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시티에 설치되어 있는 한 듀얼 필드.
긴장감이 감도는 이 곳에선, 지금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한 듀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짧은 갈색 머리를 가진 잘 생긴 청년은, 자신의 동생 루시를 자신의 친구에게 절대 넘겨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투지를 불태우는, 리나 시티 듀얼 챔피언십에서 프로 듀얼리스트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듀얼리스트, 루카스.
짧은 검은색 머리를 가지고 있는 잘 생긴 청년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갈색 머리 청년인 루카스에게서 약혼자 루시와의 결혼을 인정받기 위해 투지를 불태우는, 리나 시티 듀얼 챔피언십에서 프로 듀얼리스트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듀얼리스트, 현인제.
두 사람은 각자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정성스럽게 갈고 닦은 덱을 듀얼 디스크에 장착하고 듀얼을 시작하려 한다.
코인 토스의 결과에 따라 선공을 가져가게 된 사람은 바로 루카스.
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만 보면 선공이든 후공이든 상관 없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으나,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이 듀얼에서 선공을 잡지 못 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코인 토스로 선공을 가져간 루카스는 덱에서 뽑은 다섯 장의 카드를 꼼꼼하게 훑어보며, 이 패라면 괜찮은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새어 나왔다.
루카스의 표정에서 그가 좋은 패를 잡았다는 것을 확인한 인제.
인제 역시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다섯 장의 패를 꼼꼼히 훑어보고, 자신의 손에 쥐어진 다섯 장의 카드들도 상대를 견제하기에 나쁘지 않은 패라는 것을 확인하자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오호라.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패인데?"
"시작이 아주 좋아."
서로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다섯 장의 카드를 꼼꼼하게 훑어보며, 전개와 견제 모두 능동적으로 해낼 수 있는 패가 잡힌 것에 기쁨이라는 감정을 드러내는 루카스와 인제.
두 사람은 서로 머릿속으로는 안 좋은 패가 잡힌 것처럼 연기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 버렸다.
루카스와 인제, 두 사람은 서로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7년 동안이나, 아니, 우리가 알고 있는 7년이라는 세월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절친한 친구 사이로 보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서로 얼굴만 봐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꿰뚫어볼 수 있고, 그렇기에 서로의 앞에서 어설프게 연기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자신이 지금 안 좋은 패를 쥐고 있는 척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순식간에 들키고, 이내 이도저도 안되고 얼굴을 붉히며 자신이 왜 그런 어설픈 연기를 했는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후회라는 감정만 느끼는, 소위 말해서 쪽만 팔리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거기다 지금 듀얼 필드에는, (비록 루카스가 강제로 이 곳에 데려온 것이긴 하지만)그들과 인연을 쌓았던 사람들이 관객이 되어 루카스와 인제의 듀얼을 제법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이들 앞에서 어설픈 연기를 했다간 오히려 부끄러움만 더 심해지는 상황인 것이다.
루카스와 인제는 서로를 속이기 위해 시도하려 했던 어설픈 연기 따위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고, 이내 한 사람의 듀얼리스트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투지와 열정을 상대에게 부딪히겠다는 일념 하나만을 가지고, 이 듀얼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머쥐어 보이겠다는 굳은 다짐을 보였다.
""듀얼!!!!""
루카스's LP : 8000
인제's LP : 8000
"그럼 간다! 난 패에서 마법 카드,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를 발동! 이 카드의 효과로 내 엑스트라 덱에 있는 카드 6장을 랜덤하게 뒷면 표시로 제외하고, 덱에서 카드를 2장 드로우한다!"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 [포뮬러 애슬리트] 덱이라면 엑스트라 덱을 제외하는 카드를 쓰진 않을텐데...??"
