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이 처음으로 남에게 온전히 공감하고 그것을 자각한 시점은
6화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바이올렛은 우수한 자동수기인형이
되기 위해 절치부심 노력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수많은 말들을 배우고,
그 말들을 활용해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의뢰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문장을 구사할 수는
있어도, 그의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을 쓴 적은
없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을 자신의 마음 속 느낌과 연관지을
수 있으려면, 공유하는 감정을 언어로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프닝 'Sincerely'의 첫 소절도 바로 그런 어려움을 묘사합니다.
'모르는 단어를 배울 때마다
추억 속에서 손을 뻗어 와
하지만 혼자선 알 수 없는 말도
있을지 몰라'
이제 바이올렛은 처음으로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그와 한 마음이 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의 첫사랑이 되어 그의 삶에 큰 자취를 남깁니다.
구름보다도 높은 곳에 있는 천문대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컨택트'가
서로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6화는 혜성과 별하늘의 이미지를 빌려 시적으로 보여줍니다.
1. 바이올렛의 문제
바이올렛은 대필업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고, 지난 5화에
나온 드로셀과 플뤼겔 왕실 간 공개 연애편지 대필로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6화 내내 수심에 잠겨 있습니다. 바이올렛은
문득 의수를 응시하거나, 자동수기인형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회의감을
내비침으로써 5화 마지막에 디트프리트가 퍼부은 비난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사랑해"의 의미를 찾고, 우수한 '인형'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바깥 세상을 향하던 그녀의 시선은 이제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한편 리온과의 대화에서 바이올렛은 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명확하게 밝힙니다. 그녀는 '쓸쓸함'이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말인지는 알아도, 스스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그녀가 '인형'으로서 일해 온 방식이 의뢰인과의 공감에 기반한
감성적인 작업이 아닌, 감정이 표현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그 규칙성을 찾아내는 지극히 이성적인 작업이었음이 여기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사실 5화에서 샤를로테 공주가 바이올렛에게 절절히 호소했던 것은 바로
이국 땅에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홀로 '쓸쓸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런 샤를로테 공주의 눈물을 보며 '인형'으로서의
사명감을 되새기던 바이올렛은 공주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동정심을
느꼈을지언정, 자신이 공주와 같은 아픔을 나눔으로써 서로를 위로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까지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는 바이올렛이 소령과의
헤어짐이 길어질수록 점차 그녀의 내면을 잠식해 가는 괴로움의 정체조차
아직 모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바이올렛이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녀와 같은 맥락에서
같은 감정들을 느끼고 그것들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상대입니다.
바이올렛은 출장 온 샤헤르 천문본부에서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고아 소년
리온을 만남으로써,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2. 리온의 문제
리온은 고향이기도 한 샤헤르 천문본부에서 필경사로 일하고 있는 고아
소년입니다. 부모님과의 때이른 이별은 그의 내면에 두 가지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천문본부의 문서 수집을 위해 위험 지역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실종된 아버지는 리온의 마음에 바깥 세상에 대한 뿌리깊은 두려움을 심어
놓았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찾기 위해 하나뿐인 아들을 남기고 남편을
뒤따르듯 사라진 어머니를 원망하며, 리온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삶에 대해
신랄한 냉소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에, 나중에는 두려움과
원망 때문에 리온은 천문대라는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고독한 필경사의
삶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비좁은 공간을 벗어나는 삶이 자신을 유혹할
때마다, '저것은 틀림없이 신 포도일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이솝 우화 속
여우 같은 태도를 취합니다.
자동수기인형이라는 직업에 대해 리온이 처음에 혐오감을 보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형 같이 차려입고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여성들에
대한 이유 있는 경멸로 포장하기는 했지만, '나도 이 혐오감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리온의 독백을 들으면 그 자신도 이 구실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리온은 단지 현재 그가 살아가는 모습이
부모를 여읜 트라우마의 산물이 아닌, 어떤 정당한 선택의 결과라고 여기고
싶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무덤 같은 삶을 살기엔 리온은 아직도 앞길이 창창한 소년일
뿐입니다. 그의 인생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조용하고 단아한 소녀로
인해 변화의 전기를 맞이합니다.
3. 공감의 계기
두 사람의 공감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공통점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입니다. 리온과 바이올렛은 첫 번째 날의 번역 작업을 통해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바이올렛은 자동수기인형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내비치는 한편,
고문서를 다루는 리온의 직업에 대한 존중도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이 시점에서 리온은 '인형'이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수정하고
기존의 적의를 호의로 바꾸는데, 그렇게 첫 번째 조건은 충족된 셈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다소 우연적이고 역설적인 과정을 거쳐 충족됩니다.
