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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뚫린 가슴의 구멍.
상처 끝에 보이는, 피에 젖은 감색 결정에는 균열이 생겼다.
균열이 뻗어갈 수록, 소녀는 끝자락부터 재가 되어간다.
“안 돼……안 돼!!”
울며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벨은 같은 말을 거듭 외쳤다.
안 돼, 이런 건 안 돼, 없어지면 안돼.
소녀의 몸을 그러 안으며, 감은 눈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내린 눈물이 희푸른 뺨에 떨어진다.
“…베, 엘?”
“!”
귓가에 닿은 숨결 같은 속삭임에, 벨은 퍼뜩 시선을 돌린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열고서, 호박색 눈동자에 빛을 되돌리며, 비네는 눈을 떴다.
경질화 되어 거스럼이 일어난 뺨은 그대로.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시선으로, 벨을 올려다 보고 있다.
“비네……!”
“…베,엘……미안.”
비네는 피를 흘리는 벨의 얼굴을 보며, 쉬어드는 목소리로 사과한다.
서서히 다가오는 부스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벨은 몇 번이고 고개를 저었다.
미소가 되지 않은 웃음을 지으며, 눈물과 함께 웃는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난 아무렇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비네--.”
--사라지지마.
어깨를 부둥켜 안는 손에 힘을 담으며, 벨은 애원한다.
몸이 흔들리고, 소년의 가슴에 이마를 댄 비네는, 행복에 안긴듯이 아련한 미소를 짓고서, 호박색 눈동자를 적셨다.
삐직, 가슴께에서 아릿한 소리가 울리고, 끝내는 용의 몸체가 모조리 무너져 내린다.
“…꿈을, 꿨어.”
“어……?”
인간의 상반신이 남아있는 비네는, 눈을 크게 뜬 벨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는……무서운 꿈.”
회색 모래를 흘리며생명의 시간을 잃어가며, 비네는 떨리는 손을 들어올린다.
“그래도, 있지?”
벨의 뱜에 살며이 갖다댄 오른손이, 닿은 그 순간 무너져 내린다.
오열 속으로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비네는 말했다.
“이번엔……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었어.”
벨의 눈동자가 크게 담숨에 부릅뜨인다.
“기뻐….”
눈을 감고, 투명한 물방울이 뺨을 타고 내린다.
입술이 말을 맺고, 단 하나의 『꿈』에, 소박한 정경에 안긴다
이형의 소녀는, 이 순간, 분명히 충족되어 있었다.
재가 흘러내린다.
소녀의 몸이 모습을 바꾸어 간다.
망연한 벨의 눈 앞에서,
고마워.
비네는 눈물을 흘리며, 한송이 꽃처럼 미소지었다.
그리고,
“벨……정말 좋아해(大好き).”
사라졌다.
무너져내렸다.
벨의 손가락 사이로, 대량의 재가 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소녀의 온기가 사라져간다.
“---.”
시간이 멈춘 벨의 뺨을, 마르지 않는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린다.
흩날리는 잿가루.
반짝이는 회색 빛 속에서, 소녀와 함께한 추억이 떠오르며 반사되고, 반짝이다, 사라져간다.
만나고.
겁먹고.
슬퍼하고.
주저하고.
마주닿고.
감사하고.
이름을 부르고.
기뻐하고.
미소짓고.
포옹하고.
눈물짓고.
가슴속에서 흘러내리는 재 속에서, 아름다운 빨간 보석만이 부서지지 않고 남았다.
“아. 아아--.”
감정이 무너진다.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
목젖이 떨리고, 통곡이 치밀어오르려 한, 그 다음 순간.
“【미답의 영역이여, 금기의 벽이여, 오늘 이 순간, 내 육신은 하늘의 법전에 등을 돌린다--】”
영창이 울려 퍼졌다.
“?!”
눈물을 흩뿌리며 돌아본 그 앞, 벨의 등 뒤에 선 것은, 흑의의 마술사.
“【피오스의 지팡이, 사루스의 술잔. 치유의 권능으로도 닿지 않는 그대의 목소리여--부디 기다려주오】.”
펼쳐지는 것은 하얀 마법진. 방출되는 것은 인지를 초월한 [마력]의 빛.
벨이 눈을 부릅 뜬 그 앞에서, 펠즈는 소리 높여 주문을 이어간다.
“【왕의 심판, 단죄의 뇌정(雷霆). 신의 섭리에 거슬러 불타 없어진다면--】
지하통로에 가득차는 순백의 마력광은 머리 위의 구멍을 넘어, 한줄기 광휘가 되어 하늘로 오른다.
