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콘스탄챠 언니하고 제가 변함없이 집 청소를 하는 날이었어요. 도련님하고 모모 양은 호텔 일로 일하러 나가셔서 집안에는 단둘이 있었었죠.
"휴우..."
"언니 힘드시면 제가 해도 되니까 가서 쉬세요."
"난 괜찮아 바닐라."
콘스탄챠 언니는 웃고 계셨지만, 알 수 있었어요. 지금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그도 그러겠죠, 평생 섬기시던 주인님이 쓰러지셨는데요. 나 역시 심기가 불편한데 저보다 언니도 오죽하겠어요.
"그러시다가 안 하시던 실수를 하시면 어떡하시려고요."
"걱정도 많다 바닐라도. 걱정하는것은 모모 한명으로 충분한데."
일하시던 도중 언니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이 저택 하우스 키퍼로서 실수를 하는 장면을 본 적 있니? 나랑 같이 살면서?"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요."
"난 걱정하지 않아. 주인님은 다시 돌아오실 테니까."
언니는 최대한 저를 걱정하게 만들지 않으시려고 감정 조절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하우스키퍼는 늘 모두의 앞에서 강직해야 하는 법이다 라고 말이에요.
"그때를 위해서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주인님이 오실 때 언제나 그랬듯 웃는 얼굴로 맞이해야 하는 법이고."
"언니..."
우리들중 가장 주인님을 기다리신 건 언니였을 거예요. 도련님도 모모 양도 이미 아시겠지만, 주인님을 가장 오래 섬기신 분이 바로 콘스탄챠 언니였는데요. 도련님이 태어나시기 한참 전부터 섬겨 오셨고 저는 언니를 보조하기 위해 들어왔었죠.
"...어?"
"왜 그래요 언니?"
한참 동안 정리를 하던 언니는 주방 선반 구석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돼요. 플라스틱 지퍼백에 검은색의 풀 쪼가리가 담긴 무언가를 말이죠.
"뭐에요 언니? 처음 보는 건데?"
"글쎄? 나도 처음 보는건..."
언니가 지퍼백을 여신 뒤 냄새를 맡으시자마자 그대로 지퍼락을 닫으셨어요. 그때 표정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렸을 때의 표정?
"언니 뭐예요? 왜 갑자기..."
"이거…. 독초야!"
처음에 잘못 들은 건가 생각했죠. 왠 뜬금없이 독초인가 라고요. 언니가 착각한 게 아닌가 라고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생각해 보니 저 깊숙한 곳에 꼼꼼히 숨긴 것부터가 뭔가 많이 수상하긴 했죠.
"주로 차 종류에 섞어 넣은 다음 한잔씩 마시게 함으로써 서서히 몸속에 독을 쌓이게 해. 그래서 조금씩 건강을 해치게 만들어서 급기야 쓰러지게 만들고."
"이게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예요? 누가 숨겨놓은거..."
"그건 너희가 숨긴 거 아니야?"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길래 돌아보니 언제 오셨는지 마님이 오신 거예요. 기분 나쁜 미소와 함께 말이에요.
"마님 언제..."
"지금 막.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너 그거 어디서 찾아낸 거야? 독초라며."
"그게 저도 지금 막 발견한거..."
"하우스키퍼가 되는 애가 그런 것도 못 찾아!?"
마님은 주변의 물건들을 언니에게 던지고 던지셨죠. 언니는 저항도 제대로 된 변명도 못 하신 채 맞고만 계시다가 꽃병이 이마에 날아오자, 보고만 있었던 저는 그대로 언니를 감싸 대신 맞아주었죠.
"바닐라...!"
"그…. 그만두시지 못하시겠습니까!?"
"네가 뭔데 끼어들어!?"
"일단 언니 얘기를 먼저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얘기조차 듣지 않으시고 아얏!"
그러자 마님은 핸드백으로 우리 둘을 때리기 시작하셨죠.
"이년이나 저년이나 남편이나!!!! 이젠 내 편 없다 이거지!?"
퍽퍽퍽퍽!!
"내가 모를 줄 알아!? 콘스탄챠 너 남편이랑 단둘이 있을 때마다 밀애를 한다는 거!?"
