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날개]의 두 번째 테러가 트와일라잇 시티, 리나 시티, 그리고 [시큐리티 포스]가 연합하여 조직한 경찰 연합에 의해 미수로 끝난 이후,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시큐리티 포스]는 각자 체포한 [암흑 날개] 조직원들을 심문한 끝에, 현재 [암흑 날개]는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자들을 모두 역적으로 치부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테러 등의 과격한 활동을 하는 것은 모두 [암흑 날개]의 "장로"들에게서 임무를 받아 수행하는 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트와일라잇 시티 교도소에 입소한 어느 [암흑 날개] 조직원은, 현재 [암흑 날개]가 닌자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여러 나라에 퍼져 있는 "대 오컬트 특무부대(COUNTER-OCCULT TASK FORCE, COTF)"와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고, [암흑 날개] 조직원에게서 이런 중요한 정보를 알아낸 트와일라잇 시티 경찰국은, 리나 시티 경찰국과 [시큐리티 포스] 쪽에 연락을 취해, 현재 [암흑 날개]가 여러 국가에 퍼져 있는 범죄 조직, "대 오컬트 특무 부대", 일명 [COTP]와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COTP]는 현재 여러 나라에서 테러 행각을 일으키는 행보를 선보이는 테러 전문 조직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며, 덕분에 세 경찰국 모두 골치를 앓고 있는 조직이기도 했다.
이들이 [암흑 날개]와 접선하는 장소만 알아낼 수 있다면, [암흑 날개]와 [COTP]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암흑 날개]가 아무리 일처리가 허술한 조직이라고 해도, [COTP]와의 접선 장소를 허투루 정할 정도로 허당들만 모인 조직은 아니다.
그로 인해 세 경찰국은 모두 [암흑 날개]와 [COTP]가 접선하는 장소와 날짜, 시각을 알아내기 위해, 각 경찰국 교도소에 복역 중인 [암흑 날개] 조직원들을 심문하는 것은 물론, 잠입 수사와 정보전, 그리고 듀얼과 무력 테스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대원들을 엄선해, [암흑 날개]의 비밀 아지트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들을 잠입시켜, 평소 [암흑 날개] 조직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파악하고, 이들이 [COTP]와 접선하는 때를 노려 두 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트와일라잇 시티 경찰국과 리나 시티 경찰국, 그리고 [시큐리티 포스]가 특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계획을 구상하던 시각.
비록 빠르게 스쳐 지나갈 정도로 잠깐 동안의 평화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간만에 찾아온 평화로운 일상에, 자신의 방에 놓인 침대에 누워 있던 하림은,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킨 후 기지개를 켜며 찌뿌둥한 몸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었다.
이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머리와 마음 속에 품으며, 오늘도 어김 없이 청월과의 데이트를 위해 준비를 시작하는 하림.
세수와 양치는 물론, 샤워까지 빠르게 끝낸 하림은 드라이기를 작동시켜 빠른 속도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머리 건조까지 모두 끝낸 뒤, 청월과의 데이트에 입고 갈 복장까지 모두 챙겨 입은 하림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매우 좋아질 것 같은 명랑한 표정을 지으며, 신발을 신으며 가족들에게 인사를 마친 뒤 집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청월과 같이 트와일라잇 시티에 새로 생긴 다용도 스타디움에 놀러 가기로 한 날.
들뜬 마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걷는 하림의 표정은, 마치 이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는 것처럼 화사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20분 후, 트와일라잇 시티에 신축된 다용도 스타디움에 도착한 하림은, 자신보다 먼저 스타디움 앞에 도착해 자신의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청월의 모습을 발견하자, 아주 힘찬 목소리를 내며 청월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청월아~!!!"
"아, 림아!!!"
자신의 귀에 하림의 밝고 힘찬 외침 소리가 들려오자, 이 곳에서 자신의 미소를 본 사람들을 전부 매료시킬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림을 반겨주는 청월.
하림과 청월은 서로 일주일 동안의 근황을 주고 받으며, 각종 언론 매체에 보도된 [암흑 날개]의 펜트하우스 테러 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안부 교환을 마친 한 쌍의 연인은 스타디움 안으로 들어간 뒤, 프론트에 있는 직원에게 며칠 전 미리 예매한 티켓을 보여 주었다.
"어서 오세요!"
"여기, 두 사람 입장 티켓 보여 드릴게요!"
