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허억- 너-씨익-건 또 어디서 들은 ㄱ 소리야?"
광기의 웃음소리가 끝났다. 웃는 소리가 끝나면서 집안 전체를 울렸던 흔들림은 멈춤과 함께 씨익 씨익-하는 숨차는 소리가 대신 들려왔고.
웃음 소리가 끝났지만 눈에는 여전히 광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말그대로 광기 그 자체가.
"누가 그딴 소리를 해? 응? 독초라니? 내가 뭐가 좋다고 홍차에 독초를 타겠어? 콘스탄챠 그 도둑고양이 년이 남편에게 꼬리친것이 재수 없었지만 그 년이 만든 홍차는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고. 그리고-!"
어머니가 하는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들끓게 만들었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최대한 꾹 마음을 누르고 또 눌렀다. 원래 호랑이는 사냥감을 사냥할때 함부로 발톱을 꺼내지 않는법이라고 아버지에게 들었다. 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반드시 나한테 기회가 올텨.
알수 있었다. 내 주먹이 떨고 있다는것을. 진동하듯 내 몸 또한 떨리고 있었고.
"너 지금 네가 무슨말 하는 지 알고 말하는거지 응?"
"..."
"내가 정말로 독초를 홍차에 섞었다 쳐. 그러면 내가 너네 아버지 죽였다는 소리잖아. 내가 뭐가 좋다고 너네 아빠를 죽여!? 이게 엄마를 살인자로 몰고 가네! 그 고물 바이오 로이드들이 너에게 그런말 하든?"
"..."
"어쭈 뭘 꼬라봐? 왜? 넌 아직도 바이오 로이드 말을 사람 말보다-정확히 애미 말보다 믿는거니? 응? 증거를 대봐! 증거를! 내가 독초를 섞였다는 증거를!"
딸깍-
작게 무언가가 눌러지는 소리가 손을 넣은 주머니 속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곧 이어서..
-언니 뭐예요? 왜 갑자기...-
-이거…독초야!-
콘스탄챠와 바닐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메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가고 잠시 움추리스는 어머니라 불리우는 자가 눈에 보였었고.
-주로 차 종류에 섞어 넣은 다음 한잔씩 마시게 함으로써 서서히 몸속에 독을 쌓이게 해. 그래서 조금씩 건강을 해치게 만들어서 급기야 쓰러지게 만들고.-
-이게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예요? 누가 숨겨놓은거...-
-그건 너희가 숨긴 거 아니야?-
-마님 언제...-
-지금 막.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너 그거 어디서 찾아낸 거야? 독초라며.-
-그게 저도 지금 막 발견한거...-
-하우스키퍼가 되는 애가 그런 것도 못 찾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소리가 멈춰졌다. 어머니가 눈빛으로 너 방금 뭐한거야? 라고 묻자 나는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콘스탄챠가 바닐라에게 반드시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내 손에는 검은색 태의 안경이 들어져 있었고. 렌즈가 조금 금이 간.
"콘스탄챠하고 아버지가 어릴적에 저에게 한번 보여줬거든요? 녹음기가 달린 특수 안경을 말이죠. 집안에 불미스러운 일을 미리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거래요."
"왜...왜...나는 몰랐는데...? 왜 나한테 안 알려줬어?"
"어머니가 아시면 어떻게 하겠어요? 이것을 빌미로 또 집안 다 뒤집어 버리실거잖아요. 어머니는 사소한 걸로 트집 잡아서 확 뒤집어 버리는게 취미인데."
한참동안 아무말도 없었던 어머니는 다시 제정신을 차리신 듯 고개를 몇번 젓더니 말을 이어가셨다.
"그 독초 그 년들이 숨긴거 아니야!? 응!?"
"..."
"아니면 저 부엌에 있는 메이드 년들이 했다거나! 바이오 로이드들이 맛이 가가지고 자기 주인 죽였나보-"
딸깍-
-그 독초 말이야......내가 놓은거다.-
안경에게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서....
파지지지지직!
