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시티에서 약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 로엔그린 시티.
이 도시에선 자연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자연과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며, 화려한 도시와 푸르른 자연이라는 상반되는 두 개의 세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오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도시에 있는 어느 듀얼 필드에선, 누군가가 화려한 외형을 가진 D-휠을 타고 라이딩 듀얼 코스를 주행하고 있었다.
'오프리스 M.K 3'라고 불리는 이 D-휠은, 날카로우면서도 깔끔한 외형을 자랑하고 있는 D-휠.
마치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아름다운 꽃과도 같이 수려한 모습이었으나,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다는 말을 증명하듯, 군데군데 날카롭게 돋아난 장식들이 '오프리스 M.K 3'의 외형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비유하자면, 벌의 모습으로 위장해 꽃가루를 퍼뜨리는 식물의 외형을 가진 몬스터, [프레데터 플랜츠 오프리스 스콜피오]로 비유할 수 있을까.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난 꽃처럼 수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이 D-휠,'오프리스 M.K 3'는, 어느덧 끼이익 하는 엔진 소리를 내며 라이딩 듀얼 코스의 끝 지점에 멈춰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오프리스 M.K 3'를 타고 라이딩 듀얼 코스를 주행하고 있던 듀얼리스트는, 헬멧을 벗고 자신의 애마인 '오프리스 M.K 3'가 망가지거나 한 곳은 없나 꼼꼼하게 점검하기 시작했다.
"휴, 오늘도 무사히 주행 완료! 망가진 곳도 없고... 연료 상황은 신경을 많이 써야겠는 걸? 이틀 연속으로 코스 주행 연습하느라 연료가 30퍼센트밖에 안 남았네."
헬멧을 벗고 자신의 애마, '오프리스 M.K 3'의 상태를 점검하다가, 현재 연료가 30퍼센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이제 자신이 애용하는 D-휠에 연료를 채워 넣어야겠다고 말하는, 은색 빛이 살짝 도는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가진 한 청년.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이 잘 생긴 청년의 이름은, 바로 로엔그린 시티의 명문 프로 듀얼 구단인 팀 이글스에 소속되어 있는 프로 듀얼리스트, "채은성"이었다.
"백은성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로 듀얼리스트 채은성.
그 별명에 걸맞게 [라뷰린스] 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 채은성은, 라뷰린스 덱으로 수없이 많은 난적들을 돌파하며, 이 뛰어난 실력과 늘 겸손함을 유지하는 훌륭한 인성 덕분에 프로 구단에서 너도나도 모셔 가려고 하는 뛰어난 인재였다.
그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라뷰린스] 덱의 강점과 약점을 주도면밀하게 파악해, 상대가 어떤 수단을 사용할 때마다 그에 걸맞는 반격 플랜을 준비하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자신의 [라뷰린스] 덱을 카운터치기 위해 플랜을 짜 온 상대를 역으로 카운터치는 플랜을 선보이며, 자신이 쌓아올린 하얀 은빛 성을 더욱 더 견고하게 보수하고 보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도 듀얼 필드에 설치된 라이딩 듀얼 코스를 무사히 주행 완료한 은성은, 자신의 애마인 '오프리스 M.K 3'에 연료를 채워넣기 위해 팀 이글스의 숙소 근처에 위치한 D-휠 전문 센터로 향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근처라고 해도 D-휠을 타고 약 10분 거리, 걸어서 간다면 보통 사람의 걸음걸이로는 약 30분 정도 거리에 D-휠 전문 센터가 있기 때문에, 사정이 급박해서 D-휠을 타고 이동한다고 해도 연료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은성은 D-휠 전문 센터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D-휠 전문 센터가 위치해 있는 장소를 향해 자신의 애마 '오프리스 M.K 3'를 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수울즈콰리터 시티에 위치한 SEM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듀얼 대회.
