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眼手術執刀錄
―執刀 第27
영국 외신 기자 타임 시가 칼에 찔려 명동 지하도에 쓰
러져 있다 밤공기가 검은 모피 코트를 벗어 그의 얼굴을
덮어 준다 죽은 귀에 울리는 광시곡처럼 밤하늘을 날아
가는 나비들, 뉴스는 매일매일 변태 주인 갑충이어서 칼
날은 코리아의 썩은 폐부를 살짝 빗겨 나가 그의 왼쪽 폐
를 찌른 것 지하도 시계 상점에서 색색의 시계들이 합창
한다 소문은 점점 혈흔이 낭자해지고 사체의 눈에서 돋
아난 나팔꽃 줄기가 지하도 계단을 타고 빌딩을 타고 마
천루를 지나 하늘로 뻗어 간다 먼 이국의 땅에서 죽은 타
임 씨의 파란 입술, 이 도시는 하루 세 번 죽은 시계를 낳
는 거미 노파다 지하상가에서 붉은 수염투성이 메기들이
헤엄쳐 나오고 타임 씨의 죽음을 취재하려 기자들이 몰려
온다 시계들의 합창 소리 점점 커진다
개안수술집도록
함기석, 민음의 시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