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이렇게 주변이 흉흉한건지 모르겠어..."
지난 며칠 간, 트와일라잇 시티 주변의 도시에서는 여러 흉흉한 뉴스들이 송출되었다. 가장 끔찍한 뉴스라면 역시 루나 시티 외곽에서 살해당한 시큐리티 포스 요원의 시체가 그의 피로 쓰여진 '패배자'라는 글씨가 옆에 쓰여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으나 그 외에도 도시 곳곳에서 시큐리티 포스 요원들이 암살당했거나 중상을 입어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는 등의 살벌한 소식들이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그 흉흉한 주변 분위기에 로젤리아는 불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런 그녀를 불안케하는 것은 또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집에도 이런 쪽지가 날아와있더라고... 선택의 시간이 왔다는데, 피로 써놓은 것 같아..."
하샤신이 보낸 것이 분명한 한 통의 쪽지에는, 요약하자면 대장로의 피를 이어받은 여덟 남매에게 자신들과 함께 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거부한다면 응당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전형적인 협박이 적혀있었다. 이미 하샤신들이 보여준 행적이 있었던만큼, 로젤리아로선 불안함에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이었다.
"대장로의 피라... 아버지라는 인간이 우리에게 해준 건 아무 것도 없었는데, 이제와서 우리더러 자기들과 한 편이 되어달라고 하는 모양새라니. 참 뻔뻔하군..."
그 쪽지를 보는 바르바스는 못 마땅하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었다. 대장로의 혈통이라는 이유로 우대받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는데 이제와서 자신들과 손을 잡으라고 하는 모양새였으니 누가 봐도 단물만 적당히 빨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내치겠다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오빠, 하샤신들은 진짜잖아. 무턱대고 거절했다가는 에르제나 키벨의 머리를 잘라서 챙겨갈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런 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고."
"그러니까 스카일러의 [왈큐레]들이 수고해주는 중이잖아. 원래 발키리들은 평화의 시대가 아니라 이런 시대에 빛을 발하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다고."
스카일러의 [왈큐레]들이 호위 역을 맡아주고는 있었지만 그녀들이라 해도 암살의 명수라 할 수 있는 하샤신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고, 그 점이 로젤리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다른 요소였다.
*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향한 맹신에 눈이 멀어버린 하샤신들의 입을 열게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붙잡혀왔던 오즈라는 하샤신 역시 입을 열기는 커녕 도리어 엿이나 먹으라는 식으로 되받아치며 비웃는 마당에 원한 서린 얼음 속에서 냉동 고기가 되어버린 하샤신이라 한들 그 입을 쉽사리 열 것 같지도 않았다.
"이건 또 뭔가? 이제는 나를 고문이라도 할 셈인가?"
그러나 하샤신들의 조직적인 연쇄 살인미수와 함께 암흑 날개의 재건이라는 위협이 가시화되고, 여기에 시큐리티 포스의 요원 중 일부도 살해당하거나 중상을 입는 등의 명백한 테러 행위가 이어지자 되도록이면 극단적인 수단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던 시큐리티 포스도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했고, 그 첫 타자로 먼저 체포당했던 오즈를 지목한 상황이었다.
한 동안 폐쇄되었던 시큐리티 포스의 비밀 취조실에서, 오즈는 전용 의자에 결박당한 채 다수의 시큐리티 포스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이었고 요원들은 자백제를 넉넉히 준비한 상태로 그의 정맥에 관을 꽂아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샤신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니, 약을 써서라도 제정신으로 되돌리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감자를 극단적으로 다루는 것은 시큐리티 포스에서 하는 일은 아니었으나, 이미 7년 전의 리나 시티에서의 대전투로 명백한 위협임이 드러난 어둠의 신을 섬기는 것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사람을 암살하는 테러 행위까지 벌이는 시점에서 하샤신들은 더 이상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우할 이유가 없음을 밝힌 셈이었다.
"소용없다. 그런 약으로 입을 열 만큼 우리가 만만한 줄 알았나?"
"차라리 약으로 입을 여는게 더 나을겁니다. 여러 목숨들을 위협한 것으로 모자라 시큐리티 포스의 요원들을 조직적으로 암살한 이상, 하샤신들에게는 일체의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지시가 내려왔으니 말입니다."
그 말과 함께 자백제가 오즈의 정맥을 통해 투여되기 시작하고, 곧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오즈였지만 하샤신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입을 강제로 열게 만들 때에 대비해 암흑 날개가 무너지기 이전부터 약제에 대한 내성을 키워놨던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자백제의 약효에도 저항하고 있는 오즈였다.
"아까 우리가 말 안 했습니까? 하샤신들에겐 일체의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고."
그러나 오즈가 그렇게 저항할 수록 시큐리티 포스는 자백제의 투여량을 더 늘릴 뿐이었고 문 닫힌 비밀 취조실에서 오즈는 하샤신들이 죽인 요원들을 부러워할 정도의 후한 대접을 온 몸으로 받고 있었다.
