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眼手術執刀錄
―執刀 第32
코리아증권사 빌딩 화단에 떨어져 있다 13층 난간에서
떨어진 빨간 사과 한 알, 누구의 머리일까 누구의 파산한
마음일까 누구의 꿈이 저렇게 발가벗겨져 능욕당하는 걸
까 광대뼈엔 깊은 칼자국이 나 있고 눈의 핏줄들이 터져
재벌 파뿌리처럼 엉켜 있다 자살일까 타살일까 음모일까
위장일까 걸음을 멈추고 내가 쳐다보는 동안에도 애처로
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달아난 팔다리를 찾고 있다
몸통을 찾고 있다 피 칠된 이마엔 도깨비 햇빛 바늘이 촘
촘히 꽂혀 있고 짓무른 귓속으로 개미와 지렁이 들이 들
락거리는 사과 한 알, 점점 붉게 익어 가는 죽음을 끌어안
고 빨간 사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빨간 사과라는 이름의
법의학 물체, 부패할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냄새 환해질수
록 점점 어두워지는 사건
개안수술집도록
함기석, 민음의 시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