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루리웹 여러분?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꽤나 전에(오래 전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한 달 정도 전이더군요) 루리웹에 흥미로운 설정의 라노벨 소개가 올라왔더군요.
'이세계어입문 – 전생했지만 일본어가 통하지 않았다' 라는 라이트 노벨입니다.
이세계로 전생한 주인공이 자신이 온 이쪽 세계에선 일본어가 통하질 않아, 시행착오를 통해 그곳의 언어를 배워나간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여러분,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 아닌가요?
이세계 전생물에서 주인공이 전생해 온 이세계에 그곳만의 언어가 있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인류가 막 도시를 이루고 살기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인류에겐 그들만의 언어가 있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발전한 이세계 문명이 그들만의 언어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사실은 이세계 전생물에 있어서는 빈번하게 무시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 이유야 간단합니다. 일단 쓰기 어렵고, 무엇보다 이걸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면 스토리 진행이 안 되기 때문이죠! 막말로 이세계에 전생해서 치트 능력으로 몬스터 때려잡고 하렘 만들기에 바쁜 주인공인데, 어느 세월에 언어를 배우고 앉아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라이트노벨에선 이세계의 언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만약 여기에 조금 더 디테일을 넣고 싶으면, 말은 통하는데 문자는 주인공이 쓰던 것과는 달라 읽을 수 없다, 정도의 설정이 들어가겠죠.
그리고 애초에 소설을 쓸 때, 언어를 비롯한 자잘한 설정에 지나치게 공을 들이는 것은 오히려 권장되지 않는 일이라고 합니다. 소설의 설정에 너무 신경 쓰느라 등장인물이나 스토리에 소홀해지면 그거야말로 본말전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을 땐 그 소설이 보여주는 한 편의 이야기에 열광하지,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설정에 열광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이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완벽한 설정을 짜놓으면, 그 설정 안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듯이 자동적으로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제대로 된 소설이 아닌 설정놀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톨킨 : ?
아 물론 이 분은 예외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일반적인 이세계물에서는 도외시되기 쉬운 언어에 대한 문제를 끄집어내서, 그거 자체를 소재로 삼은 라이트노벨이라 그런지 저에겐 참신하게 다가왔던 거 같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인 라이트노벨과 비교해서 크기가 더 크고 두꺼워서 그런지 가격도 1200엔입니다. 과연 그 가격을 할지는...아마 읽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대략적인 크기 비교를 위한 데이트 어 라이브 2권과의 투샷입니다. 맨 왼쪽에 있는 건 15cm자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책이 비싼만큼 안쪽에는 일러스트도 있군요(세보니까 총 8장입니다). 일러스트 퀼리티는 준수한 편입니다.
시놉시스
(책 뒷표지에 있는 시놉시스를 번역해본건데, 제 부족한 일본에 실력 탓에 오역, 의역 투성이일겁니다, 아마. 발번역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세계로 전생해, 본 적 없는 집 안에 있게 된 야츠가자키 센.
치트능력을 가지고 하렘을 만들어 즐거운 일상을 보낸다 - 그런 이세계 생활을 기대했던 주인공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은발의 소녀, 샤리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전생한 이세계에선 일본어가 통하지 않았다.
때마침 이 세계는 전란의 바람이 불고 있어, 두 사람은 샤리아의 친구와 같은 편으로 보이는 군인과 함께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
그러나 이 무슨, 피난처에서 기다린 것은 샤리아와의 한 방 생활?!
어학에 관련된 식견을 총동원해 이세계어를 배운 주인공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하렘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말이 안 통하는 이세계라니, 진정한 이세계 아니겠어?!
여자애와 대화하고 싶다는 ‘초’순수한 동기로 임하는 이세계어 습득 스타트!
세계관
흔히 요즘 이세계 라이트노벨 세계관을 생각해보신다면, 마법이 등장하는 중세 유럽 정도의 세계관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게임 관련 라이트노벨이라면 여기에 스텟이나 레벨에 관련된 설정이 추가되겠죠. 그런데 이 라이트노벨은 다릅니다. 일단 다른 이세계 라이트노벨과는 다르게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들어갑니다. 대신 총알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지는, 현실에 가까운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고성능 전자기기의 존재가 언급되지 않고, 쓰이는 총들도 지금의 돌격소총보단 옛날의 라이플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과학기술수준을 기준으로 봤을 때 작중의 시대적 배경은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의 유럽과 가장 유사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작중의 상황은 별로 평화롭지만은 않습니다. 작중 세계에서 제 2차 국가통일 전쟁이라고 불리는 큰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정부군과 혁명파가 대치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군이나 혁명파 중 어느 한 세력이 해당 지역을 장악했을 경우엔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양 세력의 충돌로 도시 안에서 총탄이 오가거나, 정부 측에 의해 혁명파에 관련된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끌려 나가는 등 여러모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이 사진을 기준으로 오른쪽 끝에서부터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야츠가자키 센
- 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이세계로 전생해서 치트 능력을 사용해 하렘을 만들겠다, 라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으나, 당장 말부터 통하지 않는다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이세계어를 배워서, 훗날 이를 능숙하게 구사해 하렘을 만들겠다는 등 아직 하렘에 대한 꿈은 접지는 않았습니다. 나이는 고등학생 정도로 추정됩니다(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 전원의 정확한 나이는 작중에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치트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과거나 이세계로 오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의문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샤리아
주인공이 이세계에 전생하고 나서 처음으로 조우한 사람입니다. 주인공의 말에 따르면 중3정도로 보인다고 합니다. 맨 처음 주인공과 조우하고 나서, 작중 인물들 중 주인공과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며 주인공의 언어학습 멘토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론 이타적이고 인내심 많은 성격이지만, 동시에 동생과의 게임에서 졌다고 토라지는 등 그 나이대 소녀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에리나
샤리아의 동년배 친구입니다. 척 봐도 이국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샤리아와는 다르게 동양인인 주인공과 인종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가졌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제과 재료를 사와서 과자를 만드는 등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듯합니다.
피샤
이세계의 교회에 해당하는 곳의 사제에 해당되는 인물입니다. 조용한 인상으로 비밀이 많아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입니다.
레셰르
군인으로 샤리아나 에리나, 페리사의 보호자 격 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지휘하는 모습으로 보아 샤리아 일행이 속해있는 집단에서 리더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듯합니다. (일러스트에서 보이는 근육질 몸에서 알 수 있듯이)육체파라 그런지 학문에 관해서는 자신 없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페리사
중 1 정도 보이며 태생이 장난꾸러기인 소녀입니다. 샤리아 일행들과는 다른 지역 출신인지 주인공이 배우는 언어와는 다른 말을 구사합니다. 그 때마다 주변 인물들로부터 지적을 받지만, 아직 이쪽 언어는 자신이 없다면서 풀이 죽는 모습을 봤을 때 작중 배경에 해당되는 곳으로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합니다.