하는 비록 피부에 닿지 않았지만 느낌 그대로 전달될거 같은 전기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그렇게 자랑하는 홍차에 독초를 넣은 것은 바로 나야. 너 몰래 한두 번씩 넣으면서 못 알아보게 했지. 그 뜻은 뭔지 알아?-
-아…아...-
-네가 네 주인을 죽였다는 거지. 내 남편을 죽이고. 살인자가 다 됐네?-난 그 남편이라는 사람 단순히 꼴도 보기 싫은 거뿐만 아니라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어. 산업 방식에서부터 자식 키우는 거까지. 내가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텐데 왜 그런 식으로 애 교육하고 그러는 걸까. 왜 애를 내가 아니라 바이오 로이드들에게 맡기고 말이야. 덕분에 성인이 되도록 매지컬 모모인가 뭔가 하는 유치한 애들 쇼에 계속 목매고 있고 말이야. 애 교육은 역시 내가 맡았으면 더욱더 완벽한 아들이 될수 있었을 텐데.-
-주-주인님...-
-곧 죽을 애가 여전히 주인님 찾아!!-
곧바로 온갖 구타 소리가 들려왔다. 저항조차도 심지어 목소리 까지 내지 못했는지 작은 비명 소리 대신, 깔깔깔! 하는 기분 좋다는 듯 웃는 소리가 대신 들려왔다.
-이젠 앞으로 내가 이 집안을 맡을 테니까 너희 둘은 오늘부로 은퇴야. 호텔도 아들도 너희 두 명 하고 남편이 했던 거보다 100배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거니 안심하라고. 그동안 수고 많았고. 아 걱정마. 너하고 저 녹색 년은 좋은 곳으로 갈 테니까. 테마파크로. 매일 놀 수 있는 곳이니까 얼마나 좋아 응?-
딸깍-
정적이 흘러왔다. 마치 시간이 완전히 멈춘 듯, 세상 자체가 마비 된 듯, 어떤 소리-들려온것은 가전 제품에서 들려오는 미약한 소리 외에 들려오지 않았다.
완전히 무. 무 그 자체였다.
내가 살아있다고 알려준것은 모모의 온기였었다. 내 손을 잡고 있는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그래. 내가 넣었다. 됬어?"
그 침묵을 어머니가 깨뜨렸다. 얼굴을 가리기 위함인지 고개를 쓱 내린 체.
"내가 독초를 넣었다. 망할 메이드년이 타주는 홍차잎과 섞게 만들어서 너네 아버지가 마시게 했고. 팔팔했던 너네 아버지를 병원으로 보낸것도 바로 나야."
나하고 모모는 아무말도 없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이럴때는 무언가의 말을 해야하는데,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다 꼴보기 싫었어. 여기 집으로 온 뒤로 부터 모든것이 싫었어. 사랑이 없고 원하지도 않았던 결혼생활, 그래도 꾹 참고 가정에 힘쓰려 했는데 남편이란 것은 나보다 바이오 로이드에게 빠져들고, 아들이란것도 나만 보면 귀신 본 듯 도망가서 그 바이오 로이드에게 껴 안고......."
"..."
"넌 모르지? 아무에게도 의지 할수 없는. 남편에게도 심지어 자식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그런 외롭고 고독한 나날들을..."
마음속 깊은곳에 왠지 모를 동정심이 생겨났다. 사실이긴 했다. 우리 입장으로서는 어머니가 미친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어머니 입장은? 주변에 그녀의 편을, 심지어 가족들 마저 외면했다. 서서히 친족들마저 어머니에게서 멀어지면서 점점 혼자가 되어가겠고...
이건 확실히 내 잘못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었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고.
만약 여기서 어머니가 아들아 미안해. 지금부터라도 잘할게. 라는 말이라도 했다면 (비록 콘스탄챠와 바닐라를 죽인것과 아버지를 병원으로 보낸것은 절대 용서 못하겠지만) 조금이나마 자비를 배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쩔건데?"
"...그게 무슨?"
"내가 너에게 자백했다고 해서 그래서? 뭐가 달라져?"
