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누구나 올 수 있는 세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무나 올 수 없다고 알려진 세계.
그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도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잠이라는 것으로만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진 세계.
꿈이라고 불리는 잠의 세계에, 지금 발을 들여놓은 한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대략 스물 다섯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의 잘 생긴 얼굴에는 지금, 의문과 당혹감 등의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꿈 속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청년의 정체는, 바로 리나 시티에서 프로 듀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꽃미남 듀얼리스트, 브레이크.
그는 지금 꿈이라 불리는 다른 세계 속에서, 당혹스러움을 얼굴 표정에 드러내며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발을 움직이고 있다.
자신 이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어둠만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꿈 속 공간.
칠흑만이 가득 찬 이 꿈 속이라는 공간을 정처 없이 걷던 브레이크는,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나는 강렬한 한 줄기 섬광에, 재빨리 팔을 들어 올려 두 눈을 보호하였다.
브레이크의 눈 앞에 나타난 섬광은 이내 서서히 잦아들며, 그 안에서 브레이크를 만나러 찾아온 한 청년의 모습을 드러냈다.
섬광 속에서 나타난 청년의 모습은, 얼핏 보면 브레이크와 쌍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똑같이 생긴 매력적이고 또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흰색이 살짝 섞여 화사하게 빛나는, 아름답다는 말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 없는, 화사하게 빛을 발하는 백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밤 하늘 위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빛처럼 찰랑거리는, 선명한 백금발을 가진 꽃미남 청년.
갑자기 일어난 섬광에게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 올린 팔을 내린 브레이크는,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백금발 청년의 모습을 보자,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을 뻔했다.
"넌...!!!"
"오랜만이구나. 나의 벗, 브레이크여."
"아케루스...!!!"
브레이크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이승에 사는 사람들이 듣게 된다면 큰 충격을 받을 이름이었다.
아케루스. 한 때 이 세상을 지배하려 했던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의 배 다른 형이자, 브레이크의 몸 안에 깃들어 있던 빛의 신.
7년 전, 브레이크의 몸 안에서 자신의 배 다른 동생이자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 약칭 아트몬이 우주에서 저지르고 있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악행들을 조용히 지켜보며 힘을 키우고 있던 아케루스는, 브레이크 일행이 아트몬과 최후의 결전을 벌일 때 브레이크 앞에 나타나, 그에게 설교를 듣고 자신이 아트몬과 그를 따르는 광신도들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무심하게 굴었던 것을 뉘우치고, 브레이크 일행과 함께 아트몬과 맞섰던 적이 있었다.
브레이크 일행과 함께 아트몬에게 맞서 싸우며, 최후의 결투에서 아트몬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아케루스는, 이후 천국에서 우주의 순환과 윤회, 그리고 질서와 조화를 관장하는 신이 되어, 우주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지금도 아마 아케루스는 바쁜 와중에 잠깐 시간을 내어 친구 브레이크를 만나러 온 것이리라.
아케루스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브레이크를 지그시 바라보며, 어찌 보면 또 다른 자신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 친구 브레이크를 향해 옅은 미소를 띄웠다.
"오랜 시간 동안 만나지 못 한 사이,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내 소중한 친구여."
"그, 그렇지. 일단 그 날 이후로 무려 7년이나 지났고, 그 7년 사이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
"나의 하나 뿐인 아우,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따르던 광신도 집단의 잔당, 애프터라이프의 후계 조직인 암흑 날개에 관한 일 말이군."
"그래. 그 녀석들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그 녀석들만 해도 벅찬데, 미캉코인지 뭔지 하는 애들도 난리를 친 적이 있어서, 우리가 엄청 고생했지."
"미캉코... 그들에 대해서도 들은 적 있다. 난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지 못하지만, 자신들 마음대로 내 이름을 들먹이며, 온갖 추악한 짓을 벌이고 다녔던 광신도들 말이군."
"아하하..."
브레이크의 입에서 미캉코라는 단어가 나오자, 갑자기 목소리 톤을 낮추며 불편해진 심기를 드러내는 아케루스.
미캉코. 빛의 신 아케루스를 섬기는 종교 집단이자, 한 때 아케루스의 이름 아래라는 명목으로 악행을 일삼았던 집단이다.
