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있다!"
"놓치지 마! 저 계집을 반드시 리스 님께 데리고 가야 해!!!"
"꺄악!!!"
트와일라잇 시티의 이웃 도시, 리나 시티 한복판.
이 곳에선 현재 검은 로브를 두른 덩치 큰 두 명의 사내가, 자신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사력을 다 해서 뛰는 금발 청안을 가진 16살 미소녀의 뒤를 쫓고 있는, 그야말로 사악한 기운을 물씬 풍기는 범죄의 현장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암흑 날개] 조직원들은 장로 리스의 명령으로 루시를 붙잡아 자신들의 아지트로 데려가기 위해, 필사의 힘을 다 해 루시의 뒤를 쫓았고, 루시 역시 자신의 뒤를 쫓는 [암흑 날개] 소속의 덩치 큰 두 명의 남성 조직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뒤쫓는 조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필사의 힘을 다 해 그들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조직원들에게서 도망치던 루시는 한 골목길을 발견하자 잽싸게 골목 안으로 꺾어 들어갔고, 루시의 뒤를 쫓던 [암흑 날개] 조직원들은, 눈 앞에서 목표물을 놓쳐 버렸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혹시 리나 시티 어딘가에서 루시가 발견될 지 모르니 계속 찾자는 말을 남긴 뒤 루시가 있는 골목에서 먼 곳을 향해 멀리멀리 달려갔다.
[암흑 날개] 조직원들이 근처에서 먼 곳으로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골목길에 배치된 상자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루시.
골목 안에 배치된 상자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루시는, [암흑 날개]가 대체 왜 자신을 쫓고 있는 것이냐며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암흑 날개]가 대체 왜 날 노리는 거지...?? 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나한테 뭔가 중요한 게 있는 건가?"
방금 전까지 [암흑 날개] 조직원들과 필사의 추격전을 벌인 끝에 그들을 따돌린 루시는, [암흑 날개] 조직원들이 대체 왜 자신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자신에게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루시 자신은 아마 자각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루시의 몸 안에는 루시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영혼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루시에게 깃들어 있는 사람의 영혼은 바로, 정령계의 어느 장소에 존재하는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 피어나는 숲을 수호하는 일족의 무녀, "이브"의 영혼.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사악한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가 자신들이 모시는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의 사악한 의지를 이루기 위해, 여러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세계를 파괴했고, 정령계 역시 [아스트라이모나드]와 그를 추종하는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의 발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정령계에서 평화로이 살아가고 있던 수많은 정령과 인간들이 그들의 손에 끔찍하게 살해되었다.
수많은 정령들의 영혼 중 한 무녀의 영혼은 여러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들을 정처 없이 떠돌다, 우연히 한 세계에 존재하는 어느 인간 소녀의 몸에 깃들게 되었으니.
그렇게 어느 성스러운 숲을 수호하는 일족의 신성한 힘을 가진 무녀, "이브"의 영혼이 깃들게 된 인간 소녀가 바로 [암흑 날개]가 필사적으로 붙잡으려 하는 소녀, 루시라고 하는 금발 청안의 어린 소녀였다.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와 그를 추종하는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와 맞서 싸웠던 2년 전의 그 날.
가족들과 함께 [애프터라이프]에게서 몸을 피하고 있던 14살 소녀 루시는,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성한 숲을 수호하는 무녀, 이브의 영혼을 몸에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다.
루시 자신은 아마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몸 안에 정령계의 어느 신성한 숲을 수호하는 일족의 무녀, 이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2년 전에는 가족들과 함께 [애프터라이프]에게서 몸을 피하느라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애프터라이프]와 맞서 싸운 뒤에는 자신은 그냥 듀얼 몬스터즈의 정령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이외엔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 소녀이고,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의 세계로 진출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프로 듀얼리스트의 삶을 사느라, 자신의 몸에 깃든 이브의 영혼을 알아챌 순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허나 [암흑 날개] 쪽에 새로이 장로로 들어온 리스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던 도중, 리나 시티에서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 금발 청안의 미소녀, 루시의 모습이 찍혀 있는 사진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이내 루시의 몸 안에 정령계의 성스러운 숲을 수호하는 일족의 무녀, "이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자, 이 소녀라면 자신이 꾀하고 있는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조각이라고 생각하여, [암흑 날개] 조직원들에게 루시를 반드시 붙잡아 자신의 곁으로 데려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이 과정으로 인해 현재 루시는 [애프터라이프]의 잔당들이 모여 만들어낸 악의 조직, [암흑 날개] 조직원들에게 목표로 찍혀 쫓기는 처지가 되었다.
