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혼자 검수가 어렵다는 것을 핑계로 요즘은 챗GPT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이거 요물이네요... 스토리는 최대한 제가 만들되 제가 그간 느꼈던 위화감 위주로 컨펌받고 있는데, 쉽사리 믿기 어려운 구석들도 많아서 일단은 신뢰가는 부분만 채용하고 방향만 알맞게 가는지 분석하는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스토리는 제일로 제가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제 글은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게재중이며, 본편 활협전 스토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2차창작, 팬픽임을 강조드립니다. 혼란에 차질없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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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삼일이 지났다.휘익! 휘이이익!바람을 타고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가 하늘을 꿰찔렀다. 기분좋은 듯, 흥흥 하는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향하는 천진난만한 여성은 주변을 다시한번 보며 지도를 펼쳐서 맞는지 아닌지 비교해본다."음... 이 부근은 오래간만이라 긴장되네. 그래도...?"드넓게 펼쳐진 들판을 지나, 푸른 구름의 풍경을 넘어 당문의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목적지는 당문으로 보인다. 씨익 웃던 그녀는 허리춤의 검 옆으로 걸어놓은 가면을 얼굴에 쓰고는 잘 맞는지 볼 부분을 탁탁 만지작거렸다. 가면은 새하얀 바탕에 협(俠)의 문양을 그려넣은지라 신비하면서도 위협적인 외관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행동거지 덕인지 그다지 위협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랑곳하지않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당문의 깃대가 보이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옳지. 이제 이 산만 넘기면 당문이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다행이네. 그간 수련한 것을 너무 간단히 보이면 좀 그러니까... 기의 흐름을 바꿔서...! 후우...!"자신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다른 기운의 호흡을 하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무리없이 자신의 성질을 바꿔버리는 기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방금전까지 들리던 가냘픈 목소리는 한층 그 음이 낮아졌고, 같은 사람의 것이 아닌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으니, 키를 제외하고는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아아. 흠흠. 좋아. 특이체질인게 다행이네. 기운이 두개라 두개의 무공을 번갈아간다라... 그래도 이정도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지? 다행이야. 다행이다. 당문 주변이 무뢰배들 천지라고 들었는데 별거 없네. 조용하구나. 그나저나 늦지않은 거겠지? 서신의 이야기대로면 동굴로 오지말고 봉인된 서신과 함께 당문으로 가라... 뭐, 상관없겠지. 가서 도움을 주는 것을 우선으로 하자."바위위에 있던 그녀는 가면을 다시 고쳐잡고 바닥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뛰어내린 자리의 발이 그 아래 덮여있는 풀들을 밟은 줄 보였지만, 가느다란 풀잎 위에 서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행동거지는 요란하지만 나름 검을 사용하는 고수의 풍모를 보이고 있었다."등초답(登草踏)이 아니었으면 다리 꽤나 아플 뻔했어. 생각이상으로 거리가 멀었고, 경공을 가지고 이정도로 다녀본적은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역시 익힌 것이 문제가 되진 않아서 다행이네. 좋아좋아."그녀는 가뿐히 땅을 즈려밟고 당문으로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때였다.