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확실히 마음에 안정을 되찾게 해준다.
모험가, 항해사, 공무원, 노동자 등 늘 바쁘게 움직이는 뉴 호프 항구 도시와 달리 인구수도 적은 시골 마을은 어떤 간섭도 장해도 없이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기에는 딱 안성 맞춤이었고.
집사람도 시골의 공기를 마시기 시작하니 혼잡했던 마음이 진정되었다는 듯 다시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딸들도 들 뜬 상태에서 마음껏 시골의 풍경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젠 좀 괜찮아 모모?"
"네..."
내 어깨에 기대고 있던 모모는 한번 크게 숨을 들이켰다. 무릅에 앉은 장인 어르신의 포근한 털을 느끼면서.
"제가 무리 하는 바람에 그만 모두를 걱정하게 했네요 헤헷."
"그래도 이렇게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
라임하고 민트는 주변에 다른 농부들의 안내를 받아 소나 양, 그리고 닭을 구경하거나 심지어 말 위에까지 타보기도 하였다.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다보니, 패이스트리를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및 그외 과일들을 주문 할때 집사람하고 같이 방문해야 했기 떄문에 여기 시골 농부들하고 자연스레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래서 가족들하고 같이 온다고 하니까, 오자마자 아이들을 위한 과일및 채소들을 미리 준비해 두었고.
"오늘은 조용해서 좋네. 몬스터들의 활동도 없고."
"그 몇년전 트렌트들이 농장을 기습한거 기억하시죠 태철씨?"
"아아...기억하고 말고. 그때 그 녀석들 농장의 지력을 빨아 먹기 위해 무데기로 쳐들어 왔고 하마터면 올해 밀가루를 챙겨오지 못할뻔 했잖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네. 아까도 설명했듯 숲에서만 서식하는 트렌트들이 농밭에 쳐들어와서 하마터면 밀가루 공급에 차질이 생길뻔 하였다. 불행중 다행으로, 모험가 길드측에서도 보상금 높게 모험가들에게 의뢰해서 빨리 퇴치할수 있었지만 몇 바보들은 트렌트를 잡는답 치고 농작물 까지 파괴하는 추태를 벌이는 바람에 농작물 피해가 있었고.
다행히 나하고 집사람이었을 경우는 우리 가게 단골이자 친하게 지내는 모험가 삼인방 파티가 깔끔히 처리해주어서 밀가루 공급에 차질이 없었지만. (사실 그 자칭 미소녀 연금술사 아가씨가 집사람이 만든 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그런거 같지만...)
"다른건 다 좋은데..."
우리 두사람은 저기서 애들이랑 같이 노는 메이드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키가 작은 아이들을 말위에 태워주는 메이드들을.
"왜 쟤네들까지 따라온거야? 가서 쉬라고 휴가까지 줬는데."
"아무리 그래도 제가 걱정되어서 따라온거래요. 모모 언니이이이-우리가 애들을 보호할테니 언니는 마음껏 힐링하세요오오오라면서요 후후훗."
"하여간..."
고개를 저으면서 입에 쓴 웃음이 서서히 지어졌다. 하여간 쟤네들은...모모 관련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니까. 뭐 그럴수 밖에.
갈곳도, 돈을 벌만한 손재주도, 경력도 없던 이들을 고용해주고 가르킨것이 바로 모모였는데.
메이드들이랑 놀고 있던 트윈테일의 오렌지색 머리카락의 작은 소녀와 그녀의 크기와 비슷한 크기의 검은색 단발 머리의 안경을 쓴 소녀. 엄마 하고 아빠가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자신들도 나름대로 바빴다.
말위에 올라타기, 양 꼭 안기, 소에게 풀 주기, 닭 쫒아가기 등, 이보다 더 바쁜 일이 어디있겠는가.
"라임 언니-다른 언니들이랑 같이 있으라고 엄마 아빠가 신신당부 하셨잖아요."
"마마 하고 파파는 너무 걱정을 많이 해!"
라임은 씨익-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양팔을 벌린 뒤 발레하듯 빙글 돌았다.
"라임은! 마마에게서 카타나 다루는 법 배워서 어느정도 자신 있다고! 민트도 좀더 자신감을 가져! 이렇게 혼자서 돌아다닐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러다가 길 잃어버리면 다 언니 책임이에요."