힌겐파르
이세계의 도서관 사서를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도서관 사서이지만 과거엔 대학에서 학문을 연구했다는 언급이 있고, 레셰르가 속해있는 집단에서도 나름 높은 지위에 있는 등 수수깨끼가 많은 인물입니다.
아사가미 케이(인도 선배)
현실세계에서 주인공의 선배였던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인도에 거주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주인공에게 인도 선배라고 불리며, 언어 마니아라 그런지 세계 각지의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근데 그거랑은 별대로 TOEIC은 400점대라고 합니다). 작중에서 주인공이 이세계 언어를 배울 때 현실의 언어와 비교를 할 때가 잦은데, 이는 전부 그가 인도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세계어에서 형용사에 대해서 배울 때, 인도 선배의 말에 의하면 형용사가 명사의 앞에 붙어 명사를 수식하는 언어가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지~ 라고 회상을 하는 식입니다. 작중에서 실제로 등장하는 일은 없으나(정확히는 없다고 여겨지나)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인물로 보입니다.
줄거리
일단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작중 기준으로 7일 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세계어를 전혀 모르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만큼, 주인공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세계 사람들의 대사나 문자는 독자인 우리들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샤리아의 시점에서 쓰인 사이드 스토리로 이해를 돕긴 하지만 모든 것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죠. 이에 대해선 주인공의 추측이나 주인공의 행동에 따른 다른 등장인물들의 반응 등으로 독자 스스로가 상황을 유추해낼 수밖에 없습니다. 본격적인 스토리에 들어가지 전에 이 점을 유의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스크롤을 내려 밑의 평가 및 잡담 부분으로 내려가주세요)
아 그리고 글이 상당히 깁니다. 조금 많이 깁니다. 스압에 주의하시길 바라며 느긋한 감상되시길 바랍니다.
·1일차
이세계로 전생해 본 적 없는 집 안에서 이국적인 외모의 소녀와 마주친 주인공 야츠가자키 센.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제와 마주하고 말았는데 – 바로 눈앞의 소녀와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당황하지 않습니다. 라이트노벨에서 이세계어랍시고 단순히 일본어의 가나나 영어의 알파벳을 단순히 다른 문자로 치환시키는 사례들을 생각해내고, 집 안에 있던 책들을 뒤적이며 이에 대한 규칙을 찾아보려고 노력합니다. 셜록 홈즈의 ‘춤추는 인형’에서도 나왔던 것처럼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자를 영어의 e로 가정하고 해독을 시도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당연하지만 전혀 먹히질 않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전혀 모르는 언어와 마주쳤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소녀와의 통성명을 시도하지만 이조차도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주인공은 눈앞의 소녀의 이름이 샤리아인 것을 알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던 와중, 주인공과 샤리아의 집으로 한 소녀가 찾아옵니다. 인종적으로는 샤리아보단 주인공에 가까워 보이는 검은 머리 소녀, 에리나가 주인공을 보고 샤리아에게 뭐라 하는데, 당연하지만 주인공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아마 이 사람 누구냐 비슷한 이야기겠죠.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총성과 군화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집안으로 숨으니, 밖에서 남자들의 노성이 들려오는 등 척 봐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 발행했습니다. 타이밍을 봐서 집에서 나와 도망치던 주인공 일행이었지만, 그만 황색의 제복을 입을 사람에게 걸리고 맙니다. 언어를 모르니 말로 항복 표시를 할 수도 없고, 교전 의사가 없음을 주인공은 양 손을 들어서 알렸지만, 어째서인지 황색 제복의 남자는 더 열 받아서 이쪽으로 총을 겨눕니다. 그러던 와중, 남자가 본의 아니게 방아쇠를 당겼는지 총이 발사되고, 그대로 주인공은 총에 맞게 됩니다. 총에 맞은 걸로 보이는 다리에 손을 갔다 대보니, 손에 빨간 피가 묻어나왔습니다.
워워, 여러분. 아직은 스크롤 내리시거나 뒤로 가기 누르실 필요 없습니다.
주인공 아직 안 죽었어요.
아무튼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처음 보는 주인공이 눈을 떠보니 자신은 아직 살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거기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총을 맞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엔 상처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지요. 아까 전 봤던 에리나와 군인처럼 보이는 남자, 레셰르가 주인공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마 주인공의 처우와 관련된 이야기로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 옆 소파에서 졸고 있었던 샤리아까지 합류해 한동안 진행됩니다. 이야기가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진 후에, 방을 받은 주인공은 샤리아로부터 이세계의 식사를 받은 후 잠에 듭니다. 그렇게 주인공의 이세계에서의 첫 번째 날이 저물었습니다.
- Side 1 . 샤리아
집 안에 본 적이 없는 사내를 본 샤리아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와는 다른 외모로부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인가, 정도밖에 유추해낼 수 있을 뿐, 샤리아는 그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 남자가 입을 열자, 이 무슨, 그녀가 전혀 모르는 언어가 사내의 입에서 튀어나왔습니다. 사내 또한 말이 안 통한다는 걸 인지했는지, 집 안에 있는 책들을 뒤적거리며 뭔가 고민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사내에게 샤리아는 각지의 언어에서부터 옛날 고어에 관련된 책 등 언어와 관련된 책들을 몇 권 가져다주지만, 소득은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사내가 자신과 그녀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 동작으로부터 통성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판단한 샤리아는, 사내에게 자신의 이름은 샤리아라고 밝힙니다. 그 순간은 그녀에게 있어 그녀의 언어, 리파리아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과의 첫 번째 교류였습니다.
·2일차
칠흑의 공간 속. 상하좌우의 구분도 가지 않고,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그저 존재할 뿐인 공간에서, 주인공은 자신이자 자신이 아닌 존재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아직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너 자신을 바꾸고, 나아가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자신은 이 짓을 한 것이라고.
그리고 무의식의 영웅을 쫒아 껍데기뿐인 목적에 사로잡히지 말라고요.