챙챙! 파박!"어이쿠!"하늘에서부터 암기가 떨어져 내려와 바닥에 박혔다."... 제대로 찾아왔나보네."주변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방금 막 거닐기 시작한 곳은 나무 숲이 우거진 장소였기에 겉으로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가면의 그녀는 침착하게 두 손을 들고는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당신... 누구야? 본적없는 용모에 가면까지 쓰고..."그녀의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목소리만 듣고도 여성이 누군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표정과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음흉함이 잔뜩 주변으로 깔렸고, 가면의 그녀가 미동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여성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암행(暗行)을 유지했다."......""당신 누구야. 대답해."그녀는 가면을 쓰고 달라진 목소리로 답했다."안녕하십니까. 당 소저. 얼마전에 엽(葉)공께 서신을 받지 않으셨습니까?"순간 주변의 나무 숲이 가느다란 바람에 긴장하여 살짝 떨었다. 잠시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더니 이윽고 숨어있던 당묵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는 것은 당신이 앞으로의 일들을 전해주실 전령입니까?""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위해 이곳에 온 것이구요.""하지만 어째서 가면을 쓰신거죠? 얼굴을 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얼굴을 긁적이려다 가면을 긁적이니 긁은 줄만 알고 시원하지 않으니 절로 헛웃음이 났다."하하...여기엔 사정이 있어서요. 가면은 좀 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묵령은 그리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는 않고 경계가득한 한마디만 내뱉을 뿐이었다."당신에게서 확인할 것이 많습니다."스릉. 척.검을 뽑아드는 소리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나무숲 그림자를 타고 전체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묵령의 낮은 목소리."...본녀가 매몰차게 굴어도 원망마시기 바랍니다. 악의는 없습니다."가면의 여성은 당묵령의 의도를 모르지는 않았기에 그저 말없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고, 그녀를 맞이하기위해 호흡하기 시작했다.' 비아소상밀심법(秘我嘯裳謐心法)! '주변의 분위기가 급격히 고요하게 변했고, 자세를 고쳐잡으며 호흡을 하기 시작하니, 땅에서부터 따뜻한 기류가 올라와 얼굴과 가면사이의 작은 틈으로 그 기운이 밀려들어가 분위기를 사뭇 변화시키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서 나무숲 덕분에 만들어진 커다란 그림자를 뚫고 한걸음, 한걸음 무거운 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당묵령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저벅. 저벅. 저벅...꿀꺽.' 심각할거라더니... 진짜 눈빛이 귀신(鬼神)같잖아? 그의 이야기를 이미 들은 것인가? 나도 그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심이 생각이상으로 컸구나... '묵령의 모습은 마치 분노에 사로잡혔지만 냉정함을 유지하며 먹잇감을 살펴보는 늑대와도 같았다. 그녀의 눈빛이 여간 신경쓰였는지, 보이지 않은 가면의 뒷편에는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가득 풍겨나왔고, 불안한 안광을 보이는 묵령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당신이 엽 공자님의 부름을 받고 온 전령이시라면, 이자리에서 확실하게 하겠습니다."묵령이 다가가던 길을 멈추고 작고 조용한 손을 허리 뒤춤으로 숨겼다.' 말을 해서는 씨알도 안먹히겠지. 각오해야겠는걸. '"본녀에게 최선을 다해보십시오.""......분부대로."순간 서로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고, 이윽고 가면의 그녀를 시험하는 묵령과 시험받는 그녀였다. 