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푸른 하늘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트와일라잇 시티의 어느 날.
이 도시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청월의 집 안에선, 사람들이 모두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홍월, 청월, 현월 삼 남매는 물론이고, 청월의 집에서 근무하는 메이드들도 원래 하던 일을 마친 뒤 청월 삼 남매가 하는 일에 합류할 정도로 급박한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 급박한 일을 알아내기 위해, 지금부터 시점을 삼 남매 쪽으로 옮겨 보도록 하자.
"누나, 대체 이걸 언제 다 만들어?"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엄살이야?"
"이거 그냥 전문 업체에 의뢰하면 안 될까? 왜, 에스트렐라 누나 네랑 수진이 누나 네도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거 생각 중이라는데."
"엄살 부릴 생각 마. 전문 업체 의뢰는 마지막까지 남겨둬야 할 최후의 보루야. 청첩장은 평생에 한 번 만들까 말까 한 건데, 우리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구."
"작은누나 말이 맞아, 현월아. 생각해 봐. 우리 삼 남매 중에 청월이 누나가 가장 먼저 결혼식을 올리는데, 결혼식에 참석하실 분들께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청첩장을 전해 드려야 하지 않겠어?"
"하아... 누나들 의견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래, 잘 생각했어."
홍월과 청월, 그리고 현월 남매의 대화 주제는, 바로 청월의 결혼식 청첩장 제작에 관한 것이었다.
진홍월, 진청월, 진현월 삼 남매 중 가장 먼저 결혼식을 올리게 된 둘째 청월은, 얼마 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해 마지 않는 남자, 하림과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15살 때부터 지금까지 만남과 교제를 지속해 온 하림과 청월은, 이제 서로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가 될 예정이다.
자신의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눈부신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본 청월은, 트와일라잇 파크 관람차에서 하림에게 다이아몬드 반지와 함께 로맨틱한 청혼을 받은 순간을 떠올리며, 입가에 지어진 싱글벙글한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런 청월을 본 홍월과 현월은, 사랑에 빠진 여자는 정말 못 말리겠다며 피식 하는 웃음소리를 내었고, 이후 자신의 언니 홍월, 동생 현월, 그리고 업무를 마치고 시간이 비는 일부 메이드들과 함께 청첩장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던 청월은,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현월을 향해 빠른 속도로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동생 현월과 심도 깊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현월아!"
"왜, 누나?"
"혹시 너, 윤이 걱정되지 않아?"
"유, 윤이?! 갑자기 그건 왜?!"
"왜 그렇게 당황해?"
"아, 아니... 그냥, 누나가 갑자기 윤이 얘기는 왜 꺼내나 싶어 가지고..."
"윤이 안부 묻는 게 어때서? 윤이도 이제 우리 가족이 될 아이인데, 안부 정도는 물을 수 있잖아?"
"그러게. 누나도 궁금하다. 현월아, 혹시 윤이가 지금 뭘 하고 있을 지... 궁금하지 않아?"
"그, 그야... 나도 윤이가 지금 뭘 하고 있을 지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먼저 연락하긴 좀 그래."
"왜? 아~ 너랑 윤이가 찰나의 욕망을 참지 못 하고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윤이 뱃속에 네 아이를 만들게 된 그 일 때문에 그래?"
"자, 작은누나! 그, 그 이야기는 당분간 안 꺼내기로 했잖아!"
삼 남매의 대화 도중 청월이 현월을 향해 얼마 전에 있었던 현월과 하윤 커플의 과속 사건을 언급하자, 마치 온갖 영양분을 골고루 받고 잘 익은 한 개의 사과처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현월.
아직 고등학생 신분인 미성년자이면서 한 순간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대형 사고를 저지른 덕분에(?), 성인인 작은누나 청월이 결혼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아이 아빠가 될 상황에 이르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된 현월은, 얼마 전에 있었던 하림과의 듀얼 및 듀얼 이후에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받은 잔소리 융단 폭격과 각종 서브미션 기술들을 당한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현월 본인에게 있어서 평생 받을 잔소리와 서브미션 기술들을 몰아서 받게 된 그 날은 자신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몇 번 꿀 지 안 꿀 지도 모를 악몽 같은 날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랴. 그 날의 일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현월과 현월의 여자친구 하윤, 이 두 사람이 엎지른 물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현월 본인도 비록 찰나의 욕망에 이기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 날 있었던 일은 엄연히 자신과 하윤이 저지른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현월은 가족들과 지인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친구 하윤은 물론, 하윤의 뱃속에서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도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며, 하림과 청월의 결혼식 청첩장을 제작하는 일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열정과 속도, 정성을 전부 쏟아붓고 있었다.
