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있었던 하림과 진청월 커플의 결혼식 청첩장 돌리기 대 작전은, 두 사람과 몇몇 지인들의 갖은 노력 끝에 무사히 성공으로 끝이 났다.
[시큐리티 포스]는 물론 트와일라잇 시티에 살고 있는 하림과 청월 커플의 지인들, 그리고 리나 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두 사람의 지인들에게도 무사히 청첩장이 배달되었으며, 심지어 한 때 이들과 매우 껄끄러운 사이였던 "용자"라고 불리는 일곱 명의 여인들에게도 무사히 청첩장이 배달되었다.
물론 그녀들에게 청첩장이 주어지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하림과 청월은 이들에게 모질게 대했던 지난 5년 동안의 시간들이 "용자"라고 불리는 일곱 명의 여인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용자"들 역시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하림과 청월 커플, 그리고 그들의 지인들과 만났다 하면 엄청나게 어색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만을 반복했다.
"용자"들과 하림 일행은 5년 전에는 서로 스치기만 해도 으르렁거릴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조금씩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서, 예전에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견해 차이 때문에 마주치기만 하면 못 잡아 먹어서 으르렁거리던 사이라고 설명한다면, 지금은 시간의 힘 덕분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며, 만났다 하면 어색한 공기를 뿜어내는 사이까지는 발전하게 되었다.
이들이 5년 전엔 왜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났을까?
그 이유는 바로,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창설되었던 악의 조직, [암흑 날개]의 장로 중 한 사람이었던 정령, 리스를 향한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
하림 일행이 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암흑 날개]의 장로이자 온갖 악행을 서슴 없이 일삼던 악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형장의 이슬이 되어 세상을 떠난 리스가 저지른 짓들은 너무나도 끔찍한 일들이었기에, 하림 일행이 리스를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같은 정령들도 리스가 저지른 만행들로 인해 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빴는데, 하림 일행은 오죽했을까.
그러나 "용자"라고 불렸던 일곱 명의 여인들은, 어둠의 신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려 했다가 형장의 이슬이 된 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그녀들은 원래 루나, 그리폰, 로엔그린, 수울즈콰리터, 오비탈리, 문라이즈, 크리거. 이 일곱 개의 도시에서 의지할 곳 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고아들이었다.
각 도시에서 매일 끼니와 잘 곳을 마련하는 것을 걱정하며, 언젠가 길거리에서 쓰러져 차디 찬 시체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그녀들을 리스가 거두어 주었고, 이들에게 "[성유물]의 용자"라는 칭호도 내려주며, 당장의 인생을 걱정해야 했던 일곱 명의 소녀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물론 그 빛은 리스의 추악한 야망이 가득 담긴 가식이 넘치는 빛이었으나, 일곱 명의 "용자"들에겐 리스가 내뿜는 빛이 자신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스한 빛이었으리라.
리스에게 선택받은 "용자"들은 한 명씩 일곱 개의 도시에 파견되어 [성유물]이라 불리는 구조물을 지키는 무녀 겸 신관 역할을 맡으며 [성유물]의 힘에 세뇌된 사람들을 이끌었으나,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각 도시에 파견된 정령들과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에겐 한참 못 미치는 힘이었다.
"용자"라는 칭호를 받은 소녀들이 지키고 있던 일곱 개의 [성유물] 중 다섯 개의 [성유물]은, 리스가 저지르는 만행을 두고 볼 수 없어 각 도시에 파견된 령사들과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의 손에 파괴되고, [성개]라고 불리는 [성유물]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은 듀얼리스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시큐리티 포스] 대원 중 한 사람인 "김철수"라는 대원의 손에 파괴되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성잔] 역시 [암흑 날개]와의 마지막 총력전 때 사일런스가 루니샤를 붙잡은 틈을 타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과 루나 시티 시민들의 손에 의해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고, 리스가 만들어낸 모든 [성유물]은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일곱 개 중 여섯 개의 [성유물]은 모두 세상에서 그 존재가 사라지게 되었지만, 수울즈콰리터 시티에 떨어졌던 거대한 손 모양을 가진 [성유물], [성개]만은 어딘가에 작은 파편들이 남아 있었는지, "미캉코"라는 종교에 깊게 심취한 일부 광신도들이 [성개]의 파편을 사용해 위령비를 만들자 그 위령비에서 이상한 힘이 뿜어져 나와 위령비 근처에 있던 사람들 및 정령들을 세뇌시키며, [성개]로 인해 홍역을 치러야 했던 수울즈콰리터 시티를 다시 한 번 혼돈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이 위령비를 제거하기 위해 [시큐리티 포스]는 김철수, 베르트랑, 댄디, 후우리, 하레, 니니 등으로 구성된 체스터 팀을 수울즈콰리터 시티로 파견해, 수울즈콰리터 시티에서 한바탕 총력전을 벌인 바 있다.
