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중간 지점에 위치한 폭발 사고 현장에서, 폭발 사고에 휘말려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들을 부검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신 부검을 맡은 과학 수사 팀은, 사망한 사람들은 모두 글레이브 하우스가 폭발하기 전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뒤, 얼마 후에 글레이브 하우스와 같이 폭발 사고에 휩쓸린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폭발 사고 현장에서 새까맣게 탄 시신으로 발견된 사람들은, 모두 사고 당일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글레이브 하우스 호위 닌자 부대 소속 닌자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날의 폭발 사고가 일어난 뒤로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뉴스에선 글레이브 하우스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가 연일 끊임 없이 보도되었고, 뉴스를 접한 두 도시의 시민들은 사망한 사람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의 영혼이 좋은 곳에 가기를 바라는 위령제를 지내 그들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글레이브 하우스에서 새까맣게 타 버린 시신이 되어 돌아온 사망자들의 유족들은, 정부가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해준 장례식장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가족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에서 편성한 특수 경찰 대원들, 그리고 사일런스 루이스 대원이 이끄는 시큐리티 포스 팀은, 혹시 이 곳에서 고인들이 생전에 사용했던 유품들, 그리고 이런 천인공노할 행각을 벌인 범인들이 사고 현장에서 미처 회수하지 못한 증거가 있을까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새카맣게 타 버린 글레이브 하우스가 있던 집터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색이 한참 동안 진행되고 있던 때, 트와일라잇 시티 경찰대원과 리나 시티 경찰대원, 그리고 시큐리티 포스 대원 한 사람이 잿더미가 된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물건들을 사일런스 눈 앞에 보여주자, 사일런스는 매우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각 경찰대원들이 사고 현장을 뒤져서 발견한 물건들은, 바로 암흑 날개 단원들에게 살해당한 닌자들이 사용했던 수리검 두어 개와, 암흑 날개가 일으킨 거대한 폭발 속에서 용케도 불에 타 재가 되지 않고 살아남은, 칠흑같이 검은 날개 한 쌍이 그려진 팔토시 하나.
대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물건들을 본 사일런스는, 어쩌면 이 물건들이 이 끔찍한 테러 행각을 저지른 자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이후 과학 수사 팀에 이 물건들을 넘겨 이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자들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하였다.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특수 경찰 팀, 그리고 시큐리티 포스에서 파견된 특별 수사 팀이 폭발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던 시각.
트와일라잇 시티의 한 종합병원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던 하림의 가족들과 청월은,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는 폭발 사고 현장을 촬영한 장면을 보며, 그 날 글레이브 하우스에서 경계 근무를 서다 암흑 날개 소속 하샤신들의 손에 살해된 닌자들의 영혼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라 주었다.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하림의 상태는, 현재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청월을 살해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하샤신의 클로를 튕겨내는 과정에서, 클로에 베인 손에서 흘러나온 피의 양이 꽤 많았던 하림은, 그 날 이후로 약 사흘 동안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다행히 하림과 청월이 똑같은 O형이었기에 수혈 문제는 매우 수월하게 해결되었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하림과 똑같은 O형의 혈액형을 가지고 있었던 청월 덕분에 수혈을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 하림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 그대로였다.
분명히 수혈은 무사히 마쳤는데, 하림의 의식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목격한 청월은, 현재 하림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에게 대체 왜 하림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
"선생님! 대체 왜 림이가 깨어나지 않는 거죠?! 혹시 수혈을 하는 과정에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아닙니다. 수혈은 무사히 끝났고, 사고 당일 환자 분께서 입으셨던 상처들을 봉합하는 봉합 수술도 좋은 결과로 끝났습니다. 다만..."