그렇게 현월이 작은누나 청월과 작은누나의 남자친구이자, 머지 않아 자신의 매형이 될 하림의 결혼식 청첩장 제작에 열정과 속도, 정성을 쏟아붓고 있을 무렵.
하림의 집에서도 학교에 등교한 하윤, 하준을 제외한 하림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청첩장 제작에 한창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었고, 하림과 하림의 부모님, 이 세 사람의 힘만으로는 청첩장 제작에 힘에 부치기에, 하림이 황혼 중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가장 절친했던 친구 중 한 사람인 명석과, 하림의 황혼 중학교 후배인 일영도 하림의 연락을 받고 하림과 청월의 결혼식 청첩장 제작 대열에 합류하였다.
"야... 진짜 청첩장 만드는 게 힘드네. 이걸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거잖아?" (명석)
"그렇지."
"휴... 청첩장 제작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네. 양가 가족들에 친척들, 지인들 줄 것들까지 다 제작하려면, 이걸 앞으로 얼마나 더 만들어야 하는 거야?"
"글쎄다. 내 예상으로는... 앞으로 300장은 더 만들어야 할 걸?"
"사, 삼백 장?! 그 많은 청첩장을 어느 세월에 수작업만 가지고 다 만들어?! 아니지, 이거 결혼식 날짜에 맞춰서 다 만들 수는 있어?!"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만은 않아. 장인어른 댁에서도 메이드들까지 다 동원해서 청첩장 만든다고 하던데?"
"청월 선배님 댁에는 청첩장 제작에 동원될 사람이 많기라도 하죠. 저희는 림 선배님 부모님이랑 저희까지 다 합쳐도, 사람이 다섯 명밖에 안 되잖아요?"
"그렇긴 하지. 일당 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 막내 준이는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이고, 윤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청첩장 만들 새도 없이 바빠지니까."
"하아... 이럴 땐 김호철 그 자식이 겁나게 부럽네."
"왜요, 명석 선배?"
"호철이 걔는 벌써 청첩장 제작 다 마치고, 주변 친지 분들한테 청첩장 돌리고 있대잖냐. 림이랑 청월이 결혼식 하는 날이랑, 호철이랑 수진이가 결혼식 하는 날이랑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여유 있을 때 도와주면 어디 덧나기라도 한대냐?"
"호철 선배도 많이 바쁘다고 하던데요? 제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성운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청첩장 돌리는 것도, 이틀인가 사흘 걸려서 간신히 다 돌렸다는데요?"
"듣고 보니 일영이 네 말도 맞는 것 같다. 호철이도 지금쯤 수진이랑 같이 발에 불 나도록 뛰면서 청첩장 돌리고 있겠네."
"푸념할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청첩장 한 장이라도 더 만들어. 결혼식 날 전까지 청첩장 다 만들고 돌리려면 지금 작업해도 시간 여유가 모자라."
"알았다, 림아. 그나저나, 유철이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림 선배, 강유철 선배님도 부르셨어요?"
"그래. 일꾼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청첩장 제작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겠냐."
"하긴, 중학교 듀얼 실습 시간 때 맨날 제비뽑기로 타짜 짓 하던 유철이가 합류하면, 청첩장 제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명석은 자신과 하림, 일영이 황혼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중학생 시절, 듀얼 실습 시간 때마다 순서를 정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비뽑기에서 매번 타짜처럼 1번을 쏙쏙 뽑아가던 유철의 손놀림을 떠올리며, 유철이 합류한다면 청첩장 제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피식 하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있는 힘껏 참고 있었다.
잠시 후, 하림의 집에 방문한 유철은 하림 가족 및 자신보다 먼저 와서 청첩장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던 명석, 일영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자신에게 주어진 대량의 청첩장 제작용 도구들을 보자 잠깐 동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야, 림아... 이거 실화냐...?!"