주인공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가운데, 주인공이 있었던 공간은 부서져 사라져 버리고...아침에 샤리아가 자신을 깨우자 주인공은 눈을 뜹니다.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지 주인공은 기분이 찝찝한 상황이었으나, 샤리아가 자신을 부른다고 대충 눈치를 챈 주인공은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방 밖으로 나가보니 샤리아가 몇 권인가 책을 들고 서있었고, 그렇게 샤리아와 주인공은 이세계 언어인 리파리아어를 계속 공부하게 됩니다. 샤리아가 단어를 여러 개 적어주고 이를 하나하나 발음해주며, 이에 해당되는 대상을 직접 보여주거나 그림으로 그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샤리아도 나름 열심히 가르치고 주인공도 자신의 추리력을 총동원하며 관련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하지만, 역시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와중, 샤리아가 주인공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여자애랑 손잡았다며 살짝 두근거린 주인공을 데리고 샤리아가 데리고 간 곳은 건물 옥상이었는데, 감시 초소 같은 시설물에 라이플로 보이는 총이 몇 자루 있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샤리아는 라이플을 집어 들더니 총알을 장전하고, 목표물을 정확하게 쏴 맞혔습니다.
(사진 : 모바일 세인 '소녀전선'의 전술인형 K2. 군필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저 예술적인 경례각도를 보십시오)
...군필여중생인 걸까요?
뭐, 작중 세계관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은 세계니 여주인공도 호신술의 차원에서
사격술을 익혔다고 칩시다. 아니면 스포츠의 개념으로 어렸을 적 사격을 익힌 적이 있든지.
아무튼 시범을 보인 샤리아는 주인공보고도 해보라는 듯이 총을 건넵니다. 평생 총이라곤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주인공은 당황하지만, 방금 전 샤리아가 했던 대로 총알을 장전하고 목표물을 겨눈 후, 발사. 샤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목표물을 명중시켰습니다. 샤리아가 놀란 기색인 가운데 자신의 성공에 도취된 주인공은 외칩니다.
“나는 이세계 전생작품의 주인공! 그렇다면 치트와 하렘을 목표로 이 세계를 활보할 뿐!”
그러던 와중,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옆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샤리아가 주인공과 함께 후다닥 내려와, 레셰르에게 상황을 물으니 둘 사이에 급박한 대화가 오갑니다. 물론 주인공은 이해를 하지 못했지요. 주인공이 다시 물으니, 샤리아가 지도를 꺼내더니 한 지점을 짚으며 ‘레토라’ 라고 말합니다. 그제야 주인공은 자신들이 이곳으로부터 레토라라고 불리는 곳까지 움직이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중간에 자신들과는 다른 제복을 입은 사람들과 소규모 교전을 벌이면서 몇 시간을 걸은 끝에, 주인공 일행은 레토라라는 곳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샤리아와 같은 방을 배정받게 됩니다(!). 주인공을 맨 처음 발견하고 그에게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게 샤리아니 네가 책임지고 관리해라, 라는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젊은 남녀를 한 방에...아무튼 두 번째 날도 그렇게 저뭅니다.
- Side 2 . 샤리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샤리아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 세계에 아무런 연고도 없을뿐더러 말조차 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이 혼란한 시국 속에서 무력하게 죽을 수밖에 없을 터. 샤리아는 그런 그에게 적어도 싸우는 방법 정도는 알려주고자 그를 옥상으로 데리고 갑니다. 거기에서 그녀는 라이플로 시범을 보인 후, 주인공에게 해보라고 라이플을 내밉니다. 말로는 설명을 해줬지만, 어차피 알아들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은 상황. 그래도 주인공은 샤리아를 따라 라이플을 들어 목표물을 쏴 맞혔습니다.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샤리아가 놀라는 가운데 주인공의 그의 언어로 무언가를 소리칩니다. 샤리아는 모르는 언어였지만, 분명 그의 결의와 관련된 무엇이라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샤리아가 주인공이 전장에 서봤던 경험이 있는 걸까 생각하던 와중에군필여중생에서 이번엔 군필남고생인가 폭음이 울리고 옆 건물이 무너져 내립니다.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에게 숙이라고 외치는 가운데, 샤리아는 여기는 안전한 줄 알았는데...!하는 투로 혼잣말을 하며 주인공을 끌고 서둘러 대피합니다.
·3일차
아침에 일어난 주인공은 자신에 대해서 석연찮은 점을 깨닫습니다. 자기 자신이 현실세계에서 평범한 인생을 보냈다는 기억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범하게 살아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세계 전생물의 클리셰 중 하나처럼, 이세계로 전생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 중 일부를 바치기라도 한 걸까요. 아니, 애초에 자신을 이곳으로 전생시킨 자는 누구, 아니 무엇일까요? 무엇하나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옆을 보니 샤리아가 아직까지 자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샤리아가 자신을 깨워줬는데, 이제는 상황이 반대가 되었습니다. 말로 몇 번 샤리아를 깨워보려 하지만 요지부동. 하는 수 없이 몸에 손을 대 흔들어 깨우기로 하는데, 여자애에게 손을 대어도 되는 걸까 순간 고민했지만 그나마 오해의 소지가 적은 어깨를 흔들기로 하고 손을 뻗는데...바로 그 타이밍에 에리나가 들어옵니다. 젊은 남녀가 단 둘이 있는 방. 곤히 잠들어 있는 샤리아와, 그런 샤리아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주인공. 오해를 사기 딱 좋은 상황인 탓에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변호하지만, 리파리아어가 서툰 탓에 제대로 전달되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주인공을 보던 에리나는 작은 목소리고 뭐라 합니다. 작은 목소리는 자고 있는 샤리아를 배려한 것일 터인데, 의미는 몰라도 그렇게 크게 주인공을 질책하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이해-비슷한 말이 들린 거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일입니다. 조곤조곤하게 한 말이 사실은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을지. 자신을 보고 따라 나오라는 걸 대충 눈치 챈 주인공은 에리나와 함께 길을 나섭니다.
에리나와 함께 길을 걷다보니 밖에는 바리케이드가 삼엄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외적을 막기 위해서일까요. 에리나가 자신을 왜 데리고 밖으로 나온 건지, 주인공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전시에 죄인들을 총살해버리는 것처럼, 자신도 샤리아에게 손을 댔다는 오해로 총살당하러 가는 건가 하는 두려움까지 엄습합니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리나가 그를 데리고 들어간 곳은 뜬금없게도 제과재료점 이었습니다. 에리나가 그에게 무엇이 먹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는데, 주인공에겐 이게 사형수에게 형을 집행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엇을 먹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는 건가? 라는 식으로 들리니 무섭기만 한데...결론적으론 아무 일 없었습니다. 에리나는 그저 샤리아가 자고 있으니 대신 주인공을 짐꾼 겸 동행인으로 데리고 간 것일 뿐이었습니다.