대회장에 모인 관객들은 오늘도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 듀얼리스트들을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잠시 후 대회 진행을 맡은 노엘르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에우로페"의 멤버가 아닌 이번 듀얼 대회의 진행자 자격으로 나타난 노엘르를 향해 열띤 환호와 박수를 보내 주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수울즈콰리터 대회 진행을 맡게 된 MC 노엘르라고 합니다!"
"와아아!!!"
"오늘도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곳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수울즈콰리터 듀얼 대회를! 시자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아아아아!!!!"
"와아아아아!!!!"
노엘르가 힘찬 목소리로 대회 시작을 알리자, 노엘르의 멘트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열광하는 관객들.
많은 듀얼리스트들이 참가한 이번 듀얼 대회는, 통합 듀얼 챔피언십 진출권이 걸려 있지는 않지만, 관객들은 그런 것에 관계없이 오롯이 순수하게 듀얼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듀얼리스트들의 불꽃 튀는 듀얼을 눈동자를 반짝이며 관람하는 관객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듀얼리스트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성 소리를 보내며, 승패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듀얼 몬스터즈, 그 자체에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 대회에는 당연히 은성도 참가한 상태이고, 은성이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 눈으로 접한 관객들은, "백은성 달인"이라고 불리는 백은의 귀공자, 채은성이라는 듀얼리스트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 주었다.
은성은 여러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휩쓴 전적이 있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듀얼리스트이기에, 이번 대회에서도 은성이 무난하게 우승을 거머쥐거나, 아니면 준우승을 거머쥐리라 기대하며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관객들의 이 기대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매우 처참하게 박살이 나버렸다.
흔히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여러 프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은성과, 그런 은성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관객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던 것이다.
마치 순풍을 탄 돛단배처럼 32강까지 순항길을 타던 은성은, 32강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32강이라는 구간에서 은성에게 난관을 안겨 준 상대는, 바로 지난 번 크리거 시티 대회에서 자신에게 패배했던, 트와일라잇 시티가 낳은 미녀 듀얼리스트, 진청월이었던 것이다.
라이딩 듀얼 첫 번째 코너에서 선공을 잡고 [라뷰린스] 특유의 리버스 카드 중심 운영을 하던 은성은, 청월이 이번 대회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단련한 [배틀드론] 덱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고 날쌔게 달려드는 한 마리의 늑대와도 같은 [배틀드론]의 날카롭게 파고드는 공격 세례에, 은성은 [라뷰린스] 덱이 자랑하는 함정 카드 위주의 전술로 단단하게 방어하며, 때로는 청월에게 묵직한 공격을 시도하는 등 공방을 자유롭게 전환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청월의 [배틀드론] 덱은 은성이 다루는 [라뷰린스] 덱의 플랜을 야수의 예리한 감각으로 방어하며, 이내 은성이 쌓아올린 백은의 성을 향하여, 마치 산 또는 계곡에 위치한 절벽 아래를 향해 웅장하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와도 같은 날카롭고 거센 맹공을 퍼부었다.
결국 청월의 [배틀드론] 덱이 자랑하는 거칠고 날카로운 맹공에, 마치 쉽게 부서지지 않고 상대를 농락하는 철벽의 성과도 같았던 은성의 방어벽은, 청월의 [배틀드론]이 퍼부어대는 포탄 세례를 견디지 못했다.
난공불락이라는 단어를 자랑했던 은성의 [라뷰린스] 덱이 자랑했던 하얀 성은, 마침내 이 곳, 수울즈콰리터 시티에서 열린 대회에서, 상대가 퍼붓는 거센 맹공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처럼 힘 없이 무너져 내리고 만 것이다.
청월의 [배틀드론] 덱이 자랑하는 날카롭고 예리한 공세에, 결국 수울즈콰리터 시티 대회 32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 은성.
은성은 자신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한 청월을 향해 악수를 청하며, 좋은 듀얼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스타디움 바깥으로 통하는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축하해요, 진청월 씨."