"그래. 거기서 꼿꼿하게 얼어 있을 시간 없으니까, 얼른 청첩장 제작에 합류해라."
"으으... 이거 왠지 림이한테 코 꿰인 기분인데..."
"너도 림이한테 코 꿰인 거 이제 알았냐?"
"여기 있는 저랑 손명석 선배님도, 하림 선배님한테 코가 꿰인 입장이에요. 그러니까 얼른 청첩장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세요."
"하... 골치 아프게 됐네. 좋아, 내 손재주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지!"
자신 앞에 높이 솟아오른 편지봉투와 편지지의 산을 본 유철은 그제서야 자신이 하림에게 코가 꿰였다는 사실을 자각하였고, 명석과 일영이 자신들도 청첩장 제작 작업으로 인해 하림에게 코가 꿰였다는 사실을 털어놓자, 유철은 중학교 시절 자신이 자랑했던 타짜 손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에 앉아 하림과 청월의 결혼식 청첩장 제작에 착수하였다.
중학교 시절 타짜와도 같은 손놀림을 자랑했던 유철이 청첩장 제작 대열에 합류한 덕분에, 하림의 집에서는 청첩장 제작이 조금이나마 수월해진 상황.
그렇게 두 사람의 집에선 청첩장 제작이라는 초 대형 프로젝트로 인해, 평소에는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이 날 하루만큼은 24시간이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장장 하루 동안 벌어진 청첩장 제작 대작전으로 인해, 하림의 집 쪽에선 약 500장 가량의 청첩장 제작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청월의 집에서도 청월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청월의 집에 근무하는 메이드들이 수 없이 교대하며 청첩장 제작과 메이드 업무, 휴식을 반복한 덕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약 500장 가량의 청첩장 수제작 프로젝트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양 쪽 집에 있는 사람들은 이 날 하루 동안 벌어진 대형 프로젝트로 인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자리에 대(大) 자로 뻗은 채로 지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약 사흘 정도가 흐르고, 이제 이 1000장이나 되는 청첩장을 하림과 청월이 친분을 쌓은 모든 지인들에게 돌려야 하는 작업, 일명 "청첩장 돌리기 대 작전"이 실행되는 날이 되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 친구들에 친한 후배까지 전부 동원해서 만든 500장의 청첩장을 들고 청월의 집 앞에 모인 하림과 명석, 일영, 그리고 유철은, 비장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이 "청첩장 돌리기 대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만을 바라며, 조심스럽게 청월의 집 문에 설치된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을 누르자 집 안에서 들려오는 청월의 낭랑한 목소리.
자신의 예비 신부, 청월의 목소리를 들은 하림은 얼굴에 싱글벙글 미소를 띠고 있었고, 하림이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본 명석과 유철, 그리고 일영은, 하림이 저러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오늘은 대 작전을 실행해야 하는 날이니 하림이 조금 진지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예비 신부 청월의 낭랑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헬렐레거리는 하림 뒤에서 한숨을 내쉬며, 양 손을 어깨 높이쯤 되는 곳까지 들어 올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시 후, 청월의 집 문이 스르르 열리고 문 뒤에서 홍월과 청월, 현월 삼 남매가 모습을 드러내자, 서로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 하림의 지인들과 청월 가족.
이후 머리를 맞대고 모인 이들은 이번 작전이 오늘 안으로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라며, 각자가 이 대 작전에서 맡은 사람들에게 무사히 청첩장을 전달할 것을 굳게 다짐하였다.
작전 회의를 마치고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작전을 시작하는 하림과 하림의 지인들, 그리고 홍월과 청월, 현월 남매.
무려 일곱 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동원된 이 초 대형 프로젝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흘러갔다.
하림과 청월은 리나 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전직 [시큐리티 포스] 대원, 시리우스 최의 도움을 받아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에게 청첩장을 전달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 중 예전에 하림과 가치관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베르트랑은, 수울즈콰리터 시티 순찰 근무를 돌던 중 우연히 하림과 만나게 되자, 예전에 있었던 가치관 차이로 마찰을 겪었던 것 때문에, 하림과 청월의 결혼식에 정말 자신이 가도 되는 거냐고 물었다.