황혼의 한늘에 우둑선 빛 기둥을, 오라리오에 있는 모든이가 목격했다.
“이 빛-- 펠즈?!”
“윽……?!”
발치에서 뿜어나오는 빛에, 모험자들을 광장에서 철수 시키고 있던 레이와 그로스, 그리고 그들에게 실려나가던 리드가 눈을 부릅떴다.
“헤스티아님!!”
“신의 송환……? 아니, 달라?!”
권속의 용태를 살피고 있던 헤스티아도, 벨프가 가리킨 그 빛을 보았다.
“핀…….”
“환락가 방향……벨 크라넬, 아니 비브르 인가?”
【로키 파밀리아】의 모험자 들도 하늘을 올려다 본다.
“쓰려는 거냐, 펠즈…….”
노신은 눈을 감고,
“몇 번 쯤 본 적 있어, 저 빛.”
은발의 미신은 거탑에서 미소짓고,
“뭐가 터질라 카나.”
붉은머리 여신은 지붕 위에 앉아서,
“틀림없이 기적이지.”
여행모자를 쓴 남신은, 눈웃음을 지었다.
“【--스스로 명부로 가리라】.”
영창이 가속한다.
마법진이 더욱 빛을 발하고, 벨의 얼굴과 검은 옷을 물들였다.
“【열어라 카론, 명계의 강을 넘어서. 들어라 명왕. 이 미칠듯이 바라는 선율을】
울려퍼지는 장엄한 음률. 신성한 선율.
그것은 하계의 섭리를 비트는 악업.
“【그치지 않는 눈물, 흩어지는 통곡. 대가는 이미 치루었노라】.”
초장문 영창으로 이루어지는 금기의 [마법].
결정된 운명을 뒤집고, 절대 뒤집을 수 없는 법칙에 반역하는 비기.
“【빛의 길이여. 정해진 과거를 제물로, 어리석은 바람을 비추어다오】.”
태고적의 [현자]에게만 허락된, [소생마법].
“【아아, 나는 뒤돌아보지 않으리--】.”
영창의 완성, [마력]의 임계.
펠즈의 모든 정신력과 맞바꾸어, 그 애원의 노래를 바친다.
“--【디어·오르페우스】.”
빛의 기둥이 부서진다.
그 대신, 지하공동이 무수한 백광에 휩싸였다.
눈처럼 빛나는 보옥. 눈을 휘둥그레 뜬 벨의 눈 앛에 모여서, 나선을 이루고, 높은 청음과 함께 하나로 모인다.
마지막으로 마법진 밑에서 솟아난 희푸른 빛이, 벨의 가슴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다음 순간, 유리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섬광과 함께 터져나갔다.
모든 것이 눈부신 빛에 새하얗게 물들고,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벨은 -- 품 안에 되살아는 무게와, 온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뭇머뭇, 기도를 바치듯이 눈을 떠보자……눈을 감은 소녀가, 그 품안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아--.”
쉬어드는 탄성을 흘리며, 곧바로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그 뺨에 손을 가져다 댄다.
차갑다. 하지만 따뜻하다. 고동 소리가 전해져 온다. 숨을 쉬는 소리다.
가느다란 사람의 사지. 용의 날개는 사라지고, 땅 위에 쌓인 잿더미는 크기가 줄었다.
이마에 묻혀있는 붉은 보석이, 벨의 눈동자를 비추며 빛을 낸다.
“……처음으로, 성공했군.”
풀썩, 둔중한 소리를 내면서.
벨의 등 뒤에서, 검은 옷의 마술사가 체력도 기력도 다한 듯이 주저앉았다.
“8백년, 인가……나 참, 슬롯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마법이라고 원망하기까지 했지만…….”
돌아보는 벨과 마주보며, 그 후드 속에서 미소를 짓는 기색을 흘리며.
펠즈는,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아아…… 의미는 있었구나.”
목이 메이는 펠즈의 모습에, 벨의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넘친다.
용 소녀에게 시선을 돌리고, 한번 더 그 뺨의 온기에 닿으며-- 꼬옥, 그 품안에 꼬옥 안았다.
감고 있는 소녀의 눈꺼풀 사이로, 투명한 물방울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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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명 오르페우스....... 노렸구나 작가 ㅠㅠ
덧. 퍼갈 분은 그냥 퍼가세요. 다만 반응은 보고싶으니 어디로 퍼갔는지만 알려주셈.
덧2. 아 오타 존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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