자신에게 신성한 숲을 수호하는 일족의 무녀, 이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암흑 날개]가 자신에게 무슨 원한을 산 일이 있는 건가 싶어 자신을 쫓는 것이라 생각한 루시는, 자신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골목 근처에서 [암흑 날개] 조직원들의 기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파악하자,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근처에 [암흑 날개] 조직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이 있는 곳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하는 루시.
골목에서 [암흑 날개]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파악한 루시는,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골목길에서 빠져 나와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작정 달리기만 얼마 정도였을까.
루시는 한 건물 앞에서 몸을 기대며 턱 밑까지 차 오른 숨을 헉헉거렸고,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으니 다시 안전한 장소를 찾아 달리려던 루시는, 갑자기 자신의 앞에 불어 닥치는 어두운 기운에 놀라, 하마터면 다 큰 숙녀가 딱딱한 길바닥 위에 주저 앉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두운 기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바로 화려한 복장을 입고 진홍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사내, [시큐리티 포스] 대원 알베르.
알베르가 눈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루시는 알베르에게 너도 혹시 [암흑 날개]냐며 그를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너, 넌 또 누구야?!"
"아, 찾았다~ 귀여운 아가씨, 루시~"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너도 혹시... [암흑 날개]야?!"
"이런이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날 완전히 잊어버리고, 또 날 그런 허접한 잔당 놈들이랑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다니... 섭섭하다, 루시?"
"장난 치지 말고 정체를 밝혀!!! 넌 대체 누구야?!"
"누구냐니? 나야, 나. 나라구. 루시, 설마 내가 누군지 잊어버린 거야?"
"난 너 처음 보거든?! 넌 대체 누구길래 나한테 아는 척, 친한 척이야?!"
"아, 아차차... 이 모습을 한 나랑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겠구나. 그럼 친절하게 가르쳐 줘야지."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이 이름을 들으면 아마 너도 내 모습이 머릿속에 확 떠오를 거야. [다크니스]라고 하면 알아들으려나?"
"다크니스...?? 다크니스라면... 설마, [시큐리티 포스]의 다크니스 님?!"
"딩동댕~ 정답입니다!"
[암흑 날개]가 루시를 찾기 위해 리나 시티 전체를 이 잡듯 뒤지고 있는, 그야말로 한 시가 급박한 상황임에도 여유를 부리며 루시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알베르.
알베르가 자신을 "다크니스"라는 이름으로 소개하자, 2년 전 [시큐리티 포스]의 에이스 대원이라고 불렸던 남자, "다크니스"와 함께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와 그를 추종하는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와 맞서 싸운 것을 떠올린 루시는, 알베르를 향해 당신이 정말로 자신이 알고 있는 "다크니스"가 맞냐고 물으며, 그의 정체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신... 당신 정말 다크니스 님이에요?!"
"하아... 이 꼬마 아가씨가 나 없는 2년 동안 사람들한테 속고만 살았나. 나 진짜 [시큐리티 포스] 대원 다크니스 맞아. 여기, [시큐리티 포스] 대원 "다크니스"라고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증표 보이지?"
"저... 정말이네?! 그럼 당신이 진짜... 다크니스 님이란 말이에요?!"
"맞아. 오랜만이야, 루시. 내가 없는 2년 사이에 더 예뻐진 것 같다?"
알베르가 자신을 진짜 [시큐리티 포스] 대원 "다크니스"라는 사실을 밝히는 [시큐리티 포스] 대원 증표를 보여주자, 2년 전 싸움이 끝나고 홀연히 모습을 감춘 다크니스를 다시 만난 루시는, 반가움과 원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루시의 반응을 본 알베르는 자신이 인간계에서 정령계로 돌아가 있던 2년 동안 루시의 미모가 더 예뻐진 것 같다며 능글맞은 표정으로 루시를 놀렸고, 루시는 지금 자기 놀릴 때가 아니라며 자신이 [암흑 날개]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베르에게 알려 주었다.
어차피 사전 정보 조사와 며칠 전 있었던 납치 미수 사건 덕에 [암흑 날개]가 루시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 루시가 자신이 지금 [암흑 날개]에게 쫓기고 있다고 다급하게 말하는 것을 한 마디도 빠짐없이 경청해 주는 알베르.
루시의 말이 끝난 뒤, 알베르는 루시에게 이제 자신이 왔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자신과 함께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로 가서 신변 보호를 요청하자고 말하며, 루시를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로 데려가기 위해 [시큐리티 포스] 대원 전용 텔레포트 장치를 손에 들었다.