단검과 검이 맞부딪혀 차가운 쇳덩이가 울리는 소리를 내며 시험의 시작을 알렸고, 두 여협은 부딪힘과 동시에 공중제비를 돌며 동시에 뒤로 빠졌다. 묵령이 왼손을 뻗어 암기를 던지면, 가면의 그녀도 반대로 암기를 던져 서로의 암기가 부딪혀 땅에 박히기를 수십합. 서로가 눈빛을 응시하며 원을 그리며 주변을 뛰어다녔다."물향기(水香). 잔걸음(潺步)."수풀에 발을 딛으며, 마치 물줄기가 그것의 그림자를 따라 궤적을 그리듯, 빠르고 조용히 접근하는 묵령. 잔걸음은 풀위를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어 다가가는 그림자와 같은 모습으로 가면의 여협에게 다가갔고, 이에 질세라 검을 붙잡고는 아래에서 위로 크게 종베었다."비검격(秘劍擊)!"바람을 세로가르는,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종베기는 묵령이 그녀에게 다다를때까지 알아채기 어려운 초식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력은 떨어지는 것이었으니, 묵령의 잔걸음은 그것을 가벼이 피하고 물향의 흐름은 가면의 여협의 뒤를 재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낭아지세(狼牙之勢) 송곳... 윽!"근접특기인 그녀의 송곳니(犬齒)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듯, 위로 올렸던 손을 그대로 몸을 비틀며 다시 크게 휘둘렀다."비월(秘月)!"마치 자신의 몸 전체를 달이 감싸 지켜주듯 크게 휘두르는 검의 궤적은 묵령의 움직임에 망설임을 넣었고, 묵령은 그대로 당할 수는 없으니 그대로 무지걸음(無知步)하여 재빠르게 뒤로 빠졌다. 그러나 가면의 여협은 넓어진 간격의 틈을 따스한 바람에 몸을 실어 파고들어갔다."비소상격무(秘嘯裳擊舞)!"가면의 여협은 마치 개울가의 꽃이 춤을 추듯, 검무(劍舞)를 추며 날카로운 찌르기와 유려한 베기가 사방팔방으로 묵령을 옥죄어갔지만, 그 초식의 다채로운 궤적을 하나하나 단검과 손목의 아대로 막아내는 묵령이었다.챙! 챙! 쉬익! 챙!십여합을 내지른 비소상격무의 마지막 찌르기가 들어오는 것을 잡아낸 묵령은 그것을 단검으로 내리쳐 그녀의 검을 땅으로 내리박고,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주머니에서 암기를 잡아던졌다.챙!땅에 박힌 검을 재빨리 뽑아들고 위로 베어 떨어지는 암기를 쳐냈고, 다시한번 공중의 묵령에게로 다가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베어지는 종베기를 시전했다."비검격(秘劍擊)!"묵령은 올려베기를 그대로 흘려보냈고, 오른손바닥을 펴서 그대로 가면의 여협의 얼굴에 내질렀다."격공장(激功掌)!"뻐어엉!!!무쇠폭탄이 마치 공중에서 폭발하듯, 큰 소리와 함께 터져나가는 소리까지 들렸으나, 가면의 여협은 고개를 최대한 뒤로젖혀 간신히 그것을 피해내는데 성공했다. 강고한 그녀의 장법은 주변의 공기마저 파르르 떨게 만들 정도였으니 자신도 모르게 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당황함도 잠시, 서둘러 자신의 얼굴 가깝게 다가온 묵령을 두 손으로 밀어서 거리를 벌렸지만, 묵령은 이에 늦을세라 공중제비하여 재빠르게 다시한번 공중의 공기를 발로 밀어, 그녀의 얼굴위로 달려들어 발을 뻗어들어갔다."윽!!""무월격보(霧越激步)!"자욱한 안개를 넘어 들어오는 듯한 그녀의 보법과 묵직한 발차기가 가면너머 가까이 들어왔고, 그것을 한박자 늦게 겨우 막으니 팔목의 뼈가 그 속까지 지근지근할 정도였다. 가면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짧은 탄식이 들려왔고, 묵령은 자신의 무공이 상대에게 듣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먹을 내지르고, 다리를 내뻗어 걷어차는 등, 어떻게든 타격을 주기위해 몇십 합을 나누는, 또 다시 근접타격전이 벌어졌지만, 그때마다 가면의 여협은 가까스로 그녀의 타격기를 막아냈다.' 윽! 뿌, 뿌리쳐야하는데... '휙!돌개바람과 같은 빠르기로 단검을 집은 묵령의 오른손이 그녀의 가면을 스쳐지나갔다. 자칫 잘못하다간 가면이 손상입을 것 같아 발을 크게 휘둘러 거리를 벌리려했지만, 그것조차 읽은 묵령이었기에 자신도 똑같이 발을 내질러 제자리의 상태를 더욱 굳혔다.퍼억!"끄, 끈질겨...!""놓칠 줄 알고?!"그녀들의 두손이 서로 맞닿자 묵령은 얼른 그 손에 깍지를 껴고 꽉 쥐었다."윽! 차, 찰거머리!!"묵령이 한쪽 손은 깍지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공력을 모아 또 다시 격공장(激功掌)을 출수하려 하자, 재빨리 그녀의 손바닥을 붙잡고 작게 공력을 내보내 초식을 와해시켰다. 그녀의 진심어린 공격에 기가차서 소리를 질렀다."저, 절 죽일 셈입니까?!"