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한켠에 쌓여있는 마법서들을 보고 문득 정신이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태양이 두번정도 달이 세번정도 떠올라 밤이온건 어렴풋이 알고있다. 나는 팔을 쭉 펴 기지개를 켜며 오랫동안 움직이질않아 굳어버린 몸을 좀 풀어주었다.
기지개를 켜고나서 숨을 크게 들이쉬니 먼지섞인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와 작은 기침이 터져나왔다.
'그래도 조금은 환기를 시켜줄걸 그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방 안의 창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창문이 열리자 약간은 습한 숲의 밤공기가 밀려들어와 먼지묻은 건조한 공기들을 데리고 나가주었다. 그 덕에 방안 공기는 좀 상쾌해진듯 했지만, 조금은 강했는지 책상위에 쌓아둔 종이가 조금씩 날려가 바닥에 흩어지기시작했고, 켜놓은 등불은 불어온 바람에 불안하게 춤을추는가 싶더니 그대로넘어져 사그라들었다.
"아아, 이러면 다시 정리해야하잖아. 귀찮게됐네."
나의 중얼거림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나가 어두운 숲속에 흩어졌고, 나는 잠시동안 어둔 창밖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으며 다시 창문을 닫았다.
창문이 닫히자 방안을 내달리던 바람의 달음질이 끊기고 사라락 사라락, 종이들의 울음소리도 그와 동시에 잦아들었다. 나는 잠시 방에 놀러온 달빛을 등불삼아 바닥에 멋대로 흩어진 종이들을 줏어 정리하며 생각했다.
'아침엔 청소를 좀 해볼까?'
그러곤 몸을 일으켜 대충 정리한 종이들을 다시 책상위에 올려놓고, 비틀거리며 침대에쓰러져 기절하다시피 잠이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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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떴을땐 어느새 밝은햇살이 내 방을 환히 밝히고있었다. 조금 더 자고싶은마음에 다시 눈을 감아보았지만 아침을 맞이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계속 귓전을때렸다.
그렇게 한동안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리저리 뒹굴다보니 결국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누운채로 몸을 쭈욱 펴 기지개를 켜 남은 잠을 털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보니 잔뜩 어질러진 방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정말 한숨이 절로 쉬어질정도로 난장판인게 참 보기 좋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다보니….
'그래… 오늘은 청소를 하기로 했었지.'
어제 잠에 들기전에 했던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얕은 한숨을쉬며 침대밑에 멋대로 놓여져있는 신발을 대충신고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물건들을 밟지않게 조심하면서 문을열어 밖으로 나가보았다.
밖으로 한발 내딛을때 나를 제일먼저 반겨준건 이른아침의 향긋한 풀내음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햇살은 나를 부드럽게 감싸고돌았고, 그 덕에 어딘가 기분이좋아진나는 절로 콧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침 햇살도 좋으니 이불널기엔 딱 좋은 날씨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이불널기로 청소를 시작하는것도 괜찮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 멋대로 구겨져 구석에 박혀있는 이불을 들고나와 빨랫대에 잘 펴서 널어놓았다.
그리고 먼지를 털기위해 먼지털이에 끓어넘치는 의욕을 한껏담아 있는힘껏 치는순간, 엄청난양의 먼지가 이불에서 퍼져나갔고 그 먼지를 한껏 들이마신 나는 연신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으앗, 이거 좀 심각한수준인데?"
계속 기침을하던 나는 안되겠다싶어 손으로 코와 입을막고 먼지가 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약간의시간이 지나자 어디의 바보 요정들마냥 풀풀 날리던 먼지들이 어느정도 가라앉았고,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쉬곤 그대로 숨을 멈췄다.
'좋아. 지금이라면!'
나는 속으로 기합을 내지르며 있는힘껏 연달아 이불을 치기 사작했다. 이불에 먼지털이가 힘차게 닿을때마다 경쾌한 팡팡소리가 숲속으로 울려퍼졌고 그 소리아 울려퍼질때마다 이불속에 숨어있던 먼지들은 버티지못하고 밖으로 뿜어져나왔다.
그렇게 한 열차례정도 내리칠때쯤 몸에서 한계를 느꼈는지 무의식적으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을땐 수많은 먼지들이 콧속으로 들어와 아까보다 격렬하게 기침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아침일찍 부지런히 바보짓을 하고 있군요."
