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늦은 밤 시간.
어둠 속에 잠긴 트와일라잇 시티는, 화사하고 따뜻한 빛이 비추는 아침과는 달리,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지나가는 바람만이 적막을 잠시 해소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늦은 귀갓길에 오른 사람 한 명조차도 보이지 않는 고요한 도시에 내려앉은 적막을 깨는 자가 있었다.
그 자의 이름은, 바로 카게야마.
얼마 전 청사모 회원들의 사주를 받고, 청사모 회원들이 청월을 납치해 감금하고 있는 시간 동안 하림의 발을 묶기 위해 하림에게 듀얼을 걸었던, 닌자라는 것 이외엔 모든 것이 수수께끼에 싸인 인물.
하림과의 듀얼에서 패배한 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모두 끝났다는 말을 하며 하림의 편에 선 그는(정확히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끝났으니 자신은 이제 청사모의 편이 아닌 야인[野人]이라고 말했지만.), 청사모에게 납치당한 청월이 갇혀 있는 컨테이너가 있는 곳으로 하림을 안내하고, 손에 각목과 쇠파이프를 든 청사모 회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비범한 무력을 선보이는 등, 얼굴을 감싸고 있는 복면 속에 숨겨진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닌자.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도 불분명하며, 닌자라는 직책과 이름을 제외한 모든 것이 수수께끼에 싸인 비범한 닌자, 카게야마는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둠 속에 깊게 잠긴 트와일라잇 시티를 달리며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트와일라잇 시티에서 약 2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고대와 현대의 방식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어느 건물.
건물에 들어선 카게야마는 보안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문 앞에 멈춰 서더니 주머니 안에 휴대하고 있던 카드 키를 꺼내 인식 장치에 갖다 대었다.
카드 키를 인식한 잠금 장치는 "삐리릭-"하는 전자음과 함께 잠금 시스템을 해제하였고,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잠금 시스템이 걸려 있던 방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카게야마가 방 안에 들어온 뒤 조심스럽게 문을 닫자 자동 잠금 시스템에 의해 "치이익-"하는 금속이 움직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잠기는 문.
카게야마가 방 안에 들어오자 그의 눈 앞에는 누군가가 의자에 뒤돌아 앉은 채로 트와일라잇 시티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딱 봐도 매우 높은 직책에 있는 듯한 반듯한 외모에, 흑갈색 정장을 멋드러지게 차려 입은 중년 남성.
중년 남성의 뒷모습을 보자 그에게 천천히 다가간 뒤, 그와 몇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한 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는 카게야마.
자신의 뒤에서 인기척을 느낀 중년 남성은 뒤를 돌아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고 있는 카게야마를 목격하였고, 카게야마에게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무사히 돌아왔구나, 카게야마."
"네, 아버님."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구나. 그래, 도시에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는 없었느냐?"
"트와일라잇 시티 일대를 전부 수색했지만, 아버님께서 우려하고 계시는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은, 아직까진 제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구나. 2년 전에 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횡포를 부렸던 애프터라이프 같은 자들이, 아직까지는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잠잠하다니 말이다."
"그래도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수상한 자들의 움직임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재앙은 언제나 작은 방심에서 시작되는 법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언제나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네 말이 맞다, 카게야마. 유비무환(有備無患).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해도 거기에 미리 대응할 방법을 갖추고 있어야, 이 세상을 살아가며 짊어지게 되는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처럼 열심히 이 도시를 보살펴 주거라."
"알겠습니다."
중년 남성은 카게야마에게 앞으로도 지금처럼 트와일라잇 시티를 보살펴 달라고 말하였고, 중년 남성의 부탁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숙이며 그의 부탁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이후 중년 남성은 카게야마에게 얼마 전 청사모에게 사주를 받은 날에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카게야마에게 그 날엔 아무리 임무라고는 하나 그런 문제 많은 자들에게 사주를 받아 듀얼로 하림의 발을 묶으려 했다는 사실을 말하며 카게야마를 엄하게 꾸짖었다.
"카게야마."
"네, 아버님."
"며칠 전, 황혼 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무슨 임무를 받은 것이냐?"
"그건..."
"그 날 있었던 일을 전부 이 아비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날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이 다행히 좋은 결과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이 도시의 미래를 책임질 두 젊은이에게 해를 입힐 뻔 했잖느냐."
"알겠습니다."
중년 남성이 엄한 목소리로 카게야마에게 그 날 있었던 일을 남김 없이 모두 털어 놓으라고 말하자,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그 날 자신이 청사모 회원들에게서 사주를 받아 수행했던 임무, 그리고 그 이후에 자신이 하림을 도와 청사모 회원들을 제압한 일까지 단 한 글자의 빠짐도 없이 중년 남성에게 모두 실토하는 카게야마.