*
트와일라잇 시티의 깊은 새벽. 소수의 하샤신들이 야음을 틈타 어디론가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다름 아닌 하림 일가의 집이었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집안의 모든 인물들을 살해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적을 하나라도 줄이고 암흑 날개를 적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렬한 경고를 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시큐리티 포스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번 목표는 상당히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까다로운 상대일 수록 승리의 쾌감은 강렬한 법이었다.
"우윽..."
하림의 집 근처에서 비밀리에 경비를 서던 닌자들을 암살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큐리티 포스 측에서 마련한 여러 방어 수단들을 하나하나 벗겨가며 타겟을 향해 움직이는 하샤신들은 이윽고 비밀리에 설치된 경보 설비도 무력화시킴으로서 암살 준비를 마쳤고, 드디어 목표인 하림의 집으로 잠입하는 하샤신들이었다.
"이것은 신벌이다."
한 하샤신의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하샤신들이 그의 집에 들어서고, 가장 어둡고 긴장이 풀리는 시간대였던 만큼 집안의 모두가 잠이 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샤신들은 각각의 방으로 잠입해 잠든 타겟을 향해 단도를 꺼내들고 있었다.
"우윽?!"
그러나 암살을 위해 단도를 꺼내들어 그의 목을 베어버리려던 하샤신 한 명의 양 오금에 얇고 가느다란 비도가 그대로 꽂히고 뒤이어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은 그가 노렸던 하준이 아닌 시큐리티 포스 소속의 닌자, 사쿠야였음을 발견한 하샤신은 이미 양 다리가 사실상 무력화된 와중에도 어떻게든 사쿠야라도 반드시 죽이겠다고 손에 쥐어진 단도를 그녀에게 던지려 했지만 그 전에 그녀의 손에서 던져진 쿠나이가 그의 팔오금 양쪽 모두에 직격되며 힘없이 단도를 떨구고 말았다.
"이, 이런 망할..."
"아악!!"
다른 방에서는 태양이로 위장했던 이와나가의 닌자견, '키린마루'가 태양이와 그의 부모를 암살하려던 하샤신의 오른손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깨물어버리고, 왼손과 양 다리를 그 주인인 이와나가가 분질러놓은 상황이었고, 다른 방에서도 닌자들이 다소 과격하게 하샤신들을 제압하는 중이었다. 시큐리티 포스 측에서도 요원들을 조직적으로 암살하거나 중상을 입힌 하샤신들에게는 일종의 살인 허가까지 내세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에게 잡힌 하샤신 중 한 명을 반죽여가며 얻어낸 정보 덕분이었지. 지금쯤이면 이미 그 잘난 어둠의 신의 밑구멍이라도 닦고 있으려나."
하림의 집에서 붙잡힌 하샤신들의 수는 총 여섯명. 팔다리의 오금에 날붙이가 박힌 쪽은 차라리 양반이었고, 닌자견에게 심하게 물려 오른손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하샤신부터 열 손가락 모두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부러져버린 하샤신, 기괴한 자세로 양팔과 양다리가 묶여버린 하샤신 등등 못 봐줄 꼴들이 한 가득이었다.
"하지만... 분명 바깥의 닌자들을...!"
"인법 고기인형. 너희가 암살했던 닌자들은 엄연히 말하자면 인법의 힘을 빌려 닌자의 모습으로 둔갑시킨 불쌍한 길고양이들이었고, 너희들의 버릇을 이용해 만든 데드맨 스위치를 겸했지."
길고양이들을 희생시킨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샤신들의 폭거를 멈출 방법이 마땅찮았기에 이와나가가 총대를 매고 '인법 고기인형'을 이용해 트와일라잇 시티의 길고양이들을 닌자로 둔갑시킨 것이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하샤신들은 자신들이 또 다시 닌자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냐며 분노하고 있었다. 이렇게 반쯤 불구로 만들어놓아 생포한 하샤신들 역시 오즈나 겨우 해동된 하샤신이 그랬던 것처럼 죽은 사람들을 부러워할 정도의 후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이미 미쳤으니 자백제 투여 중점!
시큐리티 포스 요원들을 조직적으로 암살하는 등 하샤신들의 암살 행위가 도를 넘어선 시점에서 결국 시큐리티 포스에서도 칼을 빼들고 말았읍니다
하샤신들은 언제까지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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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들이 죽어나가는(물리) 상황의 시큐리티 포스 | 23.08.29 23: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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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은 어찌보면 축복받았네요. 어찌보면요 | 23.08.29 23: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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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시큐리티 포스에게 듬뿍 대접받지는 않으니까요 | 23.08.29 23: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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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나가가 총대를 매고 한 일이니, 책임도 이와나가가 스스로 지겠죠 그만큼 하샤신들이 워낙 날뛴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 23.08.30 00: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