"다만이라뇨? 혹시 림이의 상태가 저런 거에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지금 하림 환자 분의 상태는, 데이터 상으로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겪은 정신적인 문제가, 환자 분의 상태를 지금 이 상황에 머무르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환자 분께서 2년 전 보았다던 그 날의 기억들이 환자 분의 심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면서, 환자 분의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하림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에게서, 2년 전 하림이 보았던 그 잔혹한 장면들이 하림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면서, 현재 하림의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사실을 들은 청월은 다급한 말투로, 하림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에게 혹시 하림을 일찍 깨울 수 있는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청월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물음에 하림을 담당하는 담당 의사는 살며시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덤덤하고 단호한 말투로 현재로써는 하림 본인이 스스로 과거의 트라우마와의 싸움에서 이겨서 의식을 되찾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하였다.
하림을 담당하고 있는 담당 의사의 단호박처럼 단호한 말에, 순간 몸에서 힘이 쭉 빠져 나가며 자리에 주저앉는 청월.
청월은 하림이 지금과 같은 상태에 빠진 건 전부 다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원망 가득 섞인 울먹이는 목소리로 차라리 그 날 자신이 하샤신들의 클로에 죽었어야 했다며, 하림이 지금 의식을 잃은 건 모두 자신 탓이라는 죄책감으로 인해, 똘망똘망하게 빛나던 청월의 갈색 눈동자에선 이내 굵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흘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 하림은 여전히 의식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하림의 가족들은 모두 잠시 바람을 쐬러 병원에 설치된 야외 휴게 시설로 향했고, 하림의 옆에는 청월 혼자만이 하림을 지키고 있었다.
병원에 있는 일주일 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하림을 돌보느라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 한 청월의 얼굴은, 저주받은 하인의 모습처럼 비쩍 마른 해골까지는 아니었지만, 황혼 중학교 TOP 5 안에 드는 아리따운 미소녀 미모를 자랑하는 얼굴이 많이 핼쑥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청월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하림은 계속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
청월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하림의 손을 잡고, 하림에게 말을 걸며 소중한 연인의 의식이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바랐다.
"림아... 언제까지 자고만 있을거야... 얼른 일어나... 일어나서 가족들한테 걱정 끼친 거 사과하고, 나랑 같이 데이트도 해야지..."
"...."
"제발... 림아, 일어나... 제발... 부탁할게... 제발 일어나 줘... 제발..."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하림의 손을 잡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림을 향해 일어나라고 간절하게 애원하는 청월.
청월은 하림의 손을 붙잡고 계속해서 하림에게 일어나라고 부탁하였고, 청월의 눈에선 뜨겁고 굵은 눈물방울이 하림의 손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약 30초 정도가 지났을까.
자신의 소중한 연인이 깨어나길 바라는 청월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청월이 잡은 손에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을 느낀 청월은, 혹시 하림의 의식이 돌아온 것은 아닐까 싶어 하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간절히 원하면 하늘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이 사실이었던 것일까.
일주일 동안 의식 불명 상태로 누워 있었던 하림은, 손가락부터 천천히 움직이며 서서히 자신의 의식과 감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하림의 손가락이 자신의 감각을 되찾고 스스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은 청월은, 매우 크게 놀라는 표정으로 하림이 의식과 감각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손가락부터 시작해 서서히 몸의 감각을 다시 원래 상태로 돌려놓기 시작하는 하림.
손가락부터 시작해 손과 발을 타고, 마지막으로 머리의 감각까지 완벽하게 되찾은 하림은, 이내 서서히 눈을 뜨며 자신의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음을,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청월에게 알려 주었다.
괴로워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서서히 눈을 뜨는 하림.
하림의 눈이 열리자 청월은 울컥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였고, 괴로워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병상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하림은,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소중한 연인, 청월의 모습을 보자, 무거운 입을 열고 말을 시작했다.
"청월아...??"
"림아...!!!"
"다행이다. 다친 데는 없어?"
"그건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소리야...!!!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는지 알아?! 이 바보 같은 남친아!!!"
"미안해. 그 땐 널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만 가득해서 정신줄을 붙잡을 겨를이 없었어."
