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야-"
무언가로 인해 밀쳐져서 바닥에 뒹굴어졌다. 나를 피하고자 옆으로 돌린 트럭이 싣고 있던 짐들은 그대로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왔고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났나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빵! 빵! 하면서 트럭 안에 있던 운전사가 창문으로 얼굴 내밀면서 야이 ㅁㅊㄴ아! 라면서 소리 지르고 있었고.
내 품속에 느껴지는 온기와 미약한 떨림은 다행히 강아지가 무사하다는 것을 나한테 알려주고 있었다. 끼잉-하는 미약한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모모."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닌 낯익은 목소리로 인해 고개를 들어보니, 후드로 가려진 눈이 서서히 떠지는 것이 느껴졌다. 눈앞에 검은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를 가지신 나보다 약간 키가 큰 교복을 입으신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도..도련...?"
님? 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는 내 양 팔을 붙잡으시면서 나를 일으켜 세워주셨다. 우리 두 사람을 사람들이 수궁대면서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신 뒤, 그대로 어디론가 뛰어가시기 시작하셨다. 내 한쪽 팔을 꼭 잡은 체.
인적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동네 뒷골목에 도착했다.
도련님은 주변을 둘러보신 후드를 벗기셔서 흉터가 나 있는 내 얼굴을 드러내게 하셨다. 흠칫 놀라는 기분과 함께 뒤로 물러가면서 다시 후드를 쓰려고 했지만, 그러는 것을 막기 위함인지 내 양팔을 꼭 잡으셨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기 전에 이번에는 양손이 내 얼굴을 감싸기 시작했다. 여자 친구분의 손바닥 맞은 양쪽 뺨의 쓰라림은 도련님의 부드러운 손길로 인해 씻겨 내려갔고 표정 변화 없이 내 양 볼을 잡고 있던 도련님은..
내 뒤통수를 한쪽 팔로 안더니 그대로 내 얼굴은 그의 품속에 파묻혀졌다.
"큰일 날 뻔했잖아. 왜 그런 거야 대체."
처음에는 내가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오죽하면 난 이미 트럭에 치여서 주마등을 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다시는 그러지 마. 응? 네가 다치면 나는..."
하지만 품속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비롯해 내 몸으로 전달되는 심장 박동 소리는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꿈을 꾸는 게 아니라고. 나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있다고.
"고마워요 도련님."
나를 감싼 도련님의 팔은 더욱 더 강하게 나를 끌어 안았다. 나를 어떻게든 놓치지 않겠다는듯.
"저였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건가요?"
"맨 처음부터."
도련님과 나는 뒷골목 한 쪽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복 더러워진다고 말했지만, 도련님은 상관없다면서 그대로 앉으셨다. 아까전 같이 데려온 하얀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이다.
생각해보니 도련님은 어릴 적부터 맨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는 버릇이 있으셨지.
"어떻게 아셨나요? 철저히 얼굴을 숨기고 그랬는데."
"그냥 여러 가지? 오래전 불량배들로부터 나를 구해졌을 때 '조용히 할까요?'라고 했을 때 부터. 무엇보다 구해준 뒤 매지컬-이라고 외치면서 사라지는 것은 너밖에 없잖아."
"피이."
도련님의 말에 나는 볼을 복어처럼 부풀리게 되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검지로 부풀려진 내 볼을 찌르셨고. 그 뜻은 내 정체를 맨 처음부터 알고 계셨다는 거네. 마법소녀 실격이야 완전히. 마법 소녀는 원래 정체를 숨겨야 하는데.
"그럼 학교에서 뛰쳐나온 이유가 저라는 것을 알고 계셔서 그러신 거군요."
"맞았어."
"하지만 여자친구분이 저를 보고 테러리스트라고..."
"내가 무슨 바보로 보여?"
볼을 누르던 손가락은 이마를 찌르기 시작했다.
"모모가 테러리스트 짓을 할 애가 아니라는 것은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 무엇보다."
