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중간 즈음에 위치한 어느 회색 벽의 건물.
이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이 곳에 다가오는 자를 모조리 쫓아낼 것 같은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런 사람 한 명, 개미 한 마리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의 건물에는, 놀랍게도 세 명 정도의 사람이 모여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딱 봐도 "나 수상한 사람이에요~"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듯한 로브를 두른 채, 자기들끼리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중인 세 명의 수상한 사람들.
이 세 명의 사람들 중 짧은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날카로운 인상의 남성은, 현재 계획은 문제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냐 말하며, 동료로 보이는 두 사람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계획은 어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여러 곳에 흩어진 우리 동료들이, 우리와 뜻을 함께 하겠다고 하더군."
"잘 됐네. 그렇다면, 이제 슬슬 2단계로 들어가 보자고."
"2단계?"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회색 머리 남성이 작전 2단계로 들어가자고 말하자, 옆에서 회색 머리 남성의 말을 듣고 있던 갈색 머리 여성은, 자신들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작전에 2단계도 있었냐면서, 회색 머리 남성에게 작전이 대체 몇 단계까지 있는 거냐고 물었다.
"케스퍼, 우리 작전에 2단계도 있었어?"
"당연하지. 그럼 우리 작전이 1단계만 하고 끝날 줄 알았어?"
"대체 작전이 몇 단계까지 있는 거야? 각지에 흩어진 우리 동료들만 모으면 끝 아니었어?"
"우리 작전이 그걸로 끝이면, 작전을 세운 의미가 없잖아. 안 그래, 에리카?"
"그건 그렇긴 하네."
에리카라고 불린 갈색 머리 여성은, 케스퍼라는 이름을 가진 날카로운 인상의 짧은 회색 머리 남성의 설명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며 금방 수긍하였고,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한 사람은, 그 작전 2단계라는 건 언제 실행되는 거냐며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2단계 작전인지 뭔지 하는 거 말이야, 얼른 실행하면 안 될까? 난 지금 몸이 근질근질해서 미칠 것 같다고."
"조금만 참아, 라이카. 조만간 우리의 부활을 세상에 알릴 날이 올 거야. 그 때까진 참고 있어 봐."
"젠장, 대체 언제까지 참으라는 거야! 가뜩이나 상대할 놈이 없어서 죽겠구만!"
"넌 성격이 너무 급한 게 탈이야, 라이카. 우리의 대업이 이루어 질 날이 머지 않았으니까."
"쳇..."
라이카라고 불린 덩치 큰 숏컷 사내는 한시라도 빨리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지경이었고, 그렇게 폭주 직전까지 갈 뻔했던 라이카를 에리카가 제지하자 라이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근처에 있는 하수구에 침을 뱉으며 근질거리는 몸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케스퍼라 불린 남성이 작전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자, 에리카와 라이카는 케스퍼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작전을 논의하는 것에 동참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세 사람은 서로가 논의한 그 "작전"이라는 것의 내용을 듣고 케스퍼에게 "역시 넌 천재야!", "너 진짜 머리 좋다!" 등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작전"이라는 것의 브리핑이 끝나자, 서로의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세 방향으로 흩어지는 세 사람.
세 사람은 서로가 논의한 "작전"이 자신들의 뜻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며, 어둠 속을 헤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라이카)
"우리의 위대한 업적을 알리는 날이, 다시 한 번 찾아왔다!" (에리카)
"빛의 신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굴러먹다 갑자기 나타난 그 놈. 그 망할 놈이 우리의 위대하신 그 분을 돌아가시게 했다!!!" (케스퍼)
"그 망할 빛의 신이라는 자 때문에 돌아가신 그 분, 아스트라이모나드 님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숙원을 완수하리라!" (에리카)
"누구든 나한테 걸리기만 해 봐라! 그 놈은 그 자리에서 묵사발로 만들어 줄 테니!" (라이카)
"이것은 우리가 모시던 위대한 그 분을 기리기 위한 복수전이 될 지니,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자는 모조리 없애 그 분의 영정 앞에 바치겠다!!!" (에리카)
"이건 위대하신 그 분을 기리기 위한 위대한 작업이며, 동시에, 2년 전 우리 애프터라이프에게 수모를 안겨준 놈들에게 가하는, 새롭게 다시 태어난 우리 애프터라이프... 아니, 암흑 날개의... 역습이다...!!!" (케스퍼)
이 세 사람의 정체는, 바로 2년 전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와 함께 여러 우주에서 패악질을 일삼다가, 브레이크라고 하는 청년이 만들어 낸 나비효과에 의해 자신들이 세우는 계획이 계속해서 꼬이며, 최후의 전투에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가 그의 배 다른 형제, 빛의 신 아케루스에게 최후를 맞이한 이후, 약 2년 동안 암암리에 활동을 이어가고 있던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의 추종자이자 광신도들, 애프터라이프의 잔당 중 일부였다.