묵령은 그녀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난...! 나는...! 크윽...!"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속에서부터 응어리진 갑갑한 마음이 터져나오지 못하여 답답함에 고개를 세게 저었고, 이내 굳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크게 젖혔다."어? 어?? 자, 잠깐!""으아아악!!"소리를 내지르며 그저 복잡한 생각만 가득한 머리를 깨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반영된 것인지, 묵령은 박치기를 하기위해 고개를 다시 앞으로 강하게 내질렀다. 하지만 가면의 여협은 그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격공장의 출수를 염두했던 손을 재빨리 밀어 뿌리치고는 다가오는 묵령의 이마를, 손을 뿌리치던 반동을 이용하여 겨우 피했다."조, 좀 적당히!! 억!"안심도 잠시. 묵령은 고개를 숙인 관성을 이용하여 재빨리 바닥으로 몸을 숙이고는 그대로 다리를 돌려차 가면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데 성공했다."컥!"다리를 강제로 걸리는 바람에 등쪽부터 강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가면녀는 고통의 신음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 묵령은 단검을 다시 고쳐 쥐고, 그대로 가면으로 내질렀다. 그러나 역시나 가면을 노렸어도, 상대도 만만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옆으로 굴러 단검을 피했고, 두 팔로 땅을 밀어 공중제비한 다음, 그대로 바닥에 착지했다."학... 학... 헉..."가면을 쓰고 내쉬는 숨소리는 상당히 거칠고 가빠보였다.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치며 가까스로 호흡을 다시 시작했고, 점차 회복하기 시작했다. 묵령도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내지른 모든 타격기가 제대로 먹히지 않자 눈빛만 더욱 표독해지니 답답함만 쌓일 뿐이었다. 숨을 고르며 회복하던 가면녀는 묵령에게 물었다."저, 저는 단지 전령이며 전력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연유가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묵령은 그녀의 물음에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고, 얼마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본녀는 답답해서 죽을 것 같습니다.""...네?"묵령은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말로써 표출해내기 시작했다."본녀는 부군을 잃고, 당문을 침략당하고, 당문지기들은 생사와 행방을 알 수 조차 없습니다. 믿었던 이사형 마저도 배신하고 행방을 알 수 없으며, 아버지는 지금 시신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대사형도 습격받아 죽었고, 삼사형도 그들에게 피해를 받아 얼마전 돌아가셨으며, 하나뿐인 친구는 병을 고치러 가고는 연락조차 없습니다. 그녀를 위해 편지를 매일매일 써서 보내지만 답신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그녀의 오라비를 만나 그녀의 생사를 물었지만, 속시원한 대답이 오가질 않으니 그녀는 정녕 죽었다고 생각되어졌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멸문된 당문을 다시 찾아오니 당문 주변은 온통 피냄새만 낭자하는 쓰레기 투성이 소굴로 변모해 있었고, 마을은 사람들이 대부분 몰살당하여 그 누구도 오갈 곳 없는 무법천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겨우겨우 본녀의 힘으로, 오로지 당문의 일원으로서, 당문의 피를 이어받은 자로서 책임감 하나로 주변을 정리해 나아가다가, 여태껏 죽었다고 여겨졌던 부군이 살아있는 시체로서 실험체로 붙잡혀있다는 소식까지 접했습니다. 본녀는 참으로 원통합니다. 본녀는 참으로 수치스럽습니다. 본녀는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본녀의 가슴은 답답하고 갑갑하니 제발 좀 터져서 후련해졌으면 좋겠는데 그것마저 쉽지가 않습니다. 본녀는 당문인인데, 당문인으로서 싸우다 목숨을 다 한것도 아닙니다. 부군과 당문지기들의 도움으로 어찌저찌 지금까지 얇고 가벼운 목숨줄을 연명했지만 여전히 이겨내야 할 것들이 겹겹이 모이고, 얽히고 쌓여, 그것이 제 어깨위에 얹혀 태산을 이루었습니다. 