물론 이 사건도 체스터 팀의 활약 덕분에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사건을 진압하던 과정에서 철수와 베르트랑이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고, 수울즈콰리터 시티에서 일어난 사건의 자세한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비난 세례로 인해 후우리 역시 일시적으로 [시큐리티 포스]에서 무단으로 탈단하게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시큐리티 포스]는 자신들의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든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갖은 고생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고생을 해야 했다.
알베르, 마린, 사일런스, 카게야마, 코가라스마루 등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의 갖은 노력 끝에,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길을 무사히 진압하는 것에 성공한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
자신들의 안팎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모두 무사히 해결한 [시큐리티 포스]는, 수울즈콰리터 시티 및 그 전후로 일어난 사건에서 겪은 교훈을 자신들의 마음 속에 깊게 새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여러 사람들의 의견에 존중하며, 다수의 의견이라고 하여 무조건 따르지 않고, 소수의 의견이라고 하여 무조건 묵살하지 않는다.
그리고 비록 악한 짓을 저지른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 사람의 의견을 무조건 묵살하지 않고, 단 한 글자도 빠짐 없이 경청한다.
[시큐리티 포스]는 자신들에게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더욱 더 굳게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무조건 선만을 강요하는 것 역시 무조건적인 악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은 마음 속에 깊게 새겼을 것이다.
[시큐리티 포스]가 겪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용자"라고 불렸던 일곱 명의 소녀들은 세상을 더욱 더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리스가 비록 자신들에게 한 줄기 빛을 내려준 생명의 은인이긴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있어 리스는 이 세상을 지배하려 했던 지독한 악녀였고, 리스를 따라 일곱 개의 도시에서 [성유물]이라고 불리는 구조물을 지키는 "용자"라는 이름의 무녀, 신관 노릇을 하던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들이 악행을 저질렀던 일곱 개의 도시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행하였다.
"용자"들은 환경 미화 작업, 교통 정리, 강습 교육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행하였고, "용자"들이 자원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용자"들을 죽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던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며, "용자"라고 불렸던 이 일곱 명의 여인들을 도와 각 도시에서 자원 봉사를 실시하였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 끝에 도시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고, [시큐리티 포스] 역시 그동안 겪은 일들을 밑거름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에 최선을 다 하였다.
그리고 보엘리, 카이, 캐스퍼라고 불리는 전직 [암흑 날개] 조직원들은 수울즈콰리터 시티에서 일어난 일을 기회 삼아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 몰래 악행을 저지르려다 김철수와 베르트랑, 댄디, 그리고 [시큐리티 포스]와의 오해를 풀고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 복직한 후우리에게 발각되어 차디 찬 우주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들이 교도소에 끌려가는 타이밍은 마침 교도소 생활을 성실하게 이행한 모범수로 선정되어 감옥에서 석방된 전직 [암흑 날개]의 "깃털"이라 불렸던 삼 총사, 케스퍼, 에리카, 라이카가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 일하던 시기와 우연히 딱 겹치게 되었으니.