이들은 2년 동안 암암리에 활동을 이어 나가며 여러 곳으로 흩어진 애프터라이프의 단원들을 규합하였고, 차갑고 깊은 심연 속에서 세력을 키워 나가며 자신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였다.
2년 전 영웅이라 불린 듀얼리스트들이 간신히 괴멸시킨 애프터라이프가, 암흑 날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려 한다.
이들의 등에 달린 검은 날개는, 이제 막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을 뿐.
어둠 속에서 검은 날개를 펄럭이는 이들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아침을 알리는 해가 수평선에서 빼꼼 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시각인 오전 5시 경.
카게야마가 자신의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집에서 곤히 잠을 청하는 하림과 청월은, 과연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꾸는 꿈 안에선 어떤 것들이 이들의 앞에 나타날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꿈을 관장하는 신만이 아는 내용일 것이다.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얼굴을 드러내고, 마침내 새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는 오전 8시 정각이 되었다.
하림의 방 창문 너머로 내려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하림의 굳게 잠긴 눈을 간지럽혔고, 따사로운 햇빛을 느끼며 몸을 일으킨 하림은, 오늘이 황금 같은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오늘 하루는 집에서 푹 쉬고 싶은 마음에 다시 침대 위에 누우려고 하였다.
그 순간, 아직 잠 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하림의 눈 앞에 포착된 의문의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어젯밤 카게야마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조사한 악의 조직, 암흑 날개의 정보가 낱낱이 적혀 있는 두루마리였다.
자기 방 창틀에 또 다시 이상한 두루마리가 꽃혀 있는 것을 본 하림은, 일전에 만난 적 있었던 닌자 카게야마가 또 청사모 학생들의 사주를 받고 자기 방 창문에 이상한 걸 달아 놓았다는 생각에, 이마에 빠직 마크를 띄우고 잔뜩 화가 난 말투로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아 놔... 또 카게야마인지 뭔지 하는 그 닌자 자식이 저걸 꽂아놓고 간 거야?! 그 닌자 자식, 이번엔 또 무슨 이상한 임무를 받았길래 남의 방 창틀에 저런 걸 자꾸 꽂아 놔?!
자신의 방 창틀에 카게야마가 던진 수리검에 묶인 두루마리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본 하림은, 카게야마가 이번엔 또 무슨 이상한 임무를 받았길래 자꾸 방 창틀에 저런 걸 꽂아 넣냐며, 대체 저기에 어떤 게 적혀 있길래 남의 집에 자꾸 저런 걸 꽂아 넣는 건지 알고 싶은 마음에 창틀에 꽂힌 수리검을 뽑고, 수리검 끝에 묶여 있는 끈을 풀어 두루마리를 열 수 있도록 만든 뒤, 두루마리에 묶인 끈을 풀고 천천히 두루마리를 열어 안에 적힌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두루마리에 적힌 내용을 본 하림은, 순간 자신을 포함해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 두루마리에 어떤 정보가 적혀 있길래 하림이 이렇게 당황한 것일까.
카게야마가 밤중에 하림의 방 창틀에 꽂아놓고 간 두루마리에 적혀 있는 충격적인 내용은, 바로 아래에 적힌 것과 같았다.
- 친애하는 나의 벗, 하림에게.
또 다시 이런 방식으로 너에게 내 소식을 전하게 됐구나.
그 점에 대해선 나 역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밖에 연락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요 며칠 동안 아버님의 임무를 받아 어둠 속에 잠긴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를 오가며, 사악한 어둠의 세력이 다시 활동하고 있지는 않은 지 감시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어둠의 세력들을 감시하면서, 어둠의 세력들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잠잠하게 지내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어둠의 세력들은 각지에 흩어진 동료들을 비밀리에 규합해, 새로운 모습과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2년 전, 어둠의 신 아트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우주를 유린한 애프터라이프라는 조직을 알고 있나?