"고맙습니다. 채은성 씨도 고생 많으셨어요."
"이번에는 제가 졌네요. 다음에는 제가 반드시 이길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하시죠."
"물론이죠. 저도 그 때까지 단련하고 올 테니까, 다음 대회에서 만나면 각오 단단히 하세요."
간단한 인삿말을 나누고 출구를 통해 스타디움을 빠져나가는 은성의 뒷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초라해 보였다.
채은성의 32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광경을 관객들에게 선보인 수울즈콰리터 대회.
이 대회의 결승전에서 맞닥뜨리게 된 두 명의 듀얼리스트는, 바로 트와일라잇 시티가 낳은 꽃미남, 꽃미녀 듀얼리스트 부부, 하림과 청월이었다.
결승전에서 만난 하림과 청월 부부는 서로 봐 주는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마치 전쟁터에서 맞닥뜨린 장수들처럼 거칠고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번 수울즈콰리터 대회에 [드라이트론] 덱으로 참전한 하림은, 아내 청월의 [배틀드론] 덱이 자랑하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퍼붓는 맹공에 자신 역시 [드라이트론] 특유의 웅장하고 화려한 우주의 별처럼 반짝이는 공세로 맞받아쳤고, 두 사람이 듀얼이라는 검을 휘두르며 서로 합을 주고받는 모습을 본 관객들은, 이 듀얼에선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라며, 천진난만함을 자랑하는 어린아이처럼 눈동자를 반짝이며 두 사람이 보여주는 듀얼에 정신을 집중하였다.
날카롭고 예리하게 반짝이며 미사일 세례를 퍼붓는 전투기들과, 거기에 맞서 우주의 별처럼 반짝이며 거센 공세를 퍼붓는 우주모함들.
서로가 무슨 전략을 구사하는지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두 사람의 듀얼리스트는, 수시로 공방을 전환하며 상대의 라이프 포인트를 줄여 나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치열한 공방은, 마침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였다.
청월의 [커맨드론 더블스나이퍼]가 하림이 꺼낸 [드라이트론-메테오니스=DRA]의 집중 포격을 맞고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이며, 청월의 라이프 포인트를 0으로 떨어뜨리게 된 것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던 이번 수울즈콰리터 시티 듀얼 대회의 우승자는, 바로 하림이었다.
우승을 거머쥔 하림은 아내 청월에게 좋은 듀얼을 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해 주었고, 준우승을 거머쥔 청월 역시 자신도 이런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울즈콰리터 시티의 SEM 샨데비스타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던 듀얼 대회의 승자가 하림으로 결정되던 바로 그 시각.
안타깝게 32강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하고 만 은성은, 이번 듀얼에서 자신이 부족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꼼꼼하게 모니터하며, 다음 듀얼에서 청월을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이기고 말 것이라는 굳센 다짐을 보였다.
그러나 은성의 이런 굳센 결의는, 그 뜻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크리거 시티에서 열린 라이딩 듀얼 대회에서는 호철의 [테라나이트] 덱이 자랑하는 별의 기사단의 연계 플레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리나 시티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수진의 [샐러맨그레이트] 덱이 자랑하는 안정적인 전개력과 전생 링크에, 자신이 준비했던 [라뷰린스] 덱의 플랜이 모조리 틀어막혀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호철과 맞붙었던 크리거 시티 라이딩 듀얼 대회에서는 호철에게 패배하는 바람에 32강, 리나 시티에서 수진과 맞붙었던 대회에서는 수진에게 처참하게 패배하여, 무려 64강이라는 관문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아야 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과 맞붙었던 듀얼리스트들은 모두 그 대회에서 TOP 4 안에 들어가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은성의 귀에 들려오자, 은성은 자신의 성적이 부진한 것은 모두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며, 자신이 다루는 [라뷰린스] 덱을 더욱 더 열심히 갈고 닦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은성이 뼈를 깎고 살을 깎는 필사의 노력을 다 했음에도, 은성의 부진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리는 D-휠처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트와일라잇 시티에서 열린 라이딩 듀얼 대회에선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하림의 [상검] 덱이 자랑하는 테크니컬한 플레이에 32강에서 자신의 발걸음을 돌려야 했고, 샨데비스타 시티와 문라이즈 시티에서 개최된 라이딩 듀얼 대회에선 트와일라잇 시티 듀얼 챔피언십 챔피언 자리에 앉아있는 홍월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64강도 아닌 무려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
은성과 맞붙었던 듀얼리스트들은 모두 우승을 거머쥐는 상황이 벌어지고, 은성은 그렇게 뼈와 살을 깎는 훈련을 했음에도, 자신의 성적이 부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부진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걱정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나날만을 겪고 있었다.
