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키 부드
예키 나부드
정오―, 낮은 난간에 나와
녹슨 의자에 앉아
쏟아지는 햇빛에 죄인이 되어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림자는 바닥에 고인 얼룩이 되어
넘을 수 없는 예감이었다가
씻을 수 없는 罪였다가
건널 수 없는 노래였다가
한다
해도
모두 같은 얼ᄀᆞᆯ이다
도무 같은 꿈일 것이다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알 수 없는 말들이 모르는 대
로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가는 때
나는 아직도
밤마다 하늘에 나타나는 어두운 길을 바라보며
내가 가야 할 먼 곳을 헤아려보고 있다
별은 수없이 많은 얘기를 들려주며 끝없이 돌고
나는 언제나 길 위에서,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이야
기를
홀로 듣고 있다
흐르는 강물 아래로 작은 모래알들이
쉼 없이 일어나서 뒤집어지듯이
불운한 손금으로 채찍을 잡아야 할 내일은
罪였다가
노래였다가
한다
해도,
나는 그 강물의 흐름을 장딴지로 딛고 서서
물소리를 허리와 팔뚝에 감고
그 여울에 낚시를 던질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야, 늘 울음으로 시작했듯이
절름발이 시인의 죽음에 가서도 불렀던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예키 부드
예키 나부드,
幸이든 不幸이든
먼 별이여, 길을 물어본다
(깊이 사랑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 해도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끝이 멀지 않았다고
또 나를 속이는 건
# 시작 메모―어느 시대나 옛날은 있었고, 어느 곳에서나 그 옛날을
이야기하는 처음의 방식은 비슷하다. 옛날 옛적에, 아니면,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어른들은 그렇게 옛날이야기를 시작하며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야기는 이야기 앞에서 망설이는
한 늘 오늘의 이야기다.
타지 않는 혀
함성호, 문학과지성 시인선 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