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작품 감상에 도움을 주고 재미를 더하는 포인트를 추려봤습니다.
대단한 내용은 당연히 없기에 스포일러 목록은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작부터 귀여운 너구리 한 마리 몰고가세요.
목 차
1. 허무함과 충실함
2. 책임과 소홀함
3. 진짜와 가짜
4. 예의와 무례함
5. 고의와 실수
6. Wille und Vorstellung (의지와 표상)
7. 마녀와 기사
8. Kyrie, eleison
1. 허무함과 충실함
코앞에서 벌써 산소가 떨어졌습니다. 굉장히 어줍잖은 탈출입니다.
큰소리치긴 했지만 보면 누가 기다리는것도 아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라 하기에도 너무 어설픕니다.
이 아가씨 별로 죽고싶은 마음이 없어보입니다.
그저 도망치고 싶었을 뿐.
반대로 생활은 꽤나 충실했습니다.
농사꾼 같다고 놀림받았는데 제대로 작물을 키우려면
기계를 쓴다 해도 정성을 쏟고 정말로 부지런해야 합니다.
여기가 농업학교가 아니라서 문제지.
2. 책임과 소홀함
책임과 소홀함은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고 만나서 서로 길들였다면 책임을 져야합니다.
비슷하게 무녀를 둘러싼 학원 결투물의 모습을 보여준
우테나와 스타드라이버에서도 강조되는 주제입니다.
스타드라이버에서는 대놓고 "아프리보와제(apprivoiser)"를 외치며
지금 이 시간에, 청춘에, 사랑하는 서로에게 충실하라고 말합니다.
아이에 대한 책임, 돌봄에 소홀한 모습이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얼마나 소홀한지 감시자들조차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있었습니다.
정작 아이들은 서로를 책임지는 상황에 내몰렸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3. 진짜와 가짜
슬레타는 토마토를 처음 먹어보게 됩니다.
척박하고 낙후된 수성의 환경을 말해줍니다.
토마토 "맛" 이라면 먹어 본 적이 있다고 하네요.
트러플과 트러플"향", 포도주스와 포도"드링크"는 다릅니다.
심지어 트러플 오일은 송로버섯에서 추출한게 아니라
화학적으로 합성한 후 다른 오일에 섞은 것들이 많습니다.
일식에 사용하는 와사비도 고추냉이 문제로 말이 정말 많습니다.
이처럼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겉과 속이 다른 인물과 환경이
이번 작품에서도 많이 보입니다. 앞으로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4. 예의와 무례함
우리 너구리는 90도 인사와 정좌가 기본입니다.
로봇 하로에게도 인사합니다.
그에 반해 무례함이 차고 넘치는 종자들도 많이 보입니다.
이런 차이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옵니다.
카테드랄의 수장은 비뚤어진 시각의 끝을 보여줍니다.
그럼 돌아가신 교수님은 정의인가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적자생존에 기반한 운영과 우생학 등을 생각해보면...
다행히 미오리네 아가씨는 배려가 엿보입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따듯한 시각, 마음씨가 느껴집니다.
예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코난 더 엑자일과 킹스맨 등에서
많이 보여준지라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미 보여준 바와 같이 앞으로도 예절 주입이 기대됩니다.
5. 고의와 실수
약혼녀고 뭐고 없이 고의로 복부를 가격했습니다.
뿔 자르면 후딱 끝날것을 굳이 승부를 내지 않았습니다.
콕핏 내부 두 여자의 대화는 학원 전체로 퍼져버렸습니다.
통신이 외부 출력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인데요
단순한 조작 실수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에어리얼은 생각보다 엉큼한 속셈을 갖고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으로 이 때 충격으로 미오리네는
.....해버렸고
토사물은 계속 헬멧 안에 남아있었습니다.
영감님도 그렇고 이것들은 한결같이 변태놈들입니다.
G레코때도 그랬고 시작부터 여캐 굴려먹는데 아주 도가 텄어요.
6. Wille und Vorstellung (의지와 표상)
식물이라는 존재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냅니다.
어머니는 토마토를 특별하게 단 맛을 내게 만들었고
그 딸은 굶주린 타인을 위해 이를 식량으로 내어줬지만
약혼자는 규율이라는 허울을 쓴 폭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식물의 나뭇가지를 선택했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연의 표상이 아니라 어른들의 의지에 따라 도구로 사용됩니다.
영지, 재산, 지위, 혈통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였던
과거 귀족들의 자제들처럼 학원의 학생들도,
특히 학원 고위 엘리트 파일럿들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가문과 기업을 대표하는, 그들의 도구인 처지입니다.