그들은 최후의 결전에서 패배한 이후 핵심 단원들이 시큐리티 포스에게 체포되고, 남아 있던 단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소규모로 사이비 포교 활동을 하고 있었지.
하지만 그들은 겉으로는 사이비 포교 활동을 하는 소수의 잔당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2년 동안 천천히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놈들은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다시 나타나, 이 세상을 다시 어둠 속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
내가 비밀리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남아 있는 애프터라이프의 잔당들이 모여 만들어 낸 조직의 이름은, 바로 "암흑 날개".
이들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순간, 하늘은 그 자들이 펄럭이는 검은 날개로 뒤덮여, 머지 않아 하늘에 뜬 해와 달과 별을 가리고, 세상을 완전한 어둠으로 물들이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은 활기를 잃고, 머지 않아 생명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겠지.
친애하는 나의 벗, 하림이여. 암흑 날개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선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물론 그대가 과거에 내가 저지른 과오로 인해 나에게 협력하길 꺼려할 지도 모르지.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선, 나 역시 그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그래서 난 지금까지 어둠과 그림자 속에서 그대와 그대의 소중한 연인, 진청월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그러니 나의 벗이여, 만약 나와 함께 할 의향이 있다면, 이 서신에 적혀 있는 주소로 오너라.
이 두루마리에 적혀 있는 주소에서, 그대와 그대의 소중한 연인, 진청월이 이 곳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겠다.
벗이여, 부디 나와 뜻을 함께 해 주기를 바란다.
그럼 이만 서신의 내용을 마치겠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거라.
- 하림의 친애하는 벗, 카게야마.
"이 두루마리에 적힌 내용이... 정말 사실이야?! 2년 전에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애프터라이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고?!"
황금과도 같은 귀한 토요일 아침에, 카게야마가 보낸 두루마리에 적힌 내용을 보자 충격을 금치 못하는 하림.
애프터라이프가 암흑 날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내용을 보게 된 하림은, 순간 2년 전 대피소에서 보았던 끔찍한 광경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벌였던 잔혹하고 끔찍한 짓을 대피소 안에서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하림은, 그 때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라 몸을 떨기 시작했다.
사람인지조차 알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을 한 괴인들, 그리고 그 괴인들에게 저항하다 끔찍하게 살해당한 뒤, 괴인들에게 흡수당해 어둠의 신의 양분으로 전락하는 사람들.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2년 전 그 날의 참혹한 광경들을 떠올린 하림은, 그 때의 끔찍한 기억들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계속 자신을 괴롭히자, 어떻게든 그 기억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세게 젓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이란 건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
더구나 그 기억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일 수록, 그 기억은 잊을 만 하면 머릿속에 자신이 두 눈으로 목격한 장면을 그리며, 끊임 없이 사람을 괴롭힌다.
2년 전에 본 그 끔찍한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자신을 괴롭히자, 제발 그만하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하림.
하림의 절규를 들은 동생 하윤은 짜증 섞인 말투로 오빠 하림에게 시끄럽다고 말하려 하였으나,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오빠의 모습을 보자 설마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 거냐며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오빠 하림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2년 전 그 날의 끔찍한 기억이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히려 들자, 하림은 "제발 그만해!!! 내 머릿속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상태.
오빠 하림이 계속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 하자, 하윤은 응급처치(?)를 할 만한 도구가 어디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하림의 밑에 떨어져 있는 두루마리를 보자 이거라면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두루마리 끝의 봉 부분을 하림의 정수리 부분에 정확히 내리쳤다.
두루마리 끝의 봉 부분이 정확히 하림의 머리에 적중하자,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던 하림은, 이내 두루마리가 주는 고통에 아파하며 트라우마를 잠시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아야야..."
"괜찮아, 오빠? 하여튼 사람 걱정하게 만드는 데에는 선수야, 정말."
"고맙다, 윤아. 덕분에 정신이 좀 드네. 아이고, 내 머리야..."
"응급처치가 잘 먹힌 것 같아서 다행이네. 근데, 갑자기 왜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거야? 덕분에 잘 자고 있던 숙녀의 잠이 다 날아가 버렸다고."