맛있는 버터 향이 나는 과자를 먹고 샤리아와 언어 공부를 하다가 주인공은 깜박 잠이 들어 버립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이상한 꿈을 꿉니다.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의 고등학교에서 아사가미 케이, 즉 인도 선배와 마주하는 꿈이었습니다.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인도 선배가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너는 무슨 이유로 외국어를 배운가, 라고요. 이에 주인공은 자기가 외국인 캐릭터를 만들 때 필요하다면서, 자신의 캐릭터나 선배가 이세계에 떨어지면 재미있겠다, 라는 투로 가볍게 말합니다. 그러자 인도 선배가 조용하게 말합니다.
“이세계에 가면, 그 이세계 사람들이 일본어로 얘기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물러. 이세계라면 이세계어로 얘기하는 게 당연하잖아.”
인도 선배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주인공이 주춤하는 사이, 인도 선배는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자신은 그만 가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집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또 혼자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눈을 떠보니 벌써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밖에서 에리나가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보니, 옆방에서 문 틈 사이로 매캐한 연기와 함께 탄 냄새가 심하게 새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밖에선 검댕이 투성이인 레셰르가 화가 단단히 났는지 한 소녀에게 뭐라뭐라 하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검댕이 투성이인 소녀도 레셰르에게 뭐라 말하고 있지만, 이는 지금까지 주인공이 배웠던 이세계어랑은 다른 언어였습니다. 그러던 중 에리나가 소녀에게 이쪽 말로 해야 한다고 충고를 주차, 소녀는 자신은 아직 리파리아어는 잘 못하겠다고 풀이 죽습니다. 주인공이 페리사라는 소녀와 첫 번째로 조우한 순간입니다.
페리사가 저지른게 거의 확실시 되는 사고를 수습하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방에 붙은 검댕이들을 다 청소해 낸 후, 주인공은 방으로 들어옵니다. 그대로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는데, 창밖의 경치에서 주인공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발견합니다. 현실세계에서의 인도 선배를 발견한 것입니다. 어째서 자신이 있었던 세계에 있어야 할 인도 선배가 여기에 있는 건가. 그 이유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선배를 잡기 위해 달려 나가는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소한 거리를 구석구석 헤매면서 선배로 보이는 사람의 뒷모습을 추격했지만, 결국 인도 선배를 따라 잡는 데엔 실패하고 맙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쫒던 사람이 돌연 사라진 것을 보고 자신이 헛것을 본건지 헷갈려합니다. 그렇게 달밤에 추격전을 벌이느라 한참 늦은 시간에 숙소로 돌아오니, 돌연 샤리아가 주인공의 품에 안겨듭니다(!)
오오, 이제 드디어 하렘물 같은 전개의 시작인가?!
주인공도 그렇게 기대해서 순간 두근거려했지만, 샤리아가 눈물을 훔치는 걸 보고 이내 정신을 차립니다. 샤리아에게 이러는 이유를 묻자, 샤리아는 뭔가 말하지만 이것 역시 주인공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문맥상 샤리아가 늦게 들어온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구나, 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자신의 언어로 괜찮아, 괜찮아, 하고 위로를 해 주면서 밤은 깊어갑니다.
- Side 3 . 샤리아
샤워를 하고 들어오니 주인공은 방에 없었습니다. 문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아 잠시 외출이라도 한 모양이었습니다. 기다리기도 뭐해서 그냥 자려는데, 페리사가 샤리아보고 게임 하자면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게임은 이세계의 장기라고도 할 수 있는 보드 게임이었는데, 샤리아는 페리사에게 말 그대로 개박살나고 말았습니다. 내일도 또 놀자며 희희낙락거리며 방으로 돌아가는 페리사와는 달리 샤리아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뭅니다. 일단 이토록 처참하게 져버린 게 죽을 정도로 분하고, 죽을 정도로 분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연하의 동생을 상대로 게임에서 졌다고 울려고 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고, 또 그러한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서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만약 컴퓨터 게임이었다면 홀로 남았을 때 키보드 샷건을 쳤을지도결국 주인공이 돌아오자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안겨버리고 맙니다. 당연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주인공이 당황하자, 샤리아는 나지막이 나 장기 저버렸어...라고 말하지만 주인공이 그걸 알아들었을지는 그녀도 몰랐습니다. 그런 그녀를 주인공은 그의 언어로 위로해주며 밤은 깊어갑니다.
·4일차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페리사가 샤리아를 찾아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샤리아는 무엇 때문에 삐쳤는지는 모르지만,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나올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페리사는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데, 페리사의 말 중 주인공이 들어본 적 있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어젯밤에 샤리아가 자신의 품에 안겼을 때 말했던 바로 그 단어였죠. 그 단어가 걱정 비슷한 무언가라고 이해한 주인공은 페리사에게 자신은 걱정 말라 비슷하게 대답을 하지만, 페리사가 문맥을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페리사가 자신이 들고 온 것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주인공의 세계에서 있었던 장기 비슷한 보드게임이었습니다. 페리사는 이걸 가지고 놀자는 모양이지만 당연하게도 주인공이 이세계 장기의 규칙을 알 리가 없습니다. 그 때, 왠지 모르게 무서운 분위기의 샤리아가 페리사의 어깨를 잡으며 리벤지 매치를 신청하지만...또 털려서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맙니다(...)
그들이 하는 게임을 지켜본 결과, 주인공은 이 보드 게임이 자신의 세계의 장기와 게임방식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만약 이 게임을 배울 수 있다면 이세계인들과 보다 더 잘 교류하면서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죠. 그래서 주인공은 페리사에게 이 게임을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리파리아어가 서툰 페리사에게 있어서 게임 규칙을 설명하는 건 어려운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자 샤리아가 자신의 아까 전 한심한 모습을 만회할 기회라 여겼는지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그녀는 주인공에게 먼저 이 게임의 이름부터 알려주는데, 주인공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습니다. 방금 전 샤리아가 말해준 게임 이름과, 자신이 지금껏 ‘걱정’ 비슷한 의미로 알고 있었던 단어의 발음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주인공은 한 가지 결론에 이릅니다. 만약 자신이 처음부터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거라면? 만약 지금까지 주인공이 걱정 비슷한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던 단어가 사실은 그냥 단순히 이세계 장기를 의미한 거였다면...전날 밤 샤리아는 단순히 장기 관련해서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살짝 어리광을 핀 것일 뿐이고, 페리사도 주인공에게 그저 장기 둘 수 있냐고 물어본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단어를 걱정 비슷한 의미로 알고 있어 아, 얘네들이 나를 이렇게 걱정 해주고 있구나, 라는 뜻으로 오해해 버린 것입니다. 뒤늦게 자신이 김칫국을 냄비 째로 마셔버렸다는 걸 깨달은 주인공은 속으로 죽을 만큼 쪽팔려합니다.