베르트랑이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것은 옛날에 하림과 가치관 차이로 마찰을 겪은 일도 있었지만, 얼마 전 하림과 청월이 트와일라잇 파크에서 데이트를 즐길 때 브레이크에게서 받은 가짜 청첩장으로 인해, 마치 낚싯줄에 걸려 배 위에 던져진 채 아주 생생하게 팔딱팔딱 뛰는 대어처럼 낚인 일도 있었기에, 이번엔 이 청첩장이 진짜 하림과 청월의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청첩장이 맞는지 확인하려 하였다.
물론 하림도 스트에게 브레이크가 베르트랑을 가짜 청첩장으로 낚은 사건을 들어 알고 있었기에, 이번엔 진짜 자신과 청월의 결혼식에 베르트랑을 초대하는 청첩장이라고 강조하듯이 말하고는, 예전에 베르트랑과 가치관 차이로 인해 마찰을 겪었던 일도 진심을 담아서 사과하였다.
베르트랑 역시 진심을 담아 그 때는 자신도 하림에게 심한 말을 했다며, 서로가 가지고 있는 정의라는 가치관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였고, 두 남자는 서로 악수를 주고 받으며 언젠가 서로 듀얼 필드에서 즐겁게 듀얼을 할 날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먼 발치에서 이를 지켜보던 카게야마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닌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림과 베르트랑 앞에 아무런 기척도 없이 짠 하고 모습을 드러냈고, 카게야마가 뿅 하고 나타난 것을 본 하림과 베르트랑은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자신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한 것 같아 다행이군."
"으악, 깜짝이야!!!" (베르트랑)
"아. 미안하오, 베르트랑 공. 소인이 닌자로써의 행실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만 실례를 범하고 말았구려."
"야, 카게야마... 넌 제발 좀 평범하게 등장할 수 없냐...??" (림)
"노력은 해 보겠네, 벗이여.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말게."
"하아... 진짜 카게야마 선배님은 사람 놀래키는 데에는 재주가 뛰어난 분이시라니까..."
[시큐리티 포스] 소속 대원 카게야마가 닌자로써의 움직임을 선보이며 모습을 드러낸 것에 놀라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베르트랑은, 다음부터는 제발 좀 평범하게 등장해 달라며 카게야마에게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또한 베르트랑은 [성개]의 잔해로 만들어진 위령비 제거 작전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작업을 완료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또 캐스퍼가 자신과 같은 [암흑 날개] 출신인 보엘리, 카이랑 합작해서 대형 말썽을 일으켰던 사건을 해결하고, 그 대형 사건을 일으킨 캐스퍼와 보엘리, 그리고 카이에게 그에 걸맞는 처벌을 내린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카게야마까지 나타나서 자신을 놀래키니 몸 안에 있는 간이 몇 번은 떨어져 나갈 뻔 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베르트랑의 입에서 언급된 수울즈콰리터 시티에서 일어났던 [성개]의 잔해로 만들어진 위령비 사건은, 하림도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 복귀했던 시리우스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하림은 [미캉코]라고 하는 종교에 헌신하는 사람들 중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 수울즈콰리터 시티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것도 시리우스와 사일런스를 통해 전해 들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베르트랑에게 위령비 사건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진심이 가득 담긴 하림의 부탁에 베르트랑은 자신에게 맡겨만 달라면서 엄지를 치켜 들었고, 이후 또 다른 [시큐리티 포스] 대원, 김철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하림은 김철수에게도 청첩장을 건네준 뒤 그 날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고 베르트랑에게 주먹을 휘두를 뻔 했던 일을 진심을 담아 사과하였다.
하림의 진심이 담긴 사과에 철수 역시 그 날은 자신도 베르트랑과 하림을 중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자신도 그 책임을 지고 싶으니 결혼식 날 호위 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달라며, 아주 산뜻한 미소와 함께 건치를 빛내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이후 하림은 철수와 베르트랑이 소속된 팀을 이끄는 팀장, 체스터의 배려 덕에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로 들어가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대원들에게 청첩장을 무사히 전달하는 데 성공하였고,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은 하림과 청월의 결혼식에 하객 겸 경비 대원으로 간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평소보다 더욱 더 진지하고 빡세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업무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우주 본부에서 트와일라잇 시티로 귀환한 하림은, 근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예비 신부 청월과 합류해, 자신과 청월의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중학교 시절 자신들을 가르쳐 주었던 선생님들, UDC에서 인연을 쌓은 프로 듀얼리스트들 등 많은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다 보니, 하림과 청월의 손에 남은 청첩장은 이제 약 20장 정도만 남은 상황이었다.