핏기가 올라올 대로 올라온 얼굴로 아예 콘스탄챠 언니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당기셨어요. 그 광경은 줄로 동물을 끌어당기는 거 하고 전혀 다를 게 없었고요.
"이미 결혼한 마누라나 아들 두고! 단둘이서 같이 침실에 들어간 것도 내가 알아! 결혼하고 나서 나이 먹으면 고쳐지나 했는데 전혀 안 고쳐져!!!"
"언니!!"
"게다가! 아들이란 녀석도!! 나보다!!! 너를 최우선으로 찾아!!! 언젠가 그 마법 소녀 년하고 얘기 들었어!! 나보다 네년이 좀 더 엄마 같다고!! 왜 내가 아니야! 왜 내가! 내가!!"
맞고만 계셨던 언니는 마님의 손을 잡으셨어요. 아까전까지만 해도 짓지 않으셨던 표정을 지으시면서요.
"그정도 해두시죠."
미간이 구겨지신 체 안경 안에 있는 눈빛도 날카롭게 변하셨고요.
"어쭈? 이제 이게 마님에게 대드네? 바이오 로이드가 주인에게-"
"뭔가 크게 착각하신가 본데 제 주인은 마님이 아니시라 주인님이십니다."
"...뭐?"
빠져나가려던 마님의 손을 놓지 않으시겠다는 듯 콘스탄챠 언니의 손은 더욱 더 강해지시는게 느껴졌어요. 얼핏보면 팔을 부러 뜨릴 기세이셨죠.
"마님은 저에 대한 명령 권한권이 없으시며, 저에게 명령을 내리실 분은 주인님 밖에 없으십니다."
"...."
"그리고 독초도 저희도 오늘 처음 발견한겁니다. 이 일은 저도 바닐라하고도 무관하고요."
한참 동안의 침묵이 있으셨어요. 서로 간 아무 말도 없으시어 보이자 콘스탄챠 언니는 그대로 내팽개치시듯 마님의 팔을 놓으셨고 그대로 어지럽혀진 집 안을 정리하셨어요. 저는 그 여자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나 라는 걱정으로 힐끗 쳐다보다가 언니를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 독초 말이야..."
갑자기 우리 쪽으로 걸어오시더니...
"...내가 놓은거다."
"...네?"
파지지지지직!!!
전기 흐르는 소리와 함께 저하고 언니는 쓰러졌어요. 뭐지!?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어떻게든 일어나려 했는데, 몸에 흐르는 전류 때문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던 거예요. 언니도 마찬가지인 듯 눈을 뜨신 체, 마치 물고기가 바닥에서 날뛰듯 경련을 일으키고 계셨고요.
아-아-라는 말 외에는 어떤 소리를 내지 못하셨고요...
"마님 트럭이 도착했습니다."
이때 언니와 비슷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명령하신 대로 두 명을 제압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저의 목소리를 가진 누군가도 나타났는지 눈동자를 올려다보니...
저하고 언니가 서 있던 거예요. 저희 두 명 하고 똑같이 생긴 메이드들이. 그때 느꼈던 공포….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눈앞에 저희 둘하고 비슷한 누군가가 눈앞에 서서 내려다보는 것을..
어떠한 감정도 묻어나 있지 않은 표정으로요.
"네가 그렇게 자랑하는 홍차에 독초를 넣은 것은 바로 나야. 너 몰래 한두 번씩 넣으면서 못 알아보게 했지. 그 뜻은 뭔지 알아?
"아…. 아..."
"네가 네 주인을 죽였다는 거지. 내 남편을 죽이고. 살인자가 다 됐네?
마님은 콘스탄챠 아-라고 말씀하시는 언니의 얼굴을 뭉개질 기세로 밟으셨어요. 듣고만 있던 저는 두명의 메이드들로 인해 포박된 상태라서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였고요.
"난 그 남편이라는 사람 단순히 꼴도 보기 싫은 거뿐만 아니라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어. 산업 방식에서부터 자식 키우는 거까지. 내가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텐데 왜 그런 식으로 애 교육하고 그러는 걸까. 왜 애를 내가 아니라 바이오 로이드들에게 맡기고 말이야. 덕분에 성인이 되도록 매지컬 모모인가 뭔가 하는 유치한 애들 쇼에 계속 목매고 있고 말이야. 애 교육은 역시 내가 맡았으면 더욱더 완벽한 아들이 될수 있었을 텐데."
