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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여긴...?”
치르노가 눈을 뜬 곳은 사방이 차가워 보이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생소한 장소였다. 거기다 차디 찬 금속 위에 꼼짝도 못하게 양 팔과 다리에 족쇄가 걸려있는걸 확인한 치르노는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고 몸부림을 쳤다.
“큭, 으으읏... 꼼짝도 안해...”
몸을 비틀어 보지만 치르노는 아까부터 자신의 눈을 부시게 만드는 천장에 달린 조명만 보였고 고개를 돌리는 것 조차 여의치 못했다.
분명 정신을 잃기 전에 자신은 니토리의 개조 계획을 듣고 달아나려고 했었지만 그 전에 팔에 따끔한 감각이 느껴지더니 그대로 눈을 감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 생생한 기억 속에서 눈을 감은 직후 들렸던 말도 떠올려보았다.
‘실험체가 도망가면 안돼지.’
“누가 실험체라는 거야!”
치르노는 아무도 없는 실험실과도 같은 장소에서 소리를 빽 질렸다.
그때, ‘위잉~’하는 철로 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금속 침구에 묶여진 치르노에게 다가오는 인물이 있었다.
“벌써 깨어난 모양이네.”
치르노에게 다가와서 내려다보는 인물은 카와시로 니토리. 요괴의 산 뿐만 아니라 환상향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싸이코 에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유명한 그녀는 치르노를 자신의 실험체로 여기고 있었고 그 사실이 분해서 눈에 불을 키고 노려보는 치르노였다.
하지만 치르노는 분함보다는 앞으로 이어질 개조에 대해서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니토리가 ‘히히히히~’하는 흉흉한 웃음을 흘리는 모습은 공포 그자체였다. 치르노는 분함도 잊은 채 니토리로부터 달아나려고 했으나 꽁꽁 묶여있는 현실에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제길, 왜 날 개조하겠다는 거야? 요정을 개조해 봤자 좋을게 없잖아! 기껏해야 죽어서 부활할 뿐이야!”
“개조라고 한다고 딱히 시체를 이어붙인 프랑켄슈타인을 말하는게 아냐. 살아있는 상태로 개조하면 요정이라고 해도 사이보그로 재탄생 시킬 수 있지.”
“싫어... 이거 풀어줘 당장!”
“네가 그토록 원하던 최강으로 만들어 줄텐데 왜 싫다는거야?”
“그딴 로봇같은게 되고 싶지 않은게 당연하잖아! 난 요정으로 최강이고 싶어!”
“괜찮아, 요정을 유지할 정도로 약간만 개조할 뿐이야. 히나가 보증해.”
“히..히나? 그 미친 액신의 도움 따윈 처음부터 필요 없었다고!!”
치르노가 후회를 한 들 이미 늦은 것이다. 니토리의 개조는 이제 곧 시작 될 것이고 자신은 로봇 요정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니 억울한 기분이 든 치르노는 울 것만 같았다.
*
[현무의 바위]
니토리의 집 앞.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히나는 집에서 니토리가 나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야~ 히나 덕분에 좋은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어!”
무사히 개조를 끝마친 니토리가 그렇게 말했다. 얼굴은 상쾌함으로 가득했고 히나는 그런 니토리에게 결과물에 대해 물어왔다.
“그래서 치르노는 최강이 된거야?”
“그래, 나의 혼신의 역작을 보여줄게.”
니토리는 등에 짋어진 가방을 내려놓더니 그 안을 뒤적거려서 빨간색 버튼이 달린 네모난 철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그 상자에 달린 빨간 버튼을 누르더니
“꾸욱~!”
하고 버튼을 누르는 소리를 입으로 내는 니토리.
그것에 반응이라도 했는지 니토리의 집 천장이 좌우로 갈라지며 열리더니 푸른색 광채를 내뿜고 있는 메카 치르노가 그 위광을 드려냈다.
그 모습은 약간 개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딴 존재가 되어있었고 인격 따윈 존재하지도 않아 보였다.
“니토리, 저거 더 이상 치르노라고는 보이질 않는데?”
“치르노가 아니라 메카 치르노야. 특히 인격은 도움 안 되는 바보라서 배제시켜 버렸지!”
“과연, 치르노의 인격이라면 최강이 될 순 없을테지.”
“그럼 지금 당장 메카 치르노의 성능을 실험해 봐야겠지?”
니토리는 빨간 버튼이 달린 상자의 또 다른 버튼을 눌렸다. ‘뽀잉~’하는 미묘한 전자음이 들렸고 메카 치르노는 노란색 렌즈가 된 두눈에 불을 밝혔다.
“⑨ ─── !!!”
양 팔을 하늘 높이 쳐들고 근육을 뽐내는 포즈를 취한 메카 치르노는 곧 이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등에 달린 로켓 분사기에서 불꽃과 함께 연기를 내뿜었고 하늘 높이 떠 오른 메카 치르노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저거 어딜 가는거야?”
히나는 메카 치르노가 날아간 방향을 보며 니토리에게 물었다.
“글쎄? 잘 모르지만 자동 전투모드로 돌입해서 닥치는 대로 파괴할거라고 보는데.”
