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로에서
국제협력단과 함께
스즈키 재벌 실사단과
모미지 콘체른의 CEO 부부가 포함된
다른 실사단을 납치한
납치범들은
치밀한 계획 아래 신속하게 움직였다.
브라질 경찰당국이
눈치 채기 전에
이미 상파울로를 벗어나 도시 밖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빈부격차가
사회문제를 넘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심각해진
브라질은
일본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각종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았다.
강도와 소매치기, 갱단뿐만 아니라
현지 경찰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을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브라질의 경제력은
수치상으론 세계 8위지만
대부분의 부가
상위 1%에 몰려있었다.
부촌과 빈민가의 경계가 명확하다는 건
다른 말론
경제적 신분제가 확고하다는 뜻이다.
균형은커녕 최소한의 법치에도 반하는 독직瀆職이 일상인 나라,
온갖 안 좋은 소리만 들리니 지옥을 연상케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은 있었다.
앤 커크먼은
국제연합 산하 긴급구호대의 명예대사 자격을 갖춘
특별일원으로
브라질 내에 만연하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삼은 성폭력실태를 조사하는
조사대의 명목상의 리더이자
얼굴마담으로 파견됐다.
상파울로 국제협력단은
단순한 기업실사단이 아니다.
왜냐하면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면
작업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보고서가 필요했고
양성임금평등 및 노동환경조사는
현재 여성인권단체들이 주목하는
가장 뜨거운 의제였다.
앤이
상파울로를 둘러보고 내린 판단은
단호했다.
‘매춘행위가 리우만큼 심각함.’
리우데자네이루는
호주의 시드니와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리우의 아름다움 이면엔
남미 최대의 섹스관광지란 어둠이 도사렸다.
화려함이 폭발하는
리우 카니발과 뒤얽힌
섹스비즈니스는
부정부패와 만나
멀쩡한 관광패키지로 둔갑해버렸다.
포르노산업이라면
미국도 뒤지지 않지만
적어도 미성년자를 착취하진 않았다.
다 큰 성인이 성을 탐닉하는 거야
개인의 취향과 기호지만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미성년자를
신체적으로 억압하는 건
명백한 범죄행위다.
문제는
브라질에선
이런 강압적인 일들이
대수롭지 않다는 점이었다.
‘공공안녕과 보편적인 윤리관의 부재.’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미국과는
너무나 달랐다.
앤 커크먼은
조국인 미국이
무슨 대단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국 국내에도
여성을 차별하고 학대하는 성범죄가 알게 모르게 만연했으니까.
하지만,
대다수의 미국인은
보편적인 윤리기준을 통해
부당한 처우에 맞서 함께 분노할 줄은 알았다.
진짜 정의는
그리 고고하지 않다.
UN아동복지조사관은
브라질뿐만 아니라
중남미 전역에서
미성년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실태를 확인하곤
항의를 촉구하는 긴급전문을 발송했다.
때를 같이해
국제사면위원회조사관은
정적을 숙청하는
비민주적인 사법절차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
상파울로 국제협력단은
스즈키 그룹, 모미지 콘체른 실사단과 함께
의문의 납치를 당했다.
‘ 우연이 아니야.’
앤은 그렇게 믿었다.
사실
그녀의 아버지인
토마스 아담 커크먼은
주택개발부 장관으로 재직하기 전까지는
미국 내에서는 알아주는 경제학자 출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아버지가 단순한 학자는 아니였다
정치권 인사들에게 있어서
그는
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반드시 도움을 청하는 싱크탱크였으니......
그런 아버지의 입장 때문에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명사를 만났고
평범한 사람은 볼 수 없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그건
한마디로 순진하지 않단 말이다.
앤 커크먼은
철없는 부잣집아가씨처럼
러브 앤 피스만 주구장창 떠들고 다닐 마음은 없었다.
“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고?
아가씨.”
마스크를 쓴 자는
미국식 억양의 영어를 정확히 구사했다.
아가씨란 호칭에 묻어나오는
비웃음을 느꼈다.
미국인이거나
미국에서 오래 활동했음이 분명했다.
“ 몸값협상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고 싶어요.”
“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로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테니까.”
“ 그 말은...
며칠 전에도 들었습니다.”
납치피해자 중엔
그녀보다
연륜도 평판도 높은 이들이 즐비했지만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앤 커크먼은
오래전부터 납치될 경우를 대비한 주의사항과 훈련을 받아왔다.