"미안..."
"하여튼, 2년 전 그 날의 기억은 잊을 만하면 사람을 괴롭힌다니까. 오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빠랑 엄마도 그렇고."
"그러게 말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게 쉽게 잊혀질 수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마. 기억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잊혀진다면, 나중에는 우리 가족도 잊어버리고, 결국 오빠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어버리려고?"
"그게 그렇게 되나?"
"아무튼, 얼른 내려와서 밥 먹어. 그 망할 놈의 2년 전 기억은 잠시 잊어 버리고."
"알았어. 하여튼 고맙다. 그 망할 기억을 잠시 잊게 해 줘서."
하윤의 날카로운 일침에 정신이 번쩍 든 하림은, 그 날의 끔찍한 기억을 잊게 해 준 동생 하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방 문을 열고 거실에 모여있는 가족들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거실로 내려와 식사를 하는 하림 가족은, 창문 밖에 비춰지고 있는 푸른 하늘 아래 평화로운 광경을 바라보며, 세상이 이렇게 평화롭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하림은 카게야마가 자신의 방 창틀에 꽂아놓고 간 두루마리 내용을 본 이후 그 내용을 계속 신경 쓰고 있었기에, 밥을 먹고 있는 내내 계속해서 심란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하림의 아빠는 하림에게 혹시 아침에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고, 하림은 당황하는 표정으로 아무 것도 아니라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하림이 저렇게 크게 당황하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본 가족들은 쟤가 대체 왜 저러나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유일하게 하림이 심란해 하는 이유를 아는 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낸 뒤,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외출 준비를 하는 하림.
청월과의 데이트 덕에 머리가 시키지 않아도 주말마다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니, 하림 입장에선 청월의 세뇌로 만들어진 생활 패턴이 진짜 무서운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부모님께 외출 인사를 올린 뒤 평소와 마찬가지로 집 밖으로 나서는 하림.
밖으로 나온 이후 할 것도 없이 무작정 걷기만 하는 하림은, 가끔은 도시를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마음을 가지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도심 속을 걷기 시작했다.
약 10분 정도 걸은 뒤, 근처에 비치된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하림.
하림은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하다 갤러리 앱에서 청월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으니 이제 다른 곳을 가 볼까 싶어 자신이 앉아 있던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하림은 갑자기 자신의 주변에서 잔잔하게 흐르고 있던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이 주변에 누군가가 있는 건가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쎄한 느낌에 사방을 경계하며 무거운 공기를 발산하는 자를 찾기 시작하는 하림.
잠시 후, 하림의 주변에 무거운 공기를 흐르게 한 장본인이 나타나자, 하림은 경계 태세를 취하며 자신 앞에 나타난 덩치 큰 숏컷 남성을 노려 보았다.
"흐흐흐...."
"당신, 대체 누구야?!"
"글쎄, 곧 죽을 놈한테 내 이름을 알려줘 봐야 아무 소용 없지 않나?"
"뭐라고...?!"
"뭐, 꼬맹이 널 저승으로 보내기 전에, 꼬맹이 너랑 조금만 놀아 보도록 할까."
"듀얼 디스크...?!"
덩치 큰 숏컷 남성이 자신의 팔에 검은색 날개 모양의 듀얼 디스크를 장착하자, 집에서 봤던 두루마리의 내용을 떠올린 하림은, 이 사람이 2년 전에 완전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 약칭 [아트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의 잔당들이 모여 만든 악의 조직, "암흑 날개"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신, 설마... [암흑 날개]라는 조직의 일원이야?!"
"오호, 벌써부터 우리 조직의 이름을 아는 자가 나타날 줄은 몰랐는 걸."
"역시 그렇구나...!!!"
"그렇다면 꼬맹이 널 더욱 더 살려둬선 안되겠군. 널 여기서 처단하고, 우리 "암흑 날개"의 첫 날갯짓을 시작해 볼까."
"크윽...!!!"
"자! 뭐하냐, 꼬마야! 너도 나처럼 듀얼리스트 아니냐? 듀얼리스트라면 당연히 도전자의 도전에 응해야 하지 않겠나, 앙!"
"쳇, 하는 수 없지...!!!"
덩치 큰 남성의 듀얼 제안에 어쩔 수 없이 듀얼 디스크를 꺼내 팔에 장착하는 하림.