"주-주인님..."
"곧 죽을 애가 여전히 주인님 찾아!!"
퍽! 하고 얼굴을 축구공 차듯 차버리셨어요. 콘스탄챠 언니는 여전히 무력하게 가만히 계셨고요.
"정말 이놈이나 저놈이나. 뭐 걱정하지 마."
언니의 머리를 붙잡고 들어 올리시더니 노려보시면서...
"이젠 앞으로 내가 이 집안을 맡을 테니까 너희 둘은 오늘부로 은퇴야. 호텔도 아들도 너희 두 명 하고 남편이 했던 거보다 100배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거니 안심하라고. 그동안 수고 많았고. 아 걱정마. 너하고 저 녹색 년은 좋은 곳으로 갈 테니까. 테마파크로. 매일 놀 수 있는 곳이니까 얼마나 좋아 응?"
그 말의 끝으로 두명의 메이드들이 저희 둘을 밖에 있는 트럭에 끌고 갔어요. 그 여자는 저희 둘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요.
"가 서 행 복 해 야 해-!"
바닐라의 얘기를 들으면서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라인 타이거 장인 어르신도 시라유리도 얘기를 들으면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고.
"도련님…. 손..."
"손에 피나요 도련님."
"선배님 당장 손 펴세요."
"손?"
바닐라와 모모 그리고 시라유리가 나를 부르자 세 사람이 가르친 한 손을 펴 보았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뚝 뚝-주먹 쥔 손에서 피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고.
"선배..."
"...."
"괜찮으신가요? 얼른 소독이라도."
퍼억!
시라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주먹으로 벽을 쳤다.
그때의 기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이런 일 저런 일을 다 겪어보았지만, 이런 감정은 간만이었다. 몇년에 한 번씩 있을까 말까 하는 감정이 내 마음속에 맴돌고 있었고.
"...망할..."
분노였다.
나는 분노 하고 있던 것이다.
나의 가족이었던 콘스탄챠를 죽게 만들고, 바닐라를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하게 만든 어머니라는 여자,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이렇게 고통받는 와중에도 나 몰라라 하면서 등 따스하게 지내왔다는 사실에...
퍽! 퍽! 퍽!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고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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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왜 주인공 어머니가 콘스탄챠를 싫어했는지 밝혀졌습니다. 두 메이드가 왜 C구역으로 전달되었는지도요.
조금만 더 쓰면 C구역 탈출 그리고 에필로그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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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라는 자격이 하아아안참 떨어진 인격에 흔히 아침드라마에서 나로는 상류층 아줌마의 장형적인 모습이죠. 나빼고 다들 아래로 보는 전형적인 소인배에 컴플렉스 덩어리? 이정도 되겠네요. | 23.05.19 19: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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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아줌마 인격 부터가 문제였죠. 먼저 도련님부터 보자면 도련님 성격상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성격인데 친모인 어머니보다 콘스탄챠를 좀더 자신의 엄마로 보고 있는 시점에서부터 아줌마 인격 다 보여준 셈이죠. (삐뚤어지지 않고 올바르게 큰것도 콘스탄챠와 바닐라의 역활도 매우 컸음) 별것도 아닌걸로 온갖 히스테릭 부리는 어머니하고 자신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엄마중 누구를 더 따를까요 일단. 도련님 아버지도 콘스탄챠하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 인데다 마음을 열수 있는 상대 였고요. 저런 콤플렉스 덩어리 여자에게 잘 대해줘도 변하지 읺으니 정이 들겠나요...(지난번 덧글에서 닭꿩치님이 써주신거 처럼 사실 진짜 사랑했던것은 콘스탄챠 였는데 사회의 시선 때문에 어쩔수 없이 다른 여자랑 결혼한거고요) 한마디로 도련님 어머니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자각 못하는 사람이죠. 알아도 자신이 옳은 행동 했다고 굳게 믿고요. | 23.05.19 22:20 | |