그러던 와중 그들이 있던 방으로 들어온 레셰르는 그들에게 어떤 작업을 시킵니다. 작업은 주인공의 있던 세계의 농업과 비슷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쉬는 시간에 주인공은 샤리아에게 이쪽 세계의 문자를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후 주인공은 샤리아를 통해 이세계어의 문자가 리파세 문자라고 불린다는 걸 알아내고(영어에 사용되는 문자가 알파벳이라 불리듯이, 리파리아어의 문자도 리파리아 문자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든 듯합니다), 각 문자들의 발음을 부족하게나마 어느 정도 특정 짓는데 성공합니다.
그 날 저녁, 문자를 배운 주인공은 레셰르에게 책이 있을 만한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봅니다. 처음엔 주인공의 서툰 언어실력 탓에 제대로 의미 전달이 되지 않았으나, 거듭된 시도 끝에 주인공은 리셰르로부터 이세계의 도서관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그 장소로 가보자 문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습니다. 저녁 먹고 상당히 늦은 시간에 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주인공이 문을 흔들어보려는 찰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연상의 누님이 있었습니다. 책을 몇 권인가 들고 있어 도서관의 사서로 추정되는 그녀는 주인공에게 뭐라 말한 후 그에게 가방 안에 있던 팸플릿 한 장을 나누어줍니다. 주인공이 그걸 살펴보니 대충 도서관의 이용과 관련된 내용인건 짐작할 수 있었으나,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에 주인공은 다음 날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들을 읽어보자 다짐합니다.
-Side 4. 샤리아(과거편)
제 2차 국가통일 전쟁 후에도 정부군과 혁명파 사이의 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
샤리아 일가는 전란을 피해 원래 살고 있던 곳에서 유에스리오네 라는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소설 맨 처음 도입부에 샤리아와 주인공이 조우했던 장소와 동일한 곳으로 추정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옆집에 사는 동년배 친구인 에리나와 같이 미술 학원을 다니며 그녀와 친분을 다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때와 같이 에리나와 함께 미술 학원으로 향하니, 미술 학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볼 일이 있으신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둘은 놀자고 약속을 정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에리나의 집 앞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느 때와는 다르게 에리나의 집 앞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심각해 보이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에리나의 가족 중 한 사람이 혁명파에 관계되었다는 이유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샤리아는 어쩌면 미술 선생님이 오늘 학원에 계시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전란의 손길은 그렇게 어린 두 소녀에게까지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5일차
날이 밝자 주인공은 전날 봐두었던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뒤에서 레셰르가 ‘야, 일은?!’ 비슷한 말을 하기는 했지만, 자신은 도서관에서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뜻을 어필하며 도서관으로 발을 옮깁니다. 도서관에 도착하자 주인공은 전날 도서관 앞에서 보았던 사서 누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녀와의 통성명을 통해 그녀의 이름이 힌겐파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첫날 샤리아의 집에 있었을 때 본 적이 있는 책을 꺼내든 그는 그 책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그 책은 리파리아어의 사전으로 추정되는 책으로, 리파리아어의 어휘와 그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영어공부를 할 때 영영사전을 찾아보며 영어실력을 기르듯이 주인공도 같은 걸 시도하지만, 역시 기본 베이스가 부족하다보니 그렇게 쉽게 진도가 나가질 않습니다. 그러던 와중,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걸어 주인공은 깜짝 놀라고 마는데, 걱정이라도 되어서 온 건지 레셰르가 찾아온 것입니다. 안 그래도 여러 군데에서 막혀 진도가 안 나갔던 주인공은 리파리아어 원어민인 레셰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만, 레셰르는 육체파라 그런지 해당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에 상당히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도 그 나름대로 그림까지 그려가며 열심히 설명해주었고 이를 통해 주인공은 여러 가지 언어적 지식들을 알게 됩니다.
한창 공부를 계속하던 와중, 다시 모르는 것이 생겨 레셰르에게 물어보려하니 레셰르는 이미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사서인 헨겐파르에게 물어보자 해서 사서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만, 주인공은 도서관 밖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밖에는 방탄조끼를 입은 민병들이 여럿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딱 봐도 평소의 평화로운 상황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일단 주인공은 짐을 챙겨 샤리아 일행이 있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주인공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만, 그곳에 샤리아는 없었습니다. 대신 샤리아가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가 한 장 놓여있었습니다. 이제 막 리파리아어 독해 첫걸음을 뗀 주인공에게 있어서 샤리아의 편지 내용의 태반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그 가운데에서 고유 명사로 보이는 단어 하나를 추려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지도를 펼쳐보니 아까 자신이 추려냈던 고유 명사가 지도에도 나오는 걸 알아내고, 그 장소로 향합니다.
지도에 표시되어있던 그 장소로 가자 하얀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그를 맞이합니다. 그녀에게 샤리아에 대한 걸 물어보며 잠시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주인공은 샤리아와 만납니다. 샤리아와 여인과의 대화 속에서 전혀 모르는 어휘들을 듣게 된 주인공은 샤리아에게 이를 질문하자, 샤리아는 그에게 기도하며 뭔가를 숭배하는 듯 한 동작을 취하며 설명해줍니다. 이를 통해서 주인공은 자신이 있는 곳이 이세계의 종교시설에 해당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하얀 원피스의 여자가 일종의 사제에 해당된다는 것도요.
그러던 와중 뭔가 지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주인공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하여튼 사제와의 통성명을 통해 사제의 이름이 피샤라는 걸 알아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갑자기 주인공이 있던 건물에 민병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그러자 피샤는 민병들에게 주인공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주인공에게 있어서 좋지 않게 돌아가는 건 확실했습니다.
- Side 5 . 샤리아
아침에 주인공이 숙소를 나서자 그녀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믿는 종교는 원래 주에 1번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최근엔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일요. 샤리아는 주인공에게 메모를 남기고 교회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 곳 레토라에서의 종교의식은 샤리아 자신이 믿던 것과는 달라, 샤리아는 교회 안의 사제 피샤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샤리아가 믿는 것과 레토라의 종교의식이 차이가 나는 것은, 정부군이나 혁명파에 따라서 해당 세력의 다수가 믿는 종교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선 혁명파가 믿는 종교가 상대적 소수가 되고, 이는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럴 경우 소수파 종교의 사제 격인 인물이 자신이 믿던 종교를 거부하면 심한 꼴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불행하게도 피샤의 스승에 해당되는 사제가 바로 그 케이스였습니다. 피샤의 스승 사제는 현재 레토라를 점령하고 있는 혁명파와는 반대되는 종교적 신념을 가졌고, 끝내 혁명파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샤리아는 두 세력 간의 다툼에서 희생당했을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를 올렸습니다.