"네, 티켓 예매하신 분들의 정보를 확인하겠습니다. 흠... 하림 씨와 진청월 씨 맞으신가요?"
"네!"
"네, 하림 씨와 진청월 씨. 본인 정보 확인 완료했습니다. 저희 트와일라잇 스타디움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직원의 입장 허가가 떨어지자 밝고 힘찬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한 뒤, 설레는 마음으로 트와일라잇 스타디움 곳곳을 돌아 다니는 하림과 청월.
오락실, 카페, 미니게임 등 각종 시설들이 잔뜩 설치되어 있는 이 곳 트와일라잇 스타디움은, 트와일라잇 파크 못지 않은 최상의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트와일라잇 파크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끽하며 트와일라잇 스타디움을 즐기는 하림과 청월 커플.
잠시 후,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 커플의 눈길을 사로잡는 시설이 있었다.
하림과 청월 커플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듀얼리스트들을 위한 물품 및 기념 굿즈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한 듀얼 샵.
참새가 방앗간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듀얼리스트들이 이런 좋은 시설을 발견했다면 즉시 그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듀얼리스트로써 끓어 오르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이 듀얼 샵에 어떤 것들이 있을 지 궁금해 하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하고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듀얼 샵 안에 들어갔다.
듀얼 샵에 들어오자마자 두 사람을 반겨주는 것은, 바로 엄청나게 넓은 듀얼 샵의 내부와 깔끔한 인테리어, 그리고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듀얼 관련 상품들.
듀얼리스트들의 필수품인 카드 프로텍터부터, 듀얼리스트에게 있어 목숨만큼 소중한 덱을 휴대할 때 필요한 덱 케이스, 그리고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가지런하게 진열되어 있는 각종 카드 및 부스터 팩, 스트럭처 덱 등의 상품들.
듀얼리스트로써 피를 끓어 오르게 하는 이 듀얼 샵 안을 둘러보는 하림과 청월은, 오늘 이 곳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아마 평생 땅을 치고 후회할 뻔 했다며, 트와일라잇 스타디움 내부에 설치된 듀얼 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듀얼 샵을 둘러보던 도중, 하림의 이목을 끄는 한 상품이 있었으니.
그 상품의 정체는 바로, 지금으로부터 약 사흘 전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상 스트럭처 덱, [배틀드론 오퍼레이션]이었다.
나온 지 사흘 된 이 상품은, 신규 테마인 [배틀드론] 및 그를 서포트하는 각종 고성능 카드들, 그리고 [증식의 G]와 [하루 우라라], [금지된 일적], [삼전의 재], [무한포영], [레드 리부트]와 같은 범용성이 뛰어난 효과를 가진 카드들이 수록된 것으로 인해, 트와일라잇 시티에 위치한 여러 듀얼 샵에 이 상품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떴다 싶으면 듀얼리스트들이 우르르 달려가 이 스트럭처 덱을 구매하였고, 덕분에 트와일라잇 시티 듀얼 샵에선 이 [배틀드론 오퍼레이션] 스트럭처를 최대한 많이 발주해도, 그 많은 발주량을 찍은 상품이 샵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지는 순간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곤 하니, 듀얼 샵 점주들 입장에선 더 많은 듀얼리스트들에게 이 상품을 판매하지 못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이 곳 트와일라잇 스타디움에 설치된 듀얼 샵에, 말 그대로 없어서 못 사고 없어서 못 파는 스트럭처 덱인 [배틀드론 오퍼레이션]이 존재한다니.
거기다 이 고급 스트럭처 덱이 한 세트도 아니고, 이 듀얼 샵을 찾는 듀얼리스트 손님들이 넉넉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무려 스무 세트나 진열되어 있었으니, 하림과 청월 입장에선 그야말로 눈이 반짝이다 못 해 눈이 홰까닥 돌아갈 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배틀드론]이라는 신규 테마와 함께 범용성 뛰어난 카드들을 한 번에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이 황금 같은 찬스를,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듀얼리스트인 하림과 청월 커플이 놓칠쏘냐.
서로 스트럭처 덱 3세트를 손에 쥔 하림과 청월 커플은, 스트럭처 덱에 붙어 있는 가격표에 적힌 가격을 보자, 역시 인기 있는 상품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말하며, 가격표에 적혀 있는 가격을 보고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사흘 전에 발매된 신규 스트럭처 덱, [배틀드론 오퍼레이션]의 가격은 개당 7800원.