어찌 세상은 이리도 본녀에게 시련만 주시는 겁니까? 애써 머리를 깨뜨리려해도 깨지질 않고 어찌 피하기만 하는 군요. 하다못해 하나 뿐인 친구, 운상만 병을 고쳐 잘 살고만 있다는 소식만 접했다면 본녀는 마음 속 갑갑한 부분이 한결 물렁해질 지언데, 어찌하여 사람들은 다들 제 곁을 떠나가는 것일까요? 어찌하여 제 가슴을 쉽사리 쓸어내릴 수가 없는 것일까요? 어찌하여? 어찌하여? 어찌하여...?"묵령의 가슴 속 깊은 곳부터 터져나온 진심이 가면녀를 향해 비수같이 날아들어왔다. 나아질 것 같으면 또 다시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다지고 다시 일어서려해도 또 다시 비보가 들려와 슬픔을 감추려해도 감출 수 없는 자신의 신세가 너무 한 스러워 고래고래 그것을 허공에 질러대는 묵령의 원통함에, 가면녀는 마치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 어깨가 무겁게 느껴졌다. 가면 속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축 쳐진 어깨가 그녀의 표정을 대변하고 있었으니, 그녀 역시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세상에 차고 차고 넘치는 것이 나쁜 놈들 투성이 인데, 어찌하여 하늘은 그녀에게 고통만을 주는 것인지 도무지 하늘아래 세상을 공감할 수 없었다. 그저 손에든 검을 부들부들거릴 정도로 쥐는 것이 고작인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가면을 쓰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인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스윽."그래서 본녀는 행할 것입니다. 당신이 과연 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직접 확인할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당신을 상처주는 일이 될지라도, 옳지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도, 나는, 내 존재의 의미를 찾아낼 것입니다. 지금의 수십, 수백합의 검격과 타격을 맞대어낼 지라도 저의 의의를 찾을 것입니다. 부디 계속해서 각오해주십시오. 부탁이고, 부탁합니다. 부디 오랫동안 본녀를 상대해 주십시오. 답답한 저의 마음을 상대해주십시오.""......"그렇게 이야기 하고는 다시금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묵령. 가면녀도 그녀의 이야기에 자신마저 생각이 깊어짐을 느끼고 진심으로 그녀를 맞이해야겠다,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짤랑짤랑.묵령의 옷에 걸려있던 방울들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천지무성세(天地無聲勢)가 무너져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는 그녀가 의도한 해방이었으니, 그 무엇도 자신을 막지 못하게 하리라는 그녀만의 굳은 결심이었다."아삼영공수(我三影攻收)!"묵령보(默鍈步)를 상시 유지하며 몸을 빠르게 움직여 세개의 분신을 만들어냈고, 아까보다 더한 빠르기로 검격기와 타격기를 마른하늘 소나기 물줄기가 터져나오듯 쏟아냈다. 가면녀는 묵령의 수십, 수백합에 달하는 그것들을 성심성의껏 맞이하여 부딪혀 주었고, 부디 그녀의 응어리진 마음을 해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접수를 받아주었다. 그저 말없이 그녀의 모든 것을 맞받아쳐 주었다.챙! 챙! 휙! 파앗! 쉭! 챙! 챙!쉬지도 않고 검과 손과 발이 끊임 격돌했고, 바람은 계속해서 떨림을 받아내고 있었으며, 나뭇가지는 춤을 추고, 떨어지는 나뭇잎은 이슬을 머금고 바닥에 흩뿌려지니, 그야말로 그녀들을 위한 무아지경(無我之境)이 펼쳐졌다. 그러다 둘의 사이에 거리가 생겨났고,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초식 중 가장 강고하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공력을 한곳에 집중하여 준비하기 시작했다.부우우우웅!공력이 모아지는 소리가 살가운 바람소리와 함께 뒤섞여 나기 시작했고, 이윽고 모든 공력이 모인 것을 확인한 둘은, 거의 동시에 손을 뻗고 모든 기운을 출수하려 했다. 그때."상파사...(狀波死...)...어?""소풍농...(嘯風弄...)...앗!"..."자. 두 여협들. 부디 여흥은 여기까지."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속도로 두 여협 앞에 청의를 입은 여성들이 나타나 그녀들의 출수를 막았다."라, 란 아가씨?""당 소저. 힘빼지 마시고 진정하시오.""어, 어라. 