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지옥 같은 복수심이 내 마음에서 끓어오르는구나.
Tod und Verzweiflung flammet um mich her!
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를 불태우는구나!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가. 리스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실수한 것은 없었을 터인데, 왜 자신은 이런 처지가 되었단 말인가. 리스는 정령들의 기습에 혼비백산한 채, 어떻게든 다음 기회를 만들고자 다른 차원으로 도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언젠가 다음은 있었으므로.
"서프라이즈다, 이 걸레야!"
그러나 그런 건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연구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불같은 성격의 누군가가 있었다. 그 문을 걷어차고 들어오는 다리에는 허벅지가 살짝 드러날 정도의 길이를 가진 검은 허벅지 스타킹이 신겨져있었고, 그 다리의 주인은 물론 히타였다.
"넌...!"
"하하! 나 누군지 알지? 그 동안 우리 엿먹이느라 즐거웠을텐데, 이제 역으로 엿먹을 차례가 되어버렸네?"
그 불같은 성격이 어디 가지 않는지 히타는 상스러운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리스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부모형제도 없는 암흑 날개의 대장로와 그렇고 그런 사이로 낳은 애들말인데, 불쌍하게 되었어. 엄마를 잘못 만나는 바람에 인생 개떡같이 되어버렸잖아?"
"뭐라고...?!"
그래도 명색이 어둠의 신의 새로운 사도로서 자신이 철저하게 키워낸 아이들이었건만, 히타의 말대로라면 그 아이들 모두가 아무 것도 못 하고 그대로 세상에서 영원히 쫓겨났다는 소리니 리스 입장에선 자신이 도대체 뭘 잘못 생각했기에 이 모양이 된 것이냐며 속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의 신인지 신발인지 뭔지가 되려고 했다며? 그런데 이를 어째? 곧 있으면 네 면상부터 걸레짝이 되어버릴텐데."
"누구 마음대로 될 줄 알고!"
그러나 리스도 오랜 시간 동안 어둠의 신의 자리에 오르고자 온갖 사악한 지혜를 모으고 모았던 위인. 그런 그녀도 히타에게 쉽사리 당해줄 이유는 전혀 없었기에 그동안 자신이 모으고 모은 지식들을 총동원해 히타를 어둠의 에너지로 공격하며 반격에 나섰다.
"누구 마음대로 될 줄 알고!"
그러나 히타도 만만치 않았다. 곧 자신 안의 화염의 기운을 이끌어내며 리스의 어둠을 불태우고 있었고, 서로 간의 힘싸움에서는 누가 우위라 할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리스는 듀얼 디스크를 가동해 히타 하나라도 정면 돌파해 살아나갈 길을 찾기로 결정했다.
"아, 그렇게 나오신다? 그런데 나 혼자만 있는 거 아닌 건 다 알지?"
"누가 모를 것 같으냐!"
"그리고 나 하나도 어찌 못 할텐데, 그냥 순순히 항복하시지?"
"헛소리마라!"
그런 리스의 저항을 보고도 히타는 히죽거리며 자신의 사역마 중 하나인 [여우불]의 불꽃으로 즉석에서 듀얼 디스크를 만들어 그녀의 도전을 받아주고 있었다.
리스 LP 8000
히타 LP 8000
"내가 선공을 잡았다! 패에서 마법 카드, [어리석은 매장]을 발동! 이걸로 [화염의 제너레이드 나글파]를 덱에서 묘지로 보내고, 이어서 [죽은 자의 소생]을 발동해, 묘지의 [나글파]를 특수 소환!"
화염의 제너레이드 나글파 / 야수족 / 화염 / ★9 / ATK 3100 / DEF 200 / 효과
약간의 경갑을 두르고 있는 붉은 이족보행형 짐승이 화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리스가 집어든 덱은 [제너레이드] 덱이었고, 여기에 '성유물'과 관련된 여러 카드들과 금지 카드들을 덤으로 첨가한 형태의 덱이었다.
"이어서 [성유물의 태도]를 발동! 이것으로 덱에서 [얼음의 제너레이드 니드헥]과 [허구의 제너레이드 우트가르자]를 특수 소환!"