트와일라잇 시티의 듀얼 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배틀드론 오퍼레이션]의 개당 가격보다 약 500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 적혀 있는 가격표를 본 하림과 청월 커플은, 신규 테마덱과 함께 좋은 범용 카드들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얼굴에서 미소가 사르르 번져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 스트럭처 덱, [배틀드론 오퍼레이션] 3개를 손에 든 하림과 청월 커플.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친 뒤 잔뜩 신난 표정으로 듀얼 샵을 나오려는 하림과 청월 커플 앞에, 갑자기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난 이들이 있었다.
두 사람 앞에 예고 없이 나타난 이들의 정체는, 바로 브레이크와 스트.
브레이크와 스트 커플을 본 하림과 청월 커플은,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고, 하림과 청월 커플의 인사에 자신들도 똑같이 인사를 건넨 브레이크와 스트 커플은, 하림과 청월의 손에 쥐어져 있는 봉투에 담겨져 있는 스트럭처 덱, [배틀드론 오퍼레이션]을 보자 매우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스트, 이거 봐! 림이랑 청월이가 들고 있는 이거, [배틀드론 오퍼레이션] 아냐?!"
"진짜네?! 이거, 우리 리나 시티 듀얼 샵에서도 진짜 구하기 어려운 건데!"
"헤헷!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브레이크 님이랑 스트 님도 얼른 이거 사세요! 아직 꽤 많이 남아 있거든요!"
"맞아요! 스트 언니랑 브레이크 님도 이거 구하느라 두 도시를 왕복하고 있다는 소식, 저도 저희 언니랑 동생한테 들었거든요!"
"홍월찡이 그런 말을 했어?! 하여튼 홍월찡은 다른 사람들한텐 입이 무거운데, 자기 가족한텐 입이 한 없이 가볍다니까..."
"하하하... 우리도 얼른 사러 가자. 꾸물거리다간 여기서도 허탕 치겠어."
"오케이! 그럼 가자, 자기야!"
"엑?! 스트 님, 벌써 브레이크 님을 자기라고 부르시는 거에요?!" (림)
"아,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아하하하..."
스트가 브레이크를 자기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브레이크에게 팔짱을 끼자, 사귄 지 얼마 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애칭을 정했냐며 놀라는 하림.
그 순간, 문득 하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자신도 청월과 연인이 된 이후 얼마 되지 않아서 청월을 향해 자기라는 애칭으로(비록 그 날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청월을 문 틈으로 몰래 훔쳐본 것 때문에 호구를 잡혀버려, 말 그대로 선택권 따위는 없이 강제로 그렇게 되긴 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서 달링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는데, 브레이크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하림.
하림은 브레이크와 스트 커플을 향해, 두 사람의 사랑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는 덕담을 남기고, 미소를 지으며 청월과 함께 듀얼 샵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림과 청월이 듀얼 샵에서 나오자마자, 저 먼 발치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본 두 사람은, 혹시 또 우연히 자신들이 아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아닌가 싶은 마음에, 듀얼 샵 앞에서 자신들이 서 있는 방향을 향해 달려오는 사람을 기다렸다.
다급한 뜀박질로 듀얼 샵 앞으로 달려온 사람은, 바로 하림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사람인 호철.
듀얼 샵 앞까지 달려 오느라 턱 밑까지 차 오른 숨을 헐떡거리던 호철은, 하림과 청월의 모습을 보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림아! 청월아!"
"아, 호철아!" (청월)
"호철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림)
"나 말이야? 나도 며칠 전에 여기 이용권 예매했거든. 그래서 이 곳에 있는 시설들을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글쎄 여기에 듀얼 샵이 있지 뭐야? 그래서 나도 듀얼리스트로써 끓어 오르는 열정을 참지 못 하고 여기까지 달려 왔다는 말씀!"
"역시 듀얼리스트라면 듀얼 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그러니까 말이야! 근데, 너희는 벌써 쇼핑 다 마친 거냐?"
"어! 이 듀얼 샵을 발견한 덕분에, 아주 기가 막힐 정도로 큰 이득을 봤지!"
"뭐?! 그게 무슨... 잠깐, 너희가 손에 든 봉투에 들어 있는 그거... 설마 [배틀드론 오퍼레이션]이야?!"