슬렛타도 주제가 가사처럼 "복수의 검"으로 보내졌습니다.
정작 진짜 도구로 만들어진 금속 기계덩어리 건담만이
그녀를 "인간"으로 생각하며 복수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위 책이 바로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대표 저서인
『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 (The World as Will and Representation)』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입니다.
제목답게 의지와 표상,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보던 책을 덮은 것은, 시선을 빼앗긴 것은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주변의 의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의 본질과 표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그녀들의 모습이야 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에는 사람을 따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도구 역할에 충실하던 구엘 또한 넋을 잃고 쳐다봤습니다.
그 또한 아름다움을 발견했을까요?
그 또한 의지에서 벗어나 표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7. 마녀와 기사
결투에서 승리한 마녀는 공주님에게 서임(Accolade)을 받고 순백의 기사로 거듭납니다.
Artist : Edmund Leighton (1852–1922)
Title : The Accolade
Object type : painting
Date : 1901
Medium : oil on canvas
Dimensions height : 182.3 cm (71.7 in); width: 108 cm (42.5 in)
Collection : Private collection
Inscriptions Signature and date bottom left : E. Blair Leighton 1901
작중 TMI 하로에 따르면 그녀의 기체는 삼색이며
이는 옛 프랑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눈을 빨갛게 빛내며 열심히 설명하는 하로가 귀여웠습니다.
순백의 백합 문양이 담긴 깃발을 들고
여자의 몸으로 갑옷을 입고 남자처럼 싸웠던 기사,
그리고 마녀로 박해받아 화형당한 그녀,
바로 프랑스의 잔 다르크(Jeanne d'Arc) 입니다.
그녀 또한 세상이 정한 틀에서 벗어나
아름다움과 고결함으로 사람들을 이끌었지만
결국 주위의 의지에 휘말려 최후를 맞았습니다.
마녀와 기사, 그리고 성녀.
어떤 미래가 그녀들을 맞이할지 기대됩니다.
마녀와 기사, 사람먹는 마녀와 성녀라는 상반된 모습은
에어리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살벌하게 싸우는 모습 이면에는
섬세한 네일(nail)을 지닌 여성적인 손을 갖고 있습니다.
기체가 여성쪽이라는데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8. Kyrie, eleison
건담의 이름 에어리얼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The Tempest(템페스트, 폭풍)』에 등장하는 요정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지금 슬레타의 상황은 모차르트의 징슈필
『Die Zauberflöte(마술피리)』와 같은 상황입니다.
남편을 잃은 밤의 여왕이 자신의 딸을 이용해 복수하려 합니다.
위 두 작품 모두 복수와 용서, 그리고 구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템페스트의 주인공 또한 자신의 딸을 복수를 위한 도구로 삼습니다.
그래서 왕자와 결혼시키기 위해 상황을 조성합니다.
그러나 복수를 불태우다 패배한 밤의 여왕과는 달리
프로스페로는 진정한 복수에 성공합니다.
그 차이는 바로 자비와 용서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비를 통해서 에어리얼 또한 약속보다 일찍
자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통해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셰익스피어 또한 관용과 자비를 구하며 마지막 작별을 고합니다.
As you from crimes would pardon'd be,
Let your indulgence set me free.
당신이 범죄로부터 용서받았듯이,
당신의 관용으로 저를 자유롭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우리를 심판하듯이 신께서도 우리를 심판하시니
빚과 은원이 담긴 장부는 불태워 잊어버리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잘해주자는 메세지는
인류사 전체에 걸쳐 나타난 유서깊은 사상이기도 합니다. 만
십년 넘게 복수의 칼을 갈아온 여자에게
과연 이 말이 들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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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고 봤는데 이런 상징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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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얼은 남성 인격일거라고들 보던데 이런저런 상징성을 생각하면 얘도 여성인격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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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테일하게 문학적인 것들 넣은 걸 보면 스토리면에서 정말 많이 신경 썼다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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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너무 좋은 해석이네용 잘봤습니다. 빨리 건담인포든 라프텔이든 올라왔으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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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너무 좋은 해석이네용 잘봤습니다. 빨리 건담인포든 라프텔이든 올라왔으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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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얼은 남성 인격일거라고들 보던데 이런저런 상징성을 생각하면 얘도 여성인격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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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테일하게 문학적인 것들 넣은 걸 보면 스토리면에서 정말 많이 신경 썼다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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