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분기 개인적으로 피곤한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애니를 끝까지 챙겨본 것은 몇 개 없었네요.
프랑키스는 완결과 동시에 볼 거 같고,
우주보다 먼 곳은 다음 주말에나 여유 생기면 나머지 볼 예정이네요.
마법사의 신부와 하카타 돈코츠 라멘 역시 마찬가지.
그외에도 많지만 이번 글에서는 확실하게 매주 챙겨본 3+1개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팝팀에픽
이 애니의 경우, 객관적으로 뭐라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단순하게 서사가 존재하질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차별적으로 남발되는 패러디와 메타발언, 그리고 AC부까지 합세해서 만들어낸 일종의 '슈르'함은
이 12화 애니메이션을 단순한 TV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없게 만들어서 문제입니다.
팝팀에픽은 재미가 있다/없다로 애니의 성패 혹은 작품성을 따질 수 없습니다.
그냥 포푸코와 피피미라는 캐릭터로 얼마나 많은 패러디를 소화하느냐만이 중요하죠.
B파트를 A파트의 재방송으로 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많은 성우들을 기용한 것도,
타케쇼보 실명 언급, 아오이 쇼타 찬조출연 및 성우 녹음 현장 공개도
전부 다 오직 '인터넷에서 많은 화제를 끌어모은다'라는 목적 하나만으로 설계된 것입니다.
가히 초월적인 조회수들을 자랑하는 니코동 쪽은 물론,
레딧 쪽에서도 온갖 밈(meme)들을 거론하며 인터넷 쪽에서는 명작인듯 마냥 화제가 됩니다만,
실제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 동영상들을 보면 '그닥...'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아는 패러디가 나오면 잠시 웃었다가 마는 정도죠.
하지만 그 잠깐을 웃기기를 위해서, 단 하나의 '짤방'을 위해서 이 애니는 존재합니다.
어찌보면 팝팀에픽도 나름 '명작'들에 버금가는 한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카우보이 비밥', '신세기 에반게리온', '너의 이름은' 처럼
'지금 이 시대에서 밖에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죠.
마치 현대의 인터넷 사회를 통째로, 우스꽝스럽게 박제시킨듯한 이 12화의 광기 덩어리는
분명히 '쓰레기 애니'지만, 애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틀림없는 작품이었습니다.
2. 유루캠
일상물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무난하다'입니다.
갈등 구조를 거세하고 인생의 밝은 면만을 보여주는 일상물은
어떻게 만들든간에 그럴듯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맛'이 양산형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럼 무엇이 유루캠을 '좋은 일상물'으로 만들었을까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유루캠에게 아주 딱 맞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1화 시작과 동시에 마지막 11~12화의 시퀀스를 미리 보여주는 것.
이른바 플래시포워드라고 하는 이 기법은 쉽게 쓰기는 힘들지만 제대로 먹히기만 하면 파괴력이 엄청나죠.
최근 애니 중에선 '종말에 뭐하세요?(중략)'와 '너의 이름은'의 플래시포워드가 성공적인 예 중 하나입니다.
1화에서 5명이 사이좋게 모여있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이 그대로 1화를 마무리하면
다음화를 거부하기가 지나치게 힘듭니다.
물론 1화에서 나데시코의 신들린 먹방쇼 같은 것도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서로 접점이 거의 없는 이 5명이 언제 어떻게 모일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 플래시포워드를 띄워주기 위해 제작진은 더 힘을 씁니다.
시마린의 완고한 성격을 강조하며 마지막까지 대답을 아끼고,
사이토의 비중을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린과의 관계에서 한정하는 등
'시련'을 시청자들에게 가하는 제작진.
(린 완전 여신...)
좋은 플래시포워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시리즈 전체를 그 장면에 맞춰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종말에 뭐하세요'와 '너의 이름은'이 그랬듯이,
궁금증 혹은 기대를 유발하기엔 최고의 수단인 플래시포워드를 보여준 유루캠은
근래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최정상급 시리즈 구성능력을 보여준 애니입니다.
3. 용왕이 하는 일!
여기서부터는 혓바닥이 꽤나 길어집니다.
읽기 귀찮으시다면 4로 가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라노벨 원작을 애니화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습니다.
우주명작급인 반지의 제왕과 샤이닝도 소설과 비교하면 불만족스러운 것처럼,
잘 만든 라노벨을 원작팬들에게 만족스러울 퀄리티로 애니화한다는 것은 지극히 힘듭니다.
그나마 '노 게임 노 라이프'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겠죠.
하지만 라노벨 원작 중 성공적인 애니화 사례들을 둘러보면
원작 재현에 충실하지 않았어도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가 있죠.
시리즈 구성을 비틀고 지지고 볶고 온갖 짓을 다 했지만
시소 전쟁 연출 및 탁월한 개그센스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용왕이 하는 일!'(이하 '용왕')은 어땠을까요?
'노겜노라'처럼 성공적인 원작 재현을 했을까요?
아니면 '바시소'처럼 원작과 차별화된 가치를 내세웠을까요?
애석하게도, 둘 다 실패했습니다.
'용왕'은 기본적으로 로리를 내세운 오타쿠 니즈에 맞춘
쇼기 소재의 스포츠물+휴먼 드라마입니다.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의 섹드립이 첨가되어 있지만
왕도적 스포츠물 클리셰에 '미생'을 떠올리게 하는 기사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그야말로 라노벨 1위에 걸맞는 수작 중의 수작입니다.
이 라노벨을 애니화하려면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거나,
아니면 수작인 원작의 평가를 상회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죠.
