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싹달싹 못할 상황."
"진부해. 턱없이 진부해."
"이런 상황에서 기발하고 진보적이며 상큼한 대답을 요구하시는 건 가혹합니다."
핸드레이크는 투덜거렸다.
-골렘-
그랬기에, 청소를 마치자마자 솥 안에서 웬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을 때 나의 경악은 필설로 형언할 수 없었다.
솥에서 머리를 내민 그것은 서로를 끌어안은 우리 둘을 발견하고는 품위 있게 말했다.
"나는 완벽한 키메라다!"
-키메라-
이파리 보안관은 망토에 쌓인 눈을 털며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티르, 측백나무관에 좀 들러 봐."
나는 잠시 후에야 그것이 나를 향해 건넨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조금 전까지의 자세, 책상에 팔을 괴고 그 위에 머리를 얹어놓은 채 멍한 표정으로 보안관을 바라보고 있던 자세를 유지하며 그의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오버 더 호라이즌-
구스룬 프리모는 73세였고, 아침에 장화를 신다가 그 속에 들어온 뱀을 밟고 죽었다.
션 그웬은 19세였고, 착한 젊은이였지만 자기 장화 속에 뱀을 넣고 싶어했다.
션 그웬의 넓지도 좁지도 않은 교우 관계에 속하는 이들은 모두 션의 욕망을 알고 있었다. 모두들 이 얌전한 도제의 정신나간 소망에 우려를 표했지만, 그의 면전에 대고 그 욕망을 거론할 정도로 무례한 사람은 없었다.
"션, 여자에게 버림받았다고 해서 자살하겠다는 건 바보 같잖아?"
그러니까, 나만 빼면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오버 더 네뷸러-
실로 기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도시의 자랑스러운 보안관 이파리 하드투스조차도 이 경천동지할 상황 앞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오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진지한 얼굴을 한 채, 보안관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
-오버 더 미스트-
나는 티르 스트라이크다. 삼십여 년 전부터 티르 스트라이크 하고 있다.
당신들은 티르 스트라이크 해 본 적이 없을 테니 알려주는데 요즘은 티르 스트라이크 하기 좋은 시절은 아니다.
오랫동안 해 온 덕분에 몇가지 요령이 있어 그럭저럭 해 나가지만 좀 더 티르 스트라이크 하기 좋은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오버 더 초이스-
쥐틀에 걸린 요정을 보았을 때 시하는 분함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시하와 칸타의 장-
고고학자나 지질학자에게는 절대로 옛날 옛적이 아닌 어떤 때, 죽고 싶어하는 소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년은 그 생각에 완전히 매진하지는 못했어요. 그 충동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로 바빴거든요.
동생의 머리에 난 구멍을 틀어막고 있을 땐 누구라도 차분하고 느긋하긴 어려운 법이랍니다.
-그림자 자국-
나의 증조부님이 빠진 앞니에 대한 교훈적이면서도 황당한 이야기를 듣던 시절,
그러니까 아직 확정 장치가 개발되지 않아서 연소 장치를 추진력으로 사용하던 시절, 지구 위를 횡행하는 탈것 중에 수상비행기라는 물건이 있었다.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
오늘 선장은 나를 우주선으로 때려 죽였다.
뭔가 날짜에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건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선장은 지구 로컬을 계산해 본 직후 갑자기 눈을 홱 뒤집더니 손에 잡히는 걸 내게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 무차별적인 투척은 곧 주먹질과 발길질로 바뀌었고, 가장 가까운 의사가 26광년 저편에 있는 처지에 골절이라도 입으면 겪게 될 문제들을 선장이 떠올린 후 행성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살해 방식으로 바뀌었다.
우주선으로 사람 때려 죽이기.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
'당신의 삶이 당신의 우주에게 바치는 경의이길.'
-카와이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화성을 떠난 지 이틀 째 되는 날, 내 일등항해사가 구세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장님, 저는 제 원죄를 대속하기로 했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십자가에 매달려서 작동을 중지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충동은 멀티 렌치로 그 녀석의 머리를 후려치는 것이었다. 당시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구세주가 된 로봇에 관하여-
별들은 움직인다. 우주의 모든 것과 당신의 애인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그 녀석들이 잠깐만이라도 그 수십억 년째 계속되는 조깅을 멈춰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이, 커피 브레이크! 말 안 듣는다. 줄기찬 놈들이다.
-별뜨기에 관하여-
더스번 칼파랑은 무적의 무사다.
물론 갑옷을 잘 갖춰 입고 잘 손질된 무기도 들어야 하며 전날 폭음을 하지도 않아야 하지만, 그런저런 사소한 조건들이 모두 갖춰졌을 경우 그는 틀림없이 무적이다.
더스번 경은 벽을 등지고 있을 경우 세 명의 적수와 동시에 싸울 수 있다.
그런데 벽이 없을 경우엔 여덟 명과 동시에 싸울 수 있다.
더스번 경이 전장에 홀로 서 있을 때 경은 낙오된 것이 아니다.
경이 나머지 아군 전부를 낙오시킨 것이다.
더스번 경을 악마라고 부르는 것은 4년 전부터 비유가 아니게 되었다.
더스번 경이 팔비노교의 성녀를 팔비노교의 성소에서 욕보인 후 팔비노 교도들은 경을 열세 번째 지옥에서 온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했다.
(이후 팔비노 교도들은 천국에 이르는 길 중 더스번 칼파랑의 암살을 추가하게 되었다. 다른 방법들보다 훨씬 어렵지만 확실하긴 하다는 주석과 함께.)
-에소릴의 드래곤-
샹파이 난쟁이들의 협상 대리인은 왕으로 불리는 자였다. 따라서 그 위격이 떨어진다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대리인은 지상과 터널이 어울리지 않는 것만큼이나 협상과 어울리지 않는 자였다.
사람들은 그 왕이 자기 외의 다른 존재와 말은 해 봤는지, 아니, 할 수는 있는지 의심했다.
샹파이 난쟁이들의 협상 대리인은 뱀의 왕, 바실리스크였다.
-샹파이의 광부들-
(IP보기클릭)172.225.***.***
(IP보기클릭)223.62.***.***
(IP보기클릭)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