마침 근처에 듀얼 필드가 설치된 장소가 있었기에, 두 사람은 듀얼 필드로 이동해 듀얼을 시작하였다.
"간다, 꼬마야. 우리 "암흑 날개"의 첫 번째 제물이 되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누가 제물이 된다는 거야?! 난 그런 거 되기 싫거든!"
"헹! 어차피 죽게 되면 다 제물이 되는 거지. 이 듀얼에서 이기게 된다면, 네 수급과 영혼을 우리가 모시는 위대한 분의 영정 앞에 바치겠다!"
"위대한 분이라고...?! 설마, 그게... 2년 전에 죽은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말하는 거야?!"
"하찮은 꼬맹이 주제에 위대하신 그 분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 네 놈의 그 불경한 언동, 죽음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여기서 죽을 생각 따윈 추호도 없거든?! 그러니까 자꾸 제물로 바친다느니, 죽인다느니 하는 말 꺼내지 말라고!"
"흥! 곧 죽을 놈이 입만 살았구나. 그럼 이 몸의 압도적인 힘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 주마!!!"
"그럴 생각도 추호도 없으니까, 빨리 듀얼이나 시작해!!!"
"그래, 좋다! 위대한 어둠의 신이시여, 저의 의식을 지켜봐 주십시오! 이 듀얼에서 이겨서, 저 건방진 꼬맹이의 수급과 영혼을 당신의 신성한 영정 앞에 바치겠나이다!!!"
덩치 큰 숏컷 남성이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향해 하림의 수급과 영혼을 바치겠다고 말하자, 광신도의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한 하림은 이번 듀얼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품었다.
그렇게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 아니, "암흑 날개" 소속의 덩치 큰 숏컷 남성, 라이카와 하림의 듀얼이 시작되었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누구를 향해 미소를 지어 줄 것인가.
그 운명의 듀얼의 서막이, 지금 열리기 시작했다.
""듀얼!!!!"" (림/라이카)
림's LP : 8000
라이카's LP : 8000
"선공은 가져가마. 난 패에서 [마계발 현세행 데스가이드]를 일반 소환!"
"네~ 오늘도 저희 마계발 현세행 버스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카가 듀얼 디스크에 카드를 꽂아 넣자, 눈부신 빛과 함께 검은색 안내양 복장을 입은 악마족 몬스터, [마계발 현세행 데스가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계발 현세행 데스가이드]가 필드에 나타난 것을 확인한 하림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는 덩치 큰 사내, 라이카의 덱이 레벨 3 몬스터를 중심으로 굴리는 덱이거나, 아니면 악마족 몬스터를 중심으로 굴리는 덱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림의 추측은, 추측한 내용을 빗나가지 않고 아주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라이카가 [마계발 현세행 데스가이드]의 효과를 발동해 덱에 있는 레벨 3의 악마족 몬스터, [마주사이의 전사]를 특수 소환함으로써, 라이카의 덱이 악마족 중심 덱이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필드 위에는 2마리의 레벨 3 악마족 몬스터가 존재한다.
그렇다는 것은, 랭크 3의 엑시즈 몬스터를 소환하는 것으로 전개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링크 2의 몬스터를 소환하는 것으로 전개를 할 수도 있는 이지선다형 선택지가 필드 위에 있다는 것이다.
하림은 여기서 전개를 허용했다간 라이카의 필드에 무슨 카드가 나타날 지 모르기에, 패에 쥐고 있던 [증식의 G]의 효과를 발동해 라이카의 전개에 제동을 걸려고 하였다.
하림의 패에서 [증식의 G]가 효과를 발동해 묘지로 보내지는 모습을 본 라이카는 순간 표정이 썩어들어갔지만, 이내 저런 것 쯤은 별 거 아니라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자신이 하려 했던 전개를 이어 나갔다.
"그럼 계속 진행하지. 난 필드 위에 있는 레벨 3 몬스터 두 마리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라이카가 엑시즈 소환을 선언하자 필드 위에 나타난 오버레이 블랙홀.
블랙홀은 마치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빠져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거센 회전 속도를 자랑하며, 블랙홀은 라이카의 필드 위에 있던 [데스가이드]와 [마주사이의 전사]를 빨아 들였다.