"야, 이 등X아!!! 그 때 그냥 날 죽게 내버려 두지 그랬어!!! 네가 그 암흑 날개인지 뭔지 하는 놈들한테 당하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 지 알아?! 차라리 그 날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
"무슨 소리야! 넌 내 인생에서 둘도 없는 소중한 여자친구야! 그리고, 나와 함께 미래를 약속한 사람이기도 하고, 또 홍월 선배랑 현월이의 소중한 가족이기도 하잖아! 그런데 거기서 널 죽게 내버려 둔다면, 이 세상에 남겨진 나랑 홍월 선배, 그리고 현월이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 지 생각해 봤어?!"
"우으... 하여튼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이 책임감만 앞서는 멍청아!!!"
하림이 그 때 청월을 구하지 않고 청월을 죽게 내버려 두었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 지 생각해 봤냐고 말하자, 하림의 단호한 말을 들은 청월은 눈가를 촉촉히 적신 눈물을 닦아내며,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다고 말하였다.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자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모두 닦아낸 청월은, 손수건을 다시 주머니 안에 넣은 뒤, 손수건과 같은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을 꺼내 하림의 동생인 하윤에게 전화로 하림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전해 주었다.
"네, 청월 언니."
"윤아, 림이가 지금 막 깨어났어!"
"그, 그게 정말이에요?!"
"응! 다행히 지금 막 의식을 되찾고 일어났어!"
"알았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언니!"
"천만에 말씀! 미래의 시누이가 될 윤이에게, 이런 건 당연히 알려 줘야지!"
"야, 윤이가 왜 네 시누이야?!"
"어머, 방금 전 자기 입으로 내가 너랑 미래를 약속한 사이라고 하지 않았어?"
"야, 그건 네가 나 걱정할 까봐 립 서비스 차원으로 그런 거지!!!"
"아무튼,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거, 알고 있지?"
"아유, 진짜...!!! 하여튼 이 놈의 주둥아리가 또 방정이지, 그냥!!!"
"휴대폰 너머로 오빠 목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까, 오빠 상태가 어떤지는 확실하게 알 것 같네요. 그럼 지금 부모님이랑 준이 데리고 병실로 갈게요!"
"오케이! 얼른 아버님이랑 어머님 모시고 와 줘, 올케!"
"알겠습니다, 새언니!"
"야, 지금 누구더러 올케라고 하는 거야?!"
"남자가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는 거 아니다? 그러니까 나 혼삿길 막은 거, 평생 책임져야 돼. 알았지?"
"으이구, 진짜...!!! 이 놈의 주둥아리를 확 비틀어 버릴 수도 없고...!!!!"
자신이 방금 자신의 입을 통해 내뱉은 말을 후회하며, 마음 속으로 왜 그런 말을 내뱉었냐고 자신을 질책하는 하림.
잠시 후, 하림의 병실에 들어온 하림의 가족들은, 하림이 멀쩡히 일어서 있는 모습을 보자 감격에 겨워 하림을 향해 달려갔다.
감격에 찬 가족들의 모습을 본 하림은, 자신을 간병하던 가족들과 청월에게 그 동안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고, 가족들은 모두 하림을 향해 하림이 가지고 있는 그 무모한 책임감을 탓하는 말을 한 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자신의 무모한 책임감을 질책하자, 앞으로 책임감 때문에 무모하게 나서다가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신신당부하는 하림.
그렇게 10분 후, 하림은 자신이 일주일 동안이나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자,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처럼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 제가 일주일 동안이나 의식 불명 상태로 있었다구요...?!"
"그래! 그것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널 걱정했는지 아니!" (림 어머니)
"하여튼 누굴 닮아서 이렇게 무모한 건지..." (림 아버지)
"그거 아마 당신 닮은 거 아닐까? 당신, 총각 시절에 책임감이 끝내주다 못해, 책임감 빼면 시체인 의리의 사나이였다면서?"
"그, 그건 내가 총각이었을 때 얘기지! 지금은 그 책임감 적당히 조절하면서 살고 있다구!"
"그렇긴 하네."
"오빠의 그 책임감이, 누구한테서 온 건지 알겠네요. 나도 가끔씩 아빠처럼 눈 앞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일을 참지 못 하고 나설 때가 있는데,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유, 윤아?!"
