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眼手術執刀錄
―執刀 第34
사과꽃이 하얗게 필 때 중학생 미혼모가 15층 난간에
서 갓 출산한 아이를 던졌다 꽃향기에 취해 벌들은 붕붕
거리는데 아파트 바닥에 떨어진 바스에서 흘러나온 어린
피가 기묘한 왕국의 기묘한 지도를 그렸다 봄바람 타고
하늘은 하늘하늘 아름답게 물결치는데 구급차가 달려오
고 있었다 사과 꽃잎들이 팔랑팔랑 나비들과 4월의 애도
춤을 추는데 경찰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아침마다 불구의
땅에 불구의 뉴스가 사생아 울음으로 태어나는데도 여왕
도 신하들도 기묘한 가면 놀이만 즐겼다 천공(天空)엔 천
공(天公)의 장례식이 시작되고 해저엔 죽어도 죽을 수 없
는 아이들의 음울한 장송곡이 울리는데 사과꽃이 흐드러
지게 지고 있었다 사과 꽃잎 하얗게 덮인 아이들 등굣길
이 기나긴 수의 같던 그해 봄, 풋사과 한 알이 떨어지고
있었다 지구보다 무거운 무쇠 사과 한 알이, 탄핵 탄두 단
사과 폭탄이 반도의 왕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개안수술집도록
함기석, 민음의 시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