얼음의 제너레이드 니드헥 / 환룡족 / 물 / ★9 / ATK 2100 / DEF 2600 / 효과
허구의 제너레이드 우트가르자 / 암석족 / 빛 / ★9 / ATK 2200 / DEF 2700 / 효과
이어서 부유성의 형태를 한 새로운 [제너레이드] 몬스터와 차갑게 얼어붙은 용의 모습을 한 [제너레이드] 몬스터가 리스의 필드에 몬스터에 모습을 드러내고, 리스는 이 3장의 몬스터로 링크 소환을 실행했다.
"나와라! 신의 영지(靈智)를 품은 신비의 서킷! 소환 조건은 레벨 5 이상의 몬스터 3장! 서킷 컴바인!"
리스의 필드에 있던 3장의 몬스터가 빛이 되어 사라지고, 각각 좌향, 하향, 우향의 세 링크 마커에 불이 들어옴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예전에 리스가 우연히 입수에 성공했던, 신의 원형이자 신을 만들어내는 신기였다.
"링크 소환! 나를 높이, 더욱 높이, 그리고 더욱 높이 이끌어, 승천의 길로 이끌어라! 링크 3, [성신기 데미우르기어]!"
성신기 데미우르기어 / 사이버스족 / 어둠 / ATK 3500 / LINK-3 / 링크 / 효과 / ←↓→
비어있던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리스가 소환한 공격력 3500의 고타점 몬스터를 보고도 히타는 박수 몇 번 칠 뿐, 그 이상 뭔가를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공격력 3500의 몬스터라. 좋은 몬스터네."
"한낱 몬스터가 아니다! 신기다! 신의 원형이란 말이다! 카드 2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리스가 세트한 카드는 [모래 먼지의 방어막 -더스트 포스-]와 [신의 통고]의 2장. 그리 좋은 출발은 아니었어도 적어도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말할 정도도 아닌 출발이었다.
"자, 이제 내 턴이지?"
그러나 리스에게 남았던 약간의 낙관론은 히타가 꺼내든 1장의 카드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마법 카드, [라이트닝 스톰]을 발동! 이걸로 네 마법, 함정 카드를 전부 파괴해주지!"
"이런...!!"
리스가 세트했던 2장의 함정 카드가 벼락을 동반한 거대한 폭풍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고, 이렇게 되면 공격력 3500의 [성신기 데미우르기어]도 마냥 안심하고 버틸 수는 없게 되었다.
"불쌍하기도 해라. 이제 넌 끝인데 말이야. 필드 마법, [R-ACE 헤드쿼터]를 발동!"
먼저 히타의 손에서 1장의 필드 마법이 발동되고, 이어서 그녀의 패에서 다른 한 장의 카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패의 [R-ACE 하이드런트]를 일반 소환하고, [헤드쿼터]의 효과로 패의 [에어호이스터]도 추가로 일반 소환!"
R-ACE 하이드런트 / 기계족 / 화염 / ★1 / ATK 0 / DEF 0 / 효과
R-ACE 에어호이스터 / 전사족 / 화염 / ★4 / ATK 1700 / DEF 1700 / 효과
세상을 위협하는 리스의 불의를 진압하기 위해, 히타의 구조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녀는 리스의 구역질나는 사악함에 맞설 새로운 효과를 선보였다.
"[에어호이스터]의 효과! 이 카드의 일반 소환에 성공했으니, 덱에서 [R-ACE] 카드로 취급되는 [EMERGENCY!] 1장을 패에 넣고, [EMERGENCY!]를 발동! 이걸로 덱에서 [프리벤터]를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하고, 내 필드의 [에어호이스터]를 릴리스하겠어!"
R-ACE 프리벤터 / 기계족 / 화염 / ★8 / ATK 2800 / DEF 2800 / 효과
이번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고층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는 청색 계통의 기체가 히타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현재는 수비 표시로 놓여있는 관계로 당장은 히타의 공세에 동원될 순 없었다.
"이어서 [하이드런트]의 효과로 덱에서 [R-ACE 터뷸런스]를 패에 넣고, 이어서 속공 마법, [ALERT!]를 발동! 원래 이 효과로 묘지의 [R-ACE] 몬스터 1장을 패에 넣지만, 내 필드에 [하이드런트]가 존재하니까 그 대신 덱에서 [R-ACE 파이어 엔진]을 패에 넣겠어!"