(IP보기클릭)58.227.***.***
귀족이나 왕실 보면 아이가 부모보다 유모나 가정교사를 더 따르는 사례를 은근 찾아볼 수 있어서 어머니 인성과 별개로 그러려니싶습니다. 가족간의 사랑을 주고 받는 것도 경험으로 학습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상류층의 경우 부모는 부모대로 바쁘고 자식은 후계자 교육 커리큘럼 심하게 굴려지다보니 가족이 함께 애정 주고받을 기회가 별로 없기도하고. 뭐가됬든 이건 부모 잘못이지만요. 어머니가 못된건 맞는데 아들이 자기보다 남편의 내연녀를 더 좋아한다는거 알게되면 스트레스 심하게 받았을거같긴합니다. 보통은 스트레스와 별개로 자기 행적 돌이켜보며 반성하겠지만, 불행하게도 어머니는 그럴 인품이 못된게 문제고. 어머니 입장에서 보게되면 사업일 뛰느라 바빠서 아이 신경 못써준 사이에 자기 자식은 남편의 내연녀를 자기보다 더 좋아하고 영향도 그쪽을 많이 받았는데 남편은 대놓고 바람피우니 누구에게도 정을 주기 힘들거같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 옹호해봐도 선을 좀 심하게 넘었고 자업자득인 부분이 크지만, 남편이 사회적 시선 감수하고 진작에 이혼으로 정리했으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거같네요. 콘스탄챠는 뭐가됬든간에 적극적인 불륜을 한 셈이라 거절할 수 없는 위치였다고는해도 부인과 대치 상황에서 명령권 얘기한 뒤 자기 볼 일 보려했다는건 티배깅인 셈이라 복수 당하는거 자체는 역시 자업자득이라 보고요.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 크게 당한 것이 문제인데 바이오로이드의 신분이 노예라는거 생각하면 현대 관점이 아닌 과거의 역사나 라오 세계관 저 시점의 윤리관으로 돌이켜볼 경우 노예출신 왕의 첩이 총애를 믿고 본부인을 욕 보인 셈이 되는거니 대놓고 죽여달라 말한거로 보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서로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상태란 생각이 드네요. 도련님의 잘못이라면 부모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아랫사람으로서 고치게 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것과 이렇게 심각해져가는 상황속에서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면서 행동을 못한 무능함 정도? 시라유리 입장에서 보면 이런 무능한 도련님에게 은혜를 입혀두는 동시에 부인 대신 삼안에 붙게 만들면 부인보다는 도련님 쪽이 적당히 이용해먹기 좋을테니, 인간적인 이유를 빼고 실익 계산 해봐도 도련님 돕는게 이득일거같네요. | 23.05.19 23:51 | |
(IP보기클릭)72.136.***.***
음...확실히...콘스탄챠가 최소한의 설득이 아닌 명령권 부터 앞세운것은 부인 입장으로서는 엄청 괘씸했겠네요. 부인과 콘챠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부인이 "저게 감히 나를 뭘로 보는거야." 로 보일테고요. 제가 이렇게 넣은것도 콘챠 스스로가 부인은 절대 들으려 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알고 있어서 이렇게 취한것으로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생각이 짧았음. 쓰는데에만 너무 집중 했다랄까. 그래서 덕분에 콘스탄챠에 대한 이미지가 대폭 하락 된게 아닌가...싶기도 하고요 허헛.......의도 이런 의도가 아니었는데...(이건 확실히 큰그림을 보지 못한 제 실수임) 그리고 도련님...얘기를 들어보니까 확실히 도련님이 너무 눈치력이 없었음. 알래스카에서 있던 실수를 또 저지른 셈이랄까요. 이 부분은 도련님이 아직 너무 어려서 큰그림을 보지 못한 실책이겠네요. 천리마 마트의 정복동이 문석구에게 말한 대사가 떠올랐음(위에와 다른 상황이었지만) "문석구, 넌 정말 똑똑한 놈이야. 하지만 젊어서 그런지 감정을 조절못해 저지르는 실수가 많군." | 23.05.20 04:27 | |
(IP보기클릭)222.237.***.***
(IP보기클릭)72.136.***.***
어머니/부인이 저러니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바이오 로이드에게 빠지게 되었죠. 언제든지 폭발할 집안 이었음. | 23.05.20 04: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