“일단, 녀석을 쫒아야하지 않아? 정말 최강이 된 건지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확인 안 해도 최강이 되었다고 자신해. 무려 나의 역작이거든!”
니토리는 자신의 작품이 의심할 여지없이 최강이라고 자신하고 있었고 그에 비해 히나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보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바보 요정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해서 쫒아가봐야 겠어.”
히나는 니토리를 내버려 둔 채 치르노를 뒤 쫒기로 했다.
*
[안개의 호수. 홍마관 근처]
한편, 메카 치르노는 전투모드로 인해 파괴충동에 휩싸여 눈에 보이는 인요들을 마구 잡이로 공격해대고 있었다.
“삐비비비비... 척살.. 척살하라!”
감정이 없는 살육 머신이 된 치르노에 의해 쑥대밭이 되어가는 안개의 호수. 그리고 위기를 느끼고 홍마관에서 온 은발의 메이드인 이자요이 사쿠야와 홍발의 문지기 홍 메이링은 메카 치르노를 맞아 고전하고 있었다.
“크윽... 도대체 저 녀석은 누구길래 우리 둘을 상대로 밀리는 기색이 없는거지?”
차이나 풍의 옷을 입고있는 메이링은 자신과 사쿠야를 상대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대적 중인 정체불명의 로봇을 상대로 애먹고 있었고 저 로봇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었다.
“아가씨의 명으로 홍마관을 향해 오는 저 녀석을 반드시 막아야해.”
악마의 개라고 불리는 홍마관의 메이드 장. 이자요이 사쿠야는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이상 저 로봇의 진격을 허용했다간 홍마관이 위험해 질수 있었고 아가씨의 명이기에 절대로 이 자리에서 끝을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어려워 보였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텼지만 저 로봇의 강함은 예사롭지 않았다.
“삐비비빗─, 척살.. 척살.... 전신 무장개방!”
─ 철컥.
─ 퓨슈슈슈슛 ─ !!
메카 치르노의 몸이 여러군데 열리더니 그곳에서 수많은 미사일이 발사되어 사쿠야와 메이링을 노리고 날아갔다.
사쿠야와 메이링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미사일 세례들을 피하기 위해 몸을 옆으로 구르며 간발의 차이로 미사일을 피했지만 유도 기능이 있는 미사일은 사쿠야와 메이링을 지나치자 마자 방향을 틀어 다시 그들을 노리며 날아갔다.
“!!”
─ 쿠아앙 !!
폭발음과 함께 미사일에 격추당해 불길에 휩싸이는 사쿠야. 그 것을 보며 놀라는 메이링도 곧 미사일에 의해 폭발에 휩싸여 버렸다.
“삐비비빗─, 상대 침묵 확인, 목표는 홍마관.”
사쿠야와 메이링을 격추시킨 메카 치르노는 다음 목적지인 홍마관을 향해 날아가기 위해 등 뒤의 로켓 분사구에서 불을 내뿜고 있는데 그 앞에 대요정이 울먹이는 표정으로 막아섰다.
대요정은 지금 파괴를 일삼으며 홍마관을 목표로 날아가려는 로봇이 자신이 잘 알고 있던 바로 그 치르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록 겉모습 뿐 만 아니라 내면 마저도 달라져 버린 메카 치르노지만 대요정은 로봇이 치르노라는 것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이제는 존재하지 않을 터인 치르노의 인격이 남았는지 노란색 헤드라이트가 된 로봇의 두 눈에는 대요정이 잘 알던 치르노의 맑고 순수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알아차리기 힘든 것이지만 치르노를 사랑(?)하는 대요정이었기에 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치르노, 나야 대요정. 너도 무척 괴로울 거라는걸 알아. 널 이렇게 만든 히나와 니토리를 난 결코 용서할 수 없어.”
“삐리릿 ─, 방해.. 제거 한다...”
자신을 보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 대요정을 방해꾼으로 취급하고 제거하려는 메카 치르노 하지만 어째서일까? 메카 치르노는 쉽게 자신의 앞을 막고있는 방해꾼을 제거할 수 없었다.
“대상 제거하라... 제거하라..... 삐비비빗!”
메카 치르노의 손이 날카로운 레이저 블레이드가 되어 대요정의 머리위로 들어 올려졌다.
그러나 대요정은 그 자리를 비키지 않고 자신을 제거하려는 메카 치르노에게 망설임 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대요정은 두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냉혹한 살인기계가 되어버린 치르노에게 감정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치르노 제발 정신 차려, 너는 이런 걸 원한게 아니었잖아! 요정인 채 최강이 되고 싶어 하던 네가 지금 그 모습으로 최강이 되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야?”
그러한 대요정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메카 치르노는 멈추지 않고 머리위로 들어올린 레이저 블레이드를 그대로 대요정의 머리를 향해 휘두르려던 순간.
“삐비비빗 ─, 시스템 오류... ”
대요정의 정수리에 닿기 직전에 레이저 블레이드를 멈춰 버린 것이다.