숙소에 배치된 자신의 방에서 자신이 계속 특정 구간에서 멈춰야만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고민하는 은성.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라뷰린스] 덱의 구성도 계속해서 바꾸어 보고, 전개 방법도 다양하게 바꾸어 보며, 언젠가는 빠져 나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부진의 늪을 허우적거렸다.
잠시 후, 부진의 늪을 허우적거리던 은성에게 구원의 줄이 되어준 단 하나의 희망이 나타났다.
부진의 늪에 빠진 은성에게 있어서 희망의 동아줄이 되어 준 것은, 바로 자신이 [라뷰린스]를 사용하기 전에 즐겨 사용했던 덱, [염왕] 덱이었다.
[라뷰린스]로 인기를 끌기 전인 신인 시절에 은성이 주로 사용했던 덱은 바로 [염왕] 덱.
[라뷰린스] 몬스터들의 효과와 각종 함정 카드들로 수비를 탄탄하게 쌓아 올리며. 상대의 플레이를 제약하는 전략이 주를 이루는 [라뷰린스] 덱과는 달리, [염왕] 덱은 자신의 카드를 파괴하면서 상대에게 맹공을 퍼붓는, [라뷰린스]와는 기본적인 전략부터가 완전히 다른 파괴 위주의 덱이었다.
[염왕] 덱을 사용하던 신인 시절의 은성은, 자신이 사용하는 [염왕] 덱을 "파트너"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로 각별하게 생각했으나, [염왕] 덱만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거두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에, [염왕] 덱을 잠시 내려놓고 새롭게 찾은 덱이 바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라뷰린스] 덱이었다.
당장이라도 하늘을 향해 솟구칠 것만 같은 붉은색의 불꽃 무늬가 그려져 있는 검은색 덱 케이스 안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던 [염왕] 덱을 다시 손에 쥐고, [염왕] 덱과 함께 난관을 헤쳐 나아가며, 순수하게 듀얼을 즐겼던 그 시절의 자신을 회상하는 은성.
지금도 듀얼을 즐기는 마음은 그 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은성의 마음 속에 있는 초심이라는 불꽃은 어느새 조금씩 사그라들며, 지금은 언제 그 존재가 사라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크기가 매우 작아져 있었다.
자신과 무명 시절을 함께 헤쳐왔던 자신의 소중한 파트너 [염왕] 덱과,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 준 고마운 파트너, [라뷰린스] 덱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는 은성.