알베르가 루시와 함께 [시큐리티 포스] 본부로 귀환하려던 바로 그 순간.
자신들의 눈 앞에서 뿅 하고 사라진 루시를 찾아내기 위해 리나 시티 주변을 이 잡듯 뒤지던 [암흑 날개] 조직원 두 사람이, 루시가 알베르와 같이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자, 리나 시티 전체에 울릴 듯한 큰 소리로 루시를 발견했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찾았어! 저기 있다!" (암흑 날개 조직원 1)
"[암흑 날개]!!!" (루시)
"이런, 하필 이럴 때...!!!" (알베르)
"이번엔 반드시 잡고 말겠다, 계집!" (암흑 날개 조직원 2)
"다크니스 님!!!"
"나만 믿어. 루시 넌 내가 반드시 지켜줄게!"
"어떻게요?! [암흑 날개]가 지금 코 앞까지 다가오고 있는데!"
"잡아라!!!"
루시를 발견하자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사나운 야생 늑대처럼, 알베르의 품에 안겨 있는 루시에게 달려들기 시작하는 [암흑 날개] 조직원들.
알베르는 [시큐리티 포스] 대원 전용 텔레포트 장치에 부착되어 있는 본부 귀환 단추를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눌렀고, 알베르의 행동을 인식한 텔레포트 장치는 알베르와 루시를 이 장소에서 [시큐리티 포스]의 우주 본부까지 순식간에 이동시켜 주었다.
또 다시 눈 앞에서 목표물을 놓친 [암흑 날개] 조직원들은, 루시가 아직 이 근처, 혹은 리나 시티의 이웃 도시인 트와일라잇 시티에 있을지도 모르니, 두 도시를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 보자고 말하며, 목표물을 놓쳤다는 분통함을 가슴 속에 넣어두고 리나 시티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우주 어딘가에 위치한 행성 요새,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
루시와 함께 우주 본부로 무사히 귀환한 알베르는, 마침 대원들의 업무를 시찰하고 있던 [시큐리티 포스]의 지휘관 직에 소속되어 있는 중년 남성, 글레이브의 모습을 발견하자, 금새 [시큐리티 포스] 에이스 대원이라고 불렸던 사내, "다크니스" 모드가 되어 글레이브에게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귀환했다고 보고하였다.
"대장님!"
"오, 알베르!"
"[시큐리티 포스] 대원 알베르!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수고했네. 잠시 쉬었다가 다음 임무를 준비하게."
"라져!"
순식간에 그 능글맞게 굴던 붉은 머리 청년 "알베르"에서 매사 철두철미하게 행동하는 [시큐리티 포스]의 에이스라 불렸던 대원, "다크니스"의 자세를 취하는 알베르의 모습을 본 루시는, 방금까지 자신을 능글맞게 놀려먹던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냐며, 자신이 보고 있는 붉은 머리 청년 알베르와, 자신이 알고 있는 [시큐리티 포스] 대원 다크니스 사이에서 약간의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로 몸을 피한 루시는, 글레이브와 알베르, 그리고 카게야마와 코가라스마루에게서 자신이 [암흑 날개]의 타깃이 된 상세한 이유를 듣게 되자, 자신에게 그런 것이 있었냐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상에...!!! 제 몸 안에 이브라는 무녀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구요?!"
"그렇네. 자네에겐 아마 믿기 힘든 이야기겠군." (글레이브)
"당연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죠!!! 여러분 말씀에 따르면, 지금 제 몸 안에 듀얼 몬스터즈 세계에 살고 있는 정령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소리잖아요!!!"
"맞아. 그래서 [암흑 날개]가 널 노리고 있는 거야.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루시 네 영혼과 함께, 정령계 어딘가에 위치한 신성한 숲과 성유물을 수호하는 일족의 힘을 가지고 있는 무녀, 이브의 영혼까지 손에 넣으려는 수작이지." (알베르)
"말도 안 돼...!!!"
"루시 낭자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오. 낭자가 낭자의 인생을 살아가는동안, 이브 낭자의 영혼이 몸에 깃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긴 어려웠을 터이니 말이오." (카게야마)
"허나, 이제 루시 낭자의 몸에 이브 낭자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낭자를 놈들에게서 보호하는 것이, 바로 우리 [시큐리티 포스]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되었소. 그러니, 루시 낭자는 당분간 우리 [시큐리티 포스]의 우주 본부에 몸을 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코가라스마루)
"그럼, 부모님이랑 오빠한텐 뭐라고 말하죠...??"