루카스가 듀얼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패에 쥐고 있던 마법 카드,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를 발동해 자신의 엑스트라 덱에 있는 카드 여섯 장을 게임에서 제외하자, 인제는 자신의 친구인 루카스가 사용하는 [포뮬러 애슬리트] 덱은 엑스트라 덱을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덱이라는 것을 너무나 선명하게 잘 알고 있기에, 자칫 잘못하면 [포뮬러 애슬리트] 덱에서 제일 중요한 싱크로 몬스터인 [F.A. 라이트닝마스터]와 [F.A. 홈 트랜스포터], 그리고 뒤의 두 몬스터들과 마찬가지로 [포뮬러 애슬리트] 덱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링크 몬스터, [F.A. 샤이닝스타 GT]를 전부 날려 버릴 수 있는 카드인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를, 다른 누구도 아닌 [포뮬러 애슬리트] 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인 루카스가 저렇게 과감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의 효과로 무작위로 엑스트라 덱에 있는 카드 여섯 장을 골라 뒷면 표시로 제외한 뒤 덱에서 카드 두 장을 드로우한 루카스는, 드로우한 카드들이 모두 전개를 시작하기에 좋은 카드라는 것을 확인하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새어 나왔다.
"좋아. 이 정도면 전개를 시작하기 딱 좋겠어!"
"대체 무슨 생각이지...?? [포뮬러 애슬리트] 덱이라면 엑스트라 덱을 구성하는 카드 한 장 한 장이 모두 중요한 카드들이라, 엑스트라 덱을 대가로 두 장의 카드를 드로우하게 해 주는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와는 완전히 상극일텐데...??"
"그럼 계속해서 난 필드 마법을 발동하겠어.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부터 이어지는 루카스의 쇼 타임! 모두 즐겁게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쟤가 프로 생활하면서 허세만 잔뜩 든 것 같은데..."
"그럼 듀얼의 시작을 알리는 필드를 깔아 보도록 하겠어! 필드 마법, [U.A. 하이퍼 스타디움]을 발동!"
자신감과 허세가 잔뜩 깔린 목소리로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필드 마법 카드, [U.A. 하이퍼 스타디움]을 듀얼 디스크의 필드 존에 끼워넣는 루카스.
루카스가 필드 존에 꽂아 넣은 필드 마법 카드, [U.A. 하이퍼 스타디움]이 필드 위에 나타나자,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인 듀얼 필드는 순식간에 그 모습을 바꾸었다.
마치 여러 개의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스포츠 스타디움을 연상케 하는 듀얼 필드.
필드 존에 꽂힌 [U.A 하이퍼 스타디움]의 효과 처리로 덱에서 [울트라 애슬리트] 테마에 소속되어 있는 레벨 4의 전사족 몬스터, [U.A. 리베로 스파이커]를 패에 추가한 루카스는, 자신의 필드 존에 있는 필드 마법 카드, [U.A. 하이퍼 스타디움]의 두 번째 효과를 발동하였다.
[U.A. 하이퍼 스타디움]의 두 번째 효과는, 바로 패에 있는 필드 마법 카드 한 장을 상대에게 보여주고, 라이프 포인트 1000을 지불하는 것으로, 이 효과가 적용된 턴에 통상 소환 외에도 딱 한 번, [울트라 애슬리트] 또는 [포뮬러 애슬리트] 몬스터를 일반 소환할 수 있는 효과.
루카스는 자신의 패에 쥐고 있는 필드 마법 카드, [U.A. 스타디움]을 인제에게 공개하고, 라이프 포인트 1000을 지불하여 이번 턴 두 번의 일반 소환을 실행할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었다.
루카스가 자신에게 보여준 필드 마법 카드, [U.A. 스타디움]을 보자 인제는 그제서야 루카스가 왜 엑스트라 덱을 제외하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마법 카드,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를 발동했는지,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 루카스가 사용하는 덱은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포뮬러 애슬리트] 덱이 아니라, 바로 [울트라 애슬리트] 덱이다.
[울트라 애슬리트]는 같은 세계관에 있는 [포뮬러 애슬리트] 덱과는 달리 엑스트라 덱에 투입할 수 있는 [울트라 애슬리트] 테마 소속인 엑스트라 몬스터가 없고, 몬스터 효과는 오로지 메인 덱을 구성하는 몬스터들의 효과만을 사용하는 덱이다.
[울트라 애슬리트] 덱은 엑스트라 덱 몬스터 없이 오로지 메인 덱만을 사용해서 듀얼을 이끌어 나가기에, 엑스트라 덱을 제외하는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와는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덱 중 하나.