착실하게 리스의 목을 날려버릴 준비를 갖추고 있는 히타는 이어서 자신의 묘지에 있는 2장의 카드를 제외해 [R-ACE]의 에이스 몬스터를 불러내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묘지의 [EMERGENCY!], [ALERT!]를 제외하고서 패의 [R-ACE 터뷸런스]를 특수 소환!"
R-ACE 터뷸런스 / 기계족 / 화염 / ★9 / ATK 3000 / DEF 3000 / 효과
R-ACE 터뷸런스 ATK / DEF 3000 → 3500
화재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때 투입되는 최종 방어선이자 [R-ACE]의 최강의 몬스터, [R-ACE 터뷸런스]가 히타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R-ACE 헤드쿼터]의 효과로도 리스의 [성신기 데미우르기어]의 공격력과 동급인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에 리스는 아직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모자라는군. 이래서는..."
"이제 막 시작했거든? 일단 아가리 좀 닥치고 있어봐. 내 필드에 [R-ACE] 몬스터가 특수 소환되었으니, 아까 패에 넣은 [파이어 엔진]을 패에서 특수 소환하겠어!"
R-ACE 파이어 엔진 / 기계족 / 화염 / ★7 / ATK 2500 / DEF 2500 / 효과
일단 리스의 입을 다물게 만든 히타는 이어서 화재 현장의 잔해들을 돌파할 때 사용하는 기체를 자신의 필드에 내놓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터뷸런스]의 효과 발동! 이걸로 덱에서 [R-ACE] 속공 마법, 일반 함정 카드를 합쳐서 4장까지 세트해주겠어!"
"뭐라...?"
[REINFORCE!], [EXTINGUISH!], [CONTAIN!], [RESCUE!]의 4장이 히타의 필드에 일제히 세트되고, 이어서 리스의 '신기'를 깨부술 마지막 한 수를 선보이고 있었다.
"원래 이 효과로 세트한 카드는 세트한 턴에 발동할 수 없지만... [하이드런트]가 존재할 땐 예외적으로 1장만큼은 세트한 턴에도 발동할 수 있지. 그러니까 세트했던 [REINFORCE!]를 발동! 이걸로 [터뷸런스]의 공격력, 수비력을 1500이나 올려주지!"
"뭐라고?!"
R-ACE 터뷸런스 ATK / DEF 3500 → 5000
단숨에 공격력을 5000까지 끌어올린 [R-ACE 터뷸런스]의 웅장한 모습에 리스는 자신을 승천의 길로 인도할 신기가 한낱 몬스터따위에게 무너지는 꼴을 봐야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있었다.
"아직이야, 임마! [헤드쿼터]의 효과 발동! 제외된 [EMERGENCY!], [ALERT!]와 묘지의 [REINFORCE!], [에어호이스터]의 4장을 덱에 넣어 셔플! 그리고 1장 드로우!"
이번 드로우로 아예 이 턴에 끝장을 보겠다는 마인드로 히타는 [R-ACE 헤드쿼터]의 효과로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했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원할 법한 카드는 잡히지 않았다.
"운도 좋아. 마음 같아선 이 턴에 낼름 끝내버리고 싶었는데, 이 정도로 만족해야하나, 이번 턴은?"
"뭐라고?"
"즉, 배틀 페이즈로 넘어가겠단 소리지! [터뷸런스]로 네년의 그... 신인지 부지깽인지를 공격!"
그러나 히타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곧 공격력 5000의 [R-ACE 터뷸런스]가 그 강렬한 바람으로 리스의 헛된 바람이 담긴 [성신기 데미우르기어]를 무너트리고 있었고, 신의 영지가 한낱 정령의 몬스터 따위에게 무너지는 것이냐는 절망감에 리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리스 LP 8000 → 6500
"이어서 [파이어 엔진]으로 직접 공격!"
리스 LP 6500 → 4000
그 절망감에 몸을 추스리지 못 하는 리스에게 히타의 응징이 추가로 가해지고, 단숨에 4000의 라이프 포인트를 잃어버린 리스는 다음 드로우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고 있었다.
"카드 1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젠장! 이대로 당할 순 없다! 드로우!"
절박한 심정으로 드로우한 카드는 금지 카드 중 하나인 [욕망의 항아리].
"이젠 죽기 아니면 살기로군! 마법 카드, [욕망의 항아리] 발동!"
"그거 쓰고도 지면 엄청 쪽팔리는 거 알지?"