"네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상세하게 알리고, 당분간 우리 우주 본부에서 지내겠다고 해. 그러면 아마 너희 부모님이랑 루카스도 이해해 줄 거야."
"알겠어요. 그럼 연락해 볼게요."
루시가 당분간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에서 보호를 받으며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냐고 묻자, 걱정이 잔뜩 묻어 나오는 루시의 질문에 알베르는 현재 네가 처한 상황을 부모님과 루카스에게 빠짐 없이 상세하게 알리라고 답해 주었다.
알베르의 명쾌한 답변에 결의를 다지고 스마트폰을 들어 루카스의 번호를 향해 전화를 거는 루시.
마침 스케줄이 없는 날이어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루카스는, 자신의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 루시의 이름과 번호가 떠오르자, 얘가 대체 무슨 일로 전화를 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으로 전화를 연결하였다.
"어, 루시."
"오빠, 혹시 아빠랑 엄마 집에 계셔?"
"당연히 계시지. 근데, 그건 왜?"
"가족들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전화했어."
"할 이야기라니?"
"나, 당분간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
"뭐? 그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너 지금 나랑 농담 주고 받자는 거냐?"
"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이건 엄청 심각한 문제라구."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까, 진짜 심각한 문제가 맞는 것 같네."
루카스는 동생 루시가 진지한 투로 말하는 것을 듣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루시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귀에 바짝 갖다 대었고, 루시는 현재 자신은 [시큐리티 포스]의 우주 본부에 있으며, 자신의 몸 안에 듀얼 몬스터즈의 정령 이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암흑 날개]가 자신을 노리고 있어 당분간 [시큐리티 포스]의 우주 본부에서 숨어 지내야 할 것 같다는 사정을, 아주 또박또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루시가 현재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에서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으며, [암흑 날개]가 루시를 노리고 있고, 그로 인해 당분간 집에 못 들어오게 되었다는 상세한 사정을 들은 루시의 오빠 루카스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칠 뻔할 정도로 당황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동생 루시의 몸 안에 듀얼 몬스터즈의 정령, 이브의 영혼이 깃들어 있고, 그로 인해 루시가 [암흑 날개]에게 노려지는 처지가 되었다니.
프로 듀얼리스트로써 엄청나게 바쁜 스케줄을 매일 소화해야 하는 탓에 소중한 동생 루시의 상세한 사정을 모르고 있었던 루카스는, 루시의 오빠로써 동생의 사정을 알아내지 못 한 자기 자신을 마음 속으로 크게 질타하였고, 이후 2년 전처럼 자신의 가족들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 역시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로 가겠다고 말하였다.
"그럼 나도 그 쪽으로 갈게.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널 보호하는 임무가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겠어?"
"마음은 고마워. 근데 오빠, 혹시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로 가는 길 알아?"
"윽! 그건..."
"하여튼 오빠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가족을 지키겠다는 사명감만 앞서선, 이 드넓은 우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에 혼자서 찾아오겠다고?"
"하하하... 그건 그렇네."
"난 괜찮으니까, 엄마랑 아빠한테는 오빠가 잘 얘기해 줘. 알았지?"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지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알았어. 그럼 이만 끊을게. 아빠랑 엄마한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 오빠가 잘 얘기해 줘."
"걱정하지 마. 내가 누구냐! 네 믿음직스러운 오빠, 루카스 아니냐!"
"하여튼 사람이 사명감이랑 책임감만 앞서요. 마치 어디 살고 있는 누구 씨처럼 말이야."
오빠 루카스와 통화를 주고 받는 루시가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루카스를 비교하는 말을 하는 그 시각.
트와일라잇 시티에 [암흑 날개] 조직원이 잠입하진 않았나 싶어 경찰 연합 대원들과 함께 도시를 순찰하던 하림은, 순간 코에 찾아오는 간지러운 느낌에, 길을 걷던 도중 갑자기 큰 소리로 재채기를 하였다.
"에취!!!"
"으악, 깜짝이야!" (경찰 연합 대원 1)
"아, 죄송해요! 갑자기 코가 간지러워서... 하하하..."
"그렇다고 그렇게 큰 소리로 재채기를 하냐?" (경찰 연합 대원 2)
"죄송합니다. 아하하하...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자신의 재채기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경찰 연합 대원들을 향해 멋쩍게 웃으며 사과를 건네는 하림.
다시 시점을 돌려,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에서 루카스와 통화 중인 루시를 확인해 보자.