트와일라잇 시티 한 곳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자신들의 손에 남아있는 20장의 청첩장을 누구에게 돌려야 하나 고민하던 하림과 청월.
그 때, 하림은 5년 동안 감옥 생활을 성실하게 한 덕에 석방되어, 현재는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 입사한 전직 [암흑 날개]의 "깃털"이라 불렸던 삼 총사, 케스퍼, 에리카, 라이카의 모습을 떠올렸고, 이들에게 이걸 줘도 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트와일라잇 시티에서 순찰 업무를 보고 있던 전직 [암흑 날개]의 "깃털" 삼 총사의 모습을 발견하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세 사람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신들의 곁에 하림과 청월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챈 케스퍼는 에리카와 라이카에게 저기 오는 저 절세미남과 절세미녀 커플이 5년 전에 만났던 그 꼬마들 아니냐고 물었고, 에리카와 라이카는 하림과 청월의 모습을 보자 케스퍼에게 그 꼬마들이 맞다고 말해 주었다.
"이게 누구야? 5년 전에 만났던 그 꼬마들이잖아?" (케스퍼)
"그러게. 못 본 사이 많이 컸네?" (에리카)
"어... 안녕?" (림)
"뭐야, 꼬마? 설마 아직도 우리가 무서운 거야?" (케스퍼)
"맞아. 5년 전에 너희가 저지른 짓들이 아직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네."
"하... 역시 그렇구만. 하긴, 우리가 저지른 짓들이 엄청나게 악랄했으니까,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겠지."
"근데, 손에 들고 있는 그건 뭐야?" (에리카)
"혹시 무슨 뇌물 같은 게 들어있는 편지라면, 우린 그거 절대 안 받아. 우리도 이제 엄연한 [시큐리티 포스] 대원이니까." (라이카)
"진짜?! 아니, 당신들이 감옥에서 모범수로 선정되어서 석방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어떻게 [시큐리티 포스]에 입사했대?!" (청월)
"이봐, 꼬마 아가씨. 우리도 5년 동안 감옥에서 느낀 게 많다고. 그동안 감옥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우리도 이렇게 깔끔하게 손 씻고 [시큐리티 포스]가 되었다, 이 말씀이야." (케스퍼)
"뭐, 아직은 신입 대원이긴 하지만, 다른 대원들도 곧 따라잡을 거니까, 잘 지켜보라고." (에리카)
"시간이란 게 참 무섭네. 그 악랄했던 삼 총사가 이렇게 갱생될 줄이야..." (림)
"그러게. 5년이라는 시간이 진짜 무섭긴 하다..." (청월)
하림과 청월은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전직 [암흑 날개] "깃털"이라고 불렸던 케스퍼, 에리카, 라이카 삼 총사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주 감옥에서 성실하게 수감 생활을 한 덕에 모범수로 선정되어 석방되고, 이후 [시큐리티 포스] 신입 대원으로 입사했다는 사실에 시간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온 몸으로 실감하였다.
케스퍼, 에리카, 라이카 삼 총사는 모두 우주 감옥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배운 것이 많았는지, 예전 [암흑 날개] 시절에는 밥 먹듯이 악행을 저지르던 사람들이었으나, 우주 감옥에서 보낸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완벽하게 갱생을 완료한 지금, 전직 [암흑 날개]의 "깃털"이라 불렸던 케스퍼, 에리카, 라이카 삼 총사는, 지금은 우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시큐리티 포스]의 신입 대원 삼 총사가 되어 있었다.