"와, 아빠 멋쟁이!"
"역시 준이 넌 아빠 맘을 잘 알아주는구나!"
"헤헷!"
"지금은 준이가 어려서 뭘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지만, 준이도 조금만 더 크면 알게 될 거에요. 자기도 나랑 오빠처럼, 아빠의 책임감을 닮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아빠를 닮게 된다는 거 말이에요."
"윤이 너?!"
"옳지, 옳지! 역시 우리 윤이는 뭐가 달라도 달라!"
하윤이 덤덤한 투로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를 속이지 못하고, 동생인 하준 역시 결국은 아빠를 닮게 된다고 말하자, 매우 크게 놀란 토끼 같은 눈으로 하윤을 바라보는 하림 삼 남매의 아버지와, 역시 자기 딸이라는 말과 함께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하윤에게 맞장구를 치는 하림 삼 남매의 어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하윤이 주고받는 가족 간의 티키타카에 멋쩍게 웃는 청월과,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그냥 한숨만 쉬는 하림.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하림이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사흘 정도가 더 지났을 때, 담당 의사에게서 이제 하림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니 이제 퇴원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하림의 가족들과 청월.
하림이 퇴원 수속을 밟고 병원 밖을 나서자, 세상은 다시 밖으로 나오는 하림을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으로 반겨 주었다.
세상 밖으로 다시 발걸음을 뗀 하림은, 크게 기지개를 키면서 열흘 동안 병실에만 있느라 근육이 잔뜩 뭉쳐있는 뻐근한 몸을 풀어주는 것으로 세상의 환영 인사에 답해 주었고, 하림이 입원해 있던 열흘 동안 하림을 보살펴 주느라 고생했던 청월을 집으로 바래다 준 뒤, 가족들과 함께 자신이 사는 집으로 돌아와, 집이 가져다 주는 익숙한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며 방으로 달려가 즉시 침대에 다이빙했다.
하림에게 잘 돌아왔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푹신한 감각으로 집에 돌아온 하림을 맞이해 주는 하림의 방에 놓인 침대.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긴 하림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편안한 감각이 암흑 날개로 인해 사라지게 두지 않겠다 다짐하며, 침대가 가져다 주는 포근한 느낌에 스르르 눈꺼풀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림이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열흘만에 학교에 등교하게 된 하림은, 오랜만에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을 볼 생각에 잔뜩 들떠있는 상태였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등굣길에 오른 하림은, 평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 교문을 통과했고, 휴대폰 액정 화면에 떠 있는 시계로 현재 시각이 8시 3분이라는 것을 보자, 평소보다 엄청 빨리 등교를 마쳤다는 마음에 쾌재를 불렀다.
"8시 3분?! 와우, 나 오늘 엄청 빨리 도착했네?!"
"하, 하림?! 정말 림이 맞냐?!"
"오, 학생 주임 선생님! 열흘 만에 뵙네요!"
"인석아! 네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 듣자마자, 이 선생님이 얼마나 가슴 철렁했는지 아냐?!"
"죄송해요, 선생님. 그것 때문에 오늘은 엄청 빨리 왔어요!"
"녀석... 그래, 어서 와라! 자, 2학년 2반 하림! 오전 8시 3분 등교 완료! 통과!"
"아자!"
학생 주임 교사 정석이 하림의 등교 시간을 기록하며 하림을 통과시키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몸놀림으로 교실로 향하는 하림.
주임 교사 정석은 하림이 무사히 학교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속으로 감격을 금치 못하였고, 이내 눈빛을 다시 날카롭게 바꾸며 본업인 학생 주임 모드로 돌아가, 옆에 있던 선도부 위원들에게 혹시라도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학생들이 있는지 빠짐 없이 체크하라며, 머리에 쓴 검은 모자 아래에선 아주 사나운 늑대의 모습처럼 사납고 예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등교 마감 시간보다 57분이나 빨리 도착한 하림은, 자신이 배정되어 있는 2학년 2반 교실에 들어가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과 같은 교실을 사용하는 2학년 2반 학생들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황량한 침묵만이 하림을 반겨주고 있는 상황.