손을 내리신 도련님의 표정이 갑자기 씁쓸해지기 시작하셨다. 하아-하는 큰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다 들었거든. 걔가 했던 말을. 싸구려 호텔 주인의 아들, 적당히 놀아주고 헤어지려 했다느니."
"언제부터요?"
질문의 답이라는 듯, 한 손으로 아직도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는 내 얼굴을 이루어 만지셨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시면서"
"네가 뺨 맞기 전에 다 들렸었어. 목소리 듣고 제발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하기를 바랐는데."
하하하-하면서 내시는 그의 웃음 속에서 씁쓸함이 묻어나 있었다. 나 또한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저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은근슬쩍 들고 있었다. 그 여자의 진짜 모습을 도련님이 직접 볼 수가 있어서.
"그날 첫 데이트 때 내가 밤늦게 들어온 거 기억하지? 그때 나 술을 마셨어. 맨 처음으로."
"역시 마셨군요. 모모 역시 도련님처럼 착각이기를 바랬는데."
"에 알고 있었어?"
"얼굴도 약간 붉어 올랐다 그리고 입안에서 미약하게 술 냄새가 났는데 모르는 것이 이상하죠. 두 언니도 이미 눈치챘을 거예요. 내색 못 했을 뿐이지."
쓴웃음을 지으시면서 나를 바라보셨다. 도련님 설마 우리가 모를 거라 생각하신 건 아니시겠죠?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건 왠지 마법 소녀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인 듯 해서 꾹 참았다.
"그 애랑 가까워지고 싶어서 걔가 해달라는 거 다해줬어. 선물도 사주고, 영화도 보러 가고, 술 마시고…. 그리고..."
길고 긴 한숨을 내뱉은 뒤 아무 말도 없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공부하는 시간 빼먹으면서까지 데이트했어. 시험 기간이 다가오는데도 같이 놀아주고. 그 애가 기뻐하는 모습은 나의 기쁨이기도 했어. 비록...성적이 떨어졌어도."
".....도련님."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도련님의 모습은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 유지이고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큰일 난다고 도련님께서 나한테 신신당부하셨는데.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각오하시더라도 그 여자친구분하고와의 인연을 계속 간직하고 싶으셨구나.
지금은 도련님에게 물어볼 게 많았다. 왜 그런 여자랑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했는지, 그 중요한 성적을 희생하면서까지.
하지만...
"일어나세요. 도련님."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도련님에게 해야 한다. 악에 의해 물들여지시고 그로 인해 흔들리시는 도련님을 일으켜 세우면서.
"뭐 하는 거야?"
"학교로 데려다 주시려고요. 다 크신 분이 징징거리시면 안되죠 그래도. 모모하고 도련님하고 얘기 한거 잊으신건가요?"
후드를 다시 쓰면서 혀를 내민 뒤 윙크하였다.
"모모는 어떠한 악이 나타나도 이 세상에 사랑과 희망이 있는 한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도련님도 저에게 직접 어떠한 악이 찾아와도 무너지지 않으실거라고."
"...응 그렇네."
말이 끝나면서 도련님의 입에서 웃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까와 달리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은 듯 한 소리로.
"잊고 있었어. 어릴 적에 너하고 나하고 했던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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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올리네요. 어제 올리려다가 감기 때문에 잠시 깜빡 잠 들고 이제서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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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원래는 전개를 더 늘게 갈까 했는데 왠지 독자 분들이 지겨워 하실거 같아가지고 그냥 이 루트로 정했습니다. (사실 이번 전개 두가지 루트중 하나를 정하려고 했습니다. 하나는 좀더 길게 가는것 하고 또 하나는 이 루트 정도?) 다른 루트로 가는것이 오히려 매끄럽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흐음... | 23.03.04 21: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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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늘 고민되죠ㅎㅎ 다음화 기대하겠습니다. | 23.03.04 2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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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1편 맨 처음 보시면 정실이 모모란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죠. 저 여친은 그냥 뭐...생각 없이 사는거고요. | 23.03.06 01:11 | |