"닥쳐!"
리스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 그녀가 드로우한 카드는 [제너레이드 세이즈 발라]와 2장째의 [성유물의 태도]. 이건 잘쳐야 시간 벌이일 뿐, 그 이상도 뭣도 아니었다.
"젠장...! 마법 카드, [성유물의 태도]를 발동...! 이걸로 패의 [제너레이드 세이즈 발라]를 특수 소환...!"
제너레이드 세이즈 발라 / 천사족 / 화염 / ★9 / ATK 2500 / DEF 2500 / 효과
붉은 드레스의 주술사가 리스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녀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제너레이드 세이즈 발라]의 효과를 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라]의 효과를 발동...!"
"누가 그렇게 둔대? 함정 카드, [EXTINGUISH!]을 발동! 이걸로 [발라]를 파괴! 덤으로 [하이드런트]가 있으니 이 턴 동안에는 이 효과로 파괴한 [발라]의 효과를 발동할 수 없게 되지!"
"으아아!!!"
그러나 그 최후의 수단마저 허무하게 막히자, 리스는 왜 자신이 이렇게까지 몰락했는지 알 수 없어 절규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히타는 시끄럽다는 듯이 그녀의 연구실에 있던 부서진 모니터 1대를 집어들어 그녀에게 정확히 집어던져 강제로 자신에게 집중하게 했다.
"아윽!"
"더럽게 시끄럽네! 또 비명 질러봐! 그 땐 모니터로 안 끝날거니까!"
할 것이 없는 리스는 무기력하게 엔드 페이즈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히타는 이제 이걸로 더 뭘 할 것도 없겠다 그녀를 철저히 모욕하기로 작정했다.
"자, 이걸로 끝을 내볼까? 속공 마법, [RESCUE!]를 발동! [하이드런트]가 존재하니 네 묘지의 몬스터 1장을 특수 소환하도록 하지!"
"뭐, 뭐라고...?"
"잘 봐! 이게 이 세상의 의지란 거야! 네 묘지의 [성신기 데미우르기어]를 부활시킨다!"
그리고 뒤이어 리스의 몬스터, [성신기 데미우르기어]가 그녀의 묘지에서 되살아나 히타의 필드에 모습을 재차 드러냈고 이 지독한 능욕에 리스는 완전히 실성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추락할 순 없단 말이야!!!"
"원래 다 그래! 너같은 떨거지 양아치들이 하는 짓거리는 다 이 모양이란 거지!"
그리고 히타의 사실상의 체크메이트 선언과 함께 [R-ACE 터뷸런스]의 선공이 리스의 얼마 남지 않은 라이프 포인트를 거덜내고 있었고, 뒤이어 리스의 몬스터였어야할 [성신기 데미우르기어]가 그 안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화장실은 다녀왔겠지?! 잠자기 전에 기도하는 건 잊지 않았고?! 감방에서 울면서 죽을 날을 기다릴 준비는 다 되셨고?! 참회의 준비는 되었을려나 모르겠다!?"
"이건 말도 안 돼!!!"
제정신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의 리스가 무작정 히타에게 달려들고 있었지만, 그 전에 [성신기 데미우르기어]의 빛이 터져나오고 그 빛에 휘말린 리스는 자신이 추구하던 승천의 길에서 그대로 끝없이, 말 그대로 끝없이 추락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Die Frömmler tilgen von der Erd'. Mit Feuersglut und mächt'gem Schwert.
위선자는 지상에서 사라지리라. 화염의 불꽃과 강력한 검에 의하여.
듀얼이 끝난 이후로도 리스는 히타에게 엉겨붙으려고 발악하다 오히려 진심으로 짜증이 난 그녀의 발에 사정없이 밟히고 있었고, 그 후로도 연구실 내의 온갖 도구들이 동원되어 정신을 못 차리는 리스의 정신을 강제로 돌아오게 만드는 '민간요법'이 한동안 이어졌다.
"야! 배달왔어! 아니면 처리할 쓰레기가 생겼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왔어!"
"그 모양새를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폭력적으로 나왔네."
"아, 그야 어쩔 수 없었다고. 끝까지 발광을 하는데 어쩌겠어?"