하림은 2학년 2반 학생들 중 자신이 먼저 등교를 마쳤다는 생각에 싱글벙글하는 모습을 보였고, 8시 10분 정도가 되자 누군가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하림은, 설렘이 가득 찬 눈망울을 빛내며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2학년 2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하림과 같은 2학년 2반에 배정되어 있는 남학생이자, 하림의 절친한 친구 중 한 사람인 손명석.
명석이 천천히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오자, 하림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말똥말똥한 눈망울을 빛내며 명석을 반겨 주었다.
"야, 명석아!"
"하, 하림?!"
"헤헷!"
"야, 너 입원했다면서?! 그새 퇴원한 거냐?!"
"그럼, 물론이지! 내가 언제까지고 병원에 누워 있을 사람으로 보였냐?"
"짜아식...!!! 돌아온 걸 환영한다, 림아!!!!"
친구 하림이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자, 격하게 기뻐하며 하림에게 헤드락을 거는 명석.
이후 명석 다음으로 등교를 마친 호철 역시, 병원에 있어야 할 하림이 멀쩡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보자, 명석과 같이 격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림에게 달려가 헤드락을 시전했다.
자신을 격하게 반겨주는 친구들의 헤드락에 괴로워하며 탭을 치는 하림.
이윽고 2학년 2반 학생들이 차례차례 교실에 들어오자, 모두들 병원에 입원했다는 하림이 자리에 멀쩡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자, 그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매우 격한 반응으로 병원에서 퇴원한 하림을 반겨 주었다.
하림은 아침 조례가 끝나자마자 교무실로 달려가 자신이 글레이브 하우스에서 애프터라이프의 잔당들이 모여 만들어 낸 악의 조직, 암흑 날개와 마주친 것, 그리고 그들과의 싸움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열흘 동안 불가피하게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단 한 글자도 빠짐 없이 모두 교사들에게 보고하였다.
하림의 보고를 들은 교사들은 열흘 동안 불가피하게 학교를 빠져야 했던 하림의 사정을 이해하고, 하림이 학교를 나오지 못 한 열흘 동안의 기간을 병가로 인한 결석으로 처리해 주었다.
그렇게 하림은 새롭게 태어난 듯한 마음으로 열흘 만에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열흘 만에 듣는 수업은 하림에겐 너무나도 즐거운 것이었지만, 그래도 모든 수업을 마친 뒤에 행하는 종례시간이 끝났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었다.
잔뜩 설레는 마음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하굣길에 오르는 하림.
그 때, 하림의 설레는 발걸음을 붙잡는 이가 있었다.
그 이가 누구냐면, 황혼 중학교 2학년 3반에 배정된 여학생이자, 황혼 중학교에서 TOP 5 안에 드는 미모를 자랑하는 미소녀이고, 또 하림의 소중한 여자친구이자 훗날 미래를 약속하기도 한 소녀, 진청월이었다.
"림아!"
"아, 청월아!"
"이제 집에 가려는 거야?"
"응! 열흘 만에 학교에 와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야!"
"푸훗. 하여튼 못 말려. 아무튼, 림이 네가 다시 기운을 되찾아서 다행이다. 난 오늘 수업 시간 내내 림이 네 트라우마 스위치가 다시 켜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구!"
"미안, 미안. 그럼 같이 하교할까요, 달링?"
"물론이죠, 허니!"
병원에 입원해 있던 열흘 동안 사람이 완전히 변한 것처럼, 이제는 학교에서도 청월을 향해 닭살 돋는 애칭을 서슴없이 말하는 하림.