메카 치르노에 의해 죽음을 각오했던 대요정은 갑자기 멈춘 공격에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그것이 아직 남아있는 치르노의 상냥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치르노.. 제 정신으로 돌아온거야?”
“...................”
대요정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안하는 메카 치르노.
잠시 가만히 있는가 싶더니 ‘지지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음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윽, 다이쨩.. 어서 피해. 이 몸은 위험해.”
“치르노!”
니토리의 개조로 인해 배제되었을 치르노의 인격이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인물이 있었으니
“젠장, 어째서지? 내가 완벽하게 인격을 배제해놨을 텐데?”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니토리가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완벽하게 혼신의 역작으로 제작한 메카 치르노가 원래의 치르노의 인격으로 돌아오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이를 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히나가 ‘쯧’하고 혀를 차며 니토리에게 말한다.
“확인할 필요도 없다더니 몰래 숨어서 뭐하는 거야?”
“게헥... 나도 뭐... 궁금하달까? 암튼, 치르노의 정신력은 얕볼게 못되는군.”
메카 치르노의 의외의 모습에 니토리는 나름 대로 흥미를 느끼는 중이었다. 하지만 히나는 중요한 사실에 대해 물었다.
“최강을 만든다고 해놓고 저러면 실패인거 아냐?”
바보같은 인격을 배제해 최강으로 만들려고 했던 메카 치르노는 실패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건 니토리도 잘 아는 사실이었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건 즉,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말이군.”
히나는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인지하고 ‘토우-’하는 전대물 배우 같은 기합과 함께 공중제비를 돌면서 메카 치르노와 대요정 앞에 모습을 드려냈다.
갑작스런 히나의 등장에 감동을 연출하고 있던 메카 치르노와 대요정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히나를 노려봤다.
“또 무슨 꿍꿍이로 나타난 거예요?”
대요정이 적개심을 드려내며 히나에게 말했다.
‘칫칫칫.’하며 검지를 아래로 하고 몇 번 흔든 히나가 양 손을 어깨위로 들어 올리더니 액을 응축시킨 검은 구체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끝나면 치르노는 최강이 될 수 없지. 특별히 나의 힘을 전수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대요정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안돼! 그러지마!!’하고 외쳤지만 히나의 행동은 멈추지 못했다.
“자, 나의 액을 받아들여 최강의 메카 액(厄) 치르노개(改)로 재탄생 하는 겁니다!”
히나의 손에서 떠난 검은 구체가 메카 치르노에게 직격했고 강력한 액의 기운이 메카 치르노의 몸을 변화시켜갔다.
점차 검어지던 메카 치르노는 양 어깨 죽지에서 날개가 돋아나더니 엉덩이 부근에서 도마뱀 꼬리가 솟아났다. 그리고 거대화 하는 메카 치르노.
─ 쿠오오오오오 !
사이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메카 치르노는 메카 괴수 치르노가 되어 환상향을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히나, 아무리 그래도 저건 위험해 보이는데?”
니토리가 사태가 점점 겉잡을 수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히나에게 걱정스런 말을 건넸다.
그러나 문제 없다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자랑스럽게 치켜 드는 히나.
“치르노의 의뢰는 확실히 해결해야지 신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게 말한 것 치고는 히나의 얼굴은 무척이나 사악하게만 보였다.
메카 괴수 치르노는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게 쿵쾅거리며 홍마관을 향해 진격해 가고 있었다. 대요정도 더 이상은 자신이 나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닳고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않아 망연자실했다.
“치르노쨩.... 훌쩍.”
이제 몇 발자국만 더 가면 홍마관에 당도하는 치르노.
그 순간 잠깐이 나마 이성이 돌아온 치르노는 자신이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고 이 사태의 결말을 짓고자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나의 몸에는 니토리가 장착한 자폭 장치가 있어. 그 캇파 답게 자폭 장치는 빼먹지 않는구나. 최강이 아니더라도 이젠 됐어. 나는 내가 아닌 시점에서 무의미 했던 거야.’
그리고 자신의 몸에 내장되어있는 자폭 장치를 작동 시키는 치르노.
거대한 메카 괴수 치르노는 온 몸에 빛을 발하더니
─ 쿠와아아아아앙 ───── !!!!
폭발과 함께 장대한 최후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이거 참, 장렬한 자폭이로군. 니토리 작품 답네.”
그 광경을 손으로 이마 위를 가리면서 바라보던 히나가 감탄사를 내 뱉었다.
“역시, 로봇은 자폭이 제 맛이지!”
히나 옆에 있던 니토리는 뭐가 그리도 신난지 능글 맞게 웃었고 치르노의 자폭에 혼이 빠진 대요정이 탈색이 된 채 주저앉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최강 치르노 계획은 나사가 몇 개는 빠진 것 같은 허무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런데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걸까? 최강으로 만들어 준다던 히나의 약속은 지켜 진거라고 볼 수 있는가 이 말이다.
“아니, 치르노는 자폭 했지만 저건 저것대로 최강이라고 할 수 있어.”
카기야마 히나는 멋대로 결론을 지어버리는 것이었다.
<<1. 치르노 최강 계획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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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은 메카의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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