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어둠속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들려오는것은 뚜벅-뚜벅-내 걷는 소리일 뿐...
"태철씨? 라임? 민트? 아저씨?"
남편을 비롯해서 두 딸의 이름과 아저씨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하지만 어떤 대답이 없었다. 기억하는게 맞다면 어젯밤 카페테리아 일을 끝낸 뒤 피곤해서 그대로 침대에 누웠는데...?
"내가 왜 이 옷을?"
정신을 차리고 입은 옷을 보니 귀여운 파자마가 아닌 익숙하면서도 친숙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내가 마법 소녀 매지컬 모모였을때 입었던 옷이었으니까.
"우리집에 이런 옷 없을텐데 왜..."
"컷! 컷!"
"!?"
"뭘 그렇게 멍 때리고 있어!? 덕분에 중요한 장면을 놓쳤잖아!"
많이 들어본-정확히는 머리속에서 잊은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오래전에 나를 담당했던 감독님이 확성기에 입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보였었다.
"저 모모 오늘 따라 왜 저래! 아까전 부터 멍하니 있고!?"
주변이 붉은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붉은 안개가 전 세상을 감싸면서...
"...웃!"
비릿한 피냄새가 코를 찌르길래 한손으로 코를 막아 보았다. 코쪽에 미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냄새가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것을 알았는데...
"...!?"
내 손은 붉은 피로 묻혀져 있었다. 그것도 마치 페인트칠 하듯 피칠갑인 상태로.
"아니야...아니야...."
"야! 너 대본 안 읽었어!? 상대에게 고통을 더 주기 위해 카타나로 수십번 찌르라고 했잖아!!!"
감독의 외침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뽀끄루 대왕의 수하들을 비롯해 동료 마법 소녀들의 싸움의 흔적이 보였었다. 팔과 다리는 물론, 목이 잘러지거나 몸이 반으로 잘려져서 내장까지 보이는...
"이게...뭐야..."
혹시나 해서 발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의 눈빛에는 이미 빛이 사라진지 오래였고, 한발자국 걸어갈때마다 철퍽! 하는 피 웅덩이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싫어...."
"아! 저 모모 정말 쓸모 없네! 야! 본사에다가 연락해! 저거 고장 났으니 새로운 모모로 바꾸라-"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
나의 외침이 감독에게 닿았는지 그대로 움찔하면서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이젠 이런거!! 싫어!! 싫어!!!"
나뒹굴기 시작했다. 굴러간 곳이 피웅덩이든, 동료 혹은 마왕의 부하들의 시체든 관계없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아무렇게나 공 굴러가듯.
"태철씨! 라임! 민트! 아저씨!!! 태철씨!!!! 라임-"
"모모!"
짹짹-하는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땀으로 흠뻑 젖은 내 몸을 일으키니 내 몸은 어제 자기 전 입었던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당신 괜찮아?"
내 손을 따뜻한 손이 잡고 있었다. 익숙한 느낌의 감각이길래 고개를 돌려보니 태철씨가 내 손을 꼭 잡고 있었고.
"...태철씨..."
"마마! 안 아프지!?"
"엄마가 아까전 부터 소리 지르셔서 모두가 뛰어왔어요."
태철씨뿐만 아니었다. 오렌지 색의 머리카락의 라임을 비롯해 검은색 머리카락의 안경을 쓴 민트가 모두 내 손을 잡고 있었고 무릅에는 검은 고양이 모습의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 악몽 꿨어? 땀이 흠뻑 젖어 있어..."
"모모 비명 듣고 이렇게 모두가 달려왔습니다. 무슨일이 생긴건가 해-"
"으아아아앙----!!!"
"마마!"
"엄마!"
마음속에 끌어오르는 감정으로 인해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태철씨를 비롯해 두딸과 아저씨는 이런 나를 어떻게든 진정 시키기 위해 나를 다독여 주었고.
"무서웠어! 나 또 무서운곳으로 끌려가서 강제로! 강제로! 내 가족들도 안보여-외쳐도 대답이 없었고-"
"자 자...진정해..."
태철씨는 나를 꼭 안은 체 그대로 토닥여 주셨다. 딸들도 따라하듯 다독여 주었고.
"당신은 악몽 꾼거 뿐이니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마. 라임 여기 있어."
"제가 밑에가서 죽을 가져올테니까요. 엄마는 오늘은 쉬고 계세요."
가족들은 한참동안 내가 진정 될때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의 품속에 안긴 체 느껴오던 따뜻한 온기로 인해 나는 알수 있었다.
아 나는 지금 가족들 곁에 있구나. 더이상 덴센츠가 만든 각본속에 있지 않고.
"모모 언니 괜찮데이-!?"
"언니 여기 죽 가져왔어요!"
"언니가 좋아하는 초콜렛 크레페 가져왔어요!"
"연금술사 협회에서 지금 막 청심환 사가지고 왔어요!"
"에헤헤...모두들..."
그것도 모자라 메이드 직원들이 문을 열고 그대로 한번에 몰려왔고. 각자 손에 약, 죽, 케이크등을 가져오면서. 모두가 걱정했구나. 모모가 아프다는것을 알면서.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모모가 최근들어 악몽이 잦아진듯 하군요."
