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眼手術執刀錄
―執刀 第36
구니야 구니야 사시사철 그늘진 암벽에서 면벽 수행 중
인 사타구니야 비구니도 바구니도 아니면서 패망한 왕국
의 국경 다리에서 천문의 운해을 점치고 생사의 갈림을
점지하고 인간사 길흉화복 점치는 구니야 구니야 사타구
니야 어처구니없는 세월을 절해고도 암자에서 너 홀로 야
윈 거니? 무력 원년 말 ↗의 힘으로 온 나라 온 백성을 공
포로 무력화하던 사타구니야 오타구니야 덜렁덜렁 이제
는 힘 빠진 나귀 ↗처럼 흐물흐물 시든 거니? 지붕 위의
박통아 반짝반짝 빛나던 전통아 사타구니 없는 사타구니
속에서 숨을 거두는 게 무력의 역사란 거 모른 거? 녹
두꽃 흐드러진 벌판에 나 한 손에 짱돌 들고 한 손에 조
선낫 쥐고 맨발로 서 있으니 구니야 군이야 사타군(邪墮
軍)이야 5월의 독 오른 꽃뱀처럼또 대가릴 쳐들어 봐라
개안수술집도록
함기석, 민음의 시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