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더는 관여하고 싶지 않아.”
“ 포투스한테 약속한 게 있지 않나?
수호.”
“ 뭐?
앤 커크먼?
사지 멀쩡히 살려 보낸 걸로
내 몫은 다했다고.”
POTUS는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즉
미국대통령을 가리키는
기관들의 은어였다.
“ 아라곤은?”
“ 왜 너희가 싸지른 똥을
내가 치워야 해?
이튼.
속은 놈이 병신이니까
이쯤에서 넘어가는 거지
안 그랬음
콜로서스와 함께
디씨를 뒤집었을지도 몰라.
좋게 넘어갈 때 입 닥치라고.”
“ 크흠!”
제레미는
헛기침하며 발을 뺐다.
호갱을 계속 호갱으로 유지하려면
민감한 사안은
모른 척 해줄 필요가 있다.
신이치가 손가락을 튕기자
커튼이 걷히며
재갈이 물려지고 밧줄로 단단히 결박된 채
무릎 꿇은 사람들이 보였다.
부어터진 입술과
눈두덩을 보니
제압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나보다.
“ 아라곤 남미사업부?
코만도에이전시?
뭐라 부르든
이번 일과 관계된 놈들이야.
구워먹든 삶아먹든
알아서들 해.”
“ 생각보다 인원이 적구먼?”
“ 뭐... 살아있는 놈만 데려왔으니 그렇겠지.”
“ 나머지는?”
“ 몰라.
나도 안 물어봤거든.”
신이치의 곁눈질에
가스팔은
양팔을 쭈그리는 웃긴 포즈로
답을 대신했다.
아라곤 안가습격작전을 결행한
PCC와 CV는
최대한 산 채로
신이치에게 넘기려고 노력했지만
깡패들에게
과한 기대는 금물이다.
그나마.......
반이라도 살려서 데려온 걸
칭찬하고 싶었다.
“ 자!
그러니
이제 정산을 시작합시다.
여러분.”
신이치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 대략 이십억 달러쯤 되겠어.”
“ 현물도 받나?”
“ 흠.”
신이치가 현금을 선호하는 건
계산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일하는 고용인도 있고
도움을 준 친구도 있으며
가스팔처럼
거래를 맺은 하청업자도 많다.
권력구도나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
돈관계는 늘 깨끗해야 한다는 게
신이치의 지론이다.
“ 현물 뭐?”
“ 개인용 제트기. 보잉 777 이야.”
“ 777 ?
유지비용이 엄청나잖아?
관리하기도 귀찮고.”
“ 유지도 관리도 우리 쪽에서 평생해주지.
대신.”
“ 대신?”
“ 십억만 빼주게.”
“ 장난해?
십억이면
777 두 대는 굴릴 가격이잖아?”
CIA 부국장 제레미가 총대를 메긴 했지만
어차피
비용은 여러 나라에서 각출할게 뻔했다.
솔직히 20억 달러면
신이치 입장에선
비싸게 부른 것도 아니다.
이번 작전에 동원된
전술팀과 정보팀, 공작팀을 빼고도
가스팔처럼
인력을 제공한 하청업자와
중개업자, 밀수꾼들의 수수료를 합하면
족히
10억 달러는 떼어 놓고 들어갔다.
돈이 없어서 깎아달라는 걸까?
아니다.
“ 에두르지 말고 이유를 말해.”
“ 상원정보위원회에서 자네 이름이 거론됐네.”
“ 쯧! 피츠제럴드.”
상원이란 말을 듣자마자
신이치는 혀를 찼다.
“ 어디까지 엮여 들어간 거지?”
“ 케이스트리트의 로비스트들이
피츠제럴드를 앞세워
맹위를 떨치는 중이야.”
K-Street는
워싱턴정가에서 활보하는 로비스트와
그 이익집단을 상징하는 은어다.
백악관의 위세가 약해졌다고 판단했는지
의회를 중심으로
로비스트들이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회계연도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각 예산안은
엄격히 관리 중일 것이다.
제아무리
백악관이라도
현 상황에선
신이치의 계좌에
막대한 현금을 바로 꽂아주기는 힘들었다.
“ 좋아.
하지만,
국방부와 계약한 건
백 퍼센트 다 받아내고 말겠어.”
“ 그건...
파멜라가 알아서 하겠지.
우리랑은 상관없잖아?”
국방부주머니가 털리든 말든
CIA는 상관없었다.
미국과의 정산이 일단락되자
다른 나라는
일사천리였다.
마지막 협상테이블에 오른 자는
의외의 인물이다.
“ 우선 용서를 구하네.
수호.”
주일러시아대사 비탈리 안드로포프는
사과부터 했지만
신이치는
별 관심 없었다.
“ 처키의 가족은?”
“ 벌써 일본으로 이송 중이야.
정착에 필요한 모든 자금은 우리가 내지.”
불곰답지 않은 재빠른 비위맞추기에
신이치는 피식 웃었다.
“ 꽤 심란한가봐?
비탈리.”
“ 정치국멤버들이 막심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걸 나도 알아.”
“ 그리고
언젠가는
너도 그와 같은 꼴이 될 가능성이 높아. 아나?”
“ 그 역시 아네.
그래서
나름 준비하는 중이지.”
“ 홍해무역회사를 이용해서?”
비탈리는 답하지 않았다.
“ 가이우스에 투자하는 이유는
혹시
내 생각과 같아?”
“ 글쎄.”
상대가 끝까지 얼버무리자
신이치는
눈을 반개했다.
“ 정직한 불곰은 사라지고
영악한 여우새끼만 남았군.”
“ 세월이 모두를 변하게 하지.
조국을 향한 내 충성심은 변함없음에도
인간은 의심 많은 동물이거든.”
“ 부디 끝까지 살아남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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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2.08.22 19:3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