카게야마의 양심 고백을 들은 중년 남성은, 하림을 도와 청사모 회원들을 제압한 건 잘 했다고 칭찬해 주었으나, 결과가 좋게 끝났다 해도 그 일에 카게야마 너도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이라 말하며, 카게야마에게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한 책임도 질 겸 앞으로 하림과 청월을 악한 자들의 손아귀에서 확실하게 보호하라는 임무를 내렸다.
"그 청사모라는 모임에 가담한 학생들에게 받은 임무가 끝나고, 네가 발을 묶으려 했다던 하림이라는 학생을 도와 청사모를 제압한 건 잘 했다고 말해주마. 하지만 그 이전에 청사모에게서 그런 불순한 의도가 담긴 임무를 받고도, 단지 닌자의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림 학생의 발을 묶어 두려고 한 것. 그건 온전히 카게야마 네가 책임져야 할 큰 잘못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너도 책임을 져야 하니, 내 너에게 임무를 주겠다."
"말씀하십시오. 어떤 일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그럼 네게 줄 임무를 설명해 주마. 너는 앞으로 황혼 중학교 2학년 2반의 학생 하림과, 2학년 3반 학생 진청월의 주변에 수상한 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지 감시하고, 만약 그 학생들의 주변에 수상한 자가 나타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자들에게서 하림과 진청월을 지켜라. 그것이 네가 그 두 사람에게 저지른 잘못을 책임질 수 있는 길이니까 말이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소자, 시노비 카게야마!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두 사람을 지키겠습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되어 움직이며, 만일 제가 나서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 땐 제가 숨어 있던 그림자 속에서 뛰쳐 나와서! 두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숨지 않고 날뛰겠습니다!"
카게야마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말하자, 매우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카게야마를 대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중년 남성.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트와일라잇 시티에는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흘러, 어느덧 아침을 알리는 해가 하늘 위에 떠오른 오전 8시 경.
꿀 같이 달콤한 주말인 토요일이라 자신의 방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던 하림은, 얼마 뒤 자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스마트폰 벨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대체 누가 또 이 꿀 같은 주말에 전화질이냐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JUSTICE! 새벽의 드넓은 하늘에! 울려 퍼~지는! 시간의 캄~파~넬~라!"
"아오, 이 꿀 같은 토요일 아침에 누가 또 전화질이야?!"
지난 번에 청월과 트와일라잇 파크에서 데이트를 할 때처럼 또 다시 성을 내며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 뜬 간 큰 놈의 정체를 확인하는 하림.
하림의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 뜬 이름은,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주말에 자기를 안 부르면 입 안에 가시라도 돋힐 것 같은 이름, "사랑하는 울 자기 청월이♡".
이번에도 그 시간이 왔다는 것을 직감한 하림은, 이제는 그냥 해탈한 듯 한숨을 쉬며 통화 아이콘을 슬라이드한 뒤 손에 쥔 스마트폰을 자신의 귀에 갖다 대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꿀 같은 토요일 아침에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하림이 사랑하는 소중한 연인, 청월.
스마트폰 너머로 청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림은 일단 청월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방금 전까지 짜증 가득했던 목소리 톤을 최대한 밝게 조절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자기야~"
"아, 자기구나!"
"지금 뭐 하고 있어?"
"나? 지금 자기 생각 하면서 집에서 쉬고 있지~"
"어머, 정말? 꺄아~ 난 몰라~"
'으으으... 하림 이 밥팅아, 하필 그 날 왜 음악실을 엿봐 가지고 이런 꼴이 됐냐...!!!'
청월이 하림의 되도 않는 립 서비스에 당장이라도 하늘 위로 솟아오를 것처럼 좋아하자, 마음 속으로 그 날 음악실을 엿본 것 때문에 자신이 청월에게 호구가 잡혀 강제로 연인이 된 자신을 타박하는 하림.
하지만 하림의 운명이 이렇게 된 것을 어떻게 하랴.
하림의 운명은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청월을 엿봤던 그 순간부터 완전히 청월에게 붙잡혀 욕 보는 신세가 되었는데.
하림이 마음 속으로 신세 한탄을 하던지 말던지, 청월은 오늘 혹시 시간 낼 수 있냐며 하림에게 또 다시 데이트 신청을 하였다.
하림은 이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는 순간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 지 너무나 훤히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청월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 들여야만 했다.
하림이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이자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이 기뻐하며 오늘도 트와일라잇 파크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자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는 청월.
청월과의 통화가 끝나자 하림은 "내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라 중얼거리며 옷장에서 지난 번 데이트 때와 마찬가지로 무난한 옷을 찾아 입은 뒤 트와일라잇 파크로 가기 위해 부모님께 외출 인사를 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어디 가니, 림아?"
"청월이가 지금 트와일라잇 파크에서 만나자고 하네요."