·6일차
주인공은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파악이 안 되는 가운데, 간수와 함께 레셰르가 그를 찾아옵니다. 급한 마음에 일본어로 레셰르에게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당연히 레셰르가 그걸 알아들을 리는 없습니다. 간신히 진정을 한 주인공에게 레셰르는 그림을 그려가며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그림과 리셰르의 부연설명에 따른 정보에 의하면 주인공은 스파이 혹은 배신자 혐의를 받고 있으며, 얼마 안 있어 재판이 열릴 거라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해야만 했지만, 아직 리파리아어가 서툰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요구였습니다. 레셰르는 이에 주인공에게 재판에서 너를 위한 변호인이 있을 거라며 위로합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재판을 받게 되었지만, 주인공이 아무리 찾아봐도 레셰르가 사전에 말했던 위치에 있어야 할 변호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재판은 주인공의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인공은 법정에서 오가는 말 태반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자기 자신을 변호해가며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종의 참고인 자격으로 전날 교회에서 봤던 피샤가 소환되었습니다. 참고인 자격의 피샤는 재판관 및 검사와 여러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주인공은 그들의 모습에서 이세계의 장기를 떠올립니다. 한 수 한 수 서로 번갈아가며 수를 놓듯이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그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이 주인공을 구석으로 몰아넣기 위한 악의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주인공이 불길한 느낌을 느끼기도 잠시, 주인공은 어느 샌가 법정 안의 민병들에게 포위당했고, 주인공의 불길한 느낌은 현실이 되어 주인공은 민병들에게 제압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법정의 문이 열리고 힌겐파르가 들어왔습니다. 시간에 안 맞긴 했지만 주인공의 변호인 역할로서 법정에 서게 된 힌겐파르는, 법정공방 끝에 어떻게든 주인공을 법정으로부터 빼내는데 성공합니다. 힌겐파르에게 감사인사를 올리고 주인공은 숙소로 돌아가지만, 이미 그가 스파이 혹은 배신자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온 거리에 퍼진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비가 오고 있어, 주인공은 우산 그림을 그리고 가계에서 이를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거리의 가계 주인들은 우산이 없다고 우기며 그를 내쫒거나, 멀쩡하게 우산들이 보이는데도 일부러 고장 난 우산을 던져주고 내보내는 등 그를 대놓고 냉대합니다.
우산도 제대로 쓰지 못해 비에 쫄딱 젖어가며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주인공은 생각합니다. 뭐가 치트 능력이냐. 뭐가 하렘이냐. 이세계에 와서 치트 능력으로 하렘을 만들기는 개뿔. 그런 꿈은 그저 주인공의 망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현실 속의 주인공은, 이쪽 세계의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력하기 그지없는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말 그대로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바로 그 상황이지요.
그렇게 주인공이 비를 맞아가며 숙소 앞까지 이르자, 주인공은 숙소 앞에서 샤리아와 마주쳤습니다. 짐을 끌고 숙소를 나가는 모양새였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샤리아는 주인공을 보자마자 등을 돌리더니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다행이도 맨몸인 주인공과는 달리 샤리아는 짐을 끌고 달리고 있어 얼마 못 가서 따라잡히지만, 샤리아는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같이 있을 수는 없다고요. 배신자로서 낙인이 찍혀버린 주인공 곁에 있다간 샤리아 일행에게도 무슨 화가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 샤리아를 무작정 매정하다고 매도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의 눈앞에서 이세계에서의 그의 가장 오래된 인연이 멀어져 갔습니다.
하다못해 비라도 피하고자 주인공은 숙소로 돌아옵니다.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져있는 상태에서 편지를 한 장 발견하게 됩니다. 샤리아가 자신에게 남기는 마지막 작별인사인가 싶었지만, 주인공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에 주인공은 샤리아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어 그녀의 필체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주인공의 눈앞에 있는 편지의 필체는 샤리아의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단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주인공은 자신이 무언가의 음모에 휘말렸다는 걸 직감하게 됩니다.
-Side 6 . 샤리아
(본편 4일차의 내용과 이어지는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이 저녁 늦게 도서관으로부터 돌아왔습니다. 숙소를 나간 시점부터 이미 상당히 늦은 시간이라 도서관이 열리가 없을 터인데, 주인공은 괜히 헛수고만 한 셈입니다. 조금 시간이 자닌 후, 밖에 나갔다 온 주인공이 창밖을 통해 멍하니 밤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에 샤리아도 감성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주인공도, 그녀와 태어나 자란 곳은 다르지만 그녀가 보던 것과 같은 밤하늘을 봐왔을 터입니다. 밤하늘을 보면서 고향 생각이라도 하는 것일까요.
그러던 와중, 밤하늘을 쳐다보던 주인공이 멍하니 그의 언어로 별(星, 호시)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녀가 처음 들어보는 말에 샤리아는 흥미를 느끼며 주인공의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계속 샤리아는 주인공에게 그녀의 언어를 가르쳐주기만 할 뿐, 그녀 자신이 주인공의 언어를 배울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샤리아는 언젠간 주인공이 사용하는 언어를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둘이서 같이 밤하늘을 쳐다보는 가운데, 그만 잠에 빠져들고만 주인공이 샤리아의 어깨에 기대어 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샤리아는 굳이 주인공의 머리를 치울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둘의 머리가 포개진 채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7일차
숙소에서 잠을 자던 와중에 공기에서 느껴지는 강한 진동에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이미 창밖에는 총성과 폭음, 그리고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가득한 상태였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주인공이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와 보니, 집 앞에는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는 병사가 있었습니다. 이미 죽을 걸로 보이는 그 병사로부터 적어도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얻기 위해, 주인공은 병사의 몸을 뒤져 라이플 등 기타 필요한 무기들을 얻게 됩니다. 총을 얻고 탄이 들어있는 탄띠를 얻기 위해 병사의 몸을 뒤집는 순간에는, 주인공도 그걸 졍면에서 볼 자신은 없어 눈을 돌리게 되죠. 그러면서, 주인공은 어제에 이어서 자신의 무력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그렇게 원했던 그 잘난 치트 능력 중 회복 관련 능력이 있었더라면, 이 병사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병사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채 그저 병사가 가진 것만을 취하고 있을 뿐이죠. 판타지 소설에서 회복마법을 쓰듯이 ‘리커버리-.’ 라 중얼거려보지만, 당연하게도 효과는 없습니다.