이후 케스퍼는 하림과 청월 커플에게 자신과 이름도 비슷하고, 심지어 [암흑 날개] 출신이라는 점도 똑같은데다, 얼마 전에는 자신을 포함한 삼 총사와 똑같은 [암흑 날개] 출신이었던 보엘리, 카이라는 자들과 같이 대형 말썽을 일으키고, 사건을 진압한 이후 자기가 일으킨 말썽에 걸맞는 강한 처벌을 받은 [시큐리티 포스] 대원 캐스퍼를 만날 때마다, 당신 때문에 내 입장이 곤란하고 난처해 지고, 오해를 사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니 제발 이름 좀 바꾸라고 몇 번이나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 말을 들은 하림과 청월 커플은 케스퍼가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대원 때문에 고생이 많다며 케스퍼를 위로해 주었다.
하림과 청월은 삼 총사에게 청첩장 전달을 완료한 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났고,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삼 총사는, 그 옛날 [암흑 날개] 조직원 시절이었다면 입에 올리기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끼쳤을 말을 서슴없이 입에 올렸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 좋은 감정인 것 같아." (라이카)
"그러게. 나도 나중에 내 운명의 짝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에리카)
"언젠가 우리 셋 모두 그렇게 되겠지. 운명의 짝은 갑자기 나타나는 법이니까. 자, 그럼 순찰 업무 계속 하자고!" (케스퍼)
케스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케스퍼의 뒤를 따라 트와일라잇 시티 순찰 업무를 재개하는 에리카와 라이카.
케스퍼, 에리카, 라이카 삼 총사에게도 청첩장 전달을 마친 하림과 청월 커플은, 리나 시티에 있는 브레이크와 스트 커플에게 찾아가 자신들의 결혼식에 초대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수제 청첩장을 건네 주었다.
하림과 청월 커플이 자신들보다 먼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한 브레이크는 하림에게 약간의 장난끼가 담긴 질투심을 표출하였고, 스트는 하림에게 질투할 시간에 얼른 자기들 결혼식 날짜나 정하라며 브레이크의 귀를 잡아 당겼다.
그렇게 하여 하림과 청월 커플, 그리고 두 사람의 지인 다섯 명이 모여 실시한 프로젝트, "청첩장 돌리기 대 작전"은 무사히 끝이 났다.
결과를 보고하는 하림과 청월 커플, 그리고 두 사람의 지인들은 모두 무사히 청첩장 전달 미션을 완료했다는 사실에 격하게 환호하였고, 이후 이들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오늘 하루 동안 "청첩장 돌리기 대 작전"을 실행하느라 쌓인 피로감을 풀기 위해, 청결 유지 작업을 마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를 포함한 아홉 개의 도시에는, 매우 평화로운 밤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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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편 연재 완료!
이번 편은 하림과 진청월 커플의 "청첩장 돌리기 대 작전" 에피소드를 적어 보았습니다.
4편이라는 편 수를 듀얼 에피소드로 쓰다 보니, 이번 편은 일상 편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본편에서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림이와 청월이는 옛날에 리스에게 세뇌당했던 일곱 명의 "용자"라 불렸던 소녀들과도 원만하게 오해를 풀고, 이 소녀들에게도 자신들의 결혼식 일정이 담겨있는 수제 청첩장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편에선 그동안 트와일라잇 스토리에 등장했던 일부 단역 캐릭터들을 재등장시켜 보았습니다.
이건 TMI이긴 하지만, 전직 암흑 날개의 깃털 3인방 중 한 사람이자, 지금은 시큐리티 포스 신입 대원인 케스퍼는 자기랑 이름도 비슷하고, 자기랑 똑같은 암흑 날개 출신에, 심지어 자기 상관인 보엘리랑 같이 대형 말썽을 일으켜서 강력한 처벌을 받은 시큐리티 포스 대원, 캐스퍼 때문에 골치 썩는 일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자기랑 이름이 비슷한 시큐리티 포스 대원 캐스퍼 때문에 골치 썩는 케스퍼 지못미... ㅠㅠ
이제 트와일라잇 스토리도 진짜 마지막이 보이는 것 같네요.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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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외전 에피소드 잘 부탁드립니다!!! | 23.05.09 1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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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연재한 게 어느덧 끝이 보이네요. 진짜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한 편 한 편 연재하기 시작한 작품이 벌써 61편이라니...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자아자! 파이팅!!! 그리고 본편에는 다 언급하지 못했지만, 브레이크 일행과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 그리고 카이, 니엔, 리나 세 쌍둥이에게도 전부 청첩장이 전해졌습니다!!! | 23.05.09 12:3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