"그래? 걔는 거의 격주로 너를 부르는 것 같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도 림이 넌 복 받은 거다. 아빠는 말이다..."
"여보~?"
"아, 이 아빠는 지금 엄~청 행복하단다! 네 엄마를 만난 게 아빠한텐 엄~청난 행운이야! 아암, 그렇고 말고! 하, 아하하하하!!!!"
"그 웃음소리에선 행복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은데요, 아버지?"
"무, 무슨 소리냐, 인석아! 이 아빠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데! 만약 엄마를 안 만났으면 림이 너도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고! 네 동생들도 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거다! 아, 아하하하!!!"
하림의 아버지가 자신은 지금 매우 행복하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자, 그 웃음소리에선 행복감은 커녕 그냥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것만 가득하다는 것을 진작에 간파한 하림은, 지금 동생들은 어디서 뭐 하고 있냐며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윤이랑 준이는 지금 뭐 하고 있어요?"
"지금 오빠 외출하려는 거 보고 있다, 왜?"
"으악, 깜짝이야!"
어딘가에서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동생의 모습을 본 하림은, 마치 귀신, 아니면 예전에 만난 닌자 카게야마라도 본 것처럼 매우 크게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하림의 뒤에 나타난 이 소녀의 정체는, 바로 하림의 아래에 있는 두 명의 동생 중 한 명, 하림의 가족 구성원 중 둘째인 하윤.
하림보다 2살 어린 하윤의 외모는, 살짝 갈색이 돌지만 기본적으로는 검은색 짧은 머리인 오빠와는 달리 순수하게 적갈색이 도는 단발을 가진 고양이 상을 한 미소녀였다.
덕분에 트와일라잇 시티에 세워진 학교 중 하나인 황혼 초등학교에선 물론이요,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하윤의 외모에 반한 학생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소문도 있다.
하윤이 인기척도 소리도 없이 뒤에 나타나자, 갑자기 나타난 동생의 모습을 본 하림은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던 것을 간신히 버티고 일어섰고, 하윤은 퉁명스러운 투로 그러다가 길에서 넘어지면 오빠가 알아서 하라며 현재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오빠 하림의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하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하윤의 뒤에서 등장한 소년은, 바로 하림과 똑 닮은 외모를 가진 검은색 짧은 머리를 한 소년, 하준.
하림 삼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하준은, 15살 중학생인 형 하림, 그리고 13살 초등학생인 누나 하윤과 달리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는 5살 어린이.
그렇기에 하준은 현재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귀염둥이 막내 포지션을 맡고 있으며, 가끔씩 형과 누나에게도 애교를 떨며 자신의 귀여움을 어필해 형 하림과 누나 하윤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게 하였다.
하림이 외출하려는 모습을 본 하준은 오늘도 청월이 누나 보러 가냐며 자기도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물었고, 하림이 최대한 부드러운 투로 하준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준아, 이 형아도 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아. 하지만, 트와일라잇 파크는 네가 이용하기엔 아직 위험한 곳이란다. 그러니까 집에서 아빠랑, 엄마랑, 윤이 누나랑 놀면서 형아 기다리고 있어. 알겠지?"
"응,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잘 다녀와!"
"그래, 우리 준이 착하다~"
다행히 하준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하림을 기다리겠다고 하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동생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하림.
이후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을 안 하림은 청월에게 목숨을 보장받기 위해 헐레벌떡 준비를 마치고 집 문을 열어 트와일라잇 파크를 향해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약 20분 정도 약속 장소인 트와일라잇 파크를 향해 뛰던 도중, 잠깐 어느 길목에 멈춰 선 하림은 숨을 고른 뒤 자신의 스마트폰에 떠 있는 X톡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X톡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당연히 청월.
자신이 늦게 오는 것 때문에 자신을 죽이려 드는 것 아닌가 싶은 마음에, 떨리는 표정으로 천천히 메시지를 확인하는 하림.
하지만 청월이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약속 장소가 바뀌었으니 그 장소로 달려 오라는 것이었다.
그 뒤에 아주 친절하게 메시지로 약속 장소가 있는 곳의 주소까지 적어서 보낸 청월.
청월의 이런 친절에 하림은 그래도 얘가 자비는 있구나 싶은 생각으로 약속 장소가 위치한 곳 주소를 확인하는 하림.
메시지에 적힌 주소를 본 순간, 하림은 청월이 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며 당황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청월이 보낸 메시지에 적힌 약속 장소가 위치한 곳의 주소는, 바로 하림 가족의 집이 있는 곳의 주소.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하림은 청월이 얘가 진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며, 하늘에서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 메시지를 확인한 뒤 찾아온 당황스러움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없는, 햇살을 잘 받아 맛있게 익은 한 개의 사과처럼 매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신의 집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다시 20분을 달려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한 하림.
