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ttps://www.reddit.com/r/40kLore/comments/c8qlcu/book_excerpt_fabius_bile_clonelord_fabius_is/
Clonelord 인용문임
이 인용문은 상당히 이례적인데, 목마른 그녀가 직접 등장함.
젠취가 마그누스랑 대화할때나 너글이 모타리온한테 귓말 넣은거 처럼, 진짜 어느정도 네임드가 아니면 카오스신들의 DM은 받을 일이 없음.
하지만 이 인용문에서 파비우스 바일은 슬라내쉬의 그레이터 데몬으로 추정되는 악마(아니면 현현한 슬라네쉬 그 자체) 를 통해 슬라네쉬랑 1대1 면담을 한다.
***
"넌 대체 누구냐? 이름을 밝혀라."
"나는 욕망을 벼리는 숫돌이며, 질문을 던지는 자 이노라. 나를 묻는자 (Quaestor, 로마시대의 직책이긴 한데 라틴어 '물어보다'의 명사화임 그냥)라 불러다오."
"난 네놈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무슨 말을 하는게냐." 묻는자가 말했다. "우린 이미 여러번 만난적이 있으며, 이 은하의 마지막 일몰이 지는 그 순간이 다가오기 전에 다시 한번 보게 될 사이란다. 너가 레르 (Laer)의 신전들을 거닐때 난 네 곁에 있었으며, 네 어깨너머에서 너가 최초의 신 인류들을 영약액 속에서 건져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너가 날 볼 수는 없었더라도, 나는 분명 거기 있었어. 그리고 난 널 지켜봤단다."
파비우스는 놈의 창백한 시선을 받자 미세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의 척수에 연결된 수술도구 의족들 (chirurgeon, 고유 워기어임) 역시도, 그의 심정을 느낀 것인지 순간 꿈틀거렸다. 묻는자는, 마치 뼈 표면을 찌르는 수술 메스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벽을 쳤다.
세상이 흔들렸다.
파비우스의 파워아머의 센서피드가 하나씩 꺼져갔고, 곧 그는 답답하고 어두운 철관 안에 갇히게 되었다.
파비우스는 재빠르게 투구를 벗어던졌다.
무겁고 정적인 공기가 그를 감쌌다. 기압의 영향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것은 단순한 기압의 차이가 아니였다.
마치 세상이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세상 만물이 갑자기, 하릴 없이 정지해버린 것만 같이.
파비우스는 주위를 살폈다. 주위를 밝히고 있는 붉은 조명은 녻빛 안개로 번져나가고 있었고, 그의 근위대들은 마치 조각상들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는 로드 코맨더 에이돌른과 달려들기 위해 잔뜩 몸을 움츠리던 알카넥스 조차도 얼어붙어있었다.
파비우스는 고개를 돌렸다, 숨을 쉴때마다 폐들이 신음하며 매마른 입술 틈세로 안개같은 숨을 뿜어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고, 곧이어 그 땀이 얼어서 얼굴에 달라붙었다. 며칠이나 쉬지 않고 뛴 듯 한 피로감이 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리고 슬라내쉬는 바일한테 이것은 심판이며, 그의 심장을 불사조의 깃털에 저울질하는 순간이라 설명해줌 (다르게 말하자면 슬라네쉬의 심복이 될 자격이 있는가). 물론 바일은 누가 감히 내 죄악과 업적을 심판할 수 있겠냐고 뻣댕기는데, 여기에 데몬은 싱긋 웃으며 누가 배심원으로 참석했는지를 보여준다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킴. 거기에서 파비우스를 바라보고 있던것은...*
그것은 얼굴이 아니엇다. 얼굴에는 본디 각도가 있고 경계선이 있는 법이다, 그가 본 것은 얼굴이 아니었다. 그 얼굴은 시아의 한계까지 넓게 펼쳐져 마치 하늘과, 그 하늘 위에서 춤추는 기류들을 모두 담는듯 했다. 눈의 구실을 하는 성단들과 달들의 빛들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그 밑에서는 대기가 뒤틀리며 연인의 달콤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그것은 먼곳에서부터 그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그 칼날같은 시선이 그의 껍질을 한 층, 한층 헤치고 날카롭게 파비우스를 관통하고 있었다. 그것은 고통과, 쾌락과, 괴로움과, 황홀함과, 분리할 수도, 나눌 수도 없는 것들을 담고 있는 시선이었다.
파비우스는 그것으로부터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다."
서로 짖눌려 부서진는 이빨 틈으로 파비우스가 으르렁거렸다. 파비우스의 심장들은 갑작스런 부정맥 때문에 날뛰고 있었다.
파비우스는 그의 가슴팍을 두들겨 강제로 체내 제세동기를 작동시켜 온몸으로 전류를 흘려보냈다. 척추에 연결된 수술도구가 그의 체내에 진정제를 들이 붓는 동안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팔 보호대를 눌렀다. 진정제의 물결 속으로, 이차적인 순한 각성제가 흘러들어와 그제야 그를 안정화시켰다. 그는 계속해서 위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싶은 욕망을 억눌러야했다.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진정으로 아무것도 없다.
"저 위엔 아무것도 없다."
그는 되뇌었다. 입안에서 피맛이 났다.
"신은 없다. 차가운 별빛과 공허만이 있을 뿐이야."
위압감이 그를 감쌌다. 누군가가, 그의 깊은 내면에서부터 속사귀기 시작했다. 이성의 내벽을 긁으며 그의 주위를 끌었다.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신은 없다. 우주현상의 우연한 일치일 뿐이야. 다차원적인 이변일 뿐이다, 우리의 의식 속에서 공명하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들은 사고하지 않는다, 그러니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묻는자의 담담한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신앙은 약자의 전유물이다. 나는 약자가 아니야."
묻는자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옳다."
****
이걸 보면 알 수 있는건, 워프 내에선 사실상 슬라내쉬 계열 데몬들은 파비우스 바일을 동류로 본다는거랑, 바일은 심지어 목마른 그녀 자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거임. 가끔가다 워해머 팬들이 잊는 사실인데, 이 세계관 내에서 카오스는 너가 거부하고 피해다녀도 오래 옷자락 비비면 타락하게 되는 일종의 오염임. 무신론자 과학자라도 EOT안에서 살고, 자기 유전-아버지가 슬라네쉬의 데몬프린스가 된 상황에서 카오스의 종속이 되는걸 막을 순 없다.
아무리 신인류니 뭐니 지랄을 해도, 결국 슬라네쉬가 보기엔 귀여운 조카가 재롱 부리는 수준인거임
------------------------------------------
무신론자지만 진짜 신들이 보기엔 재롱수준일 뿐
(IP보기클릭)121.162.***.***
슬라네쉬)이 오빠 귀엽네.
(IP보기클릭)121.162.***.***
슬라네쉬)이 오빠 귀엽네.
(IP보기클릭)175.114.***.***
(IP보기클릭)183.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