정신없이 기침을하는 나에게 누군가가 날카로운 일침을 날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덤덤한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흐릿한 시야넘어 익숙한 메이드복장을 한 누군가가 서있었다.
"아, 사쿠야? 언제온거야?"
나는 콜록거리며 어딘가 한심한듯 쳐다보는 사쿠야에게 말했다. 그리고 사쿠야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그동안 빌려간것들을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라고 말했다.
"빌려간거? 음… 무얼 말하는건지 모르겠는데?"
… 사실은 그 빌려간것들이 잡다한 마법서적이라는 것을 알고있지만, 나름 장난칠겸 시치미를 떼보았으나…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어딘가 웃고있는 사쿠야의 얼굴과는 다르게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가져가는 수 밖에요." 라는 말이 그녀가 던지는 나이프처럼 날카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기에 눌려버린 나는 양손을 머리위로 들어올려 항복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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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상당히 너저분하군요. 먼지도 상당하고 냄새도…."
빌려간 마법서를 찾기위해 집으로 들어온 사쿠야가 한손으로 코를 감싸쥐며 말한다.
"그래도 나름 숙녀의 집인데 말이지."
"그런말은 조금이라도 숙녀답게 행동하고나서 말씀하시죠?"
"이봐, 좀 너무하잖아? 나 진짜 상처받았다구?"
"뭐, 상처받았다면 사과하죠."
"에……."
사쿠야의 무미건조한 사과에 할말을 잃어버린 나는 한숨을 푸욱 내쉰 뒤 사쿠야와 함께 어딘가에 박혀있을 마법서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먼지를 뒤집어쓰며 한참을 찾던 중, 어딘가 익숙한 책표지가 눈에 들어왔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뽑아들며 사쿠야에게 "찾았다!"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사쿠야는…
"일단 나중에 기뻐하고 피하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늦은듯 하지만."
이라고 내게 말했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수한 책들이 후두둑 내 머리위로 쏟아져내리는 바람에 나는 그대로 책밑에 깔려버리는 불상사를 당해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사쿠야는 얕은 한숨을 쉬더니 쓰러져있는 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구둣발로 나를 툭툭 치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봐요.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그러니까 그런꼴을 당하죠."
"그, 그래도 찾은건 찾은거잖아?"
"그런 흉한 몰골을하고도 참 여유로우시네요. 빨리 일어나서 옷에 먼지나 털어내세요."
사쿠야는 그렇게 말하며 내 위에 쌓여있는 책을 치워주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어낸 뒤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사쿠야도 그런 나의 모습이 조금은 재밌었는지 피식 하는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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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며 사쿠야가 말했다.
"그래도 간만에 찾아온 손님인데 벌써 떠나보내려니 아쉽네. 헤헷."
내가 웃으며 말하자 사쿠야는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벌써라뇨? 그 돼지우리같은 방을 치우느라 거의 반나절을 여기 있었는데?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해놓고도 잘도 웃음이 나옵니다?"
살기가 담뿍담긴 사쿠야의 말에 나는 뒷걸음치며 말했다.
"그, 그래서 고맙다고 했잖아? 너무 그러진 말아줘."
"하여간 당신은 좀 더 자기관리와 예절을 배울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아,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사쿠야는 품에서 잘 포장된 종이봉투를 꺼내더니 내쪽으로 휙 하고 던졌고 나는 곧바로 종이봉투를 열어보며 말했다.
"이게 뭔데? 우왓?! 쿠키잖아?"
"간만에 만들어봤는데 아가씨께서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가져왔습니다. 그럼 전 이만."
사쿠야는 그렇게 자기말만 하고는 휙 하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솔직하지 못하네 사쿠야는.' 이라는 생각을 하며 널어둔 이불을 걷어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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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청소는 대강 다 끝내놨으니 다시 시작해봐야겠지?"
잘 정돈된 책을 잔뜩 뽑아와 바닥에 쌓아놓으며 다시 연구를 시작하려니 아까전에 사쿠야에게 받은 과자가 떠올랐다.
"그래, 뭔갈 하기전에 단걸 좀 먹어두면 좋으니까. 조금만 먹어볼까?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배어 문 쿠키에선 달콤한 호박향이 조용히 입안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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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틀에 한개는 완성하자는 생각으로 쓰긴 했는데
잘 안써졌네요
ㅂㄷㅂㄷ
그리고 자작소설은
아무도 없는 새벽에 올리는게 제맛입니다.
쓰다보니 사쿠야의 성격이 좀 엇나간듯도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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