그러던 와중, 죽은 줄로만 알았던 병사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병사는 죽은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아직 생명줄이 붙어있을 뿐, 병사의 생명의 불의 꺼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사실은 명백했습니다. 자신에게 허락된 한정된 시간 안에서 병사는 주인공에게 무언가를 말하는데, 부탁이야...‘펜테쇼레’를...라고 말했습니다. 펜테쇼레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병사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으로서는 병사가 말한 ‘펜테쇼레’ 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는 알 방법이 없었지만, 일단은 병사를 이런 꼴로 만들어버린 누군가라고 이해했습니다. 죽은 병사를 뒤로 하고 주인공은 다시 길을 떠납니다.
주인공이 병사로부터 무기를 얻은 채 전에 본 적이 있는 바리케이드 앞까지 다다르자,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과 조우합니다. 바리케이드 앞에서 샤리아와 마주친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시간도 없이, 갑자기 바리케이드 부근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들려오더니 군화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군화발을 울리는 한 무리의 병사들이 주인공과 샤리아를 보고 저기 있다-! 라는 식으로 소리치는 걸 들은 순간, 주인공은 그들이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적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가지고 온 총을 들어 그들을 조준, 사격하자 몇 명의 병사들의 주인공의 총격을 맞고 쓰러집니다. 이것이 바로 이세계 전생물 주인공의 힘이다! 라고 주인공이 잠시 자아 도취되는 사이, 탄이 떨어졌는지 기능고장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의 총이 갑작스럽게 발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적들이 이미 이쪽을 조준하고 있어 조치를 취하고 다시 총을 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영웅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면, 하다못해 영웅으로서 죽겠다는 생각으로 샤리아를 자신의 몸으로 감쌌습니다.
주인공이 눈을 질끈 감는 것과 동시에 수많은 총성들이 울려퍼졌지만...주인공은 죽지 않았습니다. 물론 샤리아도요. 순간 자신이 천국에 있는 건가, 상황 파악이 되지 않던 주인공이 주위를 둘러보자, 레셰르를 비롯한 민병들의 모습이 보였고, 다시 시선을 돌리자 방금 전까지 자신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던 병사들이 쓰러져있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다행이도 딱 좋은 타이밍에 레셰르 일행이 주인공과 샤리아를 구해낸 것입니다.
목숨을 바쳐서 샤리아를 감싸려고 했던 모습이 보여서, 한 때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주인공은 레셰르 일행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런 와중에 주인공은 방금 전의 적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적이 이기지 못했던 이유가 300대 5000이라도 여유롭게 이길 수 있는,
라이트노벨이 남긴 위대한 전술 ‘포위섬멸진’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겠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이거 실제로 라노벨에서 나온 대사 맞습니다! 대놓고 300명의 병력으로 5천에 달하는 병력을 ‘포위’해서 ‘섬멸’했던 모 라노벨을 저격하고 있죠. 이 정도의 저격글이 나올 정도면 그 라노벨이 일본에서도 어지간히 안 좋은 의미로 유명했나 봅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 대해서 주인공이 가진 의문점은 한 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의문스러운 게 바로 자신이 발견한 정체불명의 편지였습니다. 자신으로서는 편지의 내용을 해독할 수는 없었지만, 이 편지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자신이 배신자로 몰리고 민병들에 의해 험한 꼴을 당할 뻔한 상황에 대한 해답도요. 편지에 대한 수수깨끼를 풀기 위해서 주인공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도서관에 있던 힌겐파르에게 자신이 가지고 온 편지를 보여주자, 힌겐파르의 표정의 변합니다. 이에 힌겐파르는 작업복이나 제복 차림의 장정들을 한 가득 모아서, 며칠 전 주인공이 간 적 있었던 교회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에 이르자 지하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는 며칠 전 주인공이 교회에 처음 갔을 때 들었던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그 소리에 힌겐파르가 인부들에게 지하로 가보라고 하자, 교회의 사제인 피샤가 이곳은 신성한 교회인데 뭐하는 짓이냐, 비슷한 투의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인부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피샤는 교회 밖으로 달려 나가 어딘가로 향하는데, 헨겐파르는 그녀를 추격하며 그녀 자신은 가방 안에서 경기관총을 꺼내들고, 주인공에게는 만약을 위해서라며 권총을 건넸습니다. 도망치는 피샤를 향해 위협사격이라도 날려볼까 하는 주인공이었지만, 아까 전 적군 병사들을 상대할 때 나왔던 운이 이번에도 나올 거 같지는 않아 포기하고 그녀를 추격합니다.
힌겐파르와 주인공이 피샤를 쫒아 지하수로에 들어서자, 얼마 안가서 육중한 철문 뒤에 각종 통신 장비들이 들어서 있는 방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모 집단의 임시본부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너머로 추격하려고 하던 찰나, 총성과 함께 힌겐파르가 쓰러집니다. 손 부분에 총을 맞아 당장 목숨에 지장은 없으나,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어둠 속에서 총을 쏜 피샤와 대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동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긴장 속에서 서로 대치하던 중, 인부로 보이는 사람이 급히 내려오면서 대치상황은 깨지고 맙니다. 피샤가 쏜 총에 인부가 사망하고, 피샤가 도망치는 사이 주인공인 힌겐파르의 경기관총을 들고 그녀를 추격합니다. 추격전 끝에 피샤를 따라잡는데 성공했지만, 피샤가 쏜 총에 어깨를 맞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처는 아니기에, 주인공은 이를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피샤에게 경기관총을 겨눕니다. 주인공이 손가락만 까닥하면 그 즉시 피샤는 죽을 수도 있는 상황. 피샤는 조용히 주인공에게 한 마디를 읊조립니다. 아마 이제 그만 자신을 죽이라는 뜻이리라, 라는 건 주인공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주인공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지하수로에 경기관총이 내뿜는 총성이 수도 없이 울려퍼졌습니다. 그리고, 얼이 빠졌을 뿐 멀쩡히 살아있는 피샤를 앞에 두고, ‘난 너랑은 달라’, 라는 말과 함께 주인공은 허공에 모든 탄을 퍼부어버린 경기관총을 내려놓았습니다.
지하수로에 피샤를 포박해놓은 후 힌겐파르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가니, 샤리아가 울면서 주인공을 반겼습니다. 한 때 그녀는 배신자라는 오명을 쓴 그로부터 도망치고 말았지만, 그런 건 아랑곳 않고 주인공은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그녀를 지켜주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다쳐가면서도 이 도시의 위기를 해결했습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샤리아는 끊임없이 미안하다고 되뇌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주인공이 그런 그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자, 샤리아는 화가 났는지 부끄러운 건지는 모르지만 주인공으로부터 거리를 벌립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얼굴이 새빨개진 그런 샤리아의 모습도 귀엽다고 여깁니다.