"참 까칠하다니까 민트는!"
윙크를 하면서 혀를 쏙 내미는 언니를 보면서 하아-하고 민트는 한숨을 내 뱉었다. 도대체 언니는 누구를 닮아서 저렇게 매사가 긍정적일까...좀 위기의식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소감이 있다.
"킁킁-언니 잠깐만."
"왜그래 민트?"
"이 냄새..."
매콤하면서도 은근히 불쾌한 느낌의 냄새가 민트의 코를 찔렀다. 처음에는 뭔가 하다가 이윽고 소녀의 머리위에서 냄새의 정체가 들어났는데...
"누가 담배를 피고 있나봐요."
"담배?"
라임도 킁킁 하고 냄새를 맡아보다가 한 손으로 코를 가렸다.
"뭐야!? 독해도 너무 독해! 누가 예의 없게 매지컬 스모킹을 피는거야! 귀여운 동물들 불쌍하게-!"
"아무래도 저기에서 나나 본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던 라임은 자신과 다르게 침착하게 안경을 제대로 맞춘 뒤 걸어가던 민트의 옆에 달라붙었다.
"무서운 사람 나오면 언니가 너 보호해줄게!"
주먹을 휙휙 휘두르면서.
"언니 카타나가 없으니까 주먹으로라도!"
"듬직하네요 언니 후후."
평소에 텐션 높은 언니였지만 그래도 이럴때는 은근히 듬직했다. 그런 언니가 싫지 않고. 냄새를 따라 가보니 마치 제대로 왔다는 듯 후우-하는 소리가 두 소녀의 귀로 들려왔다.
"...어...?"
"....엄마?"
그리고 그녀들 눈에 보인것은 엄마가 혼자서 모닥불 앞에서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잘못본게 아닌가 했는데, 허리까지 내려온 분홍빛이 감도는 주황색 머리카락은 그녀가 엄마라는것을 두 소녀는 확신시켜주었는데...
"....응?"
아빠는 어디계세요 라고 물어보려던 차 엄마는 뒤를 돌아보았다. 외출할때 평소 입는 깔끔한 옷이 아닌 초뤠해질 대로 초뤠해진 옷을 입은 엄마의 얼굴은...
다크 써클이 짖어질대로 짖어진 눈가에 마치 오랫동안 닦지 않은 보석마냥 짙은 검은색의 다홍색 눈동자를 가진 얼굴에는 파이프 담배가 물려져 있었다..
머리카락도 다듬은지 오래되었다는 듯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졌고.
".............여기서 뭐하세요? 엄마 찾고 있-"
"마마 얼굴 한 귀신이다아아아아아!!"
"엄마 얼굴 한 귀신이다아아아아아!!"
".........엥?"
두 소녀의 외침에 엄마 얼굴을 한 여자의 얼굴에는 엥? 이라고 그려졌다. 담배를 한번 더 후욱 들이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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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재미삼아 써본 번외편 2편입니다. 골초 모모 등장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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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모친과 동일한 기종이랑 사귄다면 무슨 기분이 들지 궁금해지네요. 개체마다 성격이 미묘히 다르겠지만 그래도 사람들 눈에 따라 막장 드라마 전개로 보이는게 아닐지. | 23.07.14 19: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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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의 기억을 이식하고 사귀는 전개도 생각했는데(기억만 이식한거고 해당 바이오로이드는 모친과 다른 개체로 스스로를 인식하겠지만) 여러모로 막장드라마 느낌이...ㅎㅎ | 23.07.14 19: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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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에반게리온 아야나미 레이가 떠오르네요. | 23.07.14 19: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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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과 같이 있는 모모는 그래도 주변에 잡아줄 사람들이 있어서 삐뚤어지지 않았지만 스모킹 모모는 그러지는 못했죠...안그래도 피폐한 성격이 더 피폐해진 격이랄까. 확실히 브라우니들이 전생한다면 여기저기서 브라우니들이 많아 골치 아프겠지만, 마르가 생각보다 적은 숫자의 사람들만 전생 시켜서 그럴일 없을듯? 얘도 사람을 본 뒤 전생 시키는애라. | 23.07.16 12: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