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무가 함께 가자고 했던 이 단촐한 고깃집은 예상 외로 사람들이 바글거렸고, 덕분에 자리에 앉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하지만 기다린 만큼 보람이 있는건지, 꽤나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음식이 나왔기에 레이무나 나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불판이 달궈지기가 무섭게 고기를 얹고 느긋하게 고기를 익혀가고 있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지 마리사? 이게 얼마만의 일상이야!"
레이무가 손뼉을 짝소리나게 마주하고 웃으며 말했다. 여지껏 본 미소중에서 제일 밝은 미소였다. 아마 먹을것 앞에서 이렇게 밝아지는걸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없어서 나 혼자 집세 내랴 끼니 해결하라 알바 한두개로는 힘들었다구...게다가 가끔 야밤에 요기라도 느껴지면...알바를 얼마나 갈아치워야 했는지."
레이무가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고기가 이윽고 다 익자 나와 레이무는 각자의 밥그릇에 고기를 얹어두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주린 배를 채워나갔다.
"그나저나 고맙네. 갑작스레 마리사가 이렇게 사주겠다고 해주다니"
"어? 갑자기??"
나는 레이무의 뜬금없는 소리에 집고 있던 젓가락을 놓아버릴 뻔했다. 레이무가 내 표정을 보고는 큭큭 대며 웃기 시작했다.
"농담이야 농담. 내가 먹은건 내가 낼 테니까. 그 정도로 돈이 없는건 아니라고."
"네가 진지한 소리로 말하니까 진짜같다고...게다가 돈 없는것도 사실이고"
레이무의 눈매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나는 재빨리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어쩌면 나에게도 불제봉을 휘두를지도 모르기때문에.
"그러고 보니 네가 이렇게 된지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 벌써 일년...이라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벌써 겨울이 되가고 있어"
레이무가 밥을 먹다 말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끝나가고 있다. 어느샌가 10월...앞으로 2개월만 지나면 올해도 끝이 난다. 정말로 숨이 넘어갈듯이 바쁘게 지내온 와중에 까맣게 잊고 지내던 것이 하나 떠올랐다.
"그러고보니...내 몸...괜찮겠지?"
"네 몸? 아아...걱정마. 앨리스가 올해 안에 반드시 네 몸으로 돌아오게 될거라고 했어. 앨리스는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녀석이니까"
"그렇구나. 그렇게 말해주니 다행이네. 안심이야"
레이무가 한 말이 그저 위안일지 진심일지 알 방법은 없지만, 레이무가 해준 말에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낄수 있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띄우며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그래. 생각해보니 너. 예전에 나를 좋아했었지?"
"어? 응?? 가...갑자기 그런 주제야?"
갑작스러운 주제 변환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워 자신이 잘못 들었길 바랬다.
"그야 갑자기 떠올랐는걸. 어때? 지금도 나를 좋아하고 있어?"
레이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레이무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이런 말을 내 스스로 하기도 조금 이상하지만, 예쁘기도 예쁠뿐더러, 학업도 우수하여 선생들은 물론 동급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하지만 나는 말수가 매우 적고, 할 말만 하던 아이였다. 그리고 할 일만 하던 아이였다. 성적은 뒤쳐질 일이 없었기에 레이무와 나는 항상 순위권을 앞다투곤 했다. 나보다 레이무가 앞선 적이 훨씬 많지만...
어느샌가 그녀를 동경하게 되었고, 그 감정은 곧 사랑이 되었다. 그리고 큰 마음을 먹고 고백을 결심한 날...
보기좋게 거절당했고, 그 이후로 죽 이런 삶이 이어지고 있다.
"마리사. 네 대답을 듣고 싶어"
"...좋아해...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그렇구나...아직까지 좋아해주고 있었구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레이무는 발그래진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뻐...정말로..."
"레...이무?"
"그간 내가 거절하면 사람들은 일찌감찌 포기하곤 했거든...하지만 너는 다르구나...정말로 고마워"
레이무는 여전히 미소를 띈 채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짧은 침묵. 고기가 불판 위에서 타들어가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마리사...아직까지도 날 좋아한다면...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무슨 부탁...?"
레이무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입을 열기 직전까지 갔다고 해야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위잉위잉-
레이무가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작스러운 신호에 입을 닫았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키고는 한참을 바라보다 표정이 굳었다.
"마리사. 지금 당장 움직여아 할거같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레이무는 나를 바라보다가 굳은 표정 그대로 입을 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집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트렸다.
"앨리스가...죽었어..."
가게 주변은 요란하지만, 어째선지 침묵이 가게 내부를 압도하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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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가...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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