인제는 루카스가 [포뮬러 애슬리트] 덱이 아닌 [울트라 애슬리트] 덱을 사용하는 데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진지함이 가득 묻어 나오는 표정으로 듀얼 필드에 정신을 집중하였다.
"그럼 이어서 필드를 바꿔 보도록 하겠어! 필드 마법, [U.A. 스타디움]을 발동!"
"역시 오는구나."
루카스가 필드 존에 있는 [U.A. 하이퍼 스타디움] 카드를 묘지로 보내고, 새로운 필드 마법 카드인 [U.A. 스타디움] 카드를 필드 존에 꽂아넣자, [하이퍼 스타디움]의 모습을 띠고 있던 듀얼 필드는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바꾸었다.
[하이퍼 스타디움]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스포츠 스타디움이라는 역할에 맞게 근사한 모습을 자랑하는 [울트라 애슬리트] 덱의 핵심 필드, [U.A. 스타디움].
[스타디움]의 등장에 인제는 드디어 [울트라 애슬리트] 덱의 진짜 필드가 모습을 드러냈냐며 여유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드디어 나왔구나. [울트라 애슬리트] 덱의 진짜 필드...!!!"
"그래! [하이퍼 스타디움]도 [울트라 애슬리트] 몬스터들이 활약하기 좋은 필드긴 하지만, 이 필드야말로 [울트라 애슬리트] 덱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필드라고 할 수 있지!"
"저게 무슨 소리야? [스타디움]은 그냥 평범하게 스타디움이라고 하는데, [하이퍼 스타디움]은 그 앞에 하이퍼라는 단어가 붙어 있잖아? 그럼 후자 쪽이 좀 더 중요한 필드 아니야? 하이퍼라는 단어가 붙으면 더 센 카드잖아!" (후우리)
"원래 의미를 따지자면 그렇기야 하지. 하지만 [울트라 애슬리트] 덱의 핵심 카드는 [하이퍼 스타디움]이 아니라, 바로 저 [스타디움]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철수 씨?"
"보면 알아. 집중해서 잘 봐."
루카스가 효과를 전부 사용한 [하이퍼 스타디움]을 [스타디움]으로 바꾸는 모습을 본 후우리는, 이름에 아무 수식어도 붙지 않은 [스타디움]보다 하이퍼라는 멋드러진 수식어가 붙은 [하이퍼 스타디움] 쪽이 더 중요하고 강한 필드가 아니냐고 말하자, 철수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후우리에게 [울트라 애슬리트] 덱의 진가는 바로 저 [스타디움]에서 나온다며, 후우리에게 듀얼을 계속 집중해서 지켜보라고 말하였다.
철수의 이 말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일단은 철수의 말에 따라 듀얼 필드에 정신을 집중하는 후우리.
루카스는 방금 전 [U.A. 하이퍼 스타디움]의 효과로 덱에서 서치한 몬스터 카드, [U.A. 리베로 스파이커]를 듀얼 디스크에 꽂아 넣었고, 루카스의 필드 위에는 미래 지향적인 기계 스타일의 스포츠 복장을 갖춰입은 배구 선수의 모습을 띤 몬스터, [U.A. 리베로 스파이커]가 몸에서 철철 흘러 넘치는 강한 자신감을 선보이며 필드 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자아자! [리베로 스파이커], 지금 등장!"
"잘 부탁해요, [리베로 스파이커]!"
"맡겨만 주십쇼, 마스터 루카스!"
필드 위에 사이버 펑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배구 선수의 모습을 띤 몬스터, [리베로 스파이커]가 자신만만하게 나타나자 그와 매우 정겹게 인사를 나누는 루카스.
[리베로 스파이커]가 나타나자 스타디움에 설치된 조명은 화려한 여러 가지 색의 빛으로 그의 자태를 비추었고, [스타디움]의 효과로 덱에서 [울트라 애슬리트]라는 이름이 붙은 몬스터, [U.A. 퍼펙트 에이스]를 패에 추가한 루카스는, 방금 전 발동한 [하이퍼 스타디움]의 효과로 얻어낸 추가 일반 소환권을 사용해, 패에 쥐고 있던 [울트라 애슬리트] 몬스터, [U.A. 판타지스타] 카드를 듀얼 디스크에 꽂아 넣었다.