그런 하림의 모습을 본 남학생들은 질투와 분노, 시기의 불꽃을 이글거렸고, "청사모가 건전한 조직이었다면 거기에 들어갔을 텐데!"라며 절규하는 남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 바닥에 주저앉아 애절하게 울부짖던 남학생은, 이렇게 가만히만 있으면 사나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씩씩거렸고, 이내 집으로 귀가하려던 하림의 뒤에서 분노와 질투, 시기가 뒤섞인 우렁찬 목소리로 하림의 이름을 불렀다.
"야, 하림!!!!"
"응?"
"왜 그래?"
"방금 쟤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그래?"
"야, 2학년 2반 하림!!!! 당장 듀얼 필드로 튀어와!!!! 나와 듀얼해라아아아!!!!!"
남학생의 분노와 질투, 시기가 섞인 혼의 외침을 들은 하림은, 이렇게 된 거 간만에 몸 좀 풀어 보자는 마인드로 남학생의 말에 응해 듀얼 필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림이 듀얼 필드로 발걸음을 돌리자, 남친을 따라 자신도 듀얼 필드로 발걸음을 돌리는 청월.
듀얼 필드에 선 검붉은 머리를 가진 1학년 남학생이 뿜어내는 질투와 분노, 시기의 아우라를 느낀 하림은, 자신을 이 곳으로 부른 남학생에게 왜 자신을 듀얼 필드로 부른 건지 물었다.
"이봐, 너."
"뭐죠?"
"왜 귀가하려는 사람을 여기로 부른 거야?"
"몰라서 물으십니까?! 선배님이랑 진청월 선배님께서 그렇게 알콩달콩하게 꽁냥거리는 모습을 보이실 때마다, 저희 남학생들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는지 알기나 하십니까?!"
"역시 그런 거였구만. 너도 예전에 우리 학교에 있었던 청사모인지 뭔지 하는 모임에 있었던 학생이냐?"
"아니요! 하지만 진청월 선배님을 사모하는 제 마음은,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진심입니다!!!"
"하아... 미인은 이래서 피곤하다니까." (청월)
"그래서, 저 1학년 4반 조일영! 2학년 2반 하림 선배님께 듀얼을 신청하고자 합니다!"
"좋아. 마침 병원에 열흘 동안이나 있었으니까, 간만에 뭉친 근육 좀 풀어볼까!"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좋아, 나도 잘 부탁한다!"
하림은 자신을 1학년 4반에 배정된 조일영이라고 소개한 남학생에게서 듀얼리스트의 불타는 투지를 느꼈는지, 가방 안에서 듀얼 디스크와 덱을 꺼내 오른팔에 장착하였다.
열흘 만에 느껴보는 듀얼 디스크의 감각에, 마치 처음 듀얼을 시작했을 때처럼 설렘을 느끼는 하림.
하림의 뒤에서 청월은 "힘내, 자기야!!!"라며 닭살 돋는 애칭을 담아 하림을 응원하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영은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애써 속에서 흐르는 피눈물을 삼키고 자신의 팔에 듀얼 디스크를 장착하였다.
듀얼의 선후공을 결정할 코인이 청월의 손을 벗어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떨리는 마음으로 하늘 위에서 다시 청월의 손으로 떨어지는 코인에 시선을 집중하는 하림과 일영.
청월의 손에 쥐어진 코인은 앞면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고, 앞면에 자신의 선후공 결정권을 건 사람은 바로 하림.
코인 토스 결과가 앞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하림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덱에서 5장의 카드를 뽑았다.
오랜만에 임하는 듀얼이라 그런지, 꽤나 좋게 잡힌 하림의 패.
일영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5장의 카드를 보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패인 것 같다는 말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시작되는 황혼 중학교 2학년 2반 남학생 하림과, 황혼 중학교 1학년 4반 조일영의 듀얼.
과연 이 듀얼에서 승리를 거둘 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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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선 지난 화에서 하샤신들의 클로를 막아내면서 피를 흘리고 쓰러진 림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의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과연 림이는 2년 전 과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럼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여담 : 휘유... 후라게 뜨기 전에 다 써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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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은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28화에서 열릴 듀얼은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이할 것인가!!! 두둥!!! (넷플릭스 소리) | 23.04.09 19: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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