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그는 말수가 적었다 학급에서도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
지만 늘 상위권에 있었고, 누구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은
없어도, 그는 늘 무엇과 싸우는 중이었다 청호동 아바이
들이 거의 그렇듯이 그의 아버지도 뱃사람이었고, 실향
민이었고, 그 이유 때문에 그는 외아들이었다 어쩌다 하
나는 생겼지만, 북에 두고 온 처자식이 있었으므로, 남쪽
의 삶에서 줄줄이 새끼들을 낳는다는 것이, 그의 아버지
에게는 모독이었다 그 사실이, 그의 어머니에게는 모욕
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살다 아버지는 죽었다 고
등학교 졸업을 몇 달 앞둔 여름의 일이었고, 그는 진학을
포기했고, 졸업하자마자 배를 탔다 그렇게 우리는, 누구
는 청초호에 남고, 누구는 영랑호를 떠났다 그리고 덕장
의 명태들이 꽁꽁 얼던 어느 날, 먼바다에서 조업을 마치
고 돌아오는 뱃고물에서 생선 비늘 가득한 운동화로 유
서를 눌러놓고
그는 사라졌다―죄송해요―장례식에는 돌아오지
못한 시신 대신 푸른 바다가 병풍 뒤에서 출렁거렸고, 억
울했고, 먼 수평선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거부하고 싶은
희망처럼 피어오를 때,
우리는 열아홉, 스물이었다
타지 않는 혀
함성호, 문학과지성 시인선 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