은성은 이내 결심을 굳힌 듯한 표정을 지으며 듀얼 디스크에 꽂혀있던 [라뷰린스] 덱을 분리하고, 여러 가지 보석들이 당장이라도 반짝거리는 빛을 낼 정도로 새하얀 덱 케이스 안에 자신이 사용하는 [라뷰린스] 덱을 조심스럽게 정돈해서 넣은 뒤, 하얀색 덱 케이스는 주머니에 넣고 불꽃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검은색 덱 케이스 안에 들어있던 자신의 옛 파트너, [염왕] 덱을 듀얼 디스크에 꽂아 넣고는, 제로(0)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라이딩 듀얼 전용 복장을 갖추어 입고, 숙소 주차장에 배치된 자신의 백마, '오프리스 M.K 3'를 환한 미소와 함께 쓰다듬어 주며, 지금은 네가 아니라 옛 파트너와 함께 라이딩을 하러 가는 것이라며, '오프리스 M.K 3'에게 진심으로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프리스 M.K 3'에게 양해를 구하고 은성이 고개를 돌려 바라본 장소에는, 신인 시절 은성이 라이딩 듀얼 대회에서 즐겨 타곤 했던, 붉은 불꽃 무늬가 그려져 있는 검은색의 D-휠, '이터니티 피닉스'가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인 시절 자신에게 있어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이자, 라이딩 듀얼에선 D-휠에 붙은 그 이름에 걸맞게, 몇 번이고 쓰러진다 해도 계속해서 하늘 높이 날아 오르며 영생을 누리는 불사조처럼, 라이딩 듀얼을 할 때마다 몇 번이나 망가지고 부서지는 등 험한 꼴을 자주 당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뜻에 걸맞게, 쓰러진다 해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는 불사조와도 같은 질긴 생명력을 자랑했던 D-휠, '이터니티 피닉스'.
팀 이글스에 들어오면서 '오프리스 M.K 3'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얻은 은성은, '이터니티 피닉스'에게 잠시 안녕을 고하고 '오프리스 M.K 3'와 함께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싹쓸이하는 등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은성이 신인 시절 및 무명 시절에 대회에서 즐겨 타던 '이터니티 피닉스'는, 팀 이글스 숙소 주차장에 방치된 채로 먼지가 쌓이기 시작하며, 잠시라고 쓰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휴식 기간을 보내게 되었다.
[라뷰린스] 덱을 사용하는 은성의 이미지에 하얀 차체를 뽐내는 '오프리스 M.K 3'가 너무나도 잘 맞았던지라, '이터니티 피닉스'의 자리는 순식간에 '오프리스 M.K 3'에게 빼앗기게 되었고, '이터니티 피닉스'는 주차장에 방치된 채 언제 다시 필드 위를 달릴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영겁의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은성은 꺼져가는 불꽃처럼 사그라들어가던 초심을 다시 되찾기 위해, '오프리스 M.K 3'를 탈 때의 하얀 라이딩 듀얼 수트가 아닌, '이터니티 피닉스'를 탈 때 즐겨입던 불꽃 무늬가 그려져 있는 검은색 라이딩 수트를 입은 상태였다.
'오프리스 M.K 3'에게 진심을 듬뿍 담아서 양해를 구하고, 주차장에 방치되어 있던 '이터니티 피닉스'에 앉아 '이터니티 피닉스'의 시동을 거는 은성.
'이터니티 피닉스'는 은성이 자신을 다시 찾아줄 때만을 기다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오프리스 M.K 3'에게 어느 것 하나도 절대 뒤쳐지지 않는 경쾌한 소리로 자신의 파트너를 다시 맞이해 주었다.
자신의 옛 파트너 '이터니티 피닉스'와 함께 숙소 근처 듀얼 필드에 배치되어 있는 라이딩 듀얼 코스를 주행하기 시작하는 은성.
파트너 은성을 태우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듀얼 코스를 달리는 '이터니티 피닉스'는, 은성의 현재 파트너인 '오프리스 M.K 3'에 뒤쳐지지 않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자신의 친구를 다시 자신의 안장 위에 태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치 장난감을 손에 쥔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오프리스 M.K 3'보다 몇 배는 더 경쾌한 엔진 소리를 내며 듀얼 코스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옛 파트너와 함께 라이딩 듀얼 코스를 달리는 은성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아마 옛 파트너와 함께 신나게 코스를 달리며, 마음 속에서 조금씩 꺼져가고 있던 자신의 초심을 다시 불태우며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그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오로지 은성과 은성의 소중한 파트너인 검은 불사조의 외형을 가진 D-휠, '이터니티 피닉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신인 시절과 무명 시절에 즐겨 사용하던 자신의 옛 파트너 '이터니티 피닉스', 그리고 [염왕] 덱과 함께 수울즈콰리터 시티 듀얼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은성.
