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지만, 평론가와 대중의 평이 특히 더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화다.
영화 개봉 당시 평론가들은 누가 더 혹독한 평을 하는지 내기라도 하듯 영화의 곳곳에 태클을 걸었고, 과학적 사실과 고증에 큰 비중을 두고 영화를 비판하는 문화 역시 이 작품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과학계 교수들이나 지식인들마저도 나서서 한마디씩 거들어, '석유시추공에게 우주비행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우주비행사에게 석유 시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는 인터넷 보급이 지금보다 덜 된 당시조차 이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다들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였으니, 이 영화가 얼마나 화젯거리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주말에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가볍게 영화 한편 보러 극장을 찾은 일반 관객들에게는 호화 캐스팅에 힘입은 매력적인 캐릭터들, 화려한 볼거리와 훌륭한 OST, 단순 명료한 스토리와 스피디 하고 긴장감 있는 전개, 적당한 개그씬,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씬까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 없는게 없는 이 영화는 더할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엄연히 철저하게 흥행에 중점을 두고 만든 오락 영화이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발표한 미 대통령의 담화문 연설 장면, 전무후무한 우주왕복선 2대의 듀얼 런칭씬 등 여러 인상깊은 명장면들을 남겼으며, 특히 해리가 인류를 위해 희생하기 전 딸에게 유언을 남기는 장면은 딸바보 아빠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으로 아직도 사람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명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상영 시간 내내 수시로 튀어나오는 성조기와 함께 작품 전반에 깔린 '팍스 아메리카 만세'의 기조 역시, 이 작품이 전쟁물이 아니라 우주과학기술의 상징인 NASA를 배경으로 하기에 비교적 큰 거부감 없이 넘어간 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작품이 개봉한 당시 미국의 우주과학기술은 독보적인 수준으로, 위성 하나 제대로 쏴볼 생각도 못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물론이고 우주과학 선진국들조차도 그 격차가 너무나 커서 도무지 NASA의 흉내조차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NASA의 위상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대단했기 때문에 동서양을 불문하고 NASA가 곧 우주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그나마 대응책이라도 고민해볼 곳이 지구에서는 NASA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니, 관객들도 대부분 넘어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영화의 흥행에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소재와 개봉 시기의 절묘한 선택. 영화가 개봉한 1998년 당시는 세기말로,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멸망 예언과 아포칼립스 세계의 도래 같은 온갖 절망적 세계 종말론이 파다하던 시대였다. 수많은 음모론과 종말론을 담은 괴기 도서 등이 초등학교의 교실 책장에 꽂혀있었고, 2000년이 되는 순간 밀레니엄 바이러스로 전 세계의 핵미사일이 동시 발사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과학 잡지의 특집 코너에서 소개되던 그런 시대다.
이런 와중에 공룡을 멸망시켰다는 거대 운석(혹은 영화의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하고, 인류의 우주과학기술, 무기 기술을 각각 상징하는 존재와도 같은 우주왕복선과 핵무기를 이용해서 이를 막아낸다는 소재는 그 자체만으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기에 흥행은 보장된 것이었다.
아마도 이 모든 것들을 가장 잘 꿴 사람은 마이클 베이 본인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오락 영화는 언제나 평론가들의 평점이 짰고, 과학적 고증을 다 지키려 애쓰면 작품은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재미와 흥행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으려면 철저하게 전문 평론가를 배제하고 관객 위주로, 과학적 고증은 일반 대중의 과학 상식 선을 넘지 않는 정도까지만 타협해 맞춰놓고 영화의 흥행 보증 공식들을 대입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작품이 개봉한지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추억 보정까지 더해져 유튜브나 각종 영화 평론 사이트에서는 일반 관객들의 부정적인 평은 거의 보기 힘들고, 대부분 재미있고 감동있는 영화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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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댓글 같은 내용볼꺼면 다큐멘터리를 보겠지... | 23.08.16 07:4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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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나사쪽 관계자가 아니라 시추전문가임 | 23.08.16 07:46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