"그러게요."
나하고 장인 어르신은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모는 도저히 일할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두 딸들이 보살피기로 했고.
"아직도 모모가 무의식적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듯 합니다. 덴센츠에 있던 일들을 말이죠."
"이젠 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홍차를 한모금 마시는 와중, 장인 어르신도 그릇에 담겨진 스튜를 먹고 있었다.
"트라우마라는것이 함부로 사라지는것이 아닌가 보네요. 마치 뭐랄까...망령이 그녀의 뒤를 쫒아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다 잊은듯 하다가 어둠속에서 튀어나와서 손 잡는거요."
"무례하다는것은 알지만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도련님."
한참동안 스튜를 먹다가 어르신은 보라색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그르렁 하는 작은 울음 소리와 함께.
"그때 C구역에서 모모가 어떤짓을 했는지 다 봤다고 하셨죠?"
"...네..."
"그때의 소감 어떘습니까 도련님. 모모가 과거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되면서 말이죠."
누가 들으면 어르신이 나를 의심하는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왜 저런 질문을 하시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어릴적 보아왔던 동심의 세계가 부숴지는것은 물론, 모모를 다르게 볼수 있다는거니까. 안좋은 의미로 말이다.
"충격을 먹지 않았다는것은 엄청난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나는 홍차잔을 내려놓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나쁜것은 모모가 아니잖아요. 덴센츠사가 그놈의 현실감을 위해 강제로 누군가를 죽인게 한게 더 나쁜거잖아요. 모모는 원해서 누군가를 베고 그랬을까요? 그건 아니잖아요."
"흐음."
숨소리로 답하는 어르신이었다. 아마 나보다 어르신이 가장 모모를 안타깝게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딸이나 다름없는 마법 소녀가 원하지 않은 살인을 하는 장면을 여러번 가까이서 봤을테니 말이다. 모모 말에 의하면 그때 아저씨가 없었다면 정신적으로 붕괴했을지도 모른다고 여러번 언급하였고.
"모모를 당분간 조용한곳으로 여행하는것이 어떠겠습니까."
"조용한 곳이라..."
"그렇지 않아도 도련님도 가족이랑 휴식 각을 재고 있는데 이 기회에 어디 놀러가는것을 추천 드립니다. 바닷가도 좋고 시골 풍경도 구경하고 말이죠."
"그게 좋겠네요."
나는 주변에 있는 메이드 직원들을 비롯해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모가 만든 홍차와 패이스트리를 먹으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는 손님들의 얼굴을 비롯해 메이드 직원들에게서 그런 손님들을 보는 보람을 느꼈는지 환한 미소가 그려졌고.
"직원들도 이 기회에 휴가를 주고요. 그동안 고생했는데 이정도는 해야죠."
시골 마을 어디엔가.
"후우..."
혼자서 모닥불 앞에서 고구마를 구우면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마치 영혼이 없다는 듯 눈에는 빛이 거의 없었고, 초뤠한 복장으로 인해 마치 누군가가 보면 해탈한듯한 모습이었고.
"담배맛 좋고."
아이들이 옆에서 놀아달라고 해도 미동도 거의 없다가 눈앞에 공이 굴러오니 그대로 같이 뻥 차 준 뒤 다시 자리에 앉았고.
여전히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따라 하늘이 너무나도 예뻤다. 비 한방울도 내리지 않는, 먹구름 한 솜뭉치 조차 없는 푸른 하늘 이었고.
"...참 매지컬한 하루네."
------------------------------------------------------------------------------------------------------------------
공식 만화 올라오면서 한번 생각나서 써봅니당.
제가 소설 삘이 나오면 쓰고 싶은 욕망이 너무 커서 쓰게 되네요 허헛.




(IP보기클릭)1.211.***.***
모모가 매지컬한 기억제거 시술이라도 받았으면 어땠을까싶네요ㄷㄷ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1.211.***.***
모모가 매지컬한 기억제거 시술이라도 받았으면 어땠을까싶네요ㄷㄷ
(IP보기클릭)216.181.***.***
그랬다면 확실히 편해지긴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모모가 있는게 아닌가 싶음. 영화 플래시에 나온 브루스의 대사중 하나인 "그 상처 때문의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야. 우리가 바로잡을 필요는 없어. 옛날의 비극에 얽매이지 마." 처럼 말이죠. | 23.07.12 11:14 | |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216.181.***.***
| 23.07.12 11:24 | |
삭제된 댓글입니다.
(IP보기클릭)216.181.***.***
티베트독립만세
내면속의 끔찍한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법이죠...군인들이 왜 PTSD에 시달리는지 생각해보면... | 23.07.12 11:25 | |
(IP보기클릭)211.223.***.***
(IP보기클릭)216.181.***.***
| 23.07.12 11:26 | |
(IP보기클릭)222.237.***.***
(IP보기클릭)216.181.***.***
그 과정이 힘들뿐 언젠가는 모모도 매지컬하게 극복할겁니다. 다른 모모들에게 없는것이 모모에게 있으니까요. (예외가 있다면 오르카 호의 모모 정도?) | 23.07.12 11: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