그들은 일련의 사건 이후 자신들 영역 안에서 조용히 지내며, 사회에 도움을 주는 선행을 아끼지 않는 봉사 단체로 탈바꿈하였고, 그들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행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과거에 저지른 짓들은 세상에 너무나 큰 상처를 남겼기에, 아케루스는 그들에 대해 절대 좋게만은 볼 수 없는 입장이다.
자신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건만, 자신의 이름을 들먹이며 악행을 일삼았던 광신도들의 모습을, 아케루스는 절대 잊지 않는다.
그건 비단 아케루스 뿐만이 아니라, 이 우주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미캉코와 암흑 날개 이야기를 시작으로, 7년 동안 자신들에게 있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브레이크와 아케루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서로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해 공감해 주고, 어떤 때는 "그건 이렇게 했어야 한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으며, 7년 동안 쌓여있던 회포를 푸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난 뒤, 브레이크가 사는 세계에 아침이 찾아오는 신호가 찾아왔다.
브레이크의 등 뒤에 보이는 틈 사이로 그가 사는 세계의 풍경이 비춰지고, 그 틈 사이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에, 아침을 알리는 태양이 하늘 위에 조금씩,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브레이크의 등 뒤에 비춰진 틈 사이로, 태양이 하늘 위에 떠오르는 모습을 본 아케루스.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서로의 공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품었다.
그러나 브레이크와 아케루스는 서로가 각자 살아가는 세계에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기에, 아쉬움이라는 감정은 가슴 속에 고이 접어둘 수밖에 없다.
그 날의 결전이 있던 날로부터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 만에 만난 브레이크와 아케루스. 그러나 7년만에 만난 그들의 만남의 순간은, 야속함이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짧았다.
그러나, 이 짧은 만남의 순간은, 브레이크와 아케루스라고 하는 이들에게 있어, 절대 잊혀지지 않을 순간이 될 것이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인간 브레이크와, 빛의 신 아케루스.
작별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에게서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이 아쉬움이라는 감정은, 숨기려 해도 도저히 숨겨지지 않는 슬프고 야속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있어야 할 곳이 다르고, 그 곳에서 두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기에, 브레이크와 아케루스, 두 친구는 이제 서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제 헤어져야 하는구나."
"그러게.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와의 만남이,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갈 줄이야. 정말 아쉽네."
"아쉬워 하지 말거라.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두거라."
"그래.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 아케루스. 내 소중한 전우이자 친구, 그리고... 또 하나의 나."
"나도 반가웠다. 브레이크, 내 소중한 전우이자 친구, 그리고... 또 하나의 나여."
아쉬움이라고 하는 감정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각자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인간 브레이크와, 빛의 신 아케루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들의 만남은 매우 짧았지만, 이 짧은 만남의 순간은, 두 사람의 가슴 속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 회포를 풀 수 있을 지는, 브레이크도, 아케루스도, 이 우주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단지, 시간이라고 하는 것만이,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조용히 흘러가며, 두 사람의 인연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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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4화 연재 완료!!!
이번 편은 브레이크와 아케루스의 만남 이야기로 짧게 끄적여 보았습니다.
으으... 후라게는 또 언제 뜰 지 모르겠네요ㅠㅠ
일상물로 간다 해도 듀얼 에피소드는 써야 할 텐데, 그건 또 언제 적어야 좋을 지 모르겠고...ㅠㅠ
이것이 창작의 고통이라고 하는 것인가요ㅠㅠ
아무튼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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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을 처음 구상했을 땐 국적 상관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지었습니다. 나중에 가서 설정을 조금씩 덧붙이기도 했죠. | 24.02.04 23: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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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예전에 유희왕 게시판에서 릴레이 팬픽 연재 이벤트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그 대회에서 등장한 인물들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대부분 영어였고, 그로 인해 한글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좀 드물었습니다. (성이 최 씨인 시리우스가 있긴 한데, 이쪽도 이름이 영어고 성만 한국식으로 만들어졌고, 인제는 원래는 이름만 있던 캐릭터였다가, 제가 성을 한국 성씨로 붙였습니다.) 그래서 릴레이 팬픽 후속작인 트와일라잇 스토리에선 "한국식 이름을 가진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켜 보자!" 해서 나온 게 바로 하림을 포함한 트와일라잇 스토리 인물들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영어를 포함한 외국식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요. | 24.02.05 00:3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