아까전 불쌍한 모습은 연기였다고 말하듯, 고개를 들더니 아까전의 광기가 가득 찬 미소로 돌아왔다. 옆에 있던 모모도 그 모습에 내손을 꼭 잡으면서, 그녀의 맥박 더욱 더 강하게 느껴졌다.
지지 마세요 도련님. 이라고 말하듯.
"너도 알다싶이, 너네 아버지가 드러 누운 사이 호텔 사업은 내가 지배하고 있거든? 그뜻은 뭔지 알아? 네가 아무리 시티 가드에 신고해도, 돈만 내주면 땡이다 이거여. 잡혀도 보석금만 내면 금발 풀려놔. 언론도 그냥 묻어버리면 땡이고."
어머니는 그대로 나와 모모 곁을 쓱 지나갔다. 자신이 이겼다는 듯 여유 롭게 걸어갔고.
"알았으면 네방으로 가. 가서 씻고 자야지. 더이상 애들 투정 부리지 말고."
"그쪽 말대로 돈만 내주면 다 묻어버리는것이 가능하지만. 그거 보셨나요?"
나는 코트를 벗어서 땅에 놓았다.
"마법 소녀 매지컬 모모 에피소드 212, 뽀끄루 마왕이 인터넷 세계를 지배해서 사람들을 세뇌하는 내용이요."
"...뭐?"
"어머니도 알다싶이, 제가 저희 호텔 광고를 위해 여러번 얼굴 비췄거든요? 유튜브 전용 계정이 있어서 실시간으로 방송 찍어서 호텔을 소개하는것이 제 업무중 하나고요. 제 얼굴 보기 위해 몰려드는 시청자들도 있을 정도인데요. 방송국 하고도 어느정도 인연도 있고요."
내 가슴에는 스마트폰이 붙여져 있었다.
화면에는 유튜브로 실시간 촬영이 돌아가고 있었고, 이미 온갖 댓글들이 도배된 상황이었고.
시청자 수가 계속해서 올라가는것을 본 뒤, 리모콘을 들어 TV를 켜보았다.
-최근 인터넷에서 하나의 실시간 영상으로 인해 화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병으로 갑자기 쓰러진 조선 웨스틴 호텔 총지배인의 부인이 스스로가 홍차에 독초를 넣어서 남편을...-
아나운서 뒤에는 작은 화면으로 어머니가 자신의 범죄 행각을 자백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찍혀져 나오고 있었다.
"이...이....!"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곧 이어서...
"너 대체 뭐한거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악당들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셨다. 귀를 찢을 만한 비명과 함께. 그 모습에 나는 싱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빈손으로 온줄 아셨나요? 어머니? 녹음기 하나만 믿고 말이죠."
...어쩌면 내가 난생 처음으로 지어본 사악한 미소였을지도 모른다. 모모도 그때 내 모습이 골타리온 13 처럼 사악해 보였다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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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편은 여기서 마무리 짓고 다음 에필로그인 낙화(落花)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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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싸운다면 어머니 쪽이 유리하겠지만 어머니쪽 이미지에 크나큰 상처를 입혔죠. 이미 인터넷에 퍼졌어, 사소한일로 온갖 트집을 잡는것이 고유층 사회인것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유튜브에서도 온갖 사소한것으로도 네티즌들이 온갖 뉴스를 만드는 판국인데 스스로가 내가 독초 넣었어 라고 대놓고 모두에게 말했으니... 도련님도 어머니와의 장면 싸움은 절대 승산이 앖을거라는것을 알고 이런식으로 옆구리 찌르기로 간거죠. 좀 사악한 방법을 썼다고 해야할까. 그 흔히 마왕군아 쓰는 치사한 방법을 자기가 썼고요. (근데 장기전으로 가면 도련님이 힘들거라는것도 스스로가 알고 있죠.) 일단 도련님 목적중 하나가 정면전 보다 어떻게든 어머니에게 한방 그것도 크게 먹이려는것도 목적이긴 합니다. 이길수는 없지만 상대도 이기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요. | 23.06.07 19: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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