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집으로 돌아가도 돼 모모. 여기서부터 괜찮으니까."
"아니에요 도련님. 그래도 도련님이랑 같이 있을 거예요."
모모하고 나는 손을 꼭 잡은 채 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도 그대로 따라오는 모모를 향해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 와중에 한 손에 강아지를 든 채 계속 걷는 모모였다. 생각해보니 강아지 주인 아직 못 찾았네)
"아까 그 여자애 너한테 한 말 기억 안 나? 테러리스트라고 했잖아. 도착하자마자 네가 잡히면 어떻게."
"모모는 마법 소녀인 동시에 비밀 경호원이라고요. 어린아이들의 미소를 지키듯 도련님을 지키는 것이 모모의 의무인데요. 무엇보다."
모모는 색깔을 바꾼 후드 달린 잠바를 보이면서 한 바퀴 빙글 돌았다. 회색과 검은색의 조합이었던 잠바가 붉은색과 검은색의 조합으로 바뀐 잠바를.
"언니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들켰을 경우는 이렇게 뒤집어 입으시라고 하셨거든요. 매지컬 트랜스폼이라고요 이게 바로."
콘스탄챠하고 바닐라가 모모를 위해 별거를 다 준비 해뒀네. 매지컬 모모로 치면 언제든지 전투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포지션 같은 걸까나. 있다가 고맙다고 해야겠다. 뭐 옷 색깔 바뀐다고 해서 못 알아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모모가 토끼 귀를 달다가 강아지 귀로 바꿔 쓴다고 해서 못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와 비슷한거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옷을 입는다면 못 알아볼지도 모르겠네.
검은색의 드레스 옷을.
극장판에서 그 세뇌 공격 받아 처음 입는 것을 봤을 때 누구? 라고 말했는데. 내 입으로 스스로.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하면 시티 가드들이 즐비어 서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램 파트 한대는커녕 운동부 애들은 여전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생각보다 조용한데요 도련님?"
"이상하다. 걔라면 이런 거 넘어갈 리가 없는데?"
학생회장 성격상 그리고 동시에 테러리스트가 발견되면 그대로 신고하라는 것이 학교의 룰이었다. 방치하거나 테러리스트를 놔준 경우 거대한 체벌을 받게되고, 심하면 테러리스트의 한패라고 낙인찍히면서 그대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이네요. 적어도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오히려 그러니까 더 불안해. 이렇게 평화로우니까 오히려 이상하고."
"그 애 말대로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한쪽 팔에 안겨져 있던 강아지는 크르릉-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시라유리가 나타났다. 왠지 모를 미소를 지은 체 보라색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면서.
"엇-수첩든 여자다."
"수첩 든 여자라니 실례군요. 뭐 사실이지만"
모모를 향해 웃는 얼굴을 짓던 시라유리는 후후후-하는 작은 웃는 소리를 내면서 모모의 손에 안겨진 강아지에게 손을 뻗었다.
"어디서 이런 강아지를 데려오셨는지. 쓰다듬어 봐도..."
"크르릉-!"
"...아무래도 저는 미움 받나 보군요."
시라유리가 손을 뻗자 이빨을 드러내면서 적대감을 드러냈다. 강아지도 시라유리에게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가. 다가가면 안 되는 특유의 이질감이. 사람이나 강아지나 다 똑같나 보다.
"학교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선배님. 학교 회장님도 제가 진정시켰고요."
"진정시켜? 걔를?"
"수상한 짓 안 한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길. 그냥 몇 가지 얘기를 나눈것 뿐입니다."
시라유리라면 성질 긁혀지는 애랑 어떻게 얘기를 나눈 거지? 비록 부회장 위치에 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얘기를 하는 장면을 보지 못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걔가 시라유리를 피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별거 아니고 정말로 테러리스트가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단순히 말다툼으로 끝난 건데 굳이 일을 더 크게 벌일 필요가 있을까요? 라고 말했더니 그냥 수긍하시더라고요. 무엇보다."
고개를 돌리길래 나하고 모모는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같이 바라보니 여전히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운동부원들이 보였었다. 한가롭게, 테러리스트의 걱정 없이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을.
"조만간 중요한 시합이 다가오는데 테러리스트들이 나타났다고 소란 피우면 부담감이 엄청날걸요? 제아무리 아무 일 없었다고 해도 심리적으로도 말이에요. 선배님도 잘 아실 거예요."