루카스의 듀얼 디스크에 [U.A. 판타지스타] 카드가 꽂히자, 루카스의 필드 위에는 사이버 펑크틱한 축구 선수의 복장을 갖춰입은 몬스터, [U.A. 판타지스타]가 화려한 묘기를 선보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판타지스타], 지금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어서 와요, [판타지스타]!"
"유후! 오늘도 신나게 달려 보자구요!!! 아하, 마침 화려한 조명이 절 감싸네요!"
[판타지스타]의 등장에 [리베로 스파이커]가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여러 가지 색의 빛으로 [판타지스타]를 비추는 [U.A. 스타디움].
[스타디움]이 비추는 화려한 조명에 [판타지스타]는 화려한 비보잉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였고, [U.A. 스타디움]의 효과로 덱에서 [U.A. 플레잉 매니저]를 패에 추가한 루카스는, 이후 패에 쥐고 있던 두 장의 카드를 마법/함정 존에 세트한 뒤 턴 엔드를 선언하였다.
루카스가 [리베로 스파이커]와 [판타지스타]라는 두 마리의 몬스터와, 리버스 카드 두 장만을 남기고 턴 엔드를 선언하자, 듀얼을 지켜보고 있던 후우리와 제퓨티, 나나, 그리고 하준은 루카스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필드 상황을 확인한 다른 관객들은 루카스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순식간에 알아채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루카스의 턴이 완전히 끝나고, 인제의 첫 번째 턴이 시작되었다.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한 인제는, 지금 자신의 패로 루카스의 필드를 뚫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루카스가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일 지 알 수 없기에,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패에 있는 몬스터 카드의 효과를 발동하였다.
"난 패에서 [암흑계의 문지기 젠타]의 효과를 발동! 이 카드를 패에서 버리는 것으로, 덱에서 [암흑계의 문] 1장을 패에 추가할 수 있어!"
"뭐?!" (브레이크)
"인제 형이 [참기] 덱이 아니라 [암흑계] 덱을 사용한다고?!" (알리시)
인제가 현재 사용하는 덱이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참기] 덱이 아닌 [암흑계] 덱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관객들.
인제는 프로 씬에서도 [참기] 덱을 즐겨 사용하는 듀얼리스트이기에, 관객들이 인제가 평소에 사용하던 [참기] 덱이 아닌, [참기] 덱과 완전히 다른 덱인 [암흑계] 덱이 나왔다는 것에 경악하는 것도 당연하다.
자신의 두 눈으로 자신의 절친한 친구 인제가 [참기] 덱이 아닌 [암흑계] 덱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목격하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관객들과는 반대로 마치 인제가 [참기]가 아닌 다른 덱을 가지고 왔을 것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미소를 짓는 루카스.
루카스는 인제가 원래 [참기] 덱을 즐겨 사용하긴 하지만, [참기] 덱 다음으로 즐겨 사용하는 덱이 바로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목격한 [암흑계의 문지기 젠타]가 소속되어 있는 테마, [암흑계] 덱이라는 사실을 자신과 루시가 어린아이일 때인 옛날 옛적, 그러니까 자신과 루시가 처음으로 듀얼 몬스터즈를 배우기 시작한,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카스와 루시 남매, 그리고 인제는 매우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서로가 듀얼에서 자주 사용하는 덱이 무엇인지, 그리고 서로가 펼치는 듀얼에서 서로가 무슨 전략을 사용하는 지에 대한 것도, 마치 부처님께서 손바닥을 들여다 보시듯 훤히 꿰뚫고 있다.
그리고 인제는 한 때 이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 했던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의 여섯 정수 중 하나인 어둠의 정수를 몸에 품고 있었던 "어둠의 그릇"이기도 했던 청년이다.
그렇기에 인제에게 있어 [암흑계] 덱을 다루는 일 쯤은 식은 죽을 먹는 것, 누위서 떡을 먹는 것 만큼이나 쉬운 상황인 것이다.