"맞아! 트와일라잇 시티 듀얼 샵에서도 들어오자마자 나가는 상품을, 여기서 발견했지 뭐야?" (청월)
"그래서 새 덱도 짜고, 범용 카드도 구할 겸 해서, 큰 맘 먹고 3개씩 질렀지!" (림)
"이런 치사한 자식들! 듀얼 샵에 없어서 구하기 힘든 상품을 그렇게 쉽게 구하다니!"
"야, 우리도 이거 발견 못 했으면 눈 앞에서 대어를 놓칠 뻔 했어!"
"맞아! 우리랑 이렇게 말 할 시간에, [배틀드론 오퍼레이션]이 아직 듀얼 샵 안에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게 어때?"
"치잇...!!!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듀얼 샵으로 간다!!! 기다려라, [배틀드론 오퍼레이션]아!!! 황혼 중학교 듀얼리스트, 김호철이 간다!!!"
하림과 청월이 듀얼 샵에서 구매한 [배틀드론 오퍼레이션] 스트럭처 덱을 본 호철은, 자신도 두 사람에게 질 수 없다며 사력을 다 해 듀얼 샵이 있는 곳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호철이 지나간 뒤, 이제 듀얼 샵을 떠나려던 순간 우연히 이 곳을 지나가던 수진을 목격한 하림과 청월 커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수진을 만난 하림과 청월 커플은, 머릿속으로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호철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적용되는지, 항상 수진이 그 장소, 혹은 호철과 가까운 장소에 같이 있다.
그렇다면, 혹시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썸씽이란 것이 있는게 아닐까?
머릿속으로 이러한 생각을 하던 하림과 청월 커플은, 이 참에 수진에게 가서 호철과 무슨 관계인 거냐고 물어보자는 생각을 하나로 맞추었고, 수진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 뒤, 하림과 청월은 수진을 향해 꽉 찬 직구를 던졌다.
"수진아, 솔직히 말해. 수진이 너, 혹시 호철이랑 썸 비슷한 거라도 타고 있어?"
"뭐?! 청월이 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수진이 네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호철이가 근처에 있잖아? 그래서 우리가 이런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 내가 그런 녀석이랑 무슨 썸을 탄다고!"
"한수진. 그냥 솔직하게 말해. 너랑 호철이, 도대체 무슨 관계야? 혹시 둘이서 비밀 연애라도 하고 있다던가..."
"과, 관계는 무슨! 난 그런 애 관심 없거든!"
"수진아. 다른 사람 눈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눈은 못 속인단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줘. 수진이 너, 호철이 좋아하는 거, 맞지?"
"그, 그건...!!!"
청월의 빠르고 묵직하게 날아오는 돌직구에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수진은, 얼굴이 마치 햇빛과 물, 그리고 땅에서 나오는 영양분들을 골고루 잘 받아 맛있게 익은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청월의 돌직구가 제대로 꽂힌 것을 느낀 하림은, 이 참에 수진에게 결정적인 한 방으로 쐐기를 박아 버리자 생각한 뒤, 수진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꽂아 넣었다.
"한수진. 너 혹시, 호철이랑 처음 듀얼했을 때 기억하고 있어?"
"그, 그야 물론이지! 내 [언체인드] 덱을 이긴 녀석을 어떻게 쉽게 잊겠어!"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부터 네가 호철이에게 호감을 품기 시작했고... 호철이가 가는 곳마다 한수진 네가 항상 같이 있다는 건, 네가 호철이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야, 우연!"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은데..." (청월)
"맞아. 우리가 학교에서 했던 태그 듀얼 때도 그렇고, 청월이랑 윤이가 트와일라잇 파크에서 듀얼을 했을 때도, 넌 호철이 옆에 서 있었어. 글레이브 하우스에서 글레이브 님께 초대를 받고 영웅 분들과 같이 모임을 가졌을 때도, 호철이랑 넌 같이 있었고."
"그건..."
"그리고 바로 지난 주, [암흑 날개]가 신축된 펜트하우스를 점거하고, 거기서 테러를 일으키려 했던 날에도, 넌 호철이랑 같이 있었지. 이쯤 되면 이건 우연이 아니라, 너나 호철이 중 한 사람이 일부러 상대방의 곁에 다가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윽...!!!"