"맞는 말이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비록 소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저들은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빌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디 자신들이 훈련하는 사이 아무 일 없고 테러리스트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훈련과 시합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아 선배 그건 그렇고 얼른 교실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선생님도 선배 어디 갔냐고 방방 뛰시던데."
"아 알았어."
깜빡했다. 모모를 잡기 위해 학교 밖으로 아무 예고 없이 나갔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냥 학생회장에게 뺨 맞는 것을 보고 사과하려고 가려고 나갔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곤란하시다면 저도 같이 가 드릴까요? 제가 증인으로 나설 수 있는데."
"괜찮아 너는 안 따라와도 돼. 괜히 얼굴 보이면 안 되니까."
"그래도..."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예요 거기 후드 쓴 소녀 씨."
"에 후드 쓴 소녀라고요?"
"거기도 나한테 수첩 든 여자라고 했으니 셈 셈한 거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시라유리를 향해 후드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고 보니 쟤네 이미 만났나? 아까 모모가 시라유리 보고 수첩 든 여자라고 한 것을 포함해서 서로가 아는 듯한 얘기를 하는 거 보면.
"선배님은 학교 내에서 제가 지켜드릴 테니까요. 너무 염려 마시길."
"왠지 내가 보호 대상 된 듯하잖아. 애도 아니고."
"사실을 말한 거랍니다 멋진 선배님?"
시라유리는 그대로 내 팔을 감싸면서 모모에게서 어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아지도 모모와 같은 기분인지 크르릉-하였고.
쟤는 왜 또 성질 내는 건지 원. 모모하고 무슨 감정 싱크로라도 된 건가.
"그럼 저희 둘은 이만. 착한 어린이는 밖에서 얌전히 분식점 트럭에서 식사하시길,"
"전 어린애 아니라고요-"
아까 전. 모모하고 도련님이 돌아오기 전.
"망할! 다 재수 없어!"
학생 회의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 패대기치거나 내동댕이치는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부수고 던지고 있었다. 누가 보면 딱 이 장면이었다.
이성을 잃어버린 짐승 그 자체.
"죽을뻔한 여자친구 버려두고 테러리스트를 쫓아가!?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젠 내가 물로 보인다 이거지!?"
자신이 다가올 때 살짝 밀어버린 거로 모자라 이젠 자기 부추기기는커녕 테러리스트를 쫓아가다니. 학생회장은 핸드폰을 꺼내었다. 본때를 보여주고 말겠어. 라고 말하면서.
"나를 무시하는 것들! 이 기회에 다 감방에 처넣겠어! 내가 누구인데! 나 방해하는 것들은 재기 불능 못하게 한 뒤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이번에도 못 할 거 같-"
"거기까지만 하시죠 학생회장님?"
뒤에서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는 핸드폰을 누르려던 손을 멈추게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지만 그래서 그런지 왠지 모를 공포감이 느껴져 오길래 한번 뒤돌아보니.
"우리 잠시 얘기 좀 할까요? 간단한 얘기입니다만."
분홍색 계열의 리본을 맨 허리 밑까지 내려온 롱 헤어에 보라색 눈동자를 지닌 소녀가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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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안 올린 이유가..
컨디션 꽝 + 감기 덜 낫음 + 이야기 구상이 안됨.
3단 크리 맞아서 그랬습니당.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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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라유리가 해결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모모하고 도련님이 해결하지 않고요. | 23.03.10 2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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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것도 메시지 아닐까싶어요. 부잣집 도련님이라 해도 현실의 큰 힘 앞에서는 서민같은 무력함을 보인다든가. 이번에는 운좋게 잘 풀렸지만 라오 세계관 특성상 마지막에는 인류의 힘을 넘어서는 철충한테 멸망하니 행운과 대비되는 불운을 보여줄 수 있고요. 어설픈 연애 초심자의 행운과 반대로 모든것을 완벽하게 준비했지만 파멸한다는 전개로 가는 대칭성 구조를 가질 수 있으니. 제 감상일뿐이니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겠습니다ㅎㅎ | 23.03.10 20: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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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뿌리까지 썩은 애였음. 저 시대의 ㅈ간의 표본이랄까요. 시라유리가 학교의 질서를 잡았다라는 설정이 있죠. | 23.03.11 10: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