그러던 와중, 주인공은 며칠 전부터 지하에서 들리던 이상한 소리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설마 자신이 피샤를 포박했던 게 어설퍼서 뭐가 잘못된 걸까, 라고 고민했던 순간, 돌연 힌겐파르가 지하에 진입하려고 하는 인부들을 소리질러 막습니다.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하로 향하는 입구가 폭파되어 완전히 매몰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분명, 주인공의 기억으로는 그들이 진입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폭발물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즉 주인공 혹은 힌겐파르 일행을 죽이려는 음모였을지도 모르지만, 진실은 지하도와 함께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로서 사건은 마무리 되었지만, 주인공은 아직 궁극적으로 해결된 건 없다고 느낍니다. 아까 전 죽어가던 병사가 말했던 펜테쇼레가 과연 무엇인가도 그렇고, 전란의 바람이 가시지 않은 이 세계에서 평화에 이르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거기에다 주인공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까지...만화에서 엔딩을 낼 때 흔히 사용하는 대사로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라는 상황이 딱 주인공이 처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렇게 사건을 한 건 해결해서 찾아온 잠시나마의 평화를, 좋다고 느꼈습니다.
-Side 7 . 샤리아(결심편)
예의 그 사건 이후 레토라에선 최근 몇 년간 소집된 적 없던 큰 회의가 소집되어 당장 처리되어야 할 일들과 향후 대책에 대해서 논의되었습니다. 샤리아 일행도 일단 참석하기는 했지만, 어른들의 회의 자리에 샤리아 같은 미성년자가 낄 틈은 없었습니다. 회의에서의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고 있던 도중 샤리아는 주인공과 눈이 마주칩니다. 샤리아가 그에게 먼저 미소를 지어보이자, 주인공 또한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샤리아에게 있어서 맨 처음 주인공은 이쪽 세계 언어를 모르는 이세계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의 주인공은 샤리아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입니다. 그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고, 그가 곤란해 하는 것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도우며 그에게 헌신하기로, 샤리아는 결심했습니다.
평가
일단 이 라이트노벨을 쓴 작가의 이력부터 뭔가 범상치 않습니다.
이 작가는 작중의 인도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과거 인도에 거주하면서 인도의 타밀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언어들에 대한 교양을 쌓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작중에서 인도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주인공이 회상하는 형식으로 나오는 각종 언어 지식들은 예상 외로 알찹니다. 예를 들어, 앞서 등장인물 소개 파트에서도 나왔지만, 형용사가 명사의 앞에 붙어 명사를 수식하는 언어가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볶은/밥 혹은 영어로 Fried/rice 라고 썼을 때, ‘기름에 볶다’ 라는 뜻을 가진 술어가 각각 밥이라는 명사의 앞에 와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이처럼 한국어 혹은 영어에서는 형용사가 명사 앞으로 와서 해당 명사를 수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어의 나시/고랭 같은 경우에는, ‘나시’가 밥, ‘고랭’이 ‘기름에 볶다’라는 뜻을 가져 형용사와 명사의 순서가 반대인 걸 알 수 있지요. 이런 식으로 라노벨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언어지식들은 작가가 이런 방면에 대해서 꽤 공부를 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책 맨 뒷부분을 보면 작가가 이 라노벨을 쓸 때 간사이 외국어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여러 명의 인원들에게 감수를 받았다고 나와있습니다. 이는 요즈음 양산되는 잡스러운 라노벨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지 작중에서 등장하는 이세계의 언어인 리파라인어도 상당히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본적인 주어-술어-목적어 순의 어순에서부터 동사의 격에 따른 응용까지. 에스페란토 어처럼 다른 언어로부터 차용한 요소들이 군데군데 없는 건 아니지만, 흔한 라노벨이 그렇듯 단순히 영어나 일본어의 어순에 단어만 다른 걸 대입시킨 허접한 이세계어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가 자신도 이 인공언어에 대해서 상당히 자신이 있는지, 아예 작가 후기를 일본어와 라피라인어로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제가 느끼는 단점이 있다면, 이 라노벨은 주인공이 자신이 듣거나 읽은 이세계어에 대해 추론하는 부분이 정말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주변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을 통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간단하게 나타내보자면,
1) 주인공이 자신이 모르는 어휘나 문법을 발견합니다.
2) 이를 샤리아나 기타 주변 인물들에게 질문합니다.
3) 주변인물이 이에 답을 해주지만, 역시 이세계어라 그런지
답변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4) 이에 대해 주인공은 자신 나름대로 추리력을 풀가동해 해당 문제에
대한 답을 추론해 냅니다.
5) 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주인공이 답을 찾아냅니다.
대충 이정도가 됩니다. 모르는 언어에 대해서는 나름 모법적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추론과정이 전체 라노벨에서 절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등장인물의 매력이 덜 전달되고,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스토리가 약간 단조로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추론 과정을 마치 탐정물 보는 것 마냥 즐기실 수 있는 독자라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이걸 지루해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읽는 거 자체가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언어 추론에 너무 많은 지분을 두어서 그런지, 다른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감상이 드는군요.
뭐, 그래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름 즐기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라이트노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적어도 제 친구가 이 책을 보여주며 ‘야, 이거 내가 대충 봤는데 꽤 재미있어 보이더라? 한 번 읽어볼까?’ 라는 말을 했을 때, 진지한 표정으로 ‘친구야,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라며 말릴 거 같지는 않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읽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봅니다.
여기까지 긴 글을 읽어주시느라 정말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IP보기클릭)211.221.***.***
(IP보기클릭)49.167.***.***
(IP보기클릭)118.46.***.***
후기쪽 보니 언어적 문제 때문에 가로가 된게 아닐까 싶긴하네요. 일본어만이라면 세로겠지만 그게 아니고서는 세로쓰기가 엄청 불편하긴 하다보니.. | 18.08.12 21:30 | |
(IP보기클릭)14.52.***.***
(IP보기클릭)14.42.***.***
(IP보기클릭)175.210.***.***
(IP보기클릭)122.40.***.***
안읽어봤지만...나름의 규칙이 있긴하지않을까여. 왠지 키릴문자랑 그리스어짬뽕같은데 | 18.08.23 22:13 | |
(IP보기클릭)211.243.***.***
(IP보기클릭)220.79.***.***
(IP보기클릭)218.153.***.***
그렇게 된다면 가장 애니화하기 힘든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 언어가 주제인 만큼 당연히 리파라인어가 나올테고 주인공성우 혼자만 편하게 일본어하는 가운데 나머지 성우들은 실존하지않는 가공의 언어로 연기해야되니 | 18.10.03 02:44 | |
(IP보기클릭)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