은성이 불꽃 무늬가 새겨진 검은 라이딩 수트 및, 마찬가지로 검은 불꽃 무늬가 그려져 있는 불사조 모습을 띠고 있는 D-휠, '이터니티 피닉스'와 함께 나타난 모습을 본 관객들은, '오프리스 M.K 3'가 아닌 '이터니티 피닉스'가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자 말 그대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라뷰린스]를 사용하며 즐겨 타던 D-휠, '오프리스 M.K 3'가 아닌 '이터니티 피닉스'를 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20초의 카운트다운이 지나고 듀얼이 시작되자, 은성과 '이터니티 피닉스'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라이딩 듀얼 코스를 힘차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코너를 먼저 돈 것은 '이터니티 피닉스'와 함께 라이딩 듀얼 대회에 출전한 은성.
[라뷰린스] 덱이 아닌 [염왕] 덱으로 [A.O.J] 덱을 사용하는 상대에게서 완벽하게 승리를 가져온 은성은, 순풍을 탄 돛단배처럼 높은 관문을 향해 거침없이 쭉쭉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은성의 [염왕] 덱에 당한 상대 듀얼리스트들이 사용했던 덱들은 [웜], [에일리언], [명세계], [레프티레스] 등, 대부분 파충류족 몬스터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덱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준결승전에서 [키메라] 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를 힘겨운 사투 끝에 간신히 승리를 따 낸 은성은, 이후 결승전에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치게 되었다.
결승전에서 은성과 맞닥뜨리게 된 듀얼리스트는, 바로 은성과 마찬가지로 [염왕] 덱을 사용하는 "에우로페"의 멤버, 루치아.
얼떨결에 [염왕] 미러 매치라는 꿀잼 대진을 찍게 된 두 사람의 듀얼리스트는, 봐 주는 것 따위는 일체 없이, 마치 전장에서 합을 겨루는 군사들처럼 서로가 서로의 플레이를 맞받아치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되었다.
이 듀얼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아마 다른 이야기에서 다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어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듀얼을 본 관객들은, 은성에게 "백은성 달인"과 함께하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몇 번이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고, 불꽃이 모두 사그라진다 해도, 그 잿더미 안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와도 같은 듀얼리스트.
그의 새로운 별명은 바로, 옛날 채은성에게 붙었던 별명과 같은, "불꽃의 콘도르"이다.
"백은성 달인"과 함께 듀얼의 길을 걸어 나아가는, "불꽃의 콘도르" 채은성.
그의 앞에는 과연 어떠한 길이 펼쳐져 있을 것인가.
(엔딩 : 불꽃의 콘도르)
(링크 : https://youtu.be/wZTtq_eXR8Y)
===================================================================================================================
시즌 2 30화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선 외전에 등장했던 채은성의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후반부 대회에서 하림 부부 일행이랑 브레이크 부부 일행은 다른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어서, 안타깝게도 청월과의 리매치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대신 루치아와의 염왕 미러전이라는 꿀잼 듀얼을 언급했습니다.
과연 채은성 vs 루치아의 듀얼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끝날 지 기대됩니다.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220.94.***.***
아하하... 림이 좀 외전에서 행복했으면...ㅠㅠ | 23.07.28 16:59 | |
(IP보기클릭)175.223.***.***
(IP보기클릭)220.94.***.***
하하하... 림이의 명복을 빕니다(?) | 23.07.28 17:20 | |
(IP보기클릭)220.94.***.***
엑스트라 에피소드 잘 부탁드립니다! | 23.07.28 17:5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