바이올렛과 리온을 이간질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두 사람이 그들의
공통점들에 주목하고 서로에게 더욱 호기심을 품는 계기가 되고 맙니다.
리온은 바이올렛에게 감정을 들킨 것에 당황해서 소통을 회피하는
답변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말은 바이올렛에게 또다른 공통점으로
받아들여져 그녀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이는 계기가 됩니다.
리온이 바이올렛에게 돌이킬 수 없이 빠져드는 장면은 그녀의 눈이
'활'처럼 휘어졌다는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초반에는 '인형'들과 만날 기회에 들떠하는 룸메이트를 리온이 무시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정도는 역전된
상태입니다. 이는 두 사람이 받는 조명의 밝기 차이로 표현됩니다.
결국 리온은 바게트 빵을 제물로 바치며 오랜 고립주의를 청산하고,
혜성 관측을 구실로 삼아 바이올렛에게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이때 바이올렛은 여느 때처럼 홀로 식사를 하다가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는데, 그녀는 아직 자각하지 못했지만 사실 '쓸쓸함'을 느끼고 있음을
미리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이는 리온이 떠난 후 함께 어울리던 새들이
날아가 버린 상태에서 홀로 먼 산을 바라보는 그녀의 뒷모습으로 다시금
강조됩니다.
4. 바이올렛의 다섯 번째 배움
혜성이 밝아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천문대 지붕 위에서 바이올렛과 리온은
서로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리온에게 어머니가 무척 소중한 존재였고, 그 둘의 관계가 자신과 소령의
관계와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짚어내는 시점에서 바이올렛은
이미 리온과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화제가 '바이올렛도 쓸쓸함을 느끼는가?'에 이르렀을 때, 이미 그 감정을
오랫동안 느껴 온 리온은 '쓸쓸함'을 사전적으로 정의하는 대신 그것이
자아내는 주관적 느낌을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바이올렛은 그 느낌이
소령과 헤어진 이래 줄곧 자신을 괴롭혀 온 어떤 기분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습니다.
바이올렛이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떤 직접적인
설명도 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말로 표현하는 감정이
자기 마음 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니, 이 체험이
바이올렛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마도
바이올렛은 이때 샤를로테 공주가 미래에 쓸쓸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만으로도 괴로워하던 모습을 떠올리고, 그녀가 정확히 어떤 이유로
눈물을 흘렸던 것인지, 자신이 영문도 모르고 묵묵히 견뎌온 아픔이 소령의
부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동시에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이 배움을 얻은
이후, 바이올렛은 쓸쓸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깊이 이입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다음
에피소드인 7화의 감정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5. 리온의 배움
리온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수고와 위험을 감수하고 온 대륙을
여행하는 바이올렛의 모습에서 문서를 수집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절절히 그리워하는 바이올렛의 모습에서,
리온은 아버지를 찾아 훌쩍 떠나버린 어머니의 모습 역시 느끼게 됩니다.
그 느낌을 확인해 보기 위해, 리온은 어머니가 과거에 행동으로 답한 적이
있었던 질문을 바이올렛에게 넌지시 던집니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그녀 역시 어머니만큼이나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사랑을 품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리온은 지금껏
두 사람의 삶을 일종의 반면교사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올렛에게 깊이 매료된 지금, 리온에게 부모님의 삶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6. 혜성의 가호
보통 재앙의 징조로 여겨져 온 혜성이지만, 리온이 번역했던 고대 문서에는
이채로운 기록이 섞여 있습니다.
혜성의 아름다움에 취한 옛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염원을
담아 지어냈을 전설을 리온은 어머니를, 바이올렛은 소령을 떠올리며
읊조립니다. 이 장면들은 수백년의 세월을 넘어 사람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문자 기록의 힘을 보여주고, 사랑의 영속적인 힘에 대한
작품의 시각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기록에서만큼은 혜성은 이별을 불러오는 재앙의 전조가 아니라,
그리운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살아갈 것임을 보장해
주는 존재입니다. 그 영생이 어떤 형태인지는, 바이올렛과 늘 함께하는
에메랄드 브로치를 생각하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기가 긴 혜성일수록 태양풍에 소모된 정도가 덜해서, 지구에 접근할 때
더 밝게 빛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6화에서 등장하는 '알리 혜성'의 주기는
200년에 달하는데, 리온은 이 혜성을 볼 기회가 평생에 단 한번 뿐이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기나긴 헤어짐이 두려워 수 세기에
한번 찾아오는 혜성의 아름다움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드물게 찾아오는 인연들과 기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혜성의 모습을 마음 속에 간직하는 한, 여행자는 어느 별하늘 아래에서든
그 아름다움을 다시 불러내고 되새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 속에 남긴 각인을 버팀목 삼아, 남겨진 사람들은 이별
후에도 오히려 더욱 강인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헤어짐을 비극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그들 모두는 혜성의 가호를 얻은 셈입니다.