그리고 히타에게 머리칼을 붙잡힌 채 질질 끌려오는 리스의 처참한 몰골을 본 정령들은 오히려 그 꼴이 그녀에게는 잘 어울린다 생각하며 경멸의 눈초리로 리스를 뚫어져라 처다보고 있었다.
"꼴 좀 보라지. 이게 그 어둠의 신이 되겠다고 별 짓 다하던 여자의 말로란 말이지?"
"넌..."
히타에게 하도 두들겨맞았던지라 리스의 눈에 헛것이 보일 지경이었음에도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녀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알베르였다.
"자신의 지식에 눈이 먼 나머지 자신을 과신하고 맹신했던 여자, 리스. 그래, 네가 한 모든 것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졌는데 소감이 궁금하군."
"그딴 걸 알아서 뭐 할건데..."
리스는 히타에게 머리칼이 잡혀있는 와중에도 그 퉁퉁부은 눈으로 정령들을 째려보며 말했다.
"그런 눈으로 날 째려보면, 뭐가 변할 거라 생각해? 나는 그저 내 욕망에 충실했을 뿐이고, 너희는 너희 욕망에 충실해지는 것이 무서워서 도덕이네 뭐네하는 쓸데없는 가식으로 스스로를 얽맬 뿐이잖아."
"말은 잘 하는군. 그래서 네 욕망을 주체 못 하고 광견마냥 날뛰던 네 처지를 보라고."
아우스의 말이었다.
"너희 겁쟁이들이... 알면 뭘 알아..."
"그 모습만 봐도 충분히 알 것 같아. 무엇이든 결코 넘어선 안 될 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걸."
에리아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 선을 넘어선 순간,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도."
윈의 말이었다.
"어둠의 신이 되겠다고 세상을 어지럽혀놓고선, 결국 무엇 하나 이루지도 못 했잖아?"
윈다의 신랄한 비난도 이어졌다.
"하긴, 그런 선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애초부터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벌였을 리 만무하지만."
달크의 조롱도 이어졌다.
"신이 되겠다고 벌여놓은 짓들 하나하나가 돌고돌아 네 발목을 붙잡을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겠지."
라이너의 말이었다.
"세상 온갖 지식을 가졌어도, 결국 그 지식을 잘못된 방향으로 돌렸으니 결과는 처음부터 뻔했군."
댄디의 말이었다.
"그리고 이제 곧 네 죄악의 대가를 치를 날이 올거야."
후우리의 말이었다. 자신을 향한 정령들의 일침과 조롱, 비난에 리스는 참을 수 없는 굴욕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이건 정말... 정말 참을 수가 없어...! 내 지식과 연구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었는데, 결국 내게 주어진 것이 고작 정령들에게 둘러싸여서는 이따위 소리나 듣는 것이라니!"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알베르의 말도 이어졌다.
"사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매우 우습지만... 넌 운명에 진 거지."
"웃기는군... 빛과 어둠 모두를 희롱하던 광대가 그딴 소리를 운운하다니..."
리스도 알베르가 본디 무엇을 하던 존재였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알베르의 말이 정말 우습기 그지없었다. 그 악랄함과 집념 등 무엇 하나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인데, 정작 자신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고 알베르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것이 어이없기도 했다.
"그런가? 하지만 선도 없고, 정도도 없이 미쳐 날뛰던 네 꼴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라고. 모두가 크고 작은 욕망을 지녔지만, 모두가 너처럼 생각없이 그 욕망에 자기 몸을 맡기진 않아. 왜 그래서는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뭐, 그 이유를 정의라고 할 수도 있겠고, 도덕이라 할 수도 있겠고, 때로는 억압이나 위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뜸을 들인 알베르는 리스를 향해 죽음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분명한 건, 운명은 처음부터 네 편을 들 생각따위 일절 없었던 거야."
"으으...!! 너같은 광대가 나한테 그따위 소리나 지껄이다니! 정말 참을 수가 없어! 너와 나는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내게만 이렇게 야박하게 대하냔 말이야!!"
"아오, 좀 닥쳐, 임마!"
알베르의 비릿한 조소에 리스가 또 다시 날뛰려던 찰나, 결국 히타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민간요법'을 시전해 반 정도는 죽여놓고 있었다. 그렇게 리스의 손목에는 알베르가 미리 준비해둔 특제 수갑이 채워지고, 자신의 손으로 리스의 끝 모를 야망과 욕심, 그리고 탐욕에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후후후... 동류는 맞지. 단지 난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알았을 뿐."
