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식이나 손자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노인이 이 나라에 몇 명이나 있을 것 같냐?"
개복치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치매에 걸렸어도 가족 목소리쯤은 알겠지.
그렇지만 이어진 개복치의 말에 이 범죄의 본질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너, 일년에 몇 번이나 귀성하냐?"
말문이 막혔다. 나는 벌써 몇 년이나 본가 근처조자 가지 않았다. 내 주변 놈들도 학생 시절에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명절에는 귀성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일 년에 한 번도 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고 있다.
가령 일 년에 두 번, 부모의 나머지 인생을 30년이라고 가정하면 사망하기 전까지 60일밖에 같이 지내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식에게는 아직 30년이라는 긴 세월일지도 모르지만 부모에게는 고작해야 2개월이다.
앞으로 그 일수는 늘어날 것인가.
아니다. 결국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줄어들겠지.
내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성인이 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만나러 와줄까?
내 상상 이상으로 부모 자식의 유대는 희박해져 있다 .
휴대전화나 인터넷이 발달해서 의사소통의 거리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편적인 견해인 것 같다.
오히려 싫은 것에서 도피하는 수단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고 피부에도 닿지 않는 상담 상대가 늘어난 것도 심각하다.
지식은 눈으로, 지혜는 귀로 얻는 법이라고 어린 실절에 그림책으로 배웠을 터인데, 어른이 되고 나서 까맣게 잊어버렸다.
부모의 마음을 빼았는다.
부모의 대가 없는 사랑을 빼앗는다.
그런 몹쓸 범죄에 동참한 나는 잔혹한 놈이겠지.
부모 마음을 원한다.
부모의 대가 없는 사랑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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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 파트에서 분노가 솟구치고 동시에 사회의 현실에 대한 씁쓸함도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하루치카 시리즈 제 3탄 공상 오르간 중 일부분입니다.
정말.... 이런 씁쓸한 면모가 하루치카 시리즈에서 볼수 있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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