오빠 루카스의 걱정 어린 말을 듣고 있던 루시는, 자신은 괜찮으니 아빠 제스퍼와 엄마 소피아에게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나 잘 이야기해 달라며, [시큐리티 포스]의 보호 대상이 된 동생을 걱정하는 철부지 오빠를 도리어 동생인 자신이 걱정하는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루카스와의 긴 통화를 마친 루시는, 이제 자신이 진짜로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에서 숨어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였고, 루시가 리나 시티에 남겨진 가족들을 걱정하며 슬픈 표정을 짓자, 알베르는 루시에게 기운 내라는 격려를 해 주는 것과 함께, 현재 몸 안에서 루시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이브와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지는 않냐고 물었다.
알베르의 물음에 루시가 지금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이브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자, 자신 역시 정령이니 그런 것 쯤은 누워서 떡 먹기라며 자신만만한 자세를 취하는 알베르.
알베르가 자기에게 맡겨만 달라며 자신만만해 하는 모습을 보이자, 루시는 굳게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브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루시의 부탁을 들은 알베르는 루시에게 눈을 감아 보라고 말하였다.
루시가 순순히 눈을 감자 무언가 알아듣기 힘든 단어로 이루어진 주문을 읊기 시작하는 알베르.
잠시 후, 밝은 빛으로 가득 찬 심상세계 안에 도착한 루시는, 자신의 눈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보라색 장발을 가진 미소녀, 이브의 모습을 확인하자, 자신의 몸 안에 진짜로 듀얼 몬스터즈의 정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브]...!!! 진짜 듀얼 몬스터즈의 그 이브잖아?!"
"어서 오세요, 루시."
"내 몸 안에 정령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다는 말이 진짜였구나...!!!!"
자신의 두 눈으로 자신의 몸 안에 깃들어 있는 듀얼 몬스터즈의 정령, "이브"의 모습을 확인한 루시는, 자신의 몸 안에 정령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자각하였고, 루시를 보며 미소를 띤 이브는, 여기서 줄곧 루시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길 기다렸다며, 자신의 영혼을 몸에 받은 소녀, 루시와 대화를 시작하였다.
자신의 몸 안에서 줄곧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이브와 대화를 시작하는 루시.
이브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루시는, 2년 전 SEM 컵에서 [애프터라이프]의 협력자인 매드 사이언티스트, [알레이스터]와 함께 서 있던 남성, [닝기르수]가 자신을 보고 동요한 것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지금 [닝기르수]는 [기르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어둠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이브의 말을 듣고, [기르수]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기르수의 현재 근황을 궁금해 하는 루시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오라버니인 기르수는 지금도 리나 시티와 트와일라잇 시티, 아니면 다른 어딘가에서 루시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대답하는 이브.
이브와 대화를 나누던 루시는 마치 자신이 어렸을 때 마음이 잘 맞아 자주 어울려 놀다가, 가족의 사정으로 인해 오래 전에 헤어진 친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이브는 루시가 이런 기쁜 기분을 느끼면, 루시 몸 안에 있는 자신 역시 똑같은 기분을 느낀다며, 어쩌면 자신은 루시의 몸 안에 머물러 있는 동안 루시와 동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는 말을 하였다.
루시 역시 이브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로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더 생겼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하루는 또 다시 저물어 가고,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밤이 찾아왔다.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 루나 시티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암흑 날개]의 비밀 아지트에선, 루시 납치에 실패한 조직원들이 리스 앞에 무릎을 꿇고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같은 뻔한 사과의 뜻이 담겨 있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조직원들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자, 어차피 한 번에 성공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조직원들의 사과를 자기 나름대로 너그럽게 받아주는 리스.
리스는 두 조직원에게 반드시 루시를 자신의 앞으로 데려 오라고 거듭해서 강조하였고, 두 조직원은 리스에게 "명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사악한 기운이 풍겨져 오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자리를 떠났다.
조직원들이 자리를 떠난 것을 확인한 리스는, 자기 딴에는 바다와도 깊고 넓은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왔는지, 대체 언제까지 루시를 데려오는 것에 실패할 거냐며 머리를 헝클어뜨리기 시작했다.
리스의 루시 납치 계획은 과연 성공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리스의 궁극적인 계획이 성공으로 끝난다면, 이 세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말로밖에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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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편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선 루시가 [시큐리티 포스]의 보호를 받게 되는 과정과, 루시와 이브가 만남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써 보았습니다.
과연 [암흑 날개]와 리스의 파멸은 어떤 과정과 결과로 드러나게 될 지...
그러면 이상으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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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 23.04.22 21: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