인제는 방금 패에서 묘지에 보낸 몬스터 카드, [암흑계의 문지기 젠타]의 효과로 자신의 덱에서 [암흑계] 덱의 핵심 필드 마법 카드, [암흑계의 문] 카드를 패에 추가하였고, 방금 서치한 [암흑계의 문] 카드를 지체 없이 필드 존에 꽂아 넣으며 전개의 시작을 알렸다.
인제가 [암흑계의 문] 카드를 필드 존에 꽂아넣자, 인제의 필드 위에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는 으스스한 기운을 풍기는 필드 마법, [암흑계의 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암흑계의 문]의 등장에 후우리는 저 문을 보기만 해도 갑자기 이 듀얼 필드가 추워지는 것 같다며 몸을 벌벌 떨었고, 브레이크는 원래 [암흑계] 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이니 이 스산한 기운에 완전히 면역이 된 상태이지만, 그래도 저 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언제 봐도 소름이 끼친다며, 다른 듀얼리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양 손으로 몸을 부여잡고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였다.
인제는 자신의 필드 존에 깔린 필드 마법 카드, [암흑계의 문]의 효과를 발동해 묘지에 있는 [젠타]를 제외하고, 이후 패에 있는 악마족 몬스터, [암흑계의 술사 스노우]를 묘지에 버린 뒤, 덱에서 카드를 한 장 드로우하였다.
인제가 필드 마법, [암흑계의 문]의 효과 처리를 마치자, 묘지와 제외 존에서 연달아 발동되는 [젠타]와 [스노우]의 효과.
[암흑계의 문]의 효과로 제외된 [젠타]가 먼저 필드 위에 수비 표시로 모습을 드러내고, 패에서 버려진 [스노우]는 자신의 효과로 인제의 덱에 있던 [암흑계]라는 이름이 붙은 카드, [암흑계의 마신왕 레인]을 패에 추가하였다.
"이거 듀얼이 꽤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데?" (림)
"자기도 그래? 나도 그런데!" (청월)
"역시 부부라서 그런지 죽이 척척 잘 맞네. 나한테도 쟤네처럼 운명의 짝이 안 나타나 주려나...??" (아케르나)
"포기해라, 아케르나. 우리한테 그런 운명의 짝 같은 건 없으니까." (알파드)
"저 영감탱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건, 꼭 거기에 초를 친다니까."
"난 확실한 사실을 말한 것 뿐이야. 우리 신세가 어떤 신세인 지 알고도 그래?"
"쳇..."
아케르나가 자신에겐 운명이 점지해 주는 짝이 나타나 주지 않는 거냐고 나즈막하게 읊조리자, 자신들의 운명이라는 길에 그런 운명의 짝 같은 건 없다며 아케르나에게 그냥 이대로 살아갈 것을 권유하는 알파드.
알파드의 태클에 아케르나는 알파드의 태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죽 내밀었고, 두 사람의 티키타카(?)를 본 알리시는 자신이 두 사람의 운명을 저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괜히 멋쩍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침 리나 시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루시우스와 함께 귀갓길에 오르던 카이, 니엔, 리나 남매는, 듀얼 필드에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는지, 귀가 일정을 잠시 멈추고 듀얼 필드를 향해 후다닥 달려와, 듀얼 필드에 있던 관객들과 인사를 주고 받았다.
관객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루카스와 인제가 듀얼을 하게 된 자세한 사정을 전해들은 세 쌍둥이는, 루카스도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그 놈의 시스콘 끼만 고쳤으면 좋겠다며, 루카스의 시스콘 끼는 도저히 못 말리겠다는 말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이후 듀얼 필드에서 머지 않아 인제의 신부가 될, 자신이 짝사랑했던 아리따운 여인, 루시의 모습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니엔.
니엔의 눈빛을 본 카이와 리나는 즉시 니엔을 제지하며 듀얼에 집중하라고 말하였고, 니엔은 후다닥 얼굴 표정을 바꾸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허둥지둥거리는 톤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머리와 가슴으로는 여전히 루시를 짝사랑하고 있는 니엔.
하지만 니엔은 이내 루시를 향한 자신의 연심을 마음 깊은 곳에 고이 접어두고, 언젠가 자신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를 운명의 짝을 기다렸다고 한다.