자신과 이름도 비슷하고, [암흑 날개] 출신이라는 점도 똑같고, 심지어 [시큐리티 포스] 안에서 보엘리, 카이라는 사람들과 함께 악행을 저지르려다 발각되어 교도소로 들어가게 된 캐스퍼를 본 케스퍼는, 이름 때문에 괜히 자기가 또 오해를 사는 건 아닐까 싶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저 자식 저거, 나랑 이름 비슷한 그 캐스퍼인지 뭔지 하는 녀석 아냐?" (케스퍼)
"그러게? [암흑 날개] 아지트에서 본 이후로 오랜만에 보네?" (에리카)
"근데, 쟤네 지금 팔에 수갑 차고 어디 가는 거지?" (라이카)
"손목에 수갑 찬 거 보니까, 또 어디서 크게 사고라도 친 거 아닐까?" (에리카)
"하여튼 [암흑 날개]에 있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저 녀석은 내 인생에서 도움이 안 돼요. 아오, 골치 아파... 이러면 괜히 선량한 대원이 된 나만 또 오해 살 거 아냐? 참 나... 저 녀석은 왜 하필 나랑 이름이 비슷해서 내 인생에 걸림돌이 되는 거야?" (케스퍼)
"뭐, 임마?! 야, 떨거지 케스퍼! 넌 [암흑 날개]에 있을 때 매번 임무 실패해서 경비병으로 강등됐다가, 거기 있는 두 떨거지들이랑 같이 배신 때렸잖아!!! 그런 놈이 무슨 걸림돌을 운운해, 어?! 네가 내 손에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냐, 지금?!" (캐스퍼)
"뭐, 임마?! 야, 거기 감옥에서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는 죄수 캐스퍼! 너 지금 나랑 내 동료들한테 뭐라 그랬냐, 어?! 떨거지?!"
감옥에서 우연히 케스퍼가 에리카, 라이카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캐스퍼를 험담하는 말을 하자, 감옥 안에서 자신을 험담하는 것을 들은 캐스퍼는,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케스퍼를 향해 에리카, 라이카와 같이 싸잡아서 떨거지라고 비난하였고, 그 말을 듣고 머리에 빠직 마크를 띄운 케스퍼는, 감옥 안에 있는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죄수 캐스퍼를 당장이라도 때려눕힐 것처럼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캐스퍼의 떨거지라는 말에 분노가 차오른 케스퍼를 힘겹게 뜯어말리는 에리카와 라이카.
이후 케스퍼와 캐스퍼는 [시큐리티 포스] 대원 케스퍼가 우주 교도소 경비 근무를 설 때마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향해 매번 이름 바꾸라고 외치는 견원지간, 덤 앤 더머가 되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한 때 [암흑 날개]의 "깃털"이라 불렸던 삼 총사는, 이제 사람들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시큐리티 포스] 대원이 되어 방방곡곡으로 뛰어 다녔고, 트와일라잇 시티에서 근무를 서던 도중 우연히 하림과 청월 커플을 만나, 그들과 쌓았던 묵은 감정들도 훌훌 털어버리고, 하림과 청월 커플에게서 결혼식 청첩장도 받게 되었다.
이후 하림과 청월 커플은 청첩장 돌리기 대 작전을 끝낸 다음 날,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의 배려로 지인들과 함께 일곱 명의 "용자"들에게 찾아가, 그녀들과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음 속에 쌓아 두었던 묵은 감정들을 먼지 털어내듯 훌훌 털어내 버리고, 언젠가 같이 듀얼로 서로의 투지를 부딪힐 선의의 라이벌이자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하여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갈등의 씨앗은, 마침내 그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이들이 갈등의 씨앗을 모두 없애버린 것을 축하해 주듯이, 아홉 개 도시의 하늘 위에 떠오른 달과 별은, 아홉 개의 도시 아래로 자신들이 낼 수 있는 빛을 은은하게 내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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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편 연재 완료!!!
이번 편 역시 일상 편으로 짧게 써 보았습니다!
다음 편은 또 어떤 에피소드로 써야 하려나...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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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군요. 본편 연재도 엑스트라 에피소드도 휴식을 취하면서 연재하시길... 팬픽 연재는 체력과 정신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저도 이번 편은 스토리 구상만 하다가 이틀만에 짧게나마 이리저리 휘갈겨서 쓴 겁니다. | 23.05.12 00: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