두 몬스터를 빨아들인 뒤 더욱 더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은, 이내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필드 위에 새로운 몬스터를 불러 내었다.
"칠흑 같은 암흑의 세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라! 위대하고 웅장한 영혼이여!"
"뭐가 나오려는 거지...?!"
"엑시즈 소환! 나와라, 랭크 3! [No.71 리바리언 샤크]!!!"
"뭐라고?!"
"키샤아아아앗!!!!"
거대한 폭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다른 세계의 문장을 몸으로 형상화 한 것 같은 사나운 인상을 가진 드래곤족 몬스터, [No.71 리바리언 샤크].
왼쪽 날개 부분에 노란색으로 큼지막하게 [71]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는 용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기세로 하림을 노려 보았다.
하지만 라이카는 이 카드의 공격력이 0이라는 것을 알고 [리바리언 샤크]를 수비 표시로 낸 상황.
수비력 2000은 일단 어지간하면 뚫리지 않는 방패라고 단언할 수 있기에, 라이카는 [리바리언 샤크]를 수비 표시로 낸 것이었다.
[리바리언 샤크]가 수비 표시로 나온 것을 본 하림은, 일단은 저 사납게 생긴 용이 자신을 잡아 먹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듀얼의 결과는 단순히 몬스터의 스탯만 가지고는 알 수 없는 것.
그렇기에 [리바리언 샤크]를 소환한 라이카는, 무언가 비열한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패에 들고 있던 카드 2장을 세트한 뒤 턴 엔드를 선언하는 라이카.
턴을 넘겨받은 하림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6장의 카드를 바라보며, 이번 턴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디스크에 카드를 꽂아 넣었다.
"그럼 간다! 난 패에서 [상검사-막야]를 일반 소환!"
"[상검사-막야], 지금 이 곳에 등장하였도다!"
하림이 이번에 사용하는 덱은, 지난 번 카게야마와의 듀얼 때 사용했던 [상검] 덱.
필드 위에 날아오른 얼음 박쥐들과 함께 등장한 물의 검사, [상검사-막야]는 자신의 효과를 발동해 하림의 패에 있는 [상검군사-용연]을 라이카에게 공개한 뒤, 자신이 서 있는 몬스터 존 옆에 자신의 분신, [상검 토큰]을 불러내려 하였다.
하지만 라이카는 마치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세트해 둔 카드 중 1장을 발동하였고, 그 카드의 정체는 바로 [무한포영]이었다.
[무한포영]은 상대 필드 위에 있는 효과 몬스터의 효과를 무효로 하는 효과를 가진 함정 카드.
만약 필드 위에 세트한 상태로 [무한포영]을 발동했을 경우, [무한포영]이 발동한 곳과 같은 열에 위치한 마법/함정 존에서 발동하는 마법, 함정 카드의 효과는 [무한포영]의 효과가 적용되어 있는 턴이 끝날 때까지 모두 무효화된다.
갑작스런 [무한포영]의 습격에 괴로워하며 검을 거두는 [막야].
하림 역시 [막야]의 효과가 통과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였고, 현재 패에는 [상검군사-용연]을 특수 소환하기 위한 몬스터도 가지고 있지 않은지라, 하는 수 없이 리버스 카드 2장을 세트한 뒤 턴 엔드를 선언하였다.
이렇게 하여 두 명의 듀얼리스트의 첫 번째 턴은 끝이 났다.
과연 다음 턴부터 이어지게 될 듀얼에선, 어떤 결과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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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편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선 드디어 이 팬픽의 메인 빌런 조직인 "암흑 날개"가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케스퍼/라이카/에리카 세 명만 등장시켰지만, 추후에 조직원이 추가로 등장할 수 있으니 그 점 참고하시고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번 편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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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막야로 전개 시작하는 상검 입장에서 막야 효과 발동에 칼 같이 날아오는 포영은 너무 잔인하고 무섭습니다ㅠㅠ | 23.04.06 00: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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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검 덱의 약점 중 하나. 그것은 바로 막야로 전개 시작할 때 포영이나 뵐러를 맞으면 X된다는 겁니다ㅠㅠ 흑... 막야 발동에 칼 같이 날아오는 증G/뵐러/포영/감마는 너무 아픕니다ㅠㅠ | 23.04.06 0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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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듀얼은 과연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 지... | 23.04.06 11: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