네요ㅠㅠ
그리고 후반부에 쓴 내용 수위... 괜찮겠죠...??
아무튼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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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급하면 급할수록 되던 것도 안되니까요. | 23.09.03 10: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