니엔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루시의 마음이 확고하게 현인제라는 한 사람에게만 자신의 화살표를 정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 듀얼 필드에서 열정과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인제의 꽃과 같이 아름답고 잘 생긴 미모를 본 니엔이, 루시가 왜 인제에게 폴 인 러브를 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고이 간직하고 있던 연심을 마음 속에 묻어두기로 다짐한 것도 있다.
물론 니엔은 5년 전 다른 형제들과 같이 [시큐리티 포스]의 보호를 받고 있을 때, 같이 보호를 받고 있던 루시에게서 인제에 대해 들은 것이 많고, 인제 이야기를 할 때면 루시의 얼굴에 화사하고 따뜻한 빛이 비추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기에, 자신이 [시큐리티 포스]에게 보호를 받고 있던 10살 때도 루시가 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는 우주 본부에서 루시를 통해 들었던 것들만 있어서, 루시가 말하는 현인제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무척 친절하고 강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5년 전을 회상하던 니엔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듀얼 필드에 신경을 집중하였고, 그런 니엔의 모습을 본 카이와 리나는 니엔을 향해 안쓰러워하는 눈빛을 보내며, 언젠가 니엔에게도 좋은 사람이 나타나 주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 주었다.
다시 루카스와 인제가 듀얼을 벌이고 있는 듀얼 필드로 시점을 돌려 보도록 하자.
[암흑계의 술사 스노우]의 효과로 덱에서 [암흑계의 마신왕 레인]을 패로 가져온 인제는, 자신이 다루는 [암흑계] 덱의 전개를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 패에 쥐고 있던 마법 카드, [암흑회랑] 카드를 듀얼 디스크에 꽂아 넣었다.
인제가 발동한 마법 카드, [암흑회랑]의 효과는 매우 간단하다.
바로 덱에서 [암흑계]라는 이름이 붙은 몬스터 카드 1장을 패에 넣고, 이후 패에서 카드 1장을 고르고 버리는 효과.
이렇게 매우 짧고 간결한 텍스트를 자랑하지만, 듀얼 몬스터즈에서 이렇게 짧고 간략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 카드는 대부분 강력한 효과를 자랑한다.
당장 듀얼 몬스터즈 공식 금지/제한 리스트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마법 카드, [욕망의 항아리]도 그렇고, 한 때 짧고 간단하지만 그에 걸맞는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며 금지 카드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가, 지금은 각각 제한과 준제한으로 완화된 마법 카드, [해피의 깃털]과 [번개]도 마찬가지이다.
[암흑회랑]은 비록 1턴에 1번밖에 발동할 수 없다는 강한 제약이 붙어있긴 하지만, 이 정도 제약은 사소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제약이 붙지 않았다면 이 카드도 각종 무한 루프에 악용되어, 당장 금지/제한 카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테니까.
[암흑회랑]의 효과로 덱에서 [암흑계의 사냥꾼 브라우] 카드를 패에 추가하고, 이후 패에 쥐고 있던 몬스터 카드, [암흑계의 용신 그라파]를 묘지에 버리는 인제.
[암흑회랑]의 효과로 묘지에 버려진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족 몬스터, [암흑계의 용신 그라파]는 즉시 자신의 효과를 발동하고,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낸 검은 번개를 루카스의 필드 위에 세트되어 있는 카드 하나에 떨어뜨려, 루카스의 세트 카드 1장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렸다.
[그라파]의 효과로 루카스의 필드 위에서 파괴된 카드의 정체는, 바로 지속 함정 [U.A. 페널티].
[그라파]의 효과로 루카스의 세트 카드를 파괴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라파]가 파괴한 세트 카드가 하필이면 묘지로 보내졌을 경우 진가를 발휘하는 카드인 [U.A. 페널티]였기에, 인제는 자신의 운이 여기에는 따라주지 않은 것 같다며 매우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하필이면 파괴한 카드가 [페널티]라니..."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이러면 나한텐 어마어마한 이득인데?"
"보통 저 카드는 [어리석은 부장]으로 덱에서 묘지로 보내는 것이 이득일텐데..."
"원래대로라면 그렇지. 근데 지금 내 패에 [어리석은 부장]이 없어서, 임시방편으로 필드 위에 세트해 둔 거야. 근데 그걸 파괴해 주니 나로썬 더할 나위 없이 땡큐인 거지!"