Bald prangt, den Morgen zu verkünden, die Sonn auf goldner Bahn.
곧 아침이, 휘황찬란한 태양의 금빛 햇살을 알게 하겠지요.
Bald soll der Aberglaube schwinden, bald siegt der weise Mann.
곧 의심은 현명한 사람의 승리와 함께 사라지게 되겠지요.
O holde Ruhe, steig' hernieder, Kehr' in der Menschen Herzen wieder ;
오, 사랑스러운 평화야, 이리 내려오렴, 용감한 마음에 다시금 돌아오렴 ;
Dann ist die Erd' ein Himmelreich, und Sterbliche den Göttern gleich.
그러면 지상에 천국의 문이 열리고, 사람은 신처럼 될 거에요.
Und Sterbliche den Göttern gleich.
사람은 신처럼 될 거에요.
리스의 몰락이 이루어지던 비슷한 시각, 정령계에서는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둠의 길에 들어섰으나 회개하고 빛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던진 그대에게 오늘 특별한 선물을 주고자 합니다."
루시의 영혼에 담겨있어야 할 이브의 영혼이 정령계에 다시 돌아온 것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중심에 하샤신들이 처리했어야 할 루샬카의 시신이 놓여있었다는 것이었다. 죽은지 며칠은 되었을 시신이었음에도 오히려 생기마저 느껴지는 그의 육신을 두고서 이브가 무언가를 외우기 시작했다. 정체모를 고대의 주언을 외우며 페르세포네의 영혼 일부를 이루고 있었던 루샬카의 영혼을 다시 한 번 그의 육신으로 부르는 이브의 의식이 끝나자 루샬카가 눈을 떴다.
"어... 죽은 줄 알았는데... 여긴..."
"눈을 뜨셨군요. 여기는 정령계랍니다. 비록 인간에게는 좀체로 허락되지 않는 영역이지만, 알베르 님의 안배로 당신에게 아케루스 님의 축복을 선사하는 바 당신에게 허락된 두 번째 삶은 부디 헛되이 낭비하지 않길 바랍니다."
전라의 상태로 깨어난 루샬카의 몸에는 어느새 순백의 옷이 입혀지고 있었고, 이브는 그런 그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루샬카 쨩은 늦게나마 옳은 길을 골랐고, '축복'을 받았으니까.
그 말에 루샬카는 자신이 아직 독방에 있었을 적에 알베르가 말했던 '축복'이라는 것을 떠올리고서는 이게 그가 말한 축복의 정체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어쨌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죽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인건가..."
그렇게 말하며 루샬카는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뜨니 어느새 시큐리티 포스의 의무실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한 그는 뒤이어 카이, 니엔, 리나의 세쌍둥이와 루시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여긴...?"
"시큐리티 포스의 의무실이에요. 시큐리티 포스의 대원 중 한 명이 다 죽어가던 당신을 우연히 찾아내어 급하게 의무실로 데려왔는데... 다행히 살아나셨군요."
'다 죽어가던'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죽은 것이 맞았던 자신의 상태를 생각해본 루샬카는 이것이 그 '축복'인가 싶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아, 그래... 삶은 좋은 거야. 코스프레도 듀얼도 살아서 하는 거지. 그렇고 말고."
그렇게 한참을 웃던 루샬카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루시를 바라보며 말했고, 그 말이 나온 이유도, 영문도 모를지언정 분명 맞는 말인 만큼 루시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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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습니다
리스 쟝은 결국 망했읍니다
(IP보기클릭)220.83.***.***
(IP보기클릭)211.198.***.***
유감스럽게도 다룰 시간이 없었을 뿐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요(무책임) | 23.05.01 10:38 | |
(IP보기클릭)1.238.***.***
(IP보기클릭)211.198.***.***
급발진은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암흑 날개 몰락편은 좀 더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작성해보세요 | 23.05.01 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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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히타가 본편에선 저의 자체 검열로 인해 못 했던 욕설들을 여기선 아주 시원하게 내질러 주는군요. 역시 히타는 이래야 히타답다고 할 수 있죠(?) | 23.05.01 11: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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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본편은 제 4의 벽을 마구 넘나드는 재미가 있었죠(?) | 23.05.01 11: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