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맥퀸은
케네스 번을 사랑했었다.
남녀가 사랑하는데
나이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미성년자를 사랑하는 건
도의적 법리적 제약이 뒤따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충실했다.
다만
존경하던 캐롤라인과 멀어진 건
뼈아팠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진실했던
내 마음과 달리
상대는
반쯤 호기심이란 진실을 알았을 땐
죽도록 아팠다.
성욕에 눈뜨는
청소년기의 호기심.
크리스티나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상대의 감정은
아이가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일 뿐이었다.
매달리진 않았다.
그저
열병처럼 스쳐가는
풋사랑이라면
인생선배인 자신이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게
마지막 자존심이나마 지키는 일이니까.
사랑은
그렇게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캐롤라인과 함께
케네스가 떠나고
몇 달 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엔
아이를 지우려고 했었다.
“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겠어요?”
크리스티나는
로잘린의 품에 안겨
멀찌감치 떨어진
한나를
아련한 눈동자로 바라봤다.
“ 패트릭과는
어떻게 엮인 거지?”
“ 저 쓰레기는...
정치인과 사업에 도움이 되는 유력인사들에게
여자든 도박이든 마약이든
닥치는 대로 공급했어요.
그러다
모르간의 레이더에 걸렸죠.”
아이를 낳은 크리스티나는
엡센트 모르간을 떠날까도 싶었지만
어떻게 보면
거기처럼 안전한 곳도 드물었다.
홀랜드 코퍼레이션의 부정을 캐기 위해
패트릭에게 접근한
그녀는
사건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는 걸
파악했다.
“ 뉴욕 난장판은
사실
그 가브리엘 밀러와 상관없었어요.”
모든 미국인이
가브리엘 밀러를
뉴욕난장판의 배후로 알고 있지만
이 계획은
이미
수년 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왔다.
가브리엘 밀러는
어디까지나
계획 막바지에 얻어걸린 셈이다.
그것도
아주 재수없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뉴욕.
아프리카깡촌이나
아시아최빈국의
어떤 이는
뉴욕을
미국의 수도로 알았다.
뉴욕과 뉴요커,
뉴욕의 패션,
뉴욕의 가십, 학업, 비즈니스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유명세를 탔으니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큰돈이 된다.
속된 말로
뉴욕의 부동산 전부를 팔면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절반을 살 수 있단 얘기가 있었다.
사실
얼굴마담 식으로 얻어걸린
글로젠 시큐리티와
홀랜드 코퍼레이션과 얽힌 정치인과 사업가, 투기세력이 계획한
뉴욕재개발계획은
완전한 파괴를 담보로 했다.
“ 헉슬리그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어요.
거기에는
더 추악한 비밀이 도사리고 있죠.”
“ 바바라에게 들은 기억이 나는군.”
뉴욕재개발계획
혹은
음모는
신이치도
유니콘 프로젝트 당시
유럽 정보위원회에서
자신의 대리 역을 하는 바바라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 클럽 어네스트.”
뉴욕을 중심으로
미 북동부와 서유럽을 아우르는
사교클럽.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미국의 사상을 고려하면
상위 0.01%만의 사교클럽이
버젓이 활동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하지만,
자유와 평등 그 이상으로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
사교클럽은
앞으로 나아갈
험난한 사회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특히
유명대학의 사교클럽은
학연과 지연의 끝판왕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컬스니까.
미국식 금수저들은
일찌감치
사교계에 데뷔한다.
한국처럼 숨어서
비밀리 회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아예 자선기금과 사업을 등에 업고
대놓고
화려한 인맥을 뽐낸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호화스런 삶을 사는
그들이 먹고 입는
모든 것이 이슈가 됐다.
부자를
손가락질하면서도
일확천금의 기회가 온다면
너나할 것 없이 손을 뻗는 게
미국인이다.
일단
부자가 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변호사와 상의하겠다는 사고방식이다.
거기에는
더는
민주황금기가 저문 이후
위대한 미국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배금주의만 남았다.
크리스티나가
케네스를 다시 만난 건
3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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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빌런이라 이런 식으로나마 분풀이를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 22.09.28 20: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