누구신...지?""소녀는 번소천이라 합니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일단, 서신은 여기있습니다."가면의 여협은 모두가 모인 당문의 정심당에서 봉인된 서신을 굳게 입을 다문 묵령에게 넘겨주었고, 그저 말없이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눈이 천천히 넘어가기만하는데도 분위기는 어둡고 무겁다. 방금전의 싸움의 여파가 크게 느껴지는 듯 했으나, 이윽고 인정을 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그쪽도 소식을 아시고 계시는건가요?""예. 저희도 얼마전에 안 사실입니다. 빠르게 알려드리려했으나, 이쪽에서 먼저 알게되셨군요.""......"상황이 상황인만큼 그녀의 무거운 침묵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면의 여협 역시 일방적으로 듣고, 전달받은 내용이었으니 본인도 듣고 크게 놀랐었다. 하지만 놀라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자신의 수련에 박차를 가했었고, 이를 악물고 빠르게 자신을 완성하는 것에 집중을 할 필요가 있었었다. 생각에 잠겨 자신도 모르게 흐트러진 가면을 고쳐쓰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마교 무림맹의 본거지를 가르쳐드리겠습니다."정심당 중앙에 펼쳐진 지도를 쭈욱 살펴보고는 손가락을 가져가 어느 한 곳을 가리키자 이를 보던 중 위국이 깜짝놀란 기색을 보였다. 하후란은 그녀의 반응에 그 알 수 없는 장소가 대충 어디인지 예상이 갔다."그곳이 어디인지 아는 눈치구나 위국.""서... 설마... 어째서죠? 어째서 저 곳에..."순간 좋지않은 예감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니 얼굴색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하후란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뻔하다. 그곳도 인질이 되었다는 소리다.""네. 그 말씀이 맞습니다."그녀가 가리킨 장소는 바로........"경양독서재. 즉, 행화림(杏花林)도 넘어갔다는 이야기다. 생각이상으로 일이 커졌구나. 최근에도 서신을 받은 적이 있더냐?"위국은 그저 우물쭈물하며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얼마가지 못하고 천천히 입을 열게되었다."그... 사실 서신이 끊긴지는 얼마 안됐습니다. 보름 전에 보낸 서신이 마지막이었으니, 답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설마 그사이에..."하후란은 그녀의 이야기에 팔을 들어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했다."서신을 보낸지 보름 전이라고 했으니 그보다 더 오래되었을 것 같구나. 이미 행화림의 세력 대부분은 저쪽으로 넘어갔겠군."생각이상으로 마교 무림맹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나마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움직였던 행화림마저 상황이 좋지 않으니 정작 무림계의 원상복귀라는 단어가 그리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냉정을 고수하던 하후란마저 표독스러운 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미간에 주름이 잡힐 정도였으니, 사태는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빨려들어갈 기세였다. 그러나 모두의 침묵을 깨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아닙니다.""?"다들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이 옮겨졌고, 그 자리에는 묵령이 이전과는 다른 날카로운 시선으로 가면녀가 가리킨 장소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우리는 인원도 소수이며, 누구도 대적하기 힘든 정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부실한 곳을 꿰뚫기에는 효과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매 언니도, 란 소저도, 번 동생도, 상 언니도, 그리고, 당신도."