근데 이번 '용왕' 애니가 보여준 것은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요약됩니다.
'캐릭터 팬들과 원작 팬들에게 어정쩡하게 꼬리치려다가 둘 다 못 잡은 빈약한 범작'
3화까지는 그래도 1권을 충실하게 애니화해서 원작팬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었지만
이후 번갯불에 콩 굽듯이 후다닥 진도를 빼버려서 소설이 지닌 '진한 맛'을 다 버렸고,
그 결과 대신 일선에 설 캐릭터들까지 매력이 후달리게 됐습니다.
단순히 야이치, 긴코, 케이카와 두 아이의 캐릭터의 '깊이'가 원작과 차이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츠키미츠 회장, 코즈에 센, 로쿠로바 타마요 등 주연과 대등할 정도로 매력있는 조연들을 쳐내면서
전체적인 서사 자체가 원작에 비해서, 아니 단일 애니로만 가정해도 지나치게 빈약합니다.
분명히 원작은 이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애니에서 전체적인 줄거리는
용왕이 로리와 시시덕거리다가 로리의 힘으로 다시 용왕이 된다는 정도밖에 안 되는 거 같다구요.
쇼기로 비유하자면, 말을 두어개 빼고 접장기를 두는 듯하다 이 말입니다.
3화와 7화, 12화에서 보여준 준수한 연출은 솔직히 큰 의미가 없습니다.
캐릭터들의 설득력이 부족하면 이후 뭔 짓을 하던 간에 힘이 빠지는 법이죠.
원작과 다른 장르라고 불릴 정도로 재현에 실패한 애니화.
그렇다고 로리어필을 내세운 시도를 비롯한 원작과의 차별화에도 실패.
이번 '용왕' 애니화는 또 하나의 실패한 라노벨 원작 애니입니다.
4. 걸즈 & 판처 최종장 1화
새삼 느끼지만 '걸판'은 진짜 잘 만든 작품입니다.
단순히 상업적 성패여부를 떠나서, '캐릭터 구축'이라는 면에서
걸판은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창작자들에게도 좋은 교본이 됩니다.
그건 이번 걸판 최종장 1화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의 혐성 모모의 재수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
바지사장에 앉힌 채 겨울 대회로 향하는 오아라이와
새로 합류한 선박부 5인조, 그리고 그에 맞서는 BC자유학원까지.
50여분 동안 미즈시마 감독은 대략 8명에 달하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소개를 완벽히 해냅니다.
전체적인 화면연출은 4DX를 상당히 의식한 듯한 이번 최종장.
저번 극장판에서 4DX로 극찬을 받았던 제작진이 이번에도 2화씩 묶어서 극장 상영을 할 예정인지라
초반 인트로 및 선박부 추격씬 등 여러 장면에서 스펙타클한 카메라워크를 보여줍니다.
사실 걸판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4DX 특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죠.
아마 군대를 갔다와도 끝이 나 있지 않을 것 같은 이번 6화 분량의 최종장 프로젝트.
이제 10년을 바라봐도 될 정도의 장기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는 걸판입니다만
초심을 잃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모습은 그저 좋습니다.
앞으로 세계대회 떡밥 등 여러가지 후속작 복선이 있는만큼,
말로만 최종장이길 바랍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원래 4월이 되기 전에 올리려고 했습니다만,
인터넷이 또 끊기는 바람에 늦게 올리게 되네요.
다음 글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보고 있던 바이올렛 에버가든에 대한 글입니다.
재빨리 달려보도록 하죠.
그럼 지금까지, 입덕술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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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팀 에픽 - 인류에게는 너무 이른 작품 용왕이 하는 일! - 로리왕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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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루캠은 단순히 캐릭터들이 귀워서 인기가 많았던 게 아니고, 말씀처럼 스토리 구성이 정말 잘 짜여져 있는 작품이었죠. 거기에 소재, 배경, 음악, 캐릭터 등 다른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좋은 작품으로 승화된 거구요. 그 부분을 말씀으로 잘 풀어주셨네요. 그나저나 잠에서 깬 린 완전 여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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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용왕이 하는일은 원작에 비해 내용이 확 와닫지가 않네요 1쿨분량에 5권 분량을 집어 넣을려고 하니........ 1~3권 분량만 넣던가 아니면 2쿨로 만들던가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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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건 몰라도 1분기는 인류가 받아들이기 이른 애니가 나왔다는것과 작화좋은 순수 정통파 클리셰 작품은 아직도 잘 먹힌다는것이 증명됫죠 아 물론 연출면에서 굉장히 친절하기에 입덕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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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건 몰라도 1분기는 인류가 받아들이기 이른 애니가 나왔다는것과 작화좋은 순수 정통파 클리셰 작품은 아직도 잘 먹힌다는것이 증명됫죠 아 물론 연출면에서 굉장히 친절하기에 입덕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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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루캠은 단순히 캐릭터들이 귀워서 인기가 많았던 게 아니고, 말씀처럼 스토리 구성이 정말 잘 짜여져 있는 작품이었죠. 거기에 소재, 배경, 음악, 캐릭터 등 다른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좋은 작품으로 승화된 거구요. 그 부분을 말씀으로 잘 풀어주셨네요. 그나저나 잠에서 깬 린 완전 여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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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용왕이 하는일은 원작에 비해 내용이 확 와닫지가 않네요 1쿨분량에 5권 분량을 집어 넣을려고 하니........ 1~3권 분량만 넣던가 아니면 2쿨로 만들던가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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