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7년, 태양을 도는 제3세대 태양관측 위성 헬리오스-Ω는 예상치 못한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 태양 반대편, 정밀한 라그랑주 L3 궤도에 지구와 거의 동일한 행성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데이터는 명확했다. 산소 농도, 해양 분포, 대륙의 윤곽.
그것은 또 하나의 지구였다.
국제연합 우주탐사본부(UNESA)는 초광속 통신 드론을 발사했고, 놀랍게도 72시간 뒤, 응답이 돌아왔다.
"여기는 지구입니다.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행성을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여러분의 존재를 이론으로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초기 접촉은 극도로 조심스러웠다. 두 세계의 언어는 동일했고, 과학기술도 10년 안팎의 오차 범위에 있었다. 정치 체계, 문화, 종교, 인터넷... 심지어 몇몇 예술 작품은 서로 놀라우리만큼 닮아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지구1", 우리는 그들을 *"지구2"*라 불렀다.
양측은 대대적인 협력을 시작했다.
첫 번째 공동 프로젝트는 '쌍둥이 지구 대사관' 설립.
양국(혹은 양세계) 학생들이 화상 회의로 교류하며, 첫 공동 우주 정거장을 함께 건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시작되었다.
양 세계의 기업들이 기술 협정을 맺자, 주식 시장은 요동쳤다.
"지구2의 의약품이 지구1보다 효과가 높다", "지구1의 인공지능이 더 진보됐다"는 말에 따라 기술 유출과 정보 전쟁이 벌어졌다.
종교계는 혼란에 빠졌다.
"신은 왜 두 개의 지구를 만들었는가?"
"우리가 원본인가, 저들이 원본인가?"
그리고 한 정치인이 선언했다.
"우리는 진짜다. 저들은 복제물일 수 있다."
이 발언 이후 양측은 적대적으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공동 운영되던 '쌍둥이 우주 정거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구2 출신 연구원이 데이터 서버를 훔쳐 지구1으로 망명한 것이다.
그가 남긴 말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구2는 과거 어느 지점에서 갈라진 평행세계입니다.
우리는 본래 하나였습니다.
어떤 실험이, 혹은 자연 현상이 우리 둘을 갈라놓았고,
그 이후 두 개의 현실이 각자의 궤도를 돌게 된 겁니다."
지구2 측은 이를 부정했다.
"이것은 심리전이다. 우리는 독립된 존재다."
하지만 지구1의 과학자들은 그의 말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두 세계 사이의 DNA 염기서열 일치율은 99.9999%
역사적으로 동일한 인물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동일한 발명을 해온 흔적이 다수 포착됐다.
그리고 결정적 증거.
지구2의 달에는, 인류가 보낸 적 없는 '아폴로-21'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 우주선은 지구1에서 계획되었다가 취소된 임무였다.
공포가 번졌다.
만약 두 현실이 계속 가까워진다면, 언젠가 충돌하거나 융합될 수도 있다.
그 끝은 우주의 재편이거나, 완전한 붕괴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양측은 침묵했다.
거대한 프로젝트는 하나씩 중단되었고, 통신도 점점 줄어들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지금은 2075년.
지구2와의 마지막 통신이 끊긴 지 12년째.
하늘은 여전히 고요하고, 태양은 언제나처럼 떠오른다.
그러나 세계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진짜인지, 그들이 진짜인지.
혹은,
진짜는 원래부터 하나도 없었던 건 아닐지.
이집 단편 잘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