"수진아, 그냥 우리한테 속 시원하게 털어놔. 너, 호철이 좋아하는 거, 맞지?"
"그, 그건..."
하림과 청월 커플이 어느 동네에 사는 한 꼬마 탐정을 떠오르게 하는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하자, 두 사람의 날카롭고 예리한 추리에 할 말을 잃어버린 수진.
잠시 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 수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속마음을 두 사람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얘기한 거, 전부 다 맞아."
"역시 그렇구나!" (청월)
"그 날, 내 [언체인드] 덱을 깨뜨린 김호철의 모습이 자꾸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 그 때는 내 마음이 왜 뒤숭숭했는지 몰랐어. 그저, 내 [언체인드] 덱이 패배한 것에 대한 단순한 복수심 같은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김호철이 어딘가를 향해 갈 때마다, 내 발이 자꾸 걔를 쫓아 가기 시작했어.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품고 있는 이 감정이 복수심 같은 거창한 감정이 아니라, 뭔가 다른 감정일 지도 모를 것 같다고 말이야."
"그랬구나."
"김호철 걔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걔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내 몸이 걔 옆으로 가 있었어. 그리고 오늘 너희가 한 추리를 듣고, 내가 김호철 걔를 이성으로써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지."
수진이 언제나 호철과 함께 있었던 이유를 수진의 입을 통해 듣게 된 하림과 청월은, 수진의 마음을 백 번 천 번 이해한다며, 이제 네 마음에 솔직해지라는 말로 수진을 격려해 주었다.
마침 쇼핑을 마치고 듀얼 샵을 나온 호철은, 자신의 눈 앞에 수진이 보이자, 평소에는 쟤가 또 왜 자기 근처에 있는 건가 싶어 의문을 가져야 했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운명이라는 것이 호철을 수진에게로 이끌고 있는지,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세 사람이 모인 곳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어느새 호철이 다가오자 하림이 보낸 눈빛을 통해 신호를 주고 받은 뒤, 수진에게 잘 하고 오라는 격려의 말과 함께 수진을 호철이 있는 곳으로 미는 청월.
청월의 푸시에 수진은 호철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미끄러졌고, 이후 호철의 품에 안착한 수진은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수진이 자신의 품에 안긴 모습을 본 호철 역시 당혹감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혔고, 하림과 청월은 두 사람이 잘 될 수 있게 먼 발치에서 두 사람을 지켜 보았다.
정신이 돌아온 수진은 호철의 품에서 빠져 나오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 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고, 호철 역시 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는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채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다.
호철과 수진이 서로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답답함에 자신들이 나설 타이밍을 재는 하림과 청월 커플.
그 때, 하림과 청월이 나설 필요 없다고 말하는 듯이, 수진은 호철의 목을 손으로 감싸며 과감하게 호철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고, 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하림과 청월은 물론, 입술을 빼앗긴 호철 역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호철은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리라 마음 먹으며 수진의 페이스에 맞추어 주었고, 두 사람이 연인이 된 과정을 지켜본 하림과 청월 커플은, 서로의 친구들이 연인이 된 기쁜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고 카메라 앱을 작동시켜, 두 사람이 입맞춤을 하는 장면을 스마트폰 사진첩에 기록하였다.
이렇게 하여 황혼 중학교에는 또 다른 선남선녀 커플이 탄생하게 되었다.
과연 호철과 수진 커플의 앞날에는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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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편 연재 완료!
이번 편은 잠깐 동안의 평화를 즐기는 일상 편으로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편에서도 보기 좋은 커플 한 쌍이 탄생했네요.
흑흑... 작가인 저도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습니다...ㅠㅠ
아무튼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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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 팬픽의 작가인 저는 이렇게나마 대리만족을 합니다. 현실에서도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ㅠㅠ | 23.04.19 0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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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4.19 0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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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들에겐 고난을, 주인공과 친구들에겐 경사를! 이것이 바로 권선징악의 여러 형태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당당) | 23.04.19 1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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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극을 재밌게 만들어주는 건 악역인걸요(뻔뻔) | 23.04.19 11: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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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들이 있어야 극을 재미있게 이끌어 갈 수 있죠. 그리고 그 악랄한 악역들을 어떤 과정을 거쳐서 파멸에 이르게 하는가를 보는 것도 극의 재미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데헷) | 23.04.19 11: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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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하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23.04.19 11: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