“ 제가 제안 하나 해도 될까요?”
“ 제안이라... 해봐.”
그녀의 말에
마스크는
흥미가 동한 듯 팔짱을 꼈다.
“ 우리가 직접 자신의 몸값을 지불하고 싶습니다.”
“ 오.”
상대는 탄성을 흘렸다.
각 기업실사단의 고위임원이라면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은행계좌와 금융전산망을 통해 송금 받으면
추적을 피할 수 없단 점이다.
아무리
케이맨 제도 같은 조세피난처의 신용이 높아도
미국이 작정하고 털면
털릴 수밖에 없었다.
탄성을 터트릴 때까진 분위기가 좋았지만
마스크사내는
곧 고개를 흔들었고
앤 커크먼은
급히 부연에 나섰다.
“ 블랙마켓을 이용해
현금과 현물 중
원하는 걸 선택하도록 하죠.”
“ 대통령의 외동따님이 불법을 저지르겠다고?”
“ 살아야 되니까요.”
가장 강력한 자유세계 지도자로 꼽히는 미국대통령을 안다고 해서
목숨을 보장받는 건 아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상대방의 꺼져가던 관심을 되돌렸다.
“ 좋아.
그럼 누굴 중개인으로 내세울 건데?”
관심은 되돌렸지만
비웃음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블랙마켓이
무슨 동네구멍가게도 아니고
어린년이 더 뭘 어쩌겠냐는 노골적인 무시를 담은 말투였다.
“ 펜과 종이 좀 주시겠어요?”
그녀의 요구에
마스크는 펜과 종이를 던졌다.
앤 커크먼은
펜을 주워 종이에 한 자 한 자 쓰며
괴도 키드에게 납치(?) 된
사건 아닌 사건을 겪은 뒤
신신당부하던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렸다.
‘목숨이 위험할 때
반드시 이 번호를 기억해!’
아버지는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다.
“ 제 중개인 개인번호에요.”
“ 오호.
부잣집아가씨쯤 되면 밑 닦아줄 중개인도 있고 말이야.
세상 참 좋아졌어.”
한껏 비아냥거리면서도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더니 목소리가 들린다.
“ 모시모시? ”
어느 나라 말이지?
일본어 같은데?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음성에
앤 커크먼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마스크를 쓴 자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 헬로? 여보세요? 띵호아?
왜 말을 안 해?
시발.
너 누구야? 새.”
전화를 끊어버린 마스크사내는
심각한 눈동자로
앤 커크먼을 노려봤다.
“ 주, 중개인 이름이 뭐지?”
“ 왜요?
그게 중요한가요?”
“ 뭐냐고!”
상대가 버럭 화를 내자
그녀는 움찔하며 입술을 뗐다.
“ 수호, 수호라고 들었어요.”
“ 빌어먹을!”
마스크를 쓴 자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자
용감한 앤 커크먼도 몸을 사려야 했다.
♪?♬♩♪
갑자기
유선전화기가 울렸다.
그녀도 마스크사내도
둘 다 흠칫했는데
절대 역추적할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이를 갈던 상대는
수화기를 들었다.
“ 너?
육공팔, 육공팔이지?”
“ 필승!”
“ 납치범이 너였어?
딥브레스 이 쓰레기들!
어디까지 타락한 거야?
어쩐지 응답이 없다싶더니
남미에서 개짓거릴 하느라 바쁘셨구먼?”
“ 그게 아니지 말입니다!”
“ 닥쳐!
통아저씨나 바꿔.”
“ 반장님은 저희랑 따로 움직이십니다.”
“ 접선장소가 어딘데?”
입을 다물어 한번 반항을 해본다.
“ 오!
입 다무시겠다?
우리 육공팔이 많이 컸네.
만나면 한 따까리 해야 쓰겠어?”
“ 크흠!
캄포스 요샙니다.”
“ 오케이.
좀 있다 보자.
그리고
그녀 말고
모미지 콘체른의 CEO 부부도 같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잘 모시는 게 좋을 거야."
통화는 끝났지만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한
마스크사내는
앤 커크먼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 왜?’
그녀는
그 시선의 의미를 몰랐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237) [2]
2025.12.10 (00: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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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쫄깃해지실 겁니다. | 25.12.10 22: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