"진짜 카드 이름대로 나한테 엄청난 페널티가 주어진 모양이야. 난 카드를 2장 세트하고, 턴 엔드."
인제가 몬스터 카드는 수비 표시를 취하고 있는 [암흑계의 문지기 젠타] 달랑 1장에, 리버스 카드 2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를 선언하자, 관객들은 혹시 인제의 패에 소환하기 힘든 중~상급 몬스터만 잡힌 것 아닌가 싶어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암흑계] 덱은 카드의 효과로 묘지에 버려지면 자신의 효과로 묘지에서 부활하는 몬스터 카드들이 여러 종류가 있고, 또 방금 전 인제가 [암흑회랑]의 효과로 [암흑계의 사냥꾼 브라우]를 가져오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에, 그거라도 소환하면 방금 전 묘지에 보내진 [암흑계의 용신 그라파]를 소환할 수 있지 않냐면서 의문을 제기하는 후우리와 제퓨티.
마침 가정 수업을 끝낸 뒤 현월, 하윤 부부, 그리고 그의 아들인 갓난아기 태양과 함께 듀얼 필드에 합류한 베르트랑 역시 듀얼의 전체 과정을 보지 못했기에, 왜 인제가 리버스 카드만 2장을 깔아두고 턴 엔드를 선언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후 베르트랑은 누가 봐도 불안함이 최고 수치를 찍은 눈빛으로, 혹시 자신의 근처에 나나의 반려 정령인 [엑스퓨어리 누아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그런 베르트랑의 모습을 본 나나는 릴리가 그렇게 걱정되냐며 베르트랑을 짓궂게 놀리기 시작했다.
"베르트랑 아저씨, 혹시 릴리가 여기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래. 걔가 나 깔고 앉을 때마다 내 몸이 얼마나 혹사당하는지 아냐?"
"푸훗! 릴리는 좋겠다~ 나 말고도 자기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여기에 있으니까~"
"누, 누가 그 녀석을 걱정한다고 그래! 그 바윗덩이처럼 무거운 녀석이 지금 여기 없으니까 엄청 편하기만 하구만!"
"그래? 뭐, 지금은 편하긴 하겠지만, 건강 검진 끝나면 곧바로 아저씨한테 데려갈 거니까, 정신줄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이 놈의 지지배가 그냥!"
"푸히힛!!"
"하아... 내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나나의 반려 정령인 [엑스퓨어리 누아르]가 자기를 맨날 방석마냥 깔고 앉는 바람에 몸이 성할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베르트랑은, 자신이 어쩌다 나나의 반려 정령인 릴리, [엑스퓨어리 누아르]의 고양이 전용 방석이 된 거냐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 역시 베르트랑의 신세를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베르트랑을 위로해 주었고, 잠시 후 리나 시티에서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시큐리티 포스] 요원, 아우람이 자신의 연인 이브와 함께 듀얼 필드에 나타나자, 듀얼 필드에서 루카스와 인제의 듀얼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관객이 또 늘어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이 근처에서 팝콘이랑 콜라라도 사 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듀얼을 벌이는 듀얼 필드에 관객이 늘어난 것을 목격하고 기뻐하다가, 다시금 진지한 프로 듀얼리스트의 자세를 취하며 듀얼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루카스와 인제.
분명히 시작은 루카스의 시스콘 끼에 붙잡혀, 강제로 관객 모드가 되어야 했던 두 사람의 지인들은, 어느 순간 듀얼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관객 모드로 접어들게 되었다.
과연 이 듀얼에서 승리를 거두게 될 듀얼리스트는 누구일 것인가.
그리고 이 듀얼이 끝난 뒤, 베르트랑은 자신의 몸을 온전히 간수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있을 이야기에서 계속될 것이다. 커밍 쑨~
===================================================================================================================
시즌 2, 3화 연재 완료!
첫 번째 턴만 썼는데도 내용이 엄청나게 길어졌네요. 에고, 내 손가락이야...
손가락이 오랜만에 듀얼 로그를 써서 신이 났는지, 첫 번째 턴만 진행했는데 내용을 길게 썼네요.
혹시 듀얼 로그에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