집 앞에 도착하자 아주 낭랑한 목소리와 반가움을 표하는 손짓으로 자신을 맞아주는 청월을 보며, 하림은 청월이 쟤가 지금 주말마다 격주로 자기 X개 훈련 시키고 있는 거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어서 와, 자기야~♡"
"헥, 헥, 헥... 야, 진청월... 너 지금 나 X개 훈련 시키는 거냐...?!"
"어머나, 그게 무슨 소리일까~?"
"그걸 정말 몰라서 물어?! 오늘도 트와일라잇 파크에서 만나자고 약속해서 트와일라잇 파크로 가고 있었는데, 메시지로 갑자기 약속 장소를 바꾸는 게 어딨어?! 거기다, 그 약속 장소가 우리 집이라니?! 우리 집 주소는 또 어떻게 알아낸 거야?!"
"후훗. 나 진청월을 너무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치지. 림이 너희 집 주소 알아내는 건 나한텐 누워서 떡 먹기란 말씀!"
"누워서 떡을 먹든지 빵을 먹든지, 그건 지금은 상관 없으니까! 우리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냈는지나 말 해!"
"후훗. 실은 우리 가족들 도움을 좀 받았지."
"너희 가족들...?! 설마, 진홍월 선배님?!"
"물론 언니한테도 도움을 요청하긴 했지. 근데, 우리 언니 엄청 바쁜 거 림이 너도 알잖아? 그래서 언니한텐 도움을 못 받았고, 대신 아빠랑 엄마, 그리고 우리 귀여운 동생한테 도움을 아주 크게 받았지!"
"동생...?! 너 동생도 있었어?!"
"아차, 그건 내가 말 안 했구나. 미안."
청월이 자신에게 언니인 홍월 외에도 아래로 동생이 한 명 있다고 말하자, 하림은 청월에게 동생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는지 매우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하림이 놀라거나 말거나, 청월은 능글맞고 여유로움이 넘치는 말투로 자신이 하림이 거주하고 있는 집의 위치를 알아낸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에게서 두 분이 회사에 출근하실 때 하림의 집이 있는 길목을 자주 지나기에 그 곳을 매우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을 토대로 하림의 집이 위치한 길목에 세워진 집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후 자신보다 2살 어린 막내 남동생인 황혼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현월을 통해 하림이 거주하고 있는 정확한 집 주소를 알아낸 청월은, 부모님과 현월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트와일라잇 파크로 뛰어가고 있던 하림에게 약속 장소가 하림의 집으로 바뀌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청월의 이런 첩보 작전과도 같은 수색 과정을 들은 하림은, 매우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얘는 진짜 적으로 돌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머리와 가슴 속에 확실하게 새겨 넣기 시작했다.
청월은 자신과 하림이 사귄 지 이제 한 달 정도 되었지만, 아직 양가 가족들에게 서로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렸지, 제대로 소개를 하진 않았다고 말하며, 이제 때가 되었으니 자신이 하림의 여자친구, 진청월이라는 사실을 하림의 가족에게 소개하기 위해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림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림아, 이제 우리가 사귄 지 한 달 정도 됐으니까, 이제 서로를 가족들에게 소개시켜 드려야 한다는 생각 안 해 봤어?"
"내, 내가?! 나, 나도 물론 생각은 하긴 했지만... 근데 이제 겨우 한 달 됐잖아! 근데 벌써 가족들한테 소개를 한다고?!"
"에이, 사귄 기간이 뭐가 중요해~ 가족들에게 우리가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 드려야지!"
"그, 그래도!!!"
"자, 그럼 출발! 림아, 문 여는 것 부탁해~"
"알았어... 으으, 내가 못 산다, 정말..."
청월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이걸 안 들어주면 자신의 목숨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하림은, 결국 집 앞 문에 서서 심호흡을 한 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 문 잠금 시스템을 해제하였다.
하림의 가족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에 매우 신이 난 청월과, 그런 청월을 보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하림.
하림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시원하게 질러 보자는 생각을 품고, 마음 속에 품은 한 자루의 검을 단단히 벼리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하림과 청월, 두 사람의 데이트는 예상치 못 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과연 하림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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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편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서도 림이는 청월이에게 수난을 당하는 군요.
이 팬픽 작가가 미안하다, 림아...ㅠㅠ
아무튼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IP보기클릭)14.43.***.***
마음 속에 검, 빛나는 용기 확실히 감춰두고 기적의 결정패는 자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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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16편 업로드했는데 15편 제목이 elements 가사라는 걸 어떻게 아셨지?! (감수성 오랑캐 톤으로) | 23.03.31 12:01 | |
(IP보기클릭)121.173.***.***
(IP보기클릭)1.238.***.***
하하핫... 상검도 언제 한 번 타이밍 잡고 등장시켜야겠네요. | 23.03.31 23: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