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에서 라이너의 거밍아웃을 두고 마레 전사조 3인방이 5년 동안 방벽 내에 잠입한
성과가 그 뜬금없는 거밍아웃 때문에 다 수포로 돌아갔다는 게 작중 내외에 걸친 평가더군요.
그런데 요즘 이 파트 다시 보면서 드는 생각이 이게 그 정도로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상황인가
하는 겁니다. 정확히는 당시 주변 정황을 다수 모르던 라이너 입장에선 자폭이 맞는데 전지적
관점에서 당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거기서 터뜨린 게 오히려 적절한 타이밍으로 보여서요.
일단 라이너네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 때 이미 월 로제 내에서 애니의 정체가 탄로나 스스로
를 봉인해 포획당한 가운데 서류상으로는 애니와 같은 출신으로 된 라이너와 베르톨트 역시
이미 용의자로 지목받는 상황이었죠. 아직 확증은 없었지만 그래서 이 둘이 공모자든 아니든
지하에 유폐시키기로 결정이 나 있었고, 그런 상황에선 라이너네가 그대로 조용히 트로스트
구까지 따라간다 한들 지하에 엄중히 격리당한 가운데 철저하게 과거 신상을 추궁당하는 길
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그럼 그 뒤론 엘빈과 한지, 아르민의 조합 + 정보력으로 이 둘의 정체
가 탄로날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거기서 어떻게 필사적으로 잘 넘기고 라이너를 신뢰하는 104기 동료들이 변호해 풀려난다고
해도, 그 때 이미 유미르가 거인으로서의 정체가 드러난 판이라 라이너네가 지하에 갇혀 조사
받는 사이 유미르를 통해 벽 외부의 정보가 죄다 유출되었을 게 뻔하죠. 좌표를 지닌 엘런만
잡을 수 있다면 벽 외부의 정보 유출은 감수할 만한 손해라 쳐도, 트로스트 구로 복귀한 뒤에
계속 조사병단의 엄중한 호위를 받을 엘런을 이 둘이 조용히 끌고 갈 그런 형편좋은 타이밍이
란 게 과연 그 후로 생겼을지도 의문이고요. 이후 중앙 헌병단이 개입한 걸 감안하면 확실히
그 난리 속에서 기회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지만 당시의 내전에 준하는 상황 지속과 난리통을
생각하면 거기서 이 둘이 끝까지 남아 그 기회를 잡기엔 리스크가 꽤나 커보이니...
거밍아웃 안 터뜨렸으면 트로스트 구에 복귀하기 직전의 이동 간극에 기회가 왔을 거란 지적
도 나올 법한데, 이 경우에는 조사병단이나 주둔병단 등의 우군이 주둔하는 구획에 꽤 근접하
게 될 터라 어떻게 조용히 엘런(+ 유미르)을 제압한다 해도 바로 격렬한 저항과 추적이 이어질
거라 보입니다. 사실 당시 라이너네가 이미 의심받는 가운데 거밍아웃 터뜨리고 다가서자마자
옆에서 지켜보던 미카사가 칼부림을 친 걸 보면 애초부터 트로스트 구에 도착하기 전 엘런과
유미르를 조용히 제압할 기회란 게 생길 것 같지도 않고요.
이런 정황들을 보면 도리어 라이너가 거밍아웃을 터뜨린 그 타이밍이 엘런과 유미르를 붙잡을
절호이자 유일한 찬스 아니었나 합니다. 물론 그 놈의 거밍아웃 덕분에 격렬한 저항에 부딪치긴
했지만 실제로도 성공하긴 했고요. 그 뒤 조사병단이 워낙 물고 늘어져서 실패하긴 했지만...
결론은 문제의 거밍아웃이 분명 당시 정황을 다 알지 못하던 라이너 입장에선 최악의 실책이라
할 자폭이 맞긴 한데, 전체적인 정황을 보면 이 거밍아웃 때문에 엘런을 잡을 기회와 5년 동안
의 잠입 성과가 다 날아갔다고 하는 평가는 틀리지 않나 하는 겁니다. 잠입 성과는 애니가 정체
가 탄로난 시점에서 이미 다 날아갔고, 그 상황에선 거밍아웃을 터뜨린 그 때가 엘런과 유미르
를 붙잡을 마지막 절호의 찬스 아니었나 하는 거죠.
덧, 문제의 거밍아웃과 거인화 이후 엘런이 라이너를 향해 배신자라 절규하는데, 약간 팩트가
안 맞는 느낌입니다. 이 둘이 원래 방벽 내 인류를 학살한 초대형 거인과 갑옷 거인이었던 이상
배신도 뭣도 아니고 그냥 처음부터 적이었던 셈이니... 하긴 당시 엘런 감정을 감안하면 처음에
그렇게 느꼈다고 봐도 맞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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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새
22222 | 21.08.18 22: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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