묵령은 가면녀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당신과 검을 맞대고, 주먹을 맞대고, 발길질을 맞대고는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마치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차치하고,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부합하는 우리의 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 당신들도 우리 모두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이 자리는 당문이지만 여러분들은 무림계를 이끌어갈 재목들이라 여겨지니 한 명, 한 명의 이겨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각별합니다. 부디 본녀의 생각에 당신들의 의지를 빌림을 청하니, 저와 같이 어울려주시겠습니까?"다들 묵령의 의외의 모습을 보고는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의 부군의 소식과 그동안의 설움에 침울함만 내내 보였던 그녀가 스스로 입을 열고 결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니 자신들도 모르게 벅차오름이 가슴 속 깊이 충만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당 소저가 아까의 싸움에서 각성을 하게 될 줄이야. 그녀가 내지른 그동안의 설움이 결국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다니... 나도 더이상... 그녀에게 미련가질 필요가 없어졌구나... 활아... 그녀가 널 참으로 많이 닮은 것 같구나... 그녀도 너의 마지막 불꽃을 내뿜었다는 모습처럼, 당중령 대선배의 모습이 많이 겹쳐보이는구나. 내 비록 잠시나마 너를 각별히 보고 있었으나, 네가 이리도 욕심나기는 정말 오래간만이구나... 그녀가... 부럽구나... '하후란은 그제서야 맞언니라는 위치에서의 압박감에서 해방된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첫 번째 제자인 조활의 모습을 겹쳐보았던 묵령의 성장한 모습에 그저 그리움이 가득했다. 뭣도 모르던 백지장의 그가 조금씩 조금씩 설산파의 사람이 되가는 모습을, 또 다시 묵령에게서 느끼니 새로운 기분이 들면서도 그녀를 질투해버린 것이다. 그녀는 또 다른 조활이자, 그의 의지였으니, 자신은 그런 그녀를 다시한번 옆에서 도와주고자 마음먹었다.그리고 그런 기분을 느낀 것은 비단, 하후란 만이 아니었다. 우소매, 욱죽, 위국, 용상, 유원, 소천. 그리고 그 상황과 관계를 잘 모르는 조운 마저도 그녀의 진심어린 요청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이 뜨거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묵령의 요청에 대답이라도 하듯, 다들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니 묵령 역시 한시름 놓은 듯한 시원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조운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왜 일까? 분명 남일일 텐데 어째서 이방인인 나마저 언니의 성장에 감복하고 말았어. 이게 소속감이라는 건가...? 그, 그나저나... '그때 조운이 대뜸 가면녀를 향해 물었다."여협께 묻습니다. 여태까지 가면을 써야하는 이유를 들었지만 딱히 납득은 되지 않으나 개인적인 이유라 하니, 가면 뒤의 정체 말고도 존함은 가르쳐주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가면녀는 감격의 순간을 마주하며 보이지않는 표정으로 기뻐하고 있을 때, 조운의 순간적인 물음에 어찌 답해야하나 한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이름?? 가면 쓰기 전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뭐라하지? 본명을 쓸수도 없고... 가명이라... 어쩌지?? '우물쭈물하며 주변을 돌아보던 가면녀는 생각하다가 때마침 기지를 발휘하여 떠오른 이름이 있었으니, 대뜸 가면에는 안보이는 입을 열었다."보, 본녀는 평생 이름없이 살아 오다가, 흠흠. 비로소 이름이 필요하다 생각해 급히 만들어 말씀드립니다. 성씨는 저만의 비밀을 유지하고 싶으니, 이를 붙여 비(秘). 이런 각별한 인연을 마주하니 저도 이 자리의 여러분들과 각별한 인연이 되고 싶으니, 연(緣)이라 하여, 비연(秘緣)이라 불러주십시오."다들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당황한 비연은 가면뒤에 있을 표정을 뒤로한채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그... 불러주시면 안, 안될까요...? 헤헤..."월영전(月鍈傳) (2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