7. 컨택트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언어가 사고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풍성해진 언어의 도움을
받았을 때 '사랑'이 얼마나 강력한 긍정의 힘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같은 주제를 보다 과감한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펼쳐 표현한 작품으로 테드
창의 SF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와 이를
각색한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를 들 수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
모두 주인공은 루이즈라는 언어학자인데, 갑작스럽게 지구에 찾아 온
외계인들(다리가 일곱 개라 편의상 '헵타포드'라고 부르는)의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선발한 조사단의 일원으로 그들의 문자 언어를
연구합니다. 그런데 '헵타포드어'를 더 깊게 이해할수록, 그녀는 점차
그 외계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사고하게 됩니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인과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세계를 이해하지만, 헵타포드는 과거-현재-미래를 한꺼번에
인식하고 그 거대한 구조를 이루는 세부 사항으로서 각각의 사건들을
이해합니다. 그런 사고 방식이 반영된 언어를 공부함으로써 헵타포드처럼
생각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힌 결과, 루이즈는 미래를 마치 과거처럼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초래할 수 있는 여러 역설적인 상황들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는 '사랑'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장치로 쓰입니다. 영화에서 루이즈와 만난
헵타포드 '애벗'은 인류와의 접촉이 자신의 죽음을 초래할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종족의 교류를 위한 대표로서의 역할을 완수합니다.
소설과 영화 공통으로 루이즈는 미래에 낳을 딸이 비극적으로 요절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줄 것임을 미리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이 두 가지
삶의 모습은 체념 속에서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그런 운명조차도 긍정할 수 있는 깊은 사랑의 결과로 묘사됩니다.
바이올렛과의 만남 후 리온이 도달한 결론은 헵타포드어를 배운 루이즈의
이야기와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부모의 비극적인 운명은 리온에게
삶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안전하지만 폐쇄된
환경에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리온은
바이올렛의 투철한 직업 의식으로부터 아버지의 삶의 아름다움을, 그녀가
품은 헌신적인 사랑으로부터 어머니의 삶의 아름다움을 재평가합니다.
바이올렛과의 짧지만 강렬한 '컨택트'를 통해 리온은 부모의 기억이 남긴
트라우마에 대해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얻었고, 또한 그녀를
향한 첫사랑을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보람 있는 역할과 진실한 사랑을 위해 상실조차 기꺼이 수용하는 삶을
리온은 바이올렛을 만남으로써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이별은 그에게 결코 비극이라 할 수 없습니다.
8. 빛과 그늘
6화 내내 바이올렛과 리온이 서로를 마주할 때, 조명의 배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리온은 항상 그늘 언저리에서 햇빛이나
달빛에 감싸인 바이올렛을 바라봅니다. 리온의 입장에서, 바이올렛은
음침한 삶 속에 불현듯 비쳐든 빛줄기 같은 존재입니다.
반면, 바이올렛은 언제나 밝은 곳에서 리온과 그의 뒷편에 짙게 드리운
그늘을 응시합니다. 바이올렛의 입장에서, 리온은 겉보기엔 무척 성공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그녀가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음 속 어둠을 직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존재입니다.
빛과 그늘 사이에서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던 시선처럼, 6화의
마지막에 바이올렛이 짓는 그늘진 표정은 리온의 환하게 빛나는 미소와
사뭇 대조를 이룹니다. 리온의 작별 인사는 그녀의 삶에 바치는 열렬한
찬사와도 같지만, 결국 리온과의 '컨택트'가 바이올렛의 마음에 남긴 가장
선명한 각인은 '쓸쓸함'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바이올렛은 그 말을 통해
비로소 전쟁이 의수 외에 다른 상처도 남겼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상처를 인식하는 것은 그것을 극복하는 것의 전제 조건이므로,
바이올렛이 마지막에 짓는 표정 또한 성장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움직이는 가장 본질적인 감정의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바이올렛이 온갖 상처에도 불구하고 리온과 같은 긍정의 미소를
짓게 되기까지,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 <바이올렛 에버가든> 6화의 콘티와 연출을 담당하신 키가미 요시지
(필명 미요시 이치로) 감독님은 2019년 7월 18일 교토 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방화 사건으로 작고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IP보기클릭)59.12.***.***
(IP보기클릭)110.70.***.***
6화에서는 바이올렛의 성장 단계에 맞추기 위해 원작에서 가장 감성적인 부분들을 과감히 들